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60
60
15. 프리 시즌 – 새 팀 (4)
나와 에린은 크리스와 에린의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에린에게 크리스가 부탁했던 내용인 ‘엄마랑 에린이 경기 보기 편하게, 무조건 안전한 곳이요.’를 말해 줬고, 더불어 내 생각으로는 밀월이 크리스의 성장을 위한 최적의 팀인데 이 조건 때문에 망설일 것 같다고 얘기해줬다.
그래서 오늘 에린과 어머니와 함께 점심을 하는 거라고까지 말했다.
내 말을 들은 후, 에린은 투덜댔다.
“걔는 뭘 그런 걸 걱정한 데요? 훌리건이든 뭐든 그건 나나 엄마가 알아서 할 일이잖아요. 자기만 신경 써도 모자란 판에 왜 맨날···.”
“이해해야지. 어머니가 갑자기 일 못하게 되고, 어린 나이부터 가장 역할을 해야 했잖아.”
“그래도요··· 걔는 어릴 때부터 이상했어요. 무뚝뚝 해가지고 다 자기 책임이래. 원래는 저도 아르바이트 하려고 했었거든요. 근데 크리스가 절대 안 된다고, 자기는 축구 계속할 거니까 상관없지만 저는 공부해야 할 때라고··· 자기보다 내가 머리가 더 좋지 않으냐고··· 자기가 돈 벌어올 테니까 지금은 공부하라고···.”
에린이 본격적으로 한풀이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반대쪽 테이블에서 우리를 찾고 있는 것 같은 크리스와 에린의 어머니를 발견했다.
“여기에요.”
“아, 안녕하세요.”
“엄마!”
에린은 언제 우울했냐는 듯 환하게 웃으며 오랜만에 만나는 어머니를 끌어안았다. 에린의 등을 몇 번 토닥이던 어머니는 내 반대쪽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정말 감사해요. 이렇게 머무를 곳까지 구해주시고··· 아이들도 돌봐주시고···.”
“돌봐주다니요, 파트너입니다 파트너.”
나는 고개를 격하게 저었다. 선수의 가족들 생활을 안정시키는 건 에이전트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크리스의 어머니는 현재 이 호텔에서 장기투숙 중이었다. 그녀는 크리스를 방출한 AFC 윔블던이 임대해 준 집에서 나와야 했고, 갈 곳 없어진 그녀를 내가 이 호텔로 모셨다. 비용도 당연히 내가 내고.
“에린이 방해하는 건 아닌지···.”
“엄마, 나 잘하거든.”
“조용히 해봐.”
나는 툴툴대는 에린을 보며 빙긋 웃었다.
“에린 말대롭니다. 아주 잘 해주고 있어요. 에린이 없었으면 아무것도 못 했을 겁니다.”
“들었지?”
본론을 꺼내야 하나 생각하다 보니 벌써 메인 디쉬가 나와 있었다.
오랜만에 어머니를 만나 좋은 건지 에린이 돌아다니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고 있었고, 나는 에린의 얘기를 보충하고, 어머니는 웃으면서 듣고 있었다.
화목한 분위기가 쭉 이어졌다.
메인 디쉬가 사라지고 디저트가 나올 때쯤, 크리스의 어머니가 질문을 하나 했다.
“일은 잘되고 있나요?”
조심스러운 물음이었다. 이런 걸 물어봐도 되나 걱정하는 듯한 표정도 얼굴에 있었다. 나는 괜찮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큰 미소를 지어 보인 후에 말했다.
“진작 알려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나는 크리스에게 보여주려고 뽑아놨던 서류를 가방에서 꺼내 그녀에게 보여줬다.
“보시다시피 대형 클럽들의 제안도 잔뜩 들어왔고, 많은 돈을 주겠다는 구단도 많았는데···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 많이 뛸 수 있는 팀에서 성장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여기 이 세 팀을 추려 고민 중입니다.”
나는 어젯밤에 밀월과 풀햄, 카디프시티의 조건을 정리한 서류를 크리스의 어머니에게 내밀었다.
내가 적극 움직이자 크리스의 어머니가 곤란해하는 기색을 비쳤다.
“이렇게까지 알려주실 건 없는데···.”
“아뇨, 제가 미처 신경 못썼네요. 이적이 진행될 때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주기적으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아데바요르 선수의 가족 같은 막장 패밀리라면 모를까 크리스가 지극히 생각하는 어머니라면 이런 정보들은 알려 드리는 게 좋다.
“아··· 네, 감사합니다.”
크리스의 어머니는 희미한 미소를 보이고, 서류를 읽으며 말문을 열었다.
“기사 읽어보니 무조건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다고 하던데···.”
“아 읽어보셨나요?”
크리스의 인터뷰 기사를 말하는 모양이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크리스의 어머니는 서류의 한 지점에 시선을 꽂은 채 내게 물어왔다.
“그래서 말인데요. 궁금한 게 있는데 크리스는 뭘 고민하고 있는 건지···.”
“네?”
“이 조건들은 현석 씨가 정리한 것이죠?”
“아··· 네.”
“여기 적힌 대로면 밀월에 아주 훌륭한 감독이 있단 말이잖아요. 아직 많이 부족한 아이니 좋은 스승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비슷하게 뛸 수 있는 곳이라면 이런 곳이 가장 나을 것 같고요. 이런 생각을 현석이나 크리스가 못 했을 리도 없고···.”
“어···.”
갑자기 이 자리를 만든 본론으로 들어가려 하니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어머니 옆에 있던 에린이 입을 열었다.
“밀월 훌리건들을 마음에 걸려 해서 아직 얘기 못 꺼냈대.”
“크리스가 그런 거 무서워하는 애는 아니잖아.”
“정확히 말하면 나랑 엄마가 경기장에···.”
에린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크리스 어머니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에린의 말이 끝나자 그녀는 나를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망설이는 이유가 저나 에린이 돼선 안 돼요.”
“···그렇죠?”
“크리스랑은 제가 얘기해 볼게요.”
나와 에린은 크리스의 어머니와 헤어져 또 다른 구단의 제안을 들으러 향했다.
그리고 이동하는 차 안에서 크리스의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태, 저 밀월로 가도 괜찮을까요?
크리스가 우물쭈물 물었다.
“먼저 사과부터 할게. 어머니랑 에린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만 들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전화까지 하실 줄은 몰랐어.”
-괜찮아요.
“그래? 어머니가 무슨 얘기 하셨어?”
크리스의 어머니는 ‘아들 경기를 보는 건 정말로 행복하지만, 그게 중요한 시점에 서 있는 아들 앞길을 방해한다면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다.’라고 말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크리스가 훌리건들을 걱정한다면 다른 팀으로 옮길 때까지 TV로만 보면 된다고, 빨리 성장해서 다른 팀으로 옮기던지, 아니면 훌리건들을 제 편으로 만들어서 편안하게 직관할 수 있게 만들어주든지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구나. 아, 밀월 감독님이 만든 보고서는 봤고?”
-아··· 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했었는데··· 좋았어요. 태가 해준 분석만큼 와 닿는 건 처음이었어요. 플랜 A, B, C 모두 재밌어 보였고요. 태가 왜 그렇게 감탄했는지 충분히 이해했어요.
“정말? 안 그래도 어제 밀월 감독님과 얘기하고 왔거든. 진짜 수준 높은 분이시더라. 누구보다 빨리 너를 성장시켜 줄 것 같아서 놓치기가 너무 아까웠어.”
-그렇군요··· 그럼 밀월에서 다른 팀으로 금방 옮길 수 있을까요?
크리스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크리스를 설득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내 감을 한번 믿어볼래? 부상만 안 당한다면 충분히 1년 안에 다른 팀으로 옮길 수 있어. 바이아웃 조항도 확실하게 걸어 놓을게.”
헬퍼로 본 크리스의 현재 능력은 별 다섯 개, 그러니까 별 여섯 개가 됐을 때 세바스티앙처럼 1부 하위팀의 에이스로 가거나 1부 중상위권 팀의 주전 선수로 가거나, 1부 최상위권 팀의 로테이션 선수로 옮길 수 있을 거다.
크리스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 잘 모르겠지만, 태가 그렇게 하자고 했으니 믿어 볼게요.
“그래, 고맙다.”
크리스가 거절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앞으로의 일정 얘기를 꺼냈다.
“계약은 금요일쯤 하자.”
오늘이 화요일이니까 사흘 정도 남았다.
크리스가 되묻는다.
-마음 정했으니까 빨리하는 게 좋지 않아요? 그쪽 감독님이 절 그렇게 원한다고···.
“구단에는 감독만 있는 게 아니니까. 하나 확인할 게 있고, 섭외할 사람도 한 명 있어.”
-확인이요? 섭외요?
“내가 알아서 할게. 넌 오후 훈련이나 착실하게 받아.”
-으··· 알았어요. 오늘은 두 배로 열심히 해야겠어요.
“아니, 다치면 안 되니까 적당히 몸 사려.”
-아···.
섭외할 사람은 그쪽에서 먼저 술 약속을 걸어왔고, 오늘은 밀월의 보드진을 확인해야 했다.
크리스가 마음을 정해줬으니 다른 곳에 투자할 시간을 빼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지금은 대표 옆에서 보조자로 있는 게 아니니 일일이 다 주체적으로 확인해야 했다.
나는 크리스와 전화를 끊고, 곧장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리찌 감독이었다.
“에린이 단장님과 감독님을 한 번에 만나고 싶다고 하네요. 저녁에 시간 괜찮으신가요?”
나는 리찌의 승낙을 받으며 대표에게 받았던 옷이랑 시계가 차 안에 그대로 있는지 생각해봤다.
*
[태현석이 리찌에게 전화하기 잠시 전]밀월 구단 내의 한 회의실에서는 밀월의 구단주와 단장, 그리고 리찌 감독이 모여 있었다.
리찌가 구단주에게 한창 얘기 중이었다.
“어제 구단까지 찾아와서 이야기도 하고, 훈련도 보고 갔어요. 그러니까 주급 예산 좀 올려주세요. 크리스가 얼마나 핫한 선수인지는 아실 거 아니에요. 실력에 스타성까지 가지고 있는 선수예요. 절대 놓치면 안 돼요.”
“하하하 얼마든지요.”
리찌의 말이 통역되자마자 구단주는 넉살 좋게 대답하고, 말없이 앉아있던 단장을 향해 말했다.
“아, 제이콥, 그쪽과 만날 때는 꼭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해요. 알았어요?”
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새끼가?’
그리고 속으로는 구단주를 욕했다.
단장, 제이콥 모리아티는 분노했다.
화난 리찌를 달래기 위해 얼마나 고생하고 얼마나 큰 지출을 했는데, 누구 때문에 일이 이렇게 꼬인 건데···.
리찌가 크리스 앨런을 원한다고 했을 때, 자신과 감독의 눈이 일치했다는 사실에 묘한 쾌감까지 느꼈었다.
밀월과 리바이벌FC의 친선 경기에서 홀로 빛나고 있는 크리스 앨런을 봤을 때 저 선수는 분명 밀월을 한 단계, 아니 몇 단계는 더 올려줄 선수라고 확신했다.
어린 시절부터 밀월을 응원했고, 서포터증도 가지고 있는, 집안에서는 성공한 팬 소리를 듣고 있는 자신이었다.
밀월이 잘 되는 건 제이콥이 간절히 바라는 바였다.
유능한 젊은 감독인 비토리아 리찌를 데려온 것도 자신이었고, 2시즌 내에 프리미어리그에 올라가자고 계획을 짠 것도 자신이었다.
축구에 관심 없는 이 짠돌이 구단주는 구단 정책에 거의 관여하지 않고 배당금만 받아먹고 있었기에 자신이 거의 모든 일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구단의 모든 걸 총동원해 크리스 앨런을 꼭 영입해주려고 했었고, 아디다스의 관계자에게 곧 이적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친분이 있는 풀햄의 단장이 자신의 구단주가 크리스에게 5만 파운드 이상을 써도 된다고 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제이콥은 그 말에 구단주에게 예산을 올려달라고 며칠을 싸웠다.
프리미어리그 급 주급인 풀햄에게 맞출 순 없더라도, 챔피언십 최상위권 주급인 4만 파운드는 확보해야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발악해서 얻어낸 금액이···
3만 파운드.
그 이상은 절대 줄 수 없다고 했다. 이 금액도 맘에 안 드는 듯 몇 번이고 깎으려고 해서 골치 아팠다.
감독이 정말로 원하는 선수라고, 자신도 확신한다고 꼭 영입을 해야 한다 했는데, 이 짠돌이는 돈을 내주지 않았다. 돈도 많으면서!
그때 반쯤 포기했다.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늘어지다가 시즌을 망칠 수는 없었다.
제이콥은 현실적으로 더 가능성이 있는 2플랜, 3플랜 선수들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다른데 들어갈 돈까지 생각하면 예산이 빠듯해 긴 협상이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가능성이 낮은 크리스 건은 부하 직원에게 맡겨두고서···.
그런데 이 직원은 정성 들여서 컨택 하라는 자신의 말을 뭘로 알아들은 것인지, 복사 붙여 넣기 수준의 메일을 보내 버렸다.
‘메일을 그딴 식으로 보내면 어떡해? 물론 바쁘다고 확인 안 한 나도 문제지만···.’
그리고 며칠 잊고 있다가, 리찌가 왜 연락이 안 오냐고 메일 좀 보여 달라고 해서 메일함을 열었을 때, 리찌가 악마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얼굴이 시뻘개져서 제이콥을 노려보는데 제이콥은 한 시간 후 자신이 입원할 병실 침대가 푹신하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방 안에 있던 다른 직원이 안 말렸더라면 지금 여기에 앉아 있을 수도 없을 거다.
나중에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알아내고, 리찌에게 사정을 다 설명하고 화해한 게 바로 어제 일이었다.
리찌를 달래겠다고 이제는 구할 수 없는 귀한 위스키 한 병까지 쓰며 고생했다. 밀월의 단장으로 취임했을 때 아버지가 물려준 아주아주 귀한 술인데···.
‘한 모금도 못 마셔 봤는데···.’
한창 우울해져 있는데 방금 전화를 받은 리찌의 표정은 아주 화창했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얼굴이 점점 밝아진다.
그리고 통화를 끊은 후에, 리찌가 구단주에게 말했다.
“크리스 측에서 연락 왔습니다. 저녁을 함께 먹고 싶다고 하네요.”
통역이 리찌의 말을 전해줬다.
구단주는 최근 가장 핫한 자유계약 선수, 그러니까 공짜 선수가 팀에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에 즐거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원하던 선수가 관심을 보인다, 이건 팀에게 좋은 일인데도 제이콥은 머리가 아파왔다. 감독 앞에서 허허거리긴 했지만, 구단주가 예산을 올려줄 거라고 확신할 수가 없었다.
‘일단 지금 예산으로 협상해보라고 할 것 같은데··· 젠장. 젠장. 억울하면 구단주 돼야지.’
리찌의 말은 끝난 게 아니었다.
“제이콥, 너도 같이 만나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