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51
51
14. 프리 시즌 – 스타와 선수 사이 (2)
“취업이요? 음··· EW에이전시는 싫은데···.”
에린이 포크를 내려놓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 기분이 상할까 걱정하는 것 같아 보여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오해를 짚어 줬다.
“아니, 내 에이전시에 말이야.”
“네? 독립했어요?”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2년 뒤에 정식으로 차릴 거야. 2년 동안은 파트타임으로 고용하는 거고.”
“어떤 일인데요?”
“크리스의 이적을 위한 공식적인 창구가 필요해. 소속이 있다 보니 내가 대놓고 나서기는 불편하거든. 내일모레 태국도 가야 하고. 가족인 네가 임시로 에이전트를 맡겠다고 하면 그것보다 자연스러운 건 없잖아? 중개인 등록을 위해 필요한 돈은 내가 줄게. 그리고 급료도 확실하게 챙겨 줄게.”
나는 에린의 눈에서 흥미를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잘한 것들도 도와줘야 해. 일단 모레는 마드리드에 가서 크리스 경기 영상을 찍어야 하고, 혹여나 방송에서 화제가 됐을 때를 대비해 공식 SNS 계정을 만들어서 관리하는 것도 필요할 테고···.”
크리스에게 필요한 것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하자 에린이 염려하며 묻는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너무 어려운 건 안 시킬 거야. 구단 알아보거나, 수뇌부들과 협상할 때는 항상 네 옆에 있을게.”
내 눈을 빤히 바라보던 에린이 테이블로 눈을 내리깔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다 넘어온 것 같았다.
“회계사 시험은 올해 12월이잖아? 시간도 좀 있고, 만약에 못 붙으면 내년 내내 지원해줄게. 생활비 포함해서 전부 다!”
에린이 거절하면 골치 아파지기에 이렇게까지 하는 거다. 대안은 에린과 크리스의 어머니뿐. 둘의 어머니는 몸이 안 좋으신 분이라 에린 만큼 여러 일을 할 순 없었기에, 어떻게든 에린을 설득해야 했던 거다.
에린이 말한다.
“그렇게까지 할 거 없어요, 올해 안에 붙을 거예요. 6월 때 본 시험이 거의 합격권이었거든요.”
“그래?”
“네, 그러니까 할게요.”
“정말?”
에린이 어색하게 웃으며 끄덕여 줬다. 그리고 앞의 음료를 한 잔 마시더니 묻는다.
“그런데 크리스가 정말 잘 될 수 있을까요. 삼촌이 투자하는 만큼 애가 못할까 봐 걱정이에요. 공도 무난하게 차는 앤데.”
그야 너는 어릴 때부터 크리스랑 같이 공을 찼으니까, 거기에 똑같은 천재니까. 신체능력이 차이 나기 시작하는 2차 성징 전쯤까지 부닥쳤을 테니, 당연히 모를 만하다. 눈도 높으니 훈련하는 모습을 봐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을 테고.
심장병만 아니었으면 지금 에린 팀도 찾고 있었을 거다. 얘도 별 일곱개 짜리니까.
“걱정하지 마, 시간이 좀 걸릴진 몰라도 무조건 잘 될 거야.”
나는 세바스티앙의 풋살장에서 공을 차던 크리스와 시범경기 때의 크리스를 기억하고 있다. 내 눈으로 본 재능에 그때 만났던 조르제 멘데스가 탐을 내는 모습까지 분명 크리스는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에린은 잡티 하나 없는 이마를 찌푸린 후, 나를 빤히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알겠어요. 믿어야죠 뭐.”
나는 활짝 웃은 후, 가방을 뒤적여 챙겨온 것들을 꺼냈다.
최신형 카메라 두 개에 노트북, 그리고 일주일 전 나온 스마트폰까지. 내가 하나하나 꺼내는 동안 에린은 의자를 뒤로 빼며 물건들에서 멀어졌다.
“뭐예요?”
혹여나 비싼 물건을 망가뜨릴까 봐 차 안에서 손도 못 대던 에린의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물건들을 에린 쪽으로 밀며 말했다.
“일할 때 필요한 물건. 캠코더는 이적 시장 끝나면 다시 주고, 노트북이랑 스마트폰은 선물이야.”
“네?”
에린이 얼빠진 얼굴을 한다.
“이것들 가지고 할 일이 있어. 그리고 빨리 표 예매해야 한다.”
“예매요?”
“응, 마드리드로 가 줘야겠어.”
*
7월 1일, 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에린 [미쳤어요. 완전 다른 사람 같아요.]
나 [그렇게 잘 해?]
에린 [네!!! 경기장에서 크리스밖에 안 보여요. 상대가 레알 마드리드 2군인데!]
나는 기내 와이파이를 이용해 에린에게 실시간으로 경기 현황을 보고받고 있었다. 노트북 화면에는 막 크리스가 선수들 사이를 드리블해가는 사진이 올라왔다.
원래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받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기내 와이파이가 뚝뚝 끊기는 바람에 풀 영상으로 한 번에 받고, 특이사항만 알려달라 했었다.
그런데 에린이 심심하다며 경기 상황을 중계하기 시작했고, 그게 지금에 이른 거였다.
나는 에린이 보내준 사진들을 확대하며 크리스의 몸 상태를 살폈다.
움직임을 봤을 때 딱히 다친 곳은 없어 보이고, 전체적으로 몸이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음, 좋다. 직접 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분명 피지컬 적으로 더 강해진 것 같았다.
다시 메신저로 돌아왔는데, 사진과 함께 경기 중계에 한창이던 에린이 3분 동안 잠잠해져 있었다.
나는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나 [에린?]
동시에 크리스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사진이 올라왔다.
이 사람은···.
에린 [지단도 구경 왔어요! 사인받고 싶다! (눈물 흘리는 이모티콘)]
세계 축구사에 손꼽히는 레전드이자, 레알 마드리드를 유럽 챔피언으로 두 번이나 이끈 감독, 지네딘 지단이었다.
그는 동네에 입고 다닐 것 같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스태프 석에 편안하게 앉아 있었다. 저래 보여도 몇 백, 몇 천 만원 짜리겠지.
지단의 사진이 몇 개 더 올라왔다.
나도 신기하긴 한데···.
나 [··· 크리스는 잘 찍고 있지?]
내 메시지에 조잘거리던 에린이 잠잠해졌다.
그리고, 사진들과 함께 메시지 하나가 올라왔다.
에린 [농땡이 안 피웠어요! 잠깐 트러블이 있어서 경기가 멈춰있었거든요.]
경기장 전체를 찍고 있는 광각렌즈가 달린 카메라가 삼각대 위에 잘 서 있었고, 에린의 가는 손이 잡고 있는 카메라(크리스를 중심으로 찍고 있을 카메라)가 한 장씩 올라왔다.
그리고 선수들이 모여서 말싸움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나 [크리스도 엮였어?]
에린 [아뇨, 그랬으면 진작 말했죠. 크리스는 싸움을 말리는 입장이었어요.]
나 [좋아.]
다시 크리스의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경기는 계속 진행됐고, 크리스는 주변 동료를 활용하는 똑똑한 플레이로 2어시스트를 적립했다.
그리고 경기 후에도 에린의 메시지가 왔다.
에린 [가족이라도 못 만난대요 :(]
나 [괜찮아. 수고 많았어. 영상 찍은 것만 내 메일로 보내주고, 맘껏 놀다 돌아가. 다음 주에도 부탁하고.]
에린 [네 :)]
나 [밤 되면 숙소로 들어가고.]
에린 [싫어요. 막 놀러 다닐 건데요.]
나 [?]
에린 [농담이에요. :D]
막내가 생각나서 피식 웃고 말았다. 나는 노트북을 닫은 후 기지개를 켜며 한숨 자기로 했다. 태국 도착하면 새벽일테니 지금 자는 게 맞다.
자기 전에 세바스티앙의 SNS나 살피려고 휴대폰을 켰는데, 최신 글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다시 노트북을 켜며 휴대폰으로는 새로 올라오는 글들을 살폈다.
그 경기를 지켜본 사람 중 누군가가 크리스의 얼굴을 SNS에 올린 모양이다.
이 남자애 누구냐는 댓글들이 계속 달렸다.
나는 내 계정을 켜 사진을 올린 사람에게 크리스의 지인이라고, 글 내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사과와 함께 사진들이 다 사라졌지만, 이미 올라온 사진들이 수 십장이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은 이미 수많은 사람에게 저장된 후였다.
크리스의 사진이 올라오는 속도는 느려지는 게 아니라 점점 빨라졌다.
“젠장.”
그대로 뒀다가는 악용될지도 몰랐다.
나는 에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미안한데 지금 바로 숙소로 가야겠어. 일이 생겼네.]
에린 [괜찮아요. 안 그래도 숙소 가고 있었는데, 잘 됐네요!]
나는 눈을 부릅뜬 채로, SNS에 올라오는 크리스 사진들의 링크를 따 놨다. 해시태그들도 가관이다.
xHandsome guy
xHandsome boy
xFootball player
xPrince
···
에린 [왔어요.]
에린의 메시지를 받자마자, 나는 따놓은 링크 파일과 함께 메시지를 보냈다.
나 [크리스 계정 만들고, 집에서 찍은 거 대충 하나 올려놓은 다음에 뜬 영상이랑 사진들 다 하트 찍어놔. 링크 따놓은 거 보내줄게.]
에린이 읽었다는 표시가 뜨자마자, 나는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
나 [그리고 그 계정으로 관리자한테 문의해, 가족이고, 본인이 쓸 계정이라고 오피셜 붙여줄 수 있냐고. 크리스 신분증 챙겨 놨지?]
어지간히 화제가 되지 않으면 안 붙여줄 테지만, 지금 기세로는 충분해 보인다.
에린 [네, 알겠어요.]
에린이 계정을 만들고 30분 만에 오피셜이 붙었다. 오피셜 계정이 있으니 태그에는 xChris Allen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크리스의 이름을 알아낸 인터넷의 유저들은 크리스의 15세 시절 사진에 무수한 댓글을 남기고 있었다.
나는 크리스의 이름으로 태그 된 새로운 게시글들을 살폈다. 혹여나 음해하는 글이 있을까 염려되어서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크리스를 태그한 영상이 올라왔다.
아디다스의 공식 계정이었다.
영상의 썸네일에는 경기장을 배경으로 한 지네딘 지단 감독이 떡하니 떠 있었다.
“뭐야?”
나는 플레이 버튼을 급하게 눌렀다.
지단 [2군 선수들을 살피러 경기장에 갔다가, 놀라운 선수를 발견했어요.]
카메라맨 [놀라운 선수요?]
지단 [네, 축구 선수 중에는 경기 중에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볼 수 있는 소수의 선수가 있거든요? 호날두, 크로스, 모드리치, 메시··· 등 월드클래스 선수들 말이죠. 아,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지단의 농담에 카메라맨이 웃었다.
지단 [선수생활 내내 그걸 보지 못하는 선수들이 훨씬 많아요. 하지만 오늘 발견한 선수는 다르더군요.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다 아는 것처럼 플레이하는 선수였어요. 정말 탐나더군요. 이름도 바로 외웠어요. ‘크리스 앨런’]
지단은 인상 깊게 봤던 장면들을 몇 마디 덧붙이며 자신의 주장을 강화했다. 지단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크리스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그램인 ‘Project Revival’의 로고가 짧게 나온 후 영상이 끝났다.
짧은 영상이었지만, 댓글 달리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곳에는 프리 시즌이라 할 게 없는 축구팬들이 한가득이었다.
유튜브 등의 다른 매체들도 아디다스의 오피셜 영상이 떠 있었다.
아디다스의 요청을 받은 지단의 코멘트인지, 아니면 진심 어린 인터뷰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이거였다.
“이런 미친.”
나는 에린에게 메시지를 바로 보냈다.
나 [별의별 곳에서 제안들이 들어올 거야. 메시지 그대로 캡처해서 하루에 한 번씩 보내줘.]
에린은 어리둥절한 것 같았지만, 얼마 안 있어서 상황을 이해한 것 같은 메시지를 보내고 반응이 사라졌다.
나는 좌석에 등을 기대며 생각에 잠겼다.
이 정도로 커진 관심은 막을 수 없다. 아디다스는 한 달 정도의 훈련과정과 첫 경기를 통해 크리스를 이번 프로그램의 스타로 만들어야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았다.
별 탈만 없다면, 크리스가 레알 마드리드에 뽑히는 선수가 되는 것도 이제는 상상이 아니게 됐다.
크리스가 인기가 많아지는 건 좋다. 언젠가는 그렇게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은 필드 플레이어로서 훈련하고 많은 경기를 나가 몸에 그걸 익힐 시간이지, 스포츠 업체에 묶여 필요한 훈련만 하고 광고를 찍으러 돌아다닐 시기가 아니니까.
그래, 절대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