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6
6
2. 특별한 애플리케이션, 헬퍼 (3)
“여기에요.”
세바스티앙이 차를 세운 곳은 다행히도 스페인 식당이었다.
가게에 들어서니 세미정장을 입은 여점원이 스페인어로 반갑게 맞이했다. 세바스티앙과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사이인 것 같았다.
테이블에는 메뉴판이 있었다.
“식사는 오늘의 메뉴 추천할게요. 그리고 마시고 싶은 건 아무거나 드세요.”
나는 익숙한 이름의 맥주를 가리켰다. 세바스티앙이 점원을 불렀다.
“맥주는 이걸로 한 잔 주시고, 오늘의 메뉴 1인분이요. 그리고 저는 늘 먹던 걸로 주세요. 음료도요.”
“채소 잔뜩 넣어서 간 주스요? 맨날 생각하는데, 그게 맛있어요? 설탕 하나도 없이···.”
“먹을 만 해요.”
점원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여기 자주 오나봐?”
“네, 주방장 님이 스페인 분이기도 하고··· 뭣보다 맛있어서요.”
“아하.”
“잠시만요.”
세바스티앙이 휴대폰을 살피는 동안 음료와 간단히 먹을 빵이 테이블에 도착했다. 나는 세바스티앙의 앞에 놓인 음료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걸··· 늘 먹는다고?”
“네, 시즌 중이니까 맥주를 먹을 수는 없잖아요. 몸 관리에도 좋다고 하고.”
세바스티앙은 자연스럽게 초록빛의 걸쭉한 음료를 홀짝였다.
으으, 끔찍해.
나도 맥주를 몇 모금 넘겼다.
생각해보니 대단하다. 시즌 중에는 술 자체를 안 먹는다니. 그 생각은 메뉴가 하나하나 나오면서 더 강해졌다.
내 에피타이저는 연어가 바게트에 올라간 타파스라는 요리였고, 세바스티앙의 에피타이저는 샐러드였다. 그리고 내 메인 요리로 기름기 좔좔 흐르는 새우오븐구이가 나왔을 때, 세바스티앙의 메인요리는 담백해 보이는 닭가슴살 스테이크였다.
몸 관리 한번 제대로 하는구나.
두 번째 메인메뉴도 내 쪽은 소고기 스테이크였고, 세바스티앙은 건강해 보이는 파스타였다.
나는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렇게 매일 먹어?”
“···매일은 아니고 일주일에 한 끼 빼고? 경기 후에는 고열량으로 먹어줘야 되거든요. 요즘은 경기에도 못 나가서 그것도 못 먹지만요.”
이 녀석, 보면 볼수록 괜찮다.
어느 정도 배가 찼는지, 식사 속도가 줄어들면서 세바스티앙의 입이 바빠졌다.
내 집과 내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주였는데, 주변에 어디 마트가 괜찮은지 쓰레기는 언제 버려야 하는지 등 생활 전반에 관한 얘기를 꼼꼼하게 해 줬다.
“어차피 옆집이니까 모르면 물어보세요.”
사려도 깊네.
나는 스테이크를 썰어 넣으며 아침에 먹었었던 피쉬 앤 칩스의 기억을 지웠다.
그래, 이게 음식이지.
그러면서 재잘거리고 있는 세바스티앙을 바라봤다.
묻고 싶은 게 몇 개 있었다.
인종 차별은 언제부터 당한 건지, 인종 차별 때문에 스페인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지.
에이전시에서 남은 시즌 동안만 맡으면 된다는 걸 보니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건 기정사실인 것 같았다.
물으면 분위기만 깨겠지.
마침 점원이 디저트를 가져왔다. 놓기 좋게 잔을 치우다가 가게 점원이랑 손이 닿았다. 점원은 살짝 웃어줬다. 라틴 여자 최고다. 왠지 모르게 두근거렸다.
그때 세바스티앙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엄마한테 연락 왔네요. 잠깐만요.”
세바스티앙은 열심히 손가락을 놀려 답장을 보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난 게 있었다. 점원이랑 몸이 닿았는데, 진동이 안 일어났다?
휴대폰을 꺼내 확인해보니 상태바에는 아무런 아이콘이 뜨질 않았다.
하루 동안 헬퍼를 봤던 게 환상인가 싶어 아이콘을 찾아봤는데, 헬퍼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내용도 그대로다.
뭐지?
“동양에는 사주팔자라는 게 있잖아요?”
“응?”
언제 휴대폰을 집어넣었는지 세바스티앙이 나를 보며 입을 열고 있었다.
간접적으로만 관심을 보였었지, 이렇게 대놓고 관심을 보일 줄은 몰라 당황스러웠다. 계속 동양의 신비, 동양의 신비 하며 얼버무렸지만 나는 그쪽으로는 아무 것도 모른다.
“관상이라는 것도 있고, 점성술도 있고···.”
“점성술은 서양 아니야?”
“십이간지 점성술이라고 있어요.”
“아, 그, 그거.”
세바스티앙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동양 얘기에서 자연스럽게 서양 얘기로 넘어와도 세바스티앙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세바스티앙은 오컬트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헬퍼에도 적혀있었지. ‘미신을 좋아한다’라고.
“···그래서 말인데요. 그 사주팔자 같은 걸로 제가 스페인으로 돌아가면 좋을지 잉글랜드에 남는 게 좋을지 알아낼 수 있나요?”
세바스티앙이 정말 조심스럽게 물었다.
스페인으로 가기로 결정한 거 아니었나?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는데, 마침 옆 테이블로 안내받은 인원 중 한 여자가 세바스티앙을 알아봤다.
“로드리게스 선수?”
“네?”
세바스티앙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올려다봤다. 그녀는 손으로 입을 막으며 감탄사를 막 내뱉다가 세바스티앙의 손을 잡고 흔들어댔다.
“팬이에요!”
세바스티앙은 떨떠름하게 웃었다.
“요즘에는 경기에 못 나오는 걸요.”
“첫 시즌은 적응하는 기간이잖아요. 다음 시즌에 잘하면 되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팀도 순항하고 있고. 이대로면 프리미어리그에 올라갈 수 있을 거예요. 다 초반에 로드리게스 선수가 잘 해준 덕이에요!”
“···감사합니다.”
“저 로드리게스 선수 유니폼 가지고 있는데, 사인해주실 수 있어요? 사진도요.”
“네, 얼마든지요.”
세바스티앙은 어색한 표정으로 사인해주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 사진은 내가 찍어줬다. 세바스티앙은 사진을 찍을 때 잠깐 미소를 지었는데, 팬이 떠나고 나서도 그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인기 많네.”
“고마운 분이네요.”
내 말에 세바스티앙이 얼굴을 붉히며 답했다. 그리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차로 향했다.
세바스티앙이 팬 서비스를 하는 동안 세바스티앙의 물음에 대해 생각해봤다. 아직 영국 생활에 대한 미련이 남은 게 아닐까, 그렇게 짐작하는 게 다였다.
대화가 애매하게 끊어져서인지 차에 타는 동안 세바스티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바스티앙은 운전석에 앉아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시동을 걸며 말했다.
“아까 물어봤던 거 말인데요··· 잊어버려주세요. 제가 잠깐 미쳤었나 봐요.”
분위기가 어색해질 것 같아 나오면서 인사했던 주방장 얘기를 꺼냈다.
“주방장 님은 네가 축구선수인 걸 모르나 보더라? 운동 지망하는 학생 정도로 알고계시던데.”
“맞아요. 주방장 님은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거든요. 그래서 여기가 편해요. 제가 축구선수인지도 모르는 곳이라서 느긋하게 식사할 수 있거든요. 아, 방금 팬 같은 경우는 저도 오랜만이었어요.”
“그렇구나.”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세바스티앙이 능숙한 운전으로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동안에도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헬퍼는 주방장과 악수할 때도 작동하지 않았다.
10분 만에 브라이튼에서 살 집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내가 새 집의 위용에 멍해진 동안 세바스티앙이 내 캐리어를 꺼내 옆에 와 있었다.
“미안, 내가 꺼냈어야 했는데.”
“왜 그렇게 정신이 팔려 있어요? 집이 너무 작아요?”
“아니, 너무 좋아서.”
집이 생각보다 엄청 좋았다. 어떻게 관리해야할지 모르는 잔디까지 깔려있는 2층 가정집이었다.
“설마 저기서 나 혼자 사는 거야?”
세바스티앙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래는 이것저것 관리해주시는 분도 있었는데, 한 달 전에 그만 두셔가지고요.”
“아아···.”
“아무튼 들어가세요.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슬슬 자야겠네요.”
“그래, 내일은 몇 시까지 나올까?”
내일은 오전 훈련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11시쯤에 구단으로 향하면 된다고 했다. 구단에서 식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말이다. 집에서 먹으면 안 되냐고 물었는데, 감독 방침이라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약속 시간을 정한 후, 세바스티앙은 바로 집에 가지 않고 잠깐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말해왔다.
“감사합니다.”
“어?”
“이렇게 즐거운 하루는 오랜만이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때.”
쑥쓰러워서 머리만 긁적였다. 세바스티앙의 괴이한 발음도 좋게만 들렸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세바스티앙은 바닥으로 눈을 내리깐 후, 차분한 목소리로 이상한 말을 시작했다.
“저는 이적시장이 열리면 스페인으로 돌아갈 거예요. 그러니까요··· 중간에 어떤 사정으로라도 그만두고 싶으시다면, 얼마든지 그만 두셔도 돼요. 부담 갖지 마세요. 대신 저한테 얘기만 해 주세요. 에이전시에서는 안 쫓겨나도록 도와드릴게요. 제 옆에 있는 건 꽤 힘든 일이거든요.”
“뭐?”
무슨 소리야?
“내가 왜 그만둬?”
내 물음이 이어지자 세바스티앙은 고개를 들고 말없이 웃었다.
“그냥요.”
세바스티앙은 약간 뜸을 들인 뒤, 가볍게 한 마디를 뱉고는 나에게 잘 자라고 인사하고 제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는 방이 무려 다섯 개나 있었다.
이 집이 공짜라니.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론 찜찜했다. 계약서를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일단 소파에 몸을 던져 부자가 된 기분을 누려봤다.
해안 도시에 이층짜리 정원 딸린 집이라니 정말 부자 같다.
그러다 문득 여기를 어떻게 청소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집이 애물단지로 보였다.
나는 방 하나, 주방, 화장실이랑 욕실 외에는 건드리지 않기로 결심하고 빠르게 짐을 풀었다. 방들은 구경만 하고 다 닫아버렸다. 2층도 마찬가지.
따뜻한 물도 잘 나왔고, 수압도 괜찮았다.
방에 돌아와서는 책상에 앉아 공책을 펴고, 노트북도 켰다. 인터넷 선도 구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헬퍼를 켰다.
“이거, 진짜였지···.”
대체 언제 설치된 건지 모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렇지만 너무나도 쓸만한 애플리케이션. 여기에 적혀있는 정보 중에 틀린 정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헬퍼 때문에 해리에게 스마트폰 중독자라고 오해받긴 했어도 세바스티앙의 마음을 열고, 세바스티앙에게 도움이 된 것도 이 애플리케이션 덕이 컸다.
‘정말 고마워요, 때.’
세바스티앙의 목소리를 떠올리니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처음에는 지워버릴 생각이었다. 누가 내 휴대폰을 해킹해 장난을 치는 줄 알아서 폰을 바꿔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이걸 누군가가 조작한다는 건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서였다. 한 사람이 정확히 몇 시간 후에 똥을 지릴 거라고 세상의 어떤 기계나 사람이 예측할 수 있단 말인가.
훈련 중에 헬퍼의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구단 내 여러 사람들과 악수하거나 일부러 부딪히며 이게 사람을 가리지 않고 작동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얻은 정보들은 그들의 모든 걸 알려주었다. 심지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까지도.
이건 마법 같은 애플리케이션이었다.
헬퍼가 작동하지 않은 몇 사람이 있긴 했지만, 이 앱은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큰 도움이 될게 분명했다. 비록 세 가지 뿐이지만 접촉한 대부분의 사람의 정보를 랜덤하게 얻을 수 있다니, 지우기엔 너무 아까웠다.
물론, 경계는 해야 했다.
나는 노트의 첫 줄에 이렇게 적었다.
앞으로 헬퍼를 대할 행동강령이었다. 두 번째 줄에도 이어 적어 나갔다.
한 페이지를 넘겨 뒤쪽에 헬퍼의 기능을 적었다. 신체 접촉 시에 정보가 들어옴. 그리고 정보는 딱 세 개. 정보가 워낙 랜덤하게 들어와서 다른 규칙성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로 빠르게 넘어갔다.
당장 내일 사라질 수도 있었기에 일단 오늘 헬퍼를 통해 얻은 정보를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먼저, 앞으로 함께 할 세바스티앙부터, 그리고 세바스티앙을 괴롭히는 쓰레기 3인조도.
적다 보니 세바스티앙과 쓰레기 3인조 중 1명의 현재능력과, 1명의 잠재능력이 눈에 띄었다.
“얘네 A팀 아니었나?”
쓰레기 3형제는 모두 A팀에서 뛰고 있었고, 그건 주전이라는 얘기나 다름없었다.
그럼 별 네 개(★★★★)가 2부 리그 주전급 실력은 된다는 건가? 그럼 여섯 개인 세바스티앙은?
훈련 때를 떠올려봤다. 세바스티앙이 잔뜩 얼어있을 때는 그렇게 실력이 차이나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팔꿈치를 쓰기 시작하면서 활발해진 세바스티앙은 코치 자격이 없는 내가 보기에도 다른 선수들보다 몇 단계는 위에 있는 것 같아보였다.
세바스티앙이 좋은 플레이를 할 때마다 코칭스태프들이 진심어린 감탄을 하는 걸 봤으니 딱히 내 눈에 콩깍지가 씐 건 아닐 거다.
실제 시즌 초 경기에서도 시즌 초 2부 리그를 평정하다시피 하기도 했으니, 완전 적응한다면 2부 리그에서 메시급 플레이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수치일 것 같았다. 별 여섯 개라면 말이다.
“맞다.”
헬퍼의 목록 맨 위를 살폈다.
[아론 램지]-현재 능력 : ★★★★★★
가장 처음 등록됐던 아론 램지의 현재 능력이었다.
아론 램지와 동급의 실력. 세바스티앙이 수월하게 적응했다면 브라이튼은 지금처럼 상위권이 아니라 1위를 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새끼들···.”
쓰레기 3인조만 아니었다면 세바스티앙은 언론의 온갖 관심을 받으며 2부 리그의 스타가 되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내년에는 1부 리그로 이적하거나, 팀을 1부 리그로 올려 활약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틀림없었다.
그런 선수가 인종차별이라는 이유로 고향으로 쫓기듯 가야 한다니, 짜증이 치솟아 올랐다.
목록을 다시 내리려다가 하루 동안 잊고 있었던 이름을 발견했다.
아침에 스쳐지나가듯이 봤던 겁나게 잘생긴 녀석.
[크리스 앨런]-잠재 능력 : ☆☆☆☆☆☆☆
-현재 능력 : ★★★(포지션 불일치)
-큰 고민에 빠져 있다.
*삭제까지 20일 남음.
하나, 둘, 셋···
“일곱 개?”
1부 리그 주전급 선수보다 별 개수가 높다고?
비록 잠재능력이었지만 일곱 개다. 무조건적으로 믿지 말자고 다짐한 게 훅 날아갔다.
나는 휴대폰 화면에 들어갈 것처럼 얼굴을 들이밀었다.
일곱 개면··· 메시나 호날두 정도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는 건가? 그런데 우리 에이전시는 그런 선수와 계약 해지를 한 거야?
그럼 이 선수랑 내가 계약해도 문제는 없는 거지···?
갑자기 욕심이 났다. 포지션 불일치라는 단서도 있으니 성장의 방향도 어느 정도는 잡아줄 수 있을지도 모르고, 큰 고민에 빠져있다고 하니 도움을 준다면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거기다가 그 잘생긴 얼굴까지.
축구실력에 얼굴까지 받쳐줬을 때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다. 예전의 데이비드 베컴이나 최근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까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이름을 떨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이었다.
“아니, 아니.”
고개를 휘저었다.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에이전시에 소속된 채로 다른 선수와 계약해도 되는지 여부도 모르고, 차분한 마음을 가지니 보이는 특이한 모양의 정보가 눈에 걸렸다.
*삭제까지 20일 남음.
크리스 앨런의 정보는 유일하게 네 칸이었다. 네 번째 메시지는 다른 메시지와 다른 붉은 배경이었다.
왜 삭제된다는 거지?
“아!”
정보가 아예 뜨지 않았던 주방장이 떠올랐다. 더불어서 가게 점원까지.
‘제가 축구선수인지도 모르는 곳이라서 마음이 편하거든요.’
축구와 관련 없는 사람들은 여기 안 뜨는 거구나.
노트에 앞장 뒷면으로 돌아가 ‘축구계’와 관련 있는 사람들만의 정보를 준다. 라고 적었다. 그리고 다시 생각에 빠졌다.
크리스 앨런의 정보가 삭제된다는 말은 축구계에서 팬으로 안 남을 정도로 마음마저 떠나게 된다는 얘기가 아닐까.
나는 오늘 얻은 정보 중 유일하게 눌러보지 않은 정보를 눌렀다. 크리스와 얘기하고 있던 인종차별자 새끼의 정보 말이다. 분명 부딪혔을 때 진동했었으니 틀림없을 거다.
[마일로 코너리]-갱단 Red knife 소속
-브로커
-크리스 앨런에게 승부조작 제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갱단? 브로커? 승부조작?
추리할 것도 없는 얘기였다. 크리스 앨런은 승부조작을 하고, 축구계에서 퇴출당하는 거다.
아론 램지보다 더 높은 재능을 가진, 어쩌면 축구 역사에 이름을 남길지도 모르는 선수가 말이다.
갱단에 승부조작이라니 엮이고 싶지 않았지만 내 손은 자연스럽게 크리스 앨런을 구글에 검색하고 있었다.
조금 헤매니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크리스는 런던 남부에 있는 3부 리그 팀, AFC 윔블던에서 뛰고 있었다. 포지션은 골키퍼였고 퍼스트, 세컨드 키퍼가 둘 다 시즌아웃 돼 10월부터 쭉 주전으로 뛰고 있었다.
하지만 한 경기 평균 실점이 1.5점 대여서 얼마 전 임대로 다른 골키퍼를 데려온 것 같았다.
“이걸 찾아서 어쩌려고···.”
그래도 손은 계속 움직였다.
그리고, 크리스의 정보가 말소되는 날이 바로 삼주 뒤, 경기가 끝나는 날이라는 걸 알게 됐다.
“어쩌지···.”
고민은 밤과 함께 깊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