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65
65
16. 시즌 개막, 이적시장 종료 (1) [여기서 부터 유료입니다]
크리스가 풀햄에 입단한 지 한 주가 흐르고, 월요일이 됐다.
나는 크리스가 잘 지내는지 확인하고, 풀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정보를 모으기 위해 일주일 동안 분주하게 풀햄을 드나들었다.
세바스티앙의 일정에 따라 달라지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점심부터 저녁까지는 세바스티앙과 함께 있고, 밤에는 런던으로 이동해 다음 날 아침을 크리스와 함께하고, 훈련을 참관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구경한 후에 다시 브라이튼으로 돌아갔다.
기름값이 아주 많이 나온 일주일이었다.
“이게 뭐죠?”
“일단 받아주시겠어요?”
지금 나는 훈련이 시작하기 전, 풀햄의 감독실에 들어와 있었다. 풀햄의 감독, 요카노비치에게 크리스에 관해 알려줄 게 있다며 크리스를 통해 면담을 신청해 만나고 있었다.
요카노비치는 나를 흘긋 보고 내가 내민 종이뭉치 두 부를 받았다.
커다란 뭉치는 헬퍼와 그동안의 경기를 보며 분석한 크리스에 대한 모든 것이었고, 상대적으로 작은 뭉치는 풀햄 선수들에 대해 알아낸 것들을 다 적어둔 것이었다.
브라이튼을 도와줬던 것의 복제판이었다. 브라이튼의 감독, 로이 브래들리는 내 정보를 적용해 전술과 훈련에 큰 변화를 만들었고, 프리시즌동안 큰 효과를 보고 있었다.
크리스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했기에 일주일 동안 발로 뛴 결과물을 감독에게 넘기고 있는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요카노비치는 ‘이놈 뭐지?’하는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나도 알고 있다. 나는 유명한 코치도 아니고 컨설턴트도 아니다. 요카노비치는 나를 크리스의 친한 형 정도로 알고 있었다. 이런 위치에서 주제넘게 조언하면 거부감만 생긴다.
“크리스가 개인적으로 훈련할 때 만들었던 자료입니다. 크리스 훈련에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아아···.”
“그리고 아래 건 제가 보고 느낀 풀햄 선수단에 대한 의견입니다.”
요카노비치의 얼굴에는 의문이 더 깊어졌다.
“이걸 당신이 왜···?”
“감독님이 선수단을 더 잘 파악하면 크리스에게도 시너지가 되니까요.”
나는 요카노비치가 느끼고 있을 감정을 내 입으로 말했다.
“미친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대체 네가 뭔데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크리스에 대한 자료만 활용하셔도 됩니다. 이 자료는 크리스 본인도 많이 참고한 거니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러죠.”
나는 최대한 예의 바르게 보이도록 행동했다. 말투도 부드럽고 조곤조곤하게. 내가 이렇게 나오자 요카노비치는 곤란한 기색이면서도 자료를 자신의 파일 철에 끼워 넣었다.
“아, 그런데 제가 넘긴 풀햄의 자료 중에 지금 당장 조치해야 하는 문제가 하나 있어서 말입니다.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말해보세요.”
“루이 폰테의 오른쪽 햄스트링(대퇴후부) 당장 검사해야 합니다. 물리치료가 있으면 더 좋겠고요. 오늘 훈련을 다 소화하면 100% 부상당할 거거든요.”
“루이 폰테? 지난주까지도 훈련 잘 소화한 선수를 왜···.”
“못 믿으시면 어쩔 수 없지만 후회하실 겁니다.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재수 없는 소리를···.”
이런 식으로 말해놓으면 찜찜해서 못 견딜 거다. 나는 감독실을 나섰고, 문을 닫기 전에 본 건 내가 준 자료를 넘겨보기 시작하는 요카노비치였다.
훈련장에 나와 크리스에게 몸 상태가 어떠냐고 묻고, 평소대로 안면을 익힌 선수와 코치들과 잡담을 나눈 후에 아디다스에서 나온 카메라맨과 함께 관계자석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훈련 시작 전에 루이 폰테가 요카노비치에게 불려 나가는 걸 볼 수 있었다. 요카노비치는 나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러면서도 구단 팀닥터를 불러 루이 폰테를 어딘가로 보냈다.
루이 폰테는 어리둥절하면서도 감독의 지시를 따랐다.
훈련 첫 타임이 진행되고 얼마 후, 슬슬 브라이튼에 내려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요카노비치가 어느새 다가와 있었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요카노비치의 손에는 방금 막 통화를 끝낸 것처럼 휴대폰이 쥐어져 있었다. 확인했구나.
“걷는 폼을 보면 알 수 있죠. 자세한 건··· 죄송합니다만 영업 비밀입니다.”
이렇게 어중간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헬퍼로 알아낸 요카노비치의 성향 덕분이었다.
[슬라비사 요카노비치]-타인이 숨기려고 하는 것은 절대로 묻지 않는다.
예상대로 요카노비치는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뭔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나를 감독실로 데려갔다. 이번에는 차를 먼저 내왔다. 아까와는 다른 대접이었다.
“위험할 뻔했다고 하더군요.”
루이 폰테는 알고 보니 쉬어야 할 어제 지인들과 축구를 하며 놀았다고 한다. 얼마나 열심히 놀았는지 햄스트링이 엄청나게 지쳐있는 상태였다고.
오늘 훈련은 급 가속하는 동작이 많은 러닝 훈련 위주였기 때문에 진짜 높은 확률로 부상당할 뻔한 거였다.
요카노비치는 호기심 가득한, 반짝반짝한 눈으로 나를 내려 보고 있었다.
보통 저런 눈빛이면 나를 올려다보는 구도여야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전혀 귀여워 보이지 않았다.
“루이 폰테에 대한 내용은 이 자료 안에 없더군요. 혹시 더 얘기해주실 게 있습니까? 아니라면 더 묻지 않겠습니다.”
그렇지, 루이 폰테의 부상위험상황은 오늘 얻은 정보고, 넘긴 자료는 어제 만든 거니까.
요카노비치가 내 자료를 신뢰해 주면 크리스에게도 좋은 일이었기에,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스테판 요한센이 겉으로는 강직해 보이지만, 요즘 들어 향수병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멘탈이 약해질 시기니 조금 신경 써주셨으면 합니다. 풀햄에는 실력 좋은 선수들은 많지만, 리더 타입은 없죠? 요한센이 향수병만 극복한다면 팀 내 중심을 잡아줄 선수니 반드시 신경 써주세요.”
“···그리고요?”
“이브라힘 시세는 준수한 체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가면 퍼질 거예요. 관리가 필요한 선수죠··· 라이언 세세뇽은 세계 최고의 풀백이 될 자질의 선수지만, 윙어로도 그만큼 활약할 수 있어요. 상황에 따라 몇 번 활용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나는 오늘 얻은 정보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얘기했다. 생각나는 대로 얘기해서 중구난방이었지만, 요카노비치는 내 말을 필기하는 열의까지 보였다.
내 얘기가 끝나자 요카노비치가 물었다.
“왜 이렇게 도와주십니까? 바라는 게 뭡니까?”
“아까도 얘기했듯이 크리스에게 시너지가 되길 바라서입니다.”
“흠···.”
요카노비치는 나를 관찰하듯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일단 감사합니다. 도움에 대한 대가라고 하기엔 뭐 하지만··· 크리스에 대해 그렇게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크리스는 제가 생각했던 거보다 더 뛰어난 선수였거든요.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셨더라도 크리스를 중심으로 새 전술을 기획 중이었습니다.”
요카노비치는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이게 많이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아, 이제 저는 가봐야겠습니다.”
더 늦어지면 세바스티앙의 오후 스폰서 스케쥴에 차질이 생긴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문을 열어준 요카노비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대체 당신 정체가 뭡니까?”
“그냥 크리스가 잘되길 바라는 사람 정도라고만 생각해주세요. 정보수집이 취미인. 본업은 에이전시 직원이에요. 크리스는 제가 개인적으로 돌보는 애라 에이전시 소속은 아니고요.”
“밝히기 싫은 모양이군요··· 알겠습니다. 아무튼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루이 폰테가 빠지면 스쿼드를 구상하는데 큰 차질이 생기거든요.”
“다행이네요.”
“앞으로도 이런 게 더 있다면 계속 부탁하겠습니다··· 그리고 정보라··· 혹시 그 정보에 제 정보도 있습니까?”
요카노비치가 질문을 던졌다. 농담삼아 던진 질문 같았다. 나는 코를 킁킁대고 답해줬다.
“아무리 잠이 안 와도 자기 전에 술 마시고 주무시지 마십시오. 정 어려우면 보드카는 너무 도수가 세니 조금만 드시거나 도수가 낮은 술을 드시거나.”
“네? 어떻게 그걸···.”
“매일 아침 보드카 냄새가 나니까 그렇죠. 저 말고 좀 예민한 선수들도 다 알 걸요?”
이건 헬퍼로 볼 것도 없는 거였다.
매일 아침 인사할 때마다 술 냄새가 은은하게 풍겼으니까. 감독이 마시는 보드카 향은 한여름이 안동소주랑 비슷한 것 같다고 자주 마셔대는 술이라 알고 있던 거고.
감독이라는 게 외로운 직업이라 술을 찾는 이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지만, 언제 과해질지 모르니 늘 조심해야 한다.
“아무튼 몸 관리 철저히 하세요. 감독님이 잘 해줘야 우리 크리스도 잘할 수 있으니까.”
“이거 한 방 먹었군요.”
요카노비치는 씩 웃었다.
나도 마주 웃어주고, 풀햄 구장을 나섰다.
*
크리스는 풀햄에 입단하자마자 광고, 전속모델 건이 잔뜩 들어왔다. 나는 에린과 함께 구단의 커머셜 디렉터와 아디다스의 관계자와 만나 한동안은 풀햄에 적응하는 데만 집중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두 쪽은 프리 시즌 이후에는 어느 정도 해 줘야 한다는 선에서 타협을 걸어왔고, 나는 그걸 받았다.
그래서 크리스의 지금 생활 범위는 훈련장과 집뿐이었다.
나는 요카노비치 감독과 친해진 후에도 시간이 남을 때마다 풀햄에 찾아가 헬퍼의 데이터를 채웠다.
혹시라도 적응에 문제 되는 게 없나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선수들은 다행히도 크리스에게 호의적이었다. 헬퍼의 일부 데이터로 추론해 봤을 때, 처음에는 유명인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나중에는 크리스의 재능에 감탄하며 크리스를 인정해줬다.
실력을 보여주니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들은 의외로 크리스가 훈련에서 드문드문 보여주는 재능에 호들갑 떨지는 않았는데, 풀햄에는 크리스보다 더 화제가 되었었고, 한 시즌을 함께 보냈던 천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름은 바로 라이언 세세뇽.
크리스보다 한 살 어린 2000년생이며, 애슐리 콜과 데이비드 알라바의 뒤를 이을 월드클래스 왼쪽 풀백이 될 거라고 언론에 선정된 적도 있는 괴물이었다.
잉글랜드 프로리그 최초 2000년생 득점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 시즌에는 챔피언십에서 30경기 정도에 출전해 자신의 가능성이 허명이 아니었음을 보여줬었다.
헬퍼 또한 인정해줬다.
[라이언 세세뇽]-현재 능력 : ★★★★★
-잠재 능력 : ☆☆☆☆☆☆☆
-적정 포지션 : 좌측면 전 포지션.
이 녀석도 일곱 개였다.
처음에는 일곱 개라 눈이 뒤집혀서 휴대폰을 두들겼는데, 이미 다른 에이전시에 소속된 선수였다. 아쉽긴 해도 관심을 접어둬야 했었다.
크리스는 이 라이언 세세뇽과 가장 친하게 지냈다.
첫날에는 데면데면한 사이였는데, 연습경기에서 둘은 급격히 친해졌다.
크리스가 몇 수 앞의 패스를 찌르면 세세뇽은 아무렇지도 않게 낚아채줬고, 세세뇽이 패스를 찌르는 곳에도 크리스가 있었다. 크리스가 가끔 보여주는 몇 수 앞의 무브먼트도 세세뇽은 어색하지만 금세 따라잡아 줬다.
그 연습경기가 끝나자마자 해맑은 세세뇽이 크리스에게 대단하다면서 어깨동무를 걸어왔고, 하루 이틀 지나니 둘은 단짝처럼 매일 같이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이 사진이 언론에 나가 차세대 잉글랜드를 이끌 두 선수의 만남이라고 기사가 나기도 해, 가레스 베일이 나에게 전화해 ‘진짜 잉글랜드로 갈 거예요?’ 라고 물었던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세바스티앙의 경우에는 광고촬영이나 행사는 프리시즌 초중반에 다 끝냈기에 생활패턴이 집-훈련장 무한반복이었다.
브라이튼에서는 감독 로이와 전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세바스티앙에게 영어 과외를 일주일에 세 번 해주는 게 주요 일정이었다.
그 외에는 정말 할 게 없었다. 세바스티앙이 매일같이 올리는 SNS 문구를 점검해주는 정도가 다일 정도였다.
세바스티앙과 크리스 둘 다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간 것 같아 에이전시의 컨설턴트 팀에 계획보다 빨리 들어갈까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크리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대처하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시즌 첫 경기까지는 얘기 안 하고 대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쪽에서 급하다고 요청한 적도 없었으니.
그렇게 시간이 흘러 시즌 개막 날이 다가왔다.
8월 5일.
잉글리시 챔피언십 리그는 프리미어 리그보다 일주일 먼저 경기가 치러진다.
경기 수가 46경기로 프리미어리그보다 8경기가 많기 때문이었다.
크리스는 개막전을 원정 경기로 치르게 됐고, 입단한 지 이 주가량밖에 안 됐지만, 선발 명단에 그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크리스의 2부 리그 데뷔 첫 상대는 밀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