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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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시즌 개막, 이적시장 종료 (5)
“안 된다고요?”
끄덕.
면접 보러 왔을 때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푸른 눈동자가 별 표정 없이 날 보고 있었다.
“어··· 곤란한데.”
컨설턴트 팀에 못 들어가면 한동안 할 일이 없는데.
“미스터 태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네요. 그렇게 일이 하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면 제가 일 중독 같잖아요.”
“다를 것도 없지요.”
케이티 큐빗은 냉정하게 말했고, 나는 할 말이 없어져 입을 다물었다.
“아무튼 불가능하니까 포기해요. 이적시장 종료까지 배정된 업무가 있는데, 미스터 태가 중간에 들어가면 업무 혼선이 일어나요. 별문제 없는 상황에 그럴 필요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때까지 예전처럼 미스터 왓슨을 돕거나 하면서 적당히 시간 보내세요. 배정은 이적 시장 끝나고 일주일 있다가 해 줄게요.”
오늘이 8월 14일이니까··· 이적시장이 31일에 끝나고 일주일 뒤면··· 거의 3주를 통으로 날린다. 해리와 함께 돌아다니는 건 이적 시장 전에 해봐서 굳이 또 하고 싶진 않았다.
크리스랑 세바스티앙이 저만큼 활약하고 있는데, 나도 빨리 경험치 먹어야 하는데. 대기발령이라니.
“그 이후에도 한동안은 번갈아가며 휴가 쓸 거라··· 미스터 태 기준으로는 많이 한가할 수도 있겠네요. 원래 에이전시가 이적시장 끝나면 한 달 정도는 느슨하게 운영되거든요. 알고 있죠?”
“휴가요?”
계약서에서 읽었던 한 조항이 갑자기 떠올랐다.
에이전시 직원은 반드시 써야 하는 휴가 일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저 그럼 지금 휴가 쓰면 안 돼요?”
한가하다 하더라도 지금보단 할 일이 있을 거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미리 휴가를 써 놓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괜찮겠네요. 알겠어요.”
케이티 큐빗도 동의해줬다.
*
휴가는 8월 31일까지 받았다. 꽤 긴 일정이었기에 나는 먼저 영국에서 일주일 동안 휴가를 즐겼다.
원래는 19일에 열리는 크리스의 세 번째 경기와 20일에 열리는 세바스티앙의 경기를 직관하고, 남는 시간 동안 다른 경기도 보고, 24일에 열리는 리버풀 대 호펜하임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까지 챙겨 보는 환상적인 휴가를 보낸 후에 한국에 돌아가려고 했는데, 휴가 받았으면 당장 돌아오라는 누나의 성화에 챔피언스리그는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응원가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You`ll never walk alone’을 경기장에서 직접 들어보고 싶었는데··· 많이, 정말 많이 아쉬웠다.
화요일까지는 브라이튼에 있으면서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세븐 시스터즈라는 이름의 하얀 절벽을 세바스티앙과 구경했다.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다음 날은 베니시오의 집에 들러 가족들과 함께 식사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는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등의 유명 팀들 투어를 신청해 행복한 마음으로 구장들을 돌아다녔다.
토요일 오전에는 크리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 런던으로 돌아와, 에린에게 점심을 사 주며 함께 쇼핑했다. 한국에 있는 막내와 누나를 위한 선물을 고를 때 큰 도움을 받았다.
크리스는 이번 경기에서 데뷔골을 터뜨렸고, 세바스티앙 또한 1골로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이어갔다.
둘 다 좋은 활약을 펼쳤기에, 나는 기분 좋게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
[태현석의 휴가 중, 어느 날]“그대로 둘 거예요?”
“응.”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케이티, 당신이 날 모른다고?”
대표의 집무실, 케이티 큐빗은 사무실에서와는 다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대표는 그 모습이 유쾌하다는 듯 웃었다.
“성과를 계속 내고 있잖아. 이럴 때는 건드리는 거 아니야. 계약기간도 1년 넘게 남았고.”
“그래도···.”
“세바스티앙을 위해 브라이튼과 태국에서 판타스틱한 활약을 펼쳤어. 그렇게 우리에게 100만 파운드 정도의 이익이 발생했고··· 이적 시장에서는 1,000만 파운드 이상의 거대계약을 두 개나 성사시켰지. 우리가 얼마나 벌었는지는 케이티도 잘 알잖아?”
“알죠.”
“돈뿐만이 아니야. 브라이튼을 쥐고 흔들 건수도 잡았어. 베니시오라는 준수한 선수를 에이전시에 데려올 수 있었고, 세비야와의 관계도 아주 좋아졌지. AT마드리드도 마찬가지. 세 구단 모두 내년 여름이적시장 때도 우리와 거래하겠다고 했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구단들과의 관계까지 가져다 준 거야. 불과 6개월 만에 이 정도나 이뤄냈다고. 정말 엄청난 친구 아냐?”
“저도 다 아는 내용이에요. 그런데 얼마나 대단하신 건지 업무 외 활동까지 시작했잖아요.”
“아아, 크리스 앨런?”
케이티 큐빗은 짜증을 섞어 말했고, 대표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네.”
“그게 뭐?”
“네?”
“진작부터 알고 있던 거잖아. 너무 그러지 마 케이티. 문제 되는 건 없잖아? 풀햄 관계자에게서 들으니 따로 챙긴 돈도 없고, 조언자에만 머물렀어. 그러면서 업무에 소홀했다면 모르겠는데··· 미스터 태는 크리스와 관계를 맺은 이후 우리 에이전시에 손해를 끼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그가 가져온 이익만 수백만 파운드야.”
케이티가 뭐라 입을 열려 하자 대표가 자르며 계속 말했다.
“무엇보다 조르제 멘데스의 제안까지 거절했다고. 나는 그 친구가 대체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 너무 궁금해. 명성, 돈 다 거절하고 선수를 택하다니. 풋내기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지만··· 그래도 미스터 태는 특별하단 말이지.”
“그럼 이대로 둘 거예요?”
“응.”
케이티 큐빗은 한숨을 쉬며 결국 고개를 끄덕여줬다.
대표는 턱을 만지작대며 태현석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컨설턴트 팀 말인데···.”
“안 그래도 물어보려 했어요. 팀장에게 알아서 배치하라고 하면 될까요?”
“아니, 좀 특별한 선수를 맡겨보고 싶은데···.”
“특별한 선수요?”
“그동안 미스터 태는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일에서 늘 성과를 냈거든. 얼버무린 게 한두 개가 아니지만, 뒤에 뭐가 있는 게 아니라면 절대 가져올 수 없는 정보까지도 가져왔고···.”
대표가 잠시 고민에 잠긴 동안, 케이티 큐빗은 대표의 말을 얌전히 기다렸다.
대표가 느릿하게 입을 연다.
“사람들이 오래 쓸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쓰는지 알아?”
“막 쓰죠.”
느닷없는 질문에 케이티 큐빗은 충실하게 답했다.
“그렇지, 미스터 태가 물건은 아니지만, 남은 기간 최대한도로 활용해 보자고.”
“그럼···.”
“컨설턴트 팀의 골치 아픈 두 녀석을 순서대로 맡겨.”
“조던 킹이랑 레온 캐머런이요? 전문가들도 손 못 대는 판에···.”
“바로 그래서야. 못하면 어쩔 수 없지만, 감이 말하고 있어. 미스터 태는 해결할 거야. 못해도 실마리라도 찾아줄 것 같아.”
케이티 큐빗은 대표의 말에 한참 대답하지 않다가 차갑게 말했다.
“역시 당신은 악당 같아요.”
“케이티, 나는 악당이 아니야. 그냥 능력 있는 직원을 효율적인 장소에 배치하는 거지.”
대표는 부드럽게 웃었다.
*
한국에서의 휴가는 평범했다.
6개월 만에 만난 가족들에게는 각종 선물을 했는데 반응이 가지각색이었다.
한여름의 술을 사며 함께 산, 100만원 대 양주를 받은 아버지는 박스를 소중히 끌어안았고, 수험생활에 찌든 다은이에게는 에린에게 추천받아 산 화장품을 받고 방긋 웃었다.
수험 생활 중에 피부가 많이 망가지는데 그걸 관리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다행히 다은이는 좋아해 줬다.
그리고 해외여행도 시켜주겠다고, 시험 끝나면 연락하라고 말했다. 대신 국가는 무조건 영국이라고 했는데 해리 포터의 열광적인 팬인 다은이는 첫 해외여행 기회에 눈을 반짝이며 오빠밖에 없다고 말해줬다.
어린 시절부터 늘 미안함을 갖고 있는 누나에게는 명품백을 선물했다. 그런데 누나는 브랜드명을 보자마자 쇼핑백 채로 내 머리를 후려치려했다.
아껴도 모자랄 판에 왜 이렇게 비싼 걸 사오냐 이거였다.
아무 말 없이 받았던 다은이와 아버지가 눈치를 보는 걸 보며 나는 누나를 설득하기 위해 애를 썼다. 말로 안 돼서 결국 내 통장 잔액을 보여주니, 그제야 조금 납득해 줬다.
앞으로는 이런 거 사오지 말라고 몸만 가지고 오라는 핀잔을 듣긴 했지만, 누나와 백은 무척 잘 어울렸다. 그냥 두면 또 아끼고 아끼기만 할 것 같아 다음에 올 때는 더 비싼 걸 사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친구들과도 술자리를 몇 번 가졌다.
신입사원으로 고생하고 있는 친구들이나 시험 준비하느라 애쓰고 있는 친구들을 모아 술자리를 만들어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들었다.
나도 어떻게 지내왔는지 말해야 했다. 포털 사이트 스포츠란에 있는 동영상에서, 세바스티앙의 옆에 있는 나를 보여줬다. 크리스도 한국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된 적이 있었기에, 친구 놈들은 크리스를 더 잘 알았지만 입이 싼 놈들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찍은 사진, 가레스 베일과 찍은 사진, 아론 램지와 찍은 사진 등을 보여주며 놈들에게 ‘부럽다 이새끼···.’ 라는 말까지 들을 수 있었다.
괜찮은 휴가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8월 30일 새벽, 나는 다시 런던에 돌아왔다.
28일부터 A매치 기간이어서 선수들은 다 집에서 쉬고 있었다.
30일에는 크리스의 집에 들렀다가 밤에 브라이튼으로 내려가, 9월의 세 번째 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못 올리고 9월의 선수상이 날아갔다며 한탄하는 세바스티앙을 위로했다.
시차적응을 위해 세바스티앙의 집에 틀어박혀 얌전히 있으니 남은 휴가 날이 사라졌고, 이적시장도 함께 끝났다.
이번 이적시장은 정말 특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언론작전을 통해 알바로 모라타를 사는 척하다가 첼시의 타겟이었던 로멜로 루카쿠를 7,500만 파운드(약 1,100억)에 낚아챘고, 첼시는 어쩔 수 없이 알바로 모라타를 6,000만 파운드에 구매했다.
1,000억 대의 젊은 두 스트라이커의 이적도 충분히 이슈였지만, 최고의 화제는 스페인과 프랑스의 거대구단들에게서 나왔다.
다음 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유력한 네이마르가 메시의 품을 벗어나기 위해 PSG 행을 택했는데, 여기서 발생한 이적료가 무려 2억 2천 2백만 유로(약 2천 9백억원)였다. 유럽 축구계의 이적료가 2억 유로를 돌파하는 순간이었다.
2억 유로를 넘게 쓴 PSG는 FFP(재정 페어 플레이 룰, 이적료를 과하게 쓰지 못하게 유럽 축구 연맹에서 제정한 규칙)가 무섭지도 않은지, 세계 최고의 10대, 킬리얀 음바페도 무려 1억 8000만 유로에 데려왔다.
또한 네이마르의 이적료로 돈을 번 바르셀로나는 도르트문트의 유망주 오스만 뎀벨레에게 큰 돈을 썼다. 자그마치 1억 3,000만 유로였다.
이번 이적시장을 통해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넘을 수 있었던 1억 유로의 벽을 유망주들도 넘을 수 있다는 걸 시장이 보여준 것이었다. 많은 전문가가 미쳐 돌아간다고 우려를 표했지만, 변화는 막을 수 없었다.
이번 이적시장 뿐일지도 모르지만, 시장이 한층 더 커진 것이었다.
이 시장에서 에이전트들은 성과를 올리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했다.
루카쿠의 에이전트인 ‘보드진과 서포터의 적, 장사꾼, 악마’ 등 수많은 악명을 가지고 있는 슈퍼 에이전트, 미노 라이올라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또 한번 거래하며 커넥션을 굳건하게 다졌고, 맨유에게 뒤통수를 맞은 모라타의 에이전트는 선수가 실망하는 모습을 보며 좌절했을 것이다. 재빨리 수습해 첼시로 이적하긴 했지만, 모라타가 가장 원한 팀은 맨유였다. 맨유의 상징인 붉은색으로 머리를 염색했던 사진이 기사로 나왔던 적도 있고, 맨유로 가는 건 영광이라고 몇 번 인터뷰하기도 했으니, 많이 아쉬울 거다.
네이마르의 에이전트, ‘축구계 최초의 슈퍼 에이전트’ 피니 자하비는 이적을 성사시키기 위해 친분이 깊은 PSG의 회장, 아버지, 그리고 네이마르 본인을 설득하며 이적을 진행 했고, 수수료로만 무려 1,200만 유로(약 160억)를 거머쥐어 이번 이적시장의 최고 성과를 올렸다.
오스만 뎀벨레의 에이전트는 전 세계의 축구팬들에게 욕을 먹었다. 오스만 뎀벨레가 이적할 수 있도록, 원소속 구단인 도르트문트의 훈련에 나가지 말라고 했다는 기사 때문이었다.
결국 오스만 뎀벨레는 도르트문트의 거센 저항에도 바르셀로나로 이적했으니, 에이전트는 본분을 다했다고 볼 수 있었다. 돈도 100억은 넘게 벌었을 거다.
이번에는 이적 시장에서 한발 물러나 선수들을 주로 지켜봤지만, 당장 다음 시즌에는 저 한복판으로 들어가야 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어느 날에는 저 기사들 사이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욕을 먹을까, 칭찬을 들을까.
그리고 그렇게 흔들어대는 언론과 팬들, 보드진들 사이에서 나는 선수만을 위해 온 힘을 다할 수 있을까.
처음 이곳에 왔을 때처럼 걱정이 밀려들었지만, 그때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동안 쌓아온 것들이 있었고, 그 결과물로 두 선수가 내 곁에 있었다.
크리스 앨런과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
둘은 각자 리그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성과도 내고 있었다. 이제 이들에게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간섭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나도 전력을 기울여야 할 시간이 됐다.
앞으로 남은 2년 후에는 독립할 수 있도록 말이다.
*
“앤드류 심슨이라고 합니다. 심슨이라고 불러요.”
다음 날, 컨설턴트 팀에 배정되며 시니어를 만날 수 있었다.
앤드류 심슨은 170cm 정도 가량의 바짝 마른 남자였다. 머리를 언제 정리한 것인지 더벅머리에다가 안경을 썼다. 그는 조금 차가운 인상을 주고 있었다.
“예, 심슨.”
“내가 미스터 태한테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그러니까··· 나는 구단과 협조해 선수들의 몸 상태를 살피고, 치료가 필요한 선수들은 구단에서 조치가 제대로 치러지는지 체크하고, 병마 때문에 힘든 선수를 카운슬링하는 일을 해요. 전문가가 필요하다면 매칭해주기도 하고요.”
“멋지네요.”
“고마워요. 그런데 말이죠. 미스터 태는 스포츠 의학 전공도 아니고, 경력도 없고, 일반 의학이나 물리치료 계통도 배운 적이 없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심리학 계통을 배운 것도 아니고.”
“네, 그렇죠.”
“그런데 대표님이 왜 나랑 같이 다니라고 했을까요?”
그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