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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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조던 킹 (2)
조던 킹은 생각과는 정 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과묵하다 못해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선수였다.
“조던, 인사해. 앞으로 자주 볼 거야. 나랑 같이 다닐 통역 겸 보조.”
소파에 걸터앉아 있던 조던 킹은 나를 흘긋 보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태현석이라고 합니다. 태나 현석이라고 불러주세요.”
조던 킹은 다행히 악수를 받아줬다. 손이 아주 커서 파묻히는 느낌이 났다.
지이잉.
나는 심슨과 함께 소파에 앉았고, 심슨은 조던 킹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아침에 재활훈련은 했어?”
“···아뇨.”
말을 못하는 건 아니었구나.
“밥은?”
사소한 질문들이 이어졌는데, 조던 킹은 대부분 고개를 저었다.
옆에서 들어보니 조던 킹은 재활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심슨은 끝까지 표정을 굳히거나 하지 않았다.
질문이 끝나고 차를 한 잔 마신 후에 심슨은 조던 킹에게 검진을 받으러 가야 한다고 했다.
“···아, 그랬죠.”
조던 킹은 소파 옆에 걸쳐있던 목발을 집어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 쪽으로 향했다.
나는 일어나기 전에 심슨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원래 이렇게 말이 없어요?”
“요즘 들어 더 심해졌어요. 재활 훈련에 점점 의욕도 안 보이고··· 너무 나쁘게만 보지는 마요. 상황이 좀 많이 꼬여서··· 본인이 가장 힘들 거니까요.”
뭐가 꼬인 걸까. 일단 조던 킹이 문 앞에서 멀뚱멀뚱 우리를 보고 있었기에 재빨리 일어나야 했다.
나는 일단 적당히 동조해줬다.
“겪어본 적은 없지만 정말 막막하다고 들었어요. 안타깝네요.”
심슨과 함께 집 밖으로 나온 나는 차에 타기 전 조던 킹의 정보를 살폈다.
[조던 킹]-에버튼 유스 팀 출신
-1995. 7. 17일 생
-잠재 능력 : ☆☆☆☆☆☆
월드클래스까지는 아니어도 충분히 훌륭한 재능을 가진 선수였다.
치료에 대한 좋은 힌트가 나타났다면 좋았겠지만, 앞으로 더 시간이 있으니 괜찮을 거다.
나는 심슨의 도움을 받아 뒷좌석에 타는 조던 킹의 얼굴을 봤다.
조던 킹은 지나칠 정도로 초연해 보였다. 과격하지 않은 건 좋았지만··· 오히려 다 포기한 것 같아 보여 보는데 괜한 불안감마저 들었다. 악동으로 유명했던 선수답지 않았다.
나는 심슨과 조던 킹을 태우고 맨체스터 내의 가장 큰 병원으로 향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의료팀 직원과도 만나고, 의사들에게 몸 상태 검사받고, 약 등을 처방받는 와중에도 조던 킹은 얌전했다. 마취제를 맞은 사자 같았다.
조던 킹이 검사받는 걸 보며 심슨에게서 자세한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정말 열심히 했어요. 다른 선수들처럼 우울해하는 건 볼 수도 없었죠. 빨리 복귀하고 싶다고 의사가 적당히 하라고 할 정도로 열심이었어요.”
조던 킹이 부상당하던 장면은 내 머릿속에도 있었다.
작년 리그 3라운드에서 조던 킹의 중거리 슈팅을 막기 위해 상대 수비수가 슬라이딩 태클을 했는데, 그 선수가 발바닥부터 들어와 조던 킹의 발목을 꺾어버렸다. 정말 끔찍한 부상이었다.
상대 선수는 장기 출장 정지를 당했지만, 조던 킹은 그 선수보다 먼저 돌아오지 못했다. 수술까지 해야 하는 심각한 부상이라고 언론에 나왔다.
다행히 수술이 아주 잘 됐다고, 시즌 종료 전에는 돌아오겠다고 인터뷰하는 영상과 기사까지 돌았었다. 자신의 SNS에 재활훈련을 하는 영상을 가끔 올려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는 시즌 말미에도 돌아오지 못했고, 새 시즌이 시작한 지금도 돌아오지 못했다.
내가 아는 부분이 여기까지였다.
“수술은 잘됐었는데··· 어디서 감염된 건지 괴사가 일어난 게 문제였어요.”
심슨은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항생제를 처방받으면 쉽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괴사는 점점 심해지기만 했죠.”
“산티 카솔라처럼요?”
내 물음에 심슨은 놀란 눈으로 잠깐 날 봤다. 그리고 설명을 계속했다.
“맞아요. 아주 비슷해요. 그래도 카솔라의 선례가 있어서 조던은 더 빨리 새 의사를 찾았고, 그 지경까지 가지는 않았어요. 새 의사가 말하길 원인은 치료제가 아직 나오지 않은 박테리아 감염이라고 하더라고요.”
맨시티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복지 클럽답게 조던 킹의 회복을 위해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의사들과 접촉했다고 했다. 에이전시도 협력해 전력을 다해 도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에도 치료제는 찾을 수 없고, 여러 나라의 여러 연구소에서 개발 중이라는 답변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절단을 할 순 없었기에, 조던 킹은 여러 항생제를 돌려쓰고, 수술을 반복하며 치료제가 만들어질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게 지금의 상황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조던 킹은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요즘 들어서는 재활도 잘 안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래서 복귀가 늦어졌구나.
“시간 싸움이죠. 맨시티 관계자들과 새로 발표되는 논문들을 살펴보고, 학회에 잘 나타나지 않는 연구원이나 교수들을 찾아가보고 있어요.”
그때 조던 킹이 검진을 마치고 나왔다.
“듣기 싫어요.”
조던 킹은 검진결과를 듣지 않고 밖의 의자에 앉아서 우릴 기다리겠다고 했다.
우리는 의사에게서 조던 킹의 몸 상태에 대한 소견을 들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수치를 들어 말해줬지만, 한마디로 지난번보다 나빠졌다는 얘기였다.
심슨은 우울해하며 맨시티의 관계자에게 자료를 복사해 넘겼고, 한 부는 챙겨 가방에 넣었다.
우리는 조던 킹을 태워 다시 집에 데려다 놓았다.
조던 킹과 그렇게 헤어진 후, 심슨은 자신은 맨체스터 공항을 통해 갈 곳이 있다고, 모레 세바스티앙의 경기가 있으니 다음 주부터 다시 보자고 했다.
나는 당장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아까 전화내용을 들었는데, 그··· 누누 박사님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
“네, 맞아요. 포르투갈에서 학술회의가 하나 열리는데, 누누 박사님이 참가하신다고 해서요.”
“조던 킹 때문에 만나는 거죠?”
“숨길 것도 없으니, 맞아요. 누누 페헤이라라는 이름의 박사님인데 이번 학술회의에 제출한 abstract(논문 초록)에서 조던 킹이 감염된 박테리아를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봤거든요. 이게 정말 획기적인 방법인데 박테리아를 ······.”
심슨은 신이 나서 각종 의학용어를 떠들기 시작했는데 당연하게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늘 생각하는데 이공계 계통 외계어는 사람 말이 아닌 것 같았다. 그게 의학 쪽이면 더.
나는 내가 알아들은 핵심만 물었다.
“그러니까, 조던 킹의 치료를 위해 누누 페헤이라 박사를 만나야 한다는 거죠? 미스터 심슨이 누누 박사님을 만나면 그분이 만들고 있는 치료제가 조던 킹한테 도움이 되는 건지 확인할 수 있다는 거고?”
“그렇죠, 정확해요. 치료제만 확실하면 나머지는 외과 치료면 충분하니까요. 문제는 그 박사님이 워낙 바빠서 공식 창구로 만나려면 앞으로 몇 개월은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교수로 계신 대학교까지 찾아갔는데 수업도 원격으로 할 정도가 많을 정도로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시거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학술회의까지 가는 거고요. 이번에 놓치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몰라요.”
“거기 가면 의사분들도 많이 만날 수 있나요?”
“네. 박테리아 치료제 관련 연구니까 그쪽 계통의 의사들은 많이 오죠. 관심 있어 하는 다른 쪽 분야들 의사도 있고.”
축구에 관심 있거나, 한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의 정보가 아니라면 못 모으지만, 여기가 유럽인 만큼 정보를 많이 모을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 교수를 만나 헬퍼로 정보를 얻으면 대화하는데 분명 도움이 될 테고. 어제까지 휴가여서 휴일에 대한 욕심도 없었다. 가능한 만큼 심슨에게 붙어있는 게 좋을 거라는 결론이 나왔다.
좋아, 가자.
“저도 갈 수 있나요?”
“세바스티앙 경기에 빠듯하지 않겠어요?”
“잠 좀 덜 자면 돼요. 괜찮습니다.”
“통역 있으면 저도 편하고 좋죠. 좋아요, 가죠. 비행기 삯은 에이전시에 청구해 줄게요.”
“···그거 좋은데요?”
심슨은 내가 미처 생각 못했던 부분을 짚어줬다.
*
정장을 차려입은 다양한 인종들의 사람이 의학 용어라는 외계어로 대화 중이었다. 중간마다 의사 가운을 입은 사람들도 섞여 있었는데 이들도 마찬가지로 외계어로 말하고 있었다.
이들의 연구를 집약해 전시된 판넬들이 오와 열을 맞춰 늘어서 있었다. 물론 여기도 외계어로 적혀있었다.
익숙한 공기가 아니라 너무 불편했다.
“캬, 분위기 좋지 않나요?”
나는 심슨을 따라 학술회의에 와 있었다.
커다란 출입증을 목에 건 나와 심슨은, 먼저 회장을 돌아다니며 누누 박사를 찾았다. 회장 안에는 없어서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누누 박사가 발표할 내용의 요약본인 판넬을 살펴봤는데, 심슨은 이걸로는 확인 못 한다고 박사를 직접 만나야겠다고 했다.
회장의 입구는 여러 개였다.
될 수 있으면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기 전에 접촉해야 한다고 해서, 입구들을 돌아다니며 지키기로 심슨과 얘기했다.
나는 어디를 맡을까 고민하다가, 가장 큰 입구에서 음료수와 팜플렛을 나눠주는 사람이 버거워하는 걸 발견했다.
“제가 주 입구를 담당할게요.”
“그래요. 응? 어디 가요?”
나는 자연스럽게 안내원 옆까지 가 말했다.
“도와드려도 될까요? 기다리는 분이 안 와서 좀 한가해서요. 주 입구 쪽으로 오신다고 했거든요.”
“어··· 감사합니다.”
다행히도 안내원은 영어도 알아들었고, 거부하지도 않았다. 나를 따라온 심슨은 내가 팜플렛을 나눠주길 시작한 걸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내가 말했다.
“이쪽으로 오실 확률이 가장 높으니 제가 이쪽이랑 안내 데스크 쪽을 보고 있을게요.”
“허, 친화력이 참 굉장하네요. 알았어요.”
심슨은 다른 쪽 입구로 가다가 멈춰 내게 당부했다.
“보면 어떻게든 잡아요. 대신 예의에 어긋나면 안 돼요. 당신도 에이전시 직원이라면 알죠?”
“당연하죠. 부탁하러 온 건데 무례하게 접근하는 게 말이 되나요.”
“그 상식 안 지키는 사람이 많아서 그래요. 아무튼, 보면 바로 전화해요. 문자 같은 것도 필요 없어요. 태가 전화하면 바로 이쪽으로 달려올게요.”
“예, 알겠습니다.”
나는 곧장 작업에 들어갔다. 내가 이곳을 맡은 이유는···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헬퍼 때문이었다.
오늘 밤에는 이 내용을 정리하느라 바빠지겠지만, 선수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부상 쪽은 확실히 모아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심슨을 따라다니면 이런 기회가 많이 올 것 같았다. 오늘은 감염 쪽 의사들이지만 다음에는 반드시 발목, 무릎 쪽 권위자들의 정보도 모아놔야 한다. 언제든지 선수들의 부상에 대비할 수 있도록.
나는 팜플렛을 나눠주며 박사, 석사 등 참가자들을 계속 터치했다.
그러면서도 심슨이 보여줬던 누누 박사의 얼굴을 찾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안내원은 내가 지나칠 정도로 열심히 하자, 미안해하면서 내게 음료수를 가져다줬다. 자신이 나눠주고 있을 테니 쉬라면서 말이다.
괜찮다고 말하는 것도 이상한 것 같아 나는 싱긋 웃으며 고맙다고 말하며 책상에 걸터앉았다.
음료수를 마시면서도 입구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누누 박사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선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다니. 심슨이 참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다가, 내 선수가 이런 상황에 부닥쳤을 때를 생각해봤다.
크리스를 예로 들어보면, 크리스가 이런 부상을 당한다면, 상상만 해도 기분이 나쁘지만··· 구단에서까지 적절한 대처를 못 해준다면 크리스는 그대로 은퇴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열심히 해야겠지.”
일하면서 최대한 많은 줄을 만들어줘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팜플렛을 집어들고 일어나는데, 누군가와 부딪혔다.
팜플렛이 바닥에 쏟아졌다.
참가자 중 하나인 것 같았다. 많이 급한 것 같아 보이는 목소리였다.
“죄송합니다. 어, 어. 제가 급해서요.”
나는 쪼그려 앉아 팜플렛을 다시 모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그러면서 고개를 들었는데, 익숙한 얼굴이었다.
“다행이네요. 그럼.”
남자는 내 얼굴도 제대로 보지 않고 뛰어나갔다. 블루투스를 한쪽에 끼고 반대쪽 귀를 막은 채였다.
“저기요!”
나는 벌떡 일어나 달렸다.
그는 우리가 기다리던 누누 박사였다.
누누 박사는 이미 시동이 걸린 차의 조수석에 올라타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크게 소리치며 차를 향해 뛰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차는 급히 떠나갔다.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했지만, 방향이라도 이쪽이었더라면 차 앞을 가로막아 볼까도 잠깐 생각했었는데.
나는 한숨을 쉰 후 심슨에게 전화를 걸었다.
“헉, 허억. 못 잡았어?”
전력으로 뛰어온 건지 심슨의 숨이 거칠었다.
“네. 뛰어나가서 바로 차타고 가셔서··· 다른 통로로 들어오셨던 모양이에요.”
“하아···.”
심슨은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쉬면서도 붙잡지 못한 날 탓하지는 않았다.
나는 심슨이 오는 동안 살폈던 누누 교수의 정보를 떠올리며, 심슨에게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