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67
67
16. 시즌 개막, 이적시장 종료 (3)
삐익-!
휘슬이 울리며 경기가 재개됐다.
구단주의 썩은 표정을 즐겁게 구경하던 나는 다시 필드 위로 시선을 돌렸다.
필드 위에서는 득점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경기가 흘러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밀월은 다섯 명의 수비수 중 한 명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시켜 4-1-4-1 진영으로 바꿨고 라인 전체를 올려 공격적으로 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1-0의 점수 차를 따라잡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그 탓에 상대적으로 수비망이 헐거워져 풀햄의 선수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특히, 공간이 많이 허용되자 여유가 생긴 크리스가 대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크리스는 생각할 틈이 늘어나자 오른쪽만 계속 보다가 느닷없이 왼쪽으로 패스하질 않나, 중앙으로 패스하려는 척하면서 자기가 몰고 가서 중거리 슛을 때려보질 않나, 갖가지 훼이크 모션으로 밀월의 수비진들을 농락하기 시작했다.
“저 새끼 다리 분질러 버려!”
“막으라고!”
우리 주변의 밀월 팬들이 휴지 등을 집어 던지며 크리스가 공을 잡을 때마다 욕설을 퍼부었다. 팬들이 적 팀 선수에게 위협적인 욕을 하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지금은 가장 위험해 보이는 선수에 대한 두려움이 틀림없었다.
크리스는 쏟아지는 야유에도 흔들리지 않고, 세세뇽의 패스를 논스톱으로 폰테에게 패스해 다시 한 번 기회를 만들어줬다.
폰테가 골을 넣진 못했지만, 나한테는 크리스의 스탯에 키 패스가 +1 된 것만이 중요했다. 기록원에서 어떻게 체크할지는 모르겠지만, 전반전 35분, 크리스의 현재 키 패스는 3개였다. 지금까지는 훌륭하다 못해 더할 나위 없는 데뷔전이었다.
풀햄의 찬스는 계속됐고, 그 중심에는 크리스가 있었다.
크리스가 찔러주고 세세뇽이 침투하는 패턴이 반복되기 시작하자, 수비수 하나가 크리스에게 거칠게 달라붙기 시작했다.
그 수비수는 몇 분 안 돼서 사고를 쳤다. 그는 크리스와의 공중볼 다툼을 하며 팔을 휘둘렀고 크리스가 얼굴을 부여잡고 쓰러진 것이었다.
밀월 팬들은 아낌없는 환성을 보냈다.
“저런 미친놈들이···!”
“어떡해요. 어떡해.”
에린은 필드 위에 쓰러져 있는 크리스를 보며 초조해했다. 필드 위에서도 풀햄 선수들이 심판에게 항의 중이었다.
100% 레드카드라고 생각했는데 심판이 꺼내 든 건 노란 색 카드였다. 팔꿈치로 맞은 게 아니고, 고의가 아닌 경합 과정에서 나온 실수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풀햄의 원정 팬들이 야유를 쏟아냈지만, 밀월의 서포터들의 함성에 묻혀버렸다.
크리스는 다행히 얼굴을 만지작대며 일어났다. 크리스가 일어나자마자 밀월의 수비수는 왜 헐리웃을 하냐고 따지는 듯 자기 얼굴을 부여잡는 척을 하고 양손을 펼치며 대답해보라는 듯 따지기 시작했다.
저런 양심 없는 새끼.
다른 선수들이 끼어들어 상황이 격화되려는데, 당사자인 크리스는 밀월의 수비수를 빤히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진영으로 돌아갔다.
무시였다.
크리스는 바로 다음 플레이에서 자신이 화가 안 난 게 아니라, 그 화를 플레이로 승화시켰다는 걸 보여줬다.
밀월의 공격이 한 번 있었고, 풀햄의 골키퍼가 중앙으로 날아오는 슈팅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바로 긴 골킥으로 연결했다.
공은 풀햄의 공격수, 폰테의 머리를 향했고, 폰테가 어렵사리 따낸 공은 역습을 위해 전력으로 달라고 있던 크리스의 발에 떨어졌다.
크리스는 공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슈팅하듯 반대편으로 강하게 걷어찼다.
뻥 소리를 내며 발리로 맞은 공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반대쪽 사이드로 날아갔고, 한 선수 앞에서 뚝 떨어졌다.
크리스의 반대편에서 달리고 있던 세세뇽이었다.
“안 돼!”
“달려!”
“어어어어!”
풀햄과 밀월의 팬들의 외침이 겹쳤다.
세세뇽은 엄청난 스피드로 수비수들이 따라오기도 전에 골키퍼와 1대 1 상황을 만들었으며, 각을 좁히기 위해 뛰쳐나온 골키퍼를 보고 공을 톡 올려 찼다.
슬라이딩하던 골키퍼는 위로 손을 들어 허우적거렸지만 닿지 않았고, 공은 그대로 골라인을 넘어 네트를 흔들었다.
세세뇽은 골이 들어가는 걸 확인하지도 않고 패스를 넘겨준 크리스를 덮쳐 안았다.
뒤이어 따라온 선수들이 두 천재의 머리를 헝클며 격한 칭찬을 했다. 벤치에 앉아있던 요카노비치는 어느새 일어나 열렬한 박수를 치고 있었다.
고함과 욕설, 그리고 응원이 가득하던 밀월의 경기장이 침묵에 휩싸였다.
전반전도 채 끝나지 않았지만, 이들은 깨달은 것이다.
이번 경기의 주인공은 이 두 천재라고.
자신들은 천재들을 빛낼 조연일 뿐이라고.
나는 세레머니가 끝난 후에도 어깨동무 중인 크리스와 세세뇽을 보며 기사의 헤드라인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지금 저 모습 그대로 찍어서 메인에 걸면 딱이겠다.
이런 제목이면 더 좋겠고.
[두 천재의 만남, 새 시대를 알리는 서막일까?] [크리스 앨런, 실력을 증명하다.] [이 선수들을 주목하라!]···
“빌어먹을!”
즐거운 상상을 깬 건 분노에 휩싸인 외침이었다. 얼마나 컸는지, 저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나 말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시선의 끝에는 밀월의 구단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맥주캔이 구겨져 있었다.
그는 내 쪽을 노려보고는 입술을 깨문 후 경기장 밖으로 도망치듯 VIP석에서 빠져나갔다.
구단주가 그러고 나가자 VIP석부터 시작해 관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들처럼 혼란스러워하지 않았다.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에이, 끝까지 보고 가지. 참을성이 없는 구단주네요.”
“그러게 말이다.”
에린이 방긋 웃으며 말했고,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받았다.
“전반전도 안 끝났는데 말이야.”
내가 느낀 감정은 유쾌함이었다.
손쓸 틈도 없이 두 번이나 당해서 그런지 밀월의 선수들은 이후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후반전에 들어와서 역습 한 방으로 1점을 따라잡았지만, 이번에는 크리스의 패스에 이은 세세뇽의 크로스, 그리고 루이 폰테의 헤딩 골로 3-1로 멀어졌다.
크리스는 공격 포인트는 추가하지 못했지만, 꾸준히 기회를 만들어주며 키 패스 회수를 5개까지 올렸다. 태클도 두개나 따내 수비에 소홀하지 않는 선수임을 입증했다.
경기는 풀햄의 승리로 끝났고, 나와 에린, 크리스의 어머니는 프레스존(인터뷰 장소)으로 향했다.
미리 받아 놓은 관계자증이 힘을 발했다.
이동하는 중에 크리스가 MOM을 받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역시나 MOM은 크리스가 아닌 세세뇽이 받았다.
2어시스트 5키패스와 2골 1어시스트 중 공격포인트가 많은 쪽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세세뇽은 단독 인터뷰를 하지 않고 크리스와 어깨동무를 한 채 함께 기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경기 내용에 대한 일반적인 인터뷰가 끝나고, 한 기자가 물었다.
“경기에서 나온 환상적인 세트플레이는 사전에 연습된 건가요?”
세세뇽이 크리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연습한 거 맞습니다. 아이디어 제공자는 이 자식이고요.”
“오오오오.”
기자들의 탄성에 크리스는 민망해하며 말했다.
“운이 좋았습니다. 제 계획대로라면 세세뇽이 공을 잡고 찼어야 했는데, 얘가 흥분해서 그런지 논스톱으로 감아 찬 겁니다. 시간 충분했는데 날렸으면 어쩌려고 한 건지. 쯧···.”
크리스의 농담 섞인 인터뷰에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세세뇽은 발끈하며 찰만했으니까 찬 거라고 따졌다.
이어서 기자들이 크리스와 세세뇽이 친해 보인다는 물음을 던졌고, 세세뇽은 친구 아니라고 비즈니스 관계라고 말했고, 크리스도 그걸 받아 여기서 나가면 말 한마디 안 한다고 하며 프레스룸에 웃음꽃을 피웠다.
기자들 사이에서 둘의 투닥거리는 모습을 본 나는 미소를 지었다.
친한 선수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다른 선수들도 지나가면서 크리스의 머리를 헝클거나 농담 한마디씩 던지고 지나갔다. 앞으로 적응은 걱정 없을 것 같았다.
첫 경기를 제대로 치렀다는 것 때문인지 크리스는 평소보다 풀어져 있었다.
기자들은 둘의 친분을 묻는 질문으로 물꼬를 터 점점 사적인 이야기를 묻기 시작했다. 취미가 뭐냐부터 시작해 존경하는 선수는 누구냐, 앞으로의 포부는 어떻냐 같은 시답잖은 얘기들 말이다. 크리스는 질문들에 바로 대답하려 했다.
나는 선글라스를 끼며 외쳤다.
“크리스!”
입을 열려던 크리스는 내 목소리에 바로 반응했다.
내 얼굴을 보더니, 내가 당부했던 했던 말을 떠올린 듯 입을 다물었다.
기자들에게 휩쓸리면 안 된다. 기자들은 선수들을 위하는 게 아니니, 더 자극적인 내용을 원하고 필요하다면 선수의 인터뷰를 왜곡한다.
‘인터뷰는 미리 준비해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
크리스는 이후부터 웃음으로 때우거나 짤막하게만 대답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만족하고 에린을 남겨둔 후 나를 수상하게 보기 시작한 기자들 사이에서 빠져나왔다.
흥분에서 벗어나 평정을 찾은 크리스의 목소리는, 중저음이라 듣기도 좋았다.
“한 경기를 잘 마무리했으니, 이제는 다음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응원하러 원정까지 와 주신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무리 멘트도 깔끔했다.
*
크리스의 센세이션한 첫 경기 이후, 일주일이 지나갔다.
크리스의 실력이 프로 레벨에서도 통한다는 걸 확인한 경기였다. 인터뷰와 광고계약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들어와 에린이 하나하나 확인한다고 며칠 밤을 새워야 했다.
대부분 쳐냈고, 구단과 아디다스에서 물어온 핵심광고 몇 가지만 수용해 일정을 잡았다.
구단은 크리스의 초상권을 나눠 먹어 수익을 내야 했고, 아디다스는 개인 후원사이니 타협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런 기사도 나왔다.
[사우스게이트 : 세세뇽은 꾸준히 지켜보고 있는 선수, 앨런은 지켜볼 것.]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의 공식 인터뷰였다.
[콜먼 : 월드컵 플레이오프 이후 앨런을 직접 살피겠다.]웨일즈 국가대표팀 감독의 인터뷰도 함께였다.
에린에게 물었는데 각국 축구협회의 접촉은 아직 없었다.
한 경기니 좀 더 지켜보려는 모양이었다.
당장 들어온 제안들은 없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될 것 같았다.
일단 지금은, 세바스티앙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지켜볼 차례였다.
“몸 상태는 어때?”
“최고죠.”
세바스티앙과 아침에 했던 대화였다.
“준비는 잘 됐습니까?”
“네, 이번 시즌 맨체스터시티가 무섭다지만, 한 방 정도는 먹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브라이튼의 감독, 로이와의 대화였다.
여러 언론의 프리미어리그 시즌 프리뷰에서, 브라이튼은 30대 초반의 젊은 감독 로이와 에이스 세바스티앙이 어떤 시너지를 내느냐에 따라 순위변동이 심할 거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예상 순위는 18위.
강등권만 탈출하면 성공한 시즌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순위였다.
그런 야박한 평가를 받고 있는데··· 첩첩산중으로 첫 경기부터 이번 시즌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 맨체스터 시티를 만난 것이다.
각종 프로그램의 경기 예측에서, 모든 전문가는 망설임 없이 맨체스터 시티의 승리를 점쳤다.
그나마 개리 네빌은 축구전문방송에서 브라이튼이 프리 시즌에 멋진 전술적 완성도를 보여줬었다고, 맨체스터 시티를 한대라도 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을 냈다.
어쨌든 진다는 거였다.
크리스의 경기는 세바스티앙의 경기와 겹치는 바람에 나중에 영상으로 봐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지금 맨체스터 시티의 홈구장,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원정 관계자석에 앉아 있었다.
“저, 저걸 어떻게 이겨.”
경기가 시작되고 10분.
나는 옆에 앉은 관계자의 말에 마음속으로 동의했다. 내 눈은 필드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는 공룡이었고, 브라이튼은 갈매기 한 마리였다.
차원이 다른 경기력이었다.
크리스가 지난 주 경기에서 순간의 예술작품들을 만들었다면, 맨체스터 시티는 매 플레이가 예술작품이었다.
수비할 때는 마치 끈으로 연결된 것처럼 압박 그물을 만들었고, 공격할 땐 기계처럼, 문전에서는 예상치 못한 침투에 이은 패스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 압도적인 모습에 세바스티앙도 수비진용에 합류해야 했고, 브라이튼은 아무것도 못하고 얻어만 맞고 있었다.
약점이었던 풀백 포지션까지 보강한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하나, 펩 과르디올라의 위용이 경기장에서 드러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