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64
64
15. 프리 시즌 – 새 팀 (8)
공지 읽고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난 화 내용이 상당 부분 바뀌었습니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
“젠장!”
밀월의 구단주, 프레드릭 그렌빌은 어제 일을 떠올리자마자 치미는 짜증에 욕설을 토해냈다.
어제의 이름 모를 남자의 말대로긴 했다. 그렌빌은 크리스의 가치가 단장이 주려는 주급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약 경험이 드물 에린과 크리스를 ‘설득’해 자신의 기준에 맞게 계약을 수정하고 싶었을 뿐이다.
문제는 구경꾼정도로만 생각했던 그 남자가 끼어들어 계약 자체가 어긋나버린 것에 있었다.
단장이 이런 식이면 같이 일 못한다고 길길이 날뛰어, 맘에 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진행하라고 지시했는데, 크리스 측이 단장의 연락을 아예 안 받았다. 그래서 어제는 단장을 피해 평소보다 일찍 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 늦은 오전이 돼 구단에 출근한 것이고.
쿵쿵.
노크를 원투 스트레이트로 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구단주님, 접니다! 들어갑니다!”
화가 잔뜩 난 것 같은 단장의 목소리였다.
문을 열고 들어온 단장은 목소리만큼이나 새빨개진 얼굴로 씩씩대고 있었다.
“또 무슨 일이야? 원하는 대로 해 줬잖아?”
“망해서 왔습니다.”
“망했다고?”
“이거 보십쇼. 이거 나오자마자 오피셜도 떴습니다.”
크리스에게 풀햄의 유니폼을 합성한 사진을 내건, 스카이스포츠 발 기사였다. 구단주는 제목을 보자마자 신문을 다시 단장에게 밀어내며 말했다.
“잘 됐구만. 계약할 선수가 이놈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이제 다른 선수에 집중하면 되겠네.”
단장, 제이콥 모리아티는 구단주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반응을 보이자 화가 끓어올랐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이제 감독은 어떻게 달래줄 겁니까?”
“감독? 에이, 대체 선수를 영입해주면 그만 아닌가.”
“그만이라고요?”
단장은 구단주의 귀찮아하는 말에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리찌가 크리스를 얼마나 원하지는 지도 모르면서 왜 계약에 간섭한 겁니까! 예산 허가를 내줬으면 평소대로 가만히 있었으면 좋았지 않습니까!”
어제는 짜증 정도만 부렸었지만, 이제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은 구단주가 짠돌이처럼 굴어도 참아낼 이유가 있었다. 구단주가 축구에 관심이 없는 덕에 단장과 운영팀은 자유롭게 프로젝트를 추진해올 수 있었다. 단장이 하고 싶은 대로, 감독이 하고 싶은 대로 둔다는 그 점 때문에 버텨온 거였다.
그런데 이렇게 사고를 치다니.
간섭을 안 하고 있었으면 끝까지 믿어주던가, 돈 몇 푼 아끼자고 자신과 감독의 신뢰를 이렇게 틀어버린단 말인가.
“저쪽에서는 우리 감독 보고 엄청나게 양보한 거였다고요! 그동안은 감독이 스트레스받을까 봐 예산 문제를 제대로 꺼낸 적이 없는데, 이제는 다 얘기할 겁니다. 이번 시즌 아주 잘 돌아가겠어요.”
“그렇게까지···.”
단장은 구단주의 말을 끊었다. 이미 터진 거 끝까지 다 토해내 버리고 싶었다.
“이제 크리스는 우리 손을 떠났으니, 리찌는 원하는 선수를 못 데려와 줬다고 불만이 머리끝까지 쌓일 거고, 그렇게 사기가 뚝뚝 떨어지고 경기에도 집중 못 하겠죠. 한 성질 하는 감독이니까! 그럼 성적도 쭉쭉 떨어질 테고 구단가치도 저 아래로 떨어질 테고, 구단주님께서는 잔뜩 손해를 보겠군요. 아, 맞네. 잊고 있었던 게 있었네. 한창 인기스타인 선수인데 언론이 이 얘길 조금이라도 듣는다면 우리 서포터분 들도 듣게 될 테고, 사정을 알게 된 훌리건들이 구단주님을 다듬어 주겠네요!”
아직도 화가 남은 건지 단장은 숨을 거칠게 쉬며 구단주를 노려봤다. 잘려도 상관없었다. 축구를 모르는 구단주가 이런 식으로 제멋대로 간섭하기 시작한다면, 밀월은 영원히 2부 리그에서 썩어야 할지도 몰랐다. 최악에는 3부 리그까지 떨어질지도 모르고.
그럴 바에야 단장을 그만두고 서포터로 돌아가서 구단주 퇴출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거다. 구단의 부흥만이 팬이자 단장인 자신의 목표이자 꿈이었으니까.
모처럼 잘 풀리나 했는데, 온갖 곳에서 인정받은 젊은 선수를 이런 식으로 놓치고, 그 여파로 어렵게 데려온 감독과의 신뢰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게 너무 열이 받았다.
구단주는 단장의 말을 곱씹으며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그리고, 단장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감독이 그렇게나 크리스를 원한다고?”
쾅쾅!
그때 풀스윙으로 노크··· 아니 문을 부술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아무런 말없이 문을 열어젖히며 들어온 건, 얼굴에 용암이 끓어오르는 것처럼 울긋불긋해진 리찌 감독이었다.
“이 기사 뭡니까?”
리찌 감독은 구단주와 단장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한 걸음씩 걸어오고 있었다. 화가 나면 제정신이 나가, 경기장에서도 심판에게 항의하다 퇴장도 몇 번 당한 경력이 있는 다혈질 감독이 그였다.
리찌는 먼저 단장을 바라봤다. 단장은 한숨을 쉬고 구단주를 턱 끝으로 가리켰다.
“예산 올려준다고 했고, 계약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제이콥이 그랬었는데··· 대체 이게 뭐냔 말입니까. 대체 협상장에서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상황에 어떻게 돌아간 건지 직관적으로 깨달은 리찌는 구단주에게 시선을 멈춘 후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구단주와 리찌 감독은 서로 언성을 높인 적이 없었기에, 구단주는 일단 리찌를 달래보려고 했다.
“저기, 진정하고···.”
단장은 성큼성큼 구단주에게 다가가는 리찌를 보다가, 문득 내일 헤드라인으로 밀월의 감독이 폭행사건을 일으켰다는 게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재빨리 리찌를 붙잡았다.
리찌는 단장을 질질 끌고 구단주의 코앞까지 다가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구단주는 리찌의 눈을 피했다.
“이번 시즌 성적은 기대 마십시오. 원하는 선수도 못 데려오는데 성적은 무슨 성적입니까.”
리찌는 그렇게 말하고 곧장 구단주에게서 떨어져 문쪽으로 향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구단주가 소리쳤다.
“그런 식으로 나오면···!”
리찌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구단주가 움찔했다.
“그만두라면 얼마든지 그만두죠. 그딴 건 하나도 안 무섭습니다. 당장에라도 계약을 때려치우고 싶지만··· 여태까지 날 따라와 준 선수들 생각해서 억지로 참고 있는 겁니다.”
리찌는 인사 없이 문을 쾅 닫고 나갔고, 단장도 곧 리찌를 따라갔다.
구단주는 홀로 방 안에 남았다.
“젠장···.”
*
“어떤 것 같아? 마음에 들어?”
“저보다는 크리스 맘에 들어야죠. 지금 보니까 엄청 맘에 들어 하는 것 같고요.”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해리는 커다란 팔뚝을 내 어깨에 걸며 내가 보고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크리스와 가족들이 새집의 정원에 서서 집 전체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아디다스의 촬영 팀이 찍는 중이었다.
나는 해리에게 말했다.
“하루 만에 이런 집을 구하다니 대단하네요.”
“내가 하는 일이 이쪽이니까 뭐··· 운 좋게 괜찮은 매물도 있었고.”
“오오, 겸손하시네요?”
“내가 좀 그렇지?”
해리의 농담 섞인 대답을 들은 나는 웃음을 터뜨렸고, 해리도 따라 웃었다. 나는 해리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담아 말했다.
“그래도 고마워요. 많이 바쁠 텐데 연락 한 통에 이렇게 도와주시고.”
이적 시장 기간이라 해리는 특히 바쁠 거였다. 새 팀으로 이적한 선수들의 집도 봐야 하고, 생활 관리사가 필요한 선수들에게는 고용도 도와줘야 하며, 통역도 찾아줘야 했다. 차, 자녀들의 교육 등 선수들이 요구하는 각종 편의를 봐줘야 하는 게 그였다.
“아니야. 내가 고맙지. 크리스 때문에 신경 많이 쓰였는데, 이 정도로 유명해지고 대단해질 줄이야··· 에이전시 내에서도 배 많이 아파한다.”
“그래요?”
나는 크리스와 가족들이라는 이름의 동상들처럼 여전히 멍하니 서서 새집을 보고 있는 그들을 보며 어제 협상 직후의 상황을 떠올려봤다.
*
협상장에서 나오자마자 만족스러워하는 다른 사람들을 두고, 나는 일단 해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해리, 풀햄 지역에 쓸만한 집 한 채 구할 수 있을까요?”
-응? 왜?
“크리스 때문에요. 비밀인데 풀햄이랑 곧 계약할 것 같아요.”
-정말?
해리는 눈에 띄게 기뻐했다.
크리스와 나의 관계를 알고 있던 해리는 크리스가 화제가 되자마자 태국에 있던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었다.
그리고 그때 크리스가 방송에서 잘할지 의심한 거 미안하다고, 크리스를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내게 말했다. 나는 방송 일정을 알려준 덕이라며 해리에게 공치사를 돌렸고.
에이전시와 고객 관계가 아닌 지금도 크리스를 이렇게 신경 써주다니, 해리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한결같이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바로 전화해서 확인해볼게. 근데 풀햄 쪽 집값이 비싼 건 알지?
풀햄은 영국의 부유층이 사는 곳인 첼시와 밀접한 지역이고, 그 자체의 땅값도 비싼 지역이었다. 그 대신, 무척 안전한 곳이었다.
집값이 비싸긴 했지만, 크리스의 주급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금액이었기에 내일 메디컬 테스트에 앞서 미리 매물을 확인하려 한 거였다.
“네, 알아요. 너무 비싼 매물만 남아 있으면, 다른 지역도 괜찮아요. 대신 동쪽과 남쪽 런던은 피해서요. 크리스가 돈보다는 치안을 더 신경 쓰더라고요.”
-그래그래, 금방 찾아주마.
해리는 정말 매물들을 금방 찾아왔다.
크리스는 해리가 찾아온 매물들을 보고, 자신이 풀햄 같은 비싼 동네에 살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한 후, 볼 집들을 몇 개 정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메디컬 테스트를 무사히 마치고 계약서에 최종 사인을 하자마자 이렇게 집을 보러 온 것이었다.
그리고 집을 보는 크리스와 가족들을 찍고 있는 촬영 팀들 또한, 어제 에린을 시켜 부른 거였다.
나는 해리와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에린에게 말했었다.
“바로 아디다스 측에 전화해야겠다. 크리스, 이 번호 맞지?”
“네.”
“히잉··· 다 끝난 거 아니에요? 내일 하면 안 돼요?”
에린이 칭얼거리면서 물어왔는데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응, 안 돼. 그러면 늦어. 마무리를 잘해야지.”
안 그래도 가십으로 크리스의 행선지가 런던의 프로팀 중 하나일 거라는 기사가 나왔었다. 언제 본 건지 우리가 첼시, 토튼햄의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사진에 찍혀 있었고, 맨유나 리버풀 같은 런던 외 팀과는 긴 이야기를 안 나눴다고 그래서 크리스가 갈 곳은 런던의 프로팀이라는 게 기사의 의견이었다.
다른 기사 중에는 밀월에 자주 들렀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 밀월로 가는 게 아니냐는 내용도 있었다.
···소름 돋을 지경이었다. 차로 움직였는데도 기자들이 따라붙었던 모양이었다.
아무튼 이 상태면 당장 지금 풀햄과 메디컬테스트만 남겨뒀다는 소식이 기자들에게 전해질지도 몰랐다. 그 전에 아디다스에 알려야 했다.
최근 찜찜한 기색은 있었지만, 어찌 됐건 방송의 최고 스타는 크리스 앨런이다. 그 크리스의 이적 건을 기사로 접하는 게 아디다스 측에 좋을 리가 없었다.
미리 전화해서 내일 메디컬 테스트와 오피셜 촬영에 함께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면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덧붙여서 풀햄으로 간 이유가 아디다스와 유니폼 계약을 맺고 있어서라고, 우리는 아디다스 측을 신경 썼다고도 얘기하라고 했다. 이건 사실 얻어걸린 거였지만, 겉보기가 중요한 게 아닌가.
그렇게 해서 아디다스의 촬영 팀이 오늘 아침에 찾아왔고, 메디컬 과정과 오피셜 촬영 과정을 찍었다. 크리스의 소감도 담았고.
다시 지금으로 돌아와서, 무슨 얘기를 한 건지 크리스와 에린, 크리스의 어머니는 집 문 앞에서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촬영 팀은 옳다구나 하고 찍는 중이었다.
“옛날 회상이라도 했나 본데?”
해리의 말에 나는 끄덕였다.
집 안 촬영까지 끝난 후, 아디다스 촬영팀은 찍을 건 다 찍었다고 돌아갔다. 방송팀이 빠지고 나서야 나와 해리는 집 안을 구경하러 움직였다.
그때, 크리스가 집 밖으로 나왔다. 에린과 어머니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크리스가 가까이 다가오자 농담조로 말했다.
“실컷 울었냐?”
“하하··· 해리, 좋은 집 구해줘서 감사해요.”
“다른 데는 안 봐도 되겠어?”
“네, 여기가 마음에 들어요.”
내 말을 은근슬쩍 피한 크리스는 해리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크리스가 우물쭈물 대고 있자, 해리는 먼저 들어가서 문제 있는 곳이 없나 살펴보겠다고 했다.
해리가 멀어지자마자 내가 물었다.
“왜? 할 말 있어?”
“어··· 제가 어제 미스 한한테 물어봤는데요, 한국에서는 이렇게 감사를 표한다고 하더라고요.”
크리스는 어색한 자세로 허리를 깊게 숙이며 내게 인사했다.
“뭐 하는 거야.”
“감사하다고요. 저한테 기회를 준 덕에 이렇게 새집까지 갖게 됐어요. 그것도 내 돈으로요.”
“뭐가 고마워. 막판에 망칠 뻔했는데.”
나는 당황스러워서 생각나는 대로 내뱉었다.
허리를 다시 편 크리스는 밝게 웃고 있었다.
“그것조차도 태가 승부조작에서 절 건져내고, 방송을 찾아주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했던 일이잖아요. 정말 감사해요.”
“···괜찮아.”
“근데 진짜 돈 한 푼 안 받아도 돼요?”
크리스는 정말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축구 계약에는 에이전트 이적료가 약 10% 정도 발생하는데, 나는 그걸 한 푼도 받지 않고 에린에게 넘겼다.
“지금 에이전시랑 관계도 있으니까 뭐··· 괜찮아. 원래부터 이렇게 하려고 했고.”
“그래도요···.”
“이게 다 투자야. 나중에 내가 에이전시 차리면 너 혼자 나 먹여 살려야 할지도 모른다? 여러 팀 뺑뺑이 돌릴 수도 있어.”
“얼마든지요.”
허세를 섞어 말해봤는데 크리스는 담백하게 답했다.
나는 민망해져서 입을 다물었다.
크리스가 또 한마디를 덧붙인다.
“수고하셨어요.”
적당히 얼버무리려던 나는, 머리를 긁적인 후 결국 웃고야 말았다.
“그래, 너도.”
크리스가 주먹을 내밀고 다가와, 나도 주먹을 쥐고 가볍게 부딪혔다.
오늘은 내 선수의 첫 계약을 이룬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