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68
68
16. 시즌 개막, 이적시장 종료 (4)
“아이고, 못 보겠다.”
옆에 앉아 계신 브라이튼의 관계자분, 아마 운영팀 직원으로 기억하는 중년 남성은 경기장에서 눈을 돌렸다.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첫 승격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았을 텐데, 1분에 한 번씩 얻어맞고 있는 사랑하는 팀의 모습을 어떻게 본단 말인가.
이 분뿐만 아니라 브라이튼의 원정석 전체가 쥐죽은 듯 조용했다.
맨시티는 왜 자신들이 우승후보라 불리는지 첫 경기부터 증명하고 싶은 것 같았다. 아구에로, 제수스, 데브라이너, 워커 등은 연습이라도 하듯 쉽게 슈팅 기회를 만들어서 브라이튼을 두드렸고, 브라이튼의 수비수들과 미드필더들은 페널티 박스 안에 똘똘 뭉쳐 온몸을 던져 수비하고 있었다.
예상했던 상황인건지 연출된 평정심인지 감독 로이는 터치라인에 나와 팔짱을 낀 채 말없이 경기장을 보고 있었다. 워낙 차분해서 밀리고 있는 팀의 감독처럼 보이지 않았다.
로이와 많은 대화를 나눴던 나는 로이가 어떤 기분일지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경기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마구잡이로 막아내는 것처럼 보여도 분명 훈련 내용이 녹아들어 가 있었다. 태국 투어 이전부터 프리 시즌 전체를 지켜봤기에 알 수 있었다. 훈련 때나 연습경기 때 로이가 유난히 신경 쓰던 수비블록이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
계획보다 좀··· 많이 심하게 얻어맞고 있긴 했지만, 나는 반전이 일어나길 기대하며 경기를 볼 수 있었다.
다만, 상황을 모르는 팬으로선 보기 버거울 것 같긴 했다. 옆자리의 관계자분은 결국 고개를 떨군 채 두 손을 모아 기도 중이었다.
90분 내내 이러고 계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10분만에 관계자분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저기요! 일어나요. 빨리!”
“에, 예? 전반전 끝났습니까?”
“아뇨, 빨리 경기장 봐요. 로드리게스가 뛰고 있다고요!”
그 주인공은 세바스티앙이었다.
관계자분은 고개를 들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분뿐만 아니라 숨죽인 채 팀이 고통받는 모습을 견디던 브라이튼의 팬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고개를 든 관계자가 본 광경은 세바스티앙이 홀로 맨시티의 골대를 향해 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맨시티의 공격이 막 끝나고, 브라이튼의 골키퍼가 골킥으로 공을 멀리 찼다. 20분 내내 스톤스와의 경합에서 패배했던 브라이튼의 공격수가 이번에도 몸싸움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그는 밀려나는 와중에 악착같이 유니폼을 잡아당겼고, 그게 스톤스의 타점을 흔들리게 해 헤딩의 임팩트를 부정확하게 만들었다.
역습을 준비하기 위해 올라와 있던 세바스티앙은 운 좋게 그 공과 가장 가까이 있었다.
근처에 있던 맨시티의 미드필더 페르난지뉴도 달려들었지만 세바스티앙이 한발 앞서 공을 따냈다. 세바스티앙은 공을 잡아두는 게 아니라 앞 라인을 지키고 있던 맨시티의 수비수 멘디와 오타멘디 사이로 공을 강하게 차고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그렇게 지금 상황이 만들어졌다.
“달려! 달리라고!”
“신이시여! 제발!”
Run, go 등의 뛰는 동작과 관련된 온갖 단어들과 신에게 간청하는 말들이 주위에서 마구잡이로 들려왔다.
맨체스터 시티의 약점이자 강점인 높은 수비라인을 역이용한 플레이, 세바스티앙은 숨은 제대로 쉬는지 모를 정도로 속도를 죽이지 않고 계속 달렸다.
페널티박스에 가까워질수록 멘디와 오타멘디가 점점 따라붙어 왔다.
맨시티의 골키퍼 에데르손은 판단을 마쳤는지, 제자리에서 공을 막을 준비 중이었다.
좀 더, 조금만 더.
세바스티앙이 최소한 페널티 박스 안에서 슈팅할 수 있길 바라며 기도했는데, 야속하게도 오타멘디가 어느새 세바스티앙을 따라잡아 뒤에서 슬라이딩 태클을 걸었다.
“아··· 아!”
세바스티앙이 휘청이는 모습을 보고 탄식을 내뱉다가 공이 이미 세바스티앙의 발을 떠난 걸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에데르손이 몸을 던졌지만 세바스티앙이 넘어지면서 찬 공에는 강한 무게가 실려 있었다. 공은 에데르손이 손쓸 틈 없이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우와아아아아아아!”
“골입니다! 골이에요!”
나와 옆의 관계자분은 평소에는 인사 정도만 하는 어색한 사이였지만, 어느새 십년지기 친구처럼 얼싸안고 방방 뛰고 있었다. 주변 모든 관계자, 그리고 원정 서포터석의 브라이튼 팬들 또한 세바스티앙의 원샷원킬에 점프하고 손을 흔들고 소리를 질러대며 기쁨을 표현했다.
오타멘디의 태클에 걸려 한 바퀴 구른 세바스티앙은 골을 확인하자마자 원정 서포터석으로 달려갔다. 골을 축하하기 위해 브라이튼의 선수들도 세바스티앙을 쫓았다.
세바스티앙은 서포터석 앞에 도착하자마자, 선수들과 나란히 서서는 왼쪽으로 엉덩이를 한 번, 오른쪽으로 엉덩이를 한 번 그리고 양팔을 휘적거리며 아프리카 부족민 춤 같은 괴상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다른 선수들도 어색한 포즈로 그 춤을 따라 췄다.
뭘 해도 예뻐 보일 상황이었기에 팬들의 환호성은 두 배는 커졌다. 맨시티의 팬들뿐만이 침묵에 잠겨 그 광경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능욕이라 생각했는지 부들대는 사람들도 몇 보였다.
하프라인부터 시작된 단독질주, 일대일 상황에서 과감한 중거리 슛, 그리고 골.
환상적인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이었다.
경기가 재개되고 맨시티의 공격이 아까보다 거세졌다.
브라이튼은 세바스티앙의 골 덕에 자신감이 생겼는지 더 분명한 동작들로 맨시티의 공세를 막아냈다.
세바스티앙도 수비에 적극 가담하며 틈틈이 역습을 노렸다.
그렇게 전반전이 5분 정도 남게 돼 이대로라면 이변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허···.”
맨시티의 에이스, 케빈 데브라이너가 페널티박스 밖에서 느닷없이 중거리슛을 때렸다. 공은 수비들 사이로 낮게 깔려 대포알처럼 날아갔고, 브라이튼의 골키퍼는 제자리에 선 채 반응도 못 했다.
아무도 불평할 수 없는 완벽한 골이었다. 저건 사람의 발목 힘이 아니다. 세바스티앙의 골과 함께 이 주의 골 후보로 100% 선정될 게 훤히 보였다.
“쟤는 아마 일곱 개겠지···.”
아구에로도 그렇고 워커도 그렇고 실바도 그렇고, 맨시티에는 괴물들이 너무 많았다. 후보마저도 별 여섯 개일 것 같은 팀이다.
그렇게 전반전은 1-1로 끝났다.
후반전, 로이는 중앙수비수 한자를 빼고 공격수를 집어넣어 투톱을 만드는 과감한 전술적 변화를 시도했다.
전반전보다 더 불안하게 수비해야 했지만, 로이의 노림수가 맞아들어 이번에도 세바스티앙이 결과를 만들었다.
브라이튼의 훈련장에서 몇 번이고 반복됐던 패턴 플레이였다.
역습 찬스에서 중앙 미드필더 케빈 캄프가 풀백과 공을 주고받으며 템포를 한 단계 죽인 틈에 세바스티앙이 멘디의 뒷공간으로 뛰어들어갔고 케빈 캄프가 멋들어진 패스를 찔러줬다. 세바스티앙은 거구의 멘디에게 잡히기 직전 보지도 않고 중앙으로 패스를 보냈다.
연습한 대로 브라이튼의 공격수가 공을 받아 골문을 노렸다.
“아아···.”
방금까지도 고개를 숙이고 계시던 옆 관계자분이 어느새 일어나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슈팅은 에데르손에게 막혀 옆으로 튀고 있었다. 아마 코너킥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어어어!”
패스를 찔러줬던 세바스티앙이 어느새 리바운드를 노리고 달려들고 있었다. 선방하느라 쓰러져 있던 에데르손은 어떻게든 막기 위해 몸을 일으켰는데 세바스티앙은 치사··· 아니 교묘하게도 패스하듯 공을 찼다. 에데르손은 다시 몸을 낮추려고 허우적거렸지만, 관성은 이길 수 없었다. 공은 굴러서 골라인을 넘어갔다.
세바스티앙은 골을 확인하자마자 포효하며 바로 옆의 서포터석으로 달려갔다.
세바스티앙은 자신만만하게 서포터석을 향해 인사했고, 브라이튼의 팬들은 세바스티앙의 이름을 연호한 후에 양팔을 쭉 편 채 허리를 숙이며 에이스에게 경의를 표했다.
나 또한 맨체스터 시티라는 거함에 어뢰 두 방을 꽂아넣은 세바스티앙에게 손을 흔들었다. 프리시즌은 헛되지 않았다. 별 여섯개의 선수가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멋진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20분가량 남았으니, 조금만 더 버티면 브라이튼은 그 맨시티를 상대로 승점을 3점을 가져올 수 있었다.
브라이튼을 응원하는 모두의 얼굴에는 희망이 자리 잡았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뭐, 이렇게 좋게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잔혹한 법이다. 브라이튼은 결국 3-2로 패배했다.
체력 문제였다.
가장 많이 뛴 것 같은 세바스티앙은 괜찮았는데, 다른 선수들이 문제였다. 70분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던 수비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틈을 보이더니 맨시티의 작고 빠른 선수들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었다.
맨시티는 시작할 때와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20분 동안 슈팅 10개가량을 때리더니, 결국 제수스와 스털링의 골로 두 점을 넣어 역전했다.
그렇게 세바스티앙은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에서 패배했다.
이게 프리미어리그였다. 헬퍼를 통해 선수들의 능력치를 분석해 만들고 준비해낸 전술로도 어려운 무대. 90분까지 어떻게 될지 몰라 한치도 방심할 수 없는 곳이다.
아쉽긴 했지만, 나는 세바스티앙이 이번 시즌 우승후보를 상대로 최고의 임팩트를 보여줬다는 사실에 충분히 만족했다.
MOM은 세바스티앙이었다.
승리 팀은 맨시티의 선수들은 전체가 고루 활약했고, 세바스티앙은 독보적으로 활약했다. 그래서 세바스티앙이 상을 받은 거였다.
나는 통역을 돕기 위해 광고판 앞에 세바스티앙과 나란히 서 있었다.
조금 긴장되면서도 기뻤다. 프리미어리그의 MOM 인터뷰 정도면 우리나라 포탈 사이트에도 동영상이 올라갈 것이기에, 누나랑 친구들에게 말해서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얼마나 대단한 선수와 함께하는지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런 나와 달리 세바스티앙은 조용히 경기장 쪽을 보고 있었다.
나는 세바스티앙을 덜 신경 쓴 걸 자책하고 세바스티앙에게 물었다.
“괜찮아?”
“네, 어쩔 수 없죠, 뭐. 할 만큼 했으니까요.”
“진짜 잘했어. 맨시티 정말 잘하더라.”
“고마워요. 때.”
세바스티앙은 얼굴에서 아쉬움을 지우고 싱긋 웃어줬다.
그리고 기자들이 다가왔다.
세바스티앙이 기자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진지하게 답했다.
요즘은 영어가 부쩍 는 세바스티앙이 직접 인터뷰하기 때문에, 가끔 질문이 이해가 안 갈 때만 나의 도움을 받았다.
세바스티앙은 크리스와 다르게 능숙하게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고, 먼 원정을 온 팬들에게 감사인사도 잊지 않았다.
인터뷰가 끝나고, 우리는 구단 버스를 타고 브라이튼으로 돌아갔다.
2골.
세바스티앙의 프리미어리그 첫 경기 성적이었다.
크리스는 두 번째 경기에서 평점 7점 정도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공격 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몸에 딱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번에도 풀타임으로 뛰었기에 나는 안심했다.
하지만 크리스 본인이 만족하지 못했다. 크리스는 더 잘했어야 하는 경기라며 경기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영상을 세 번이나 돌려보았다고 에린에게 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크리스의 집에서 밥을 먹으려 했던 나는, 크리스가 지난 경기에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고, 어떤 문제가 있냐고 물어와 오후 내내 크리스를 컨설팅해줘야 했다.
다음 날 월요일 신문에서는, 세바스티앙이 프리미어리그 사무국과 각 언론사의 1라운드 BEST11의 우측 미드필더로 선정되는 경사가 있었다.
그리고 한 개 더.
-봤어요? 봤어요? 이번 라운드에 해트트릭한 선수가 한 명도 없어요! 제가 득점 1위라구요!
나는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신난 강아지 같은 목소리에 기분이 좋아졌다. 공동이었지만 세바스티앙은 틀림없는 득점랭킹 1위긴 했다.
“알고 있었어. 이제 일주일 동안은 네가 프리미어리그의 왕이다. 스카이스포츠 파워랭킹은 3위고, 사무국 랭킹도 4위더라. 진짜 잘했어.”
-그렇죠? 일주일 동안은 내가 최고라고요!
경기에서 진 건 벌써 잊어버렸나 보다. 뭐··· 밝으면 좋은 거지.
전화를 끊고 습관처럼 세바스티앙의 SNS를 살폈는데, 어느새 득점랭킹 1위 항목을 캡쳐해서 올려놓았다.
그리고 팬들의 축하 댓글에 실시간으로 대답해주고 있었다.
소파에 파묻힌 채, 히죽거리며 휴대폰을 두들기고 있을 세바스티앙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공과 사가 참 철저한 녀석이다. 경기 때나 훈련, 식단은 철저하지만, 그 외 시간은 확실하게 즐긴다.
나는 세바스티앙의 SNS를 끄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원래였다면 세바스티앙과 함께 브라이튼에 있어야 했지만, 나는 아직 런던에 있었다. 이제 크리스와 세바스티앙이 안정기에 들어섰으니, 내 경험치를 쌓기 위해 새 팀에 들어갈 시간이 됐다.
컨설턴트 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