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74
74
17. 조던 킹 (5)
-때, 제가 대학생도 아니고 화상 수업이 뭐예요.
“미안, 대신 다음 주에 보강까지 확실하게 해 줄게. 토요일까지 급한 일이 생겨서.”
세바스티앙에게 오늘은 화상 통화로 수업하자고 해야 했다.
세바스티앙은 칭얼거린 후에는 수업에 열심히 참여했다.
자주 쓰는 표현을 계속 말로 얘기해보는 것이었기에, 다행히 그리 큰 준비는 필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조던 때문에 바빠서 어쩔 수가 없었다.
왜냐면 오늘 12시가 되며 얻은 정보에
-팀에 자신의 자리가 없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라는 어제의 추리를 확인 사살하는 정보가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세바스티앙을 화상 과외수업해주는 걸 끝낸 후에는 앞으로 어떻게 일을 진행할지 생각해봤다.
정리해 보면, 맨시티가 자신 없이도 최고의 경기력을 펼치고 있어서, 복귀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음···.
“그렇게 안 봤는데 되게 소심하네.”
좌절감에 빠져 있다는 정보도 있었지··· 부상 때문에 정신이 많이 연약해진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은퇴라니, 너무 극단적이잖아.
띠리리리.
“아, 심슨.”
-별일 없죠?
심슨은 매일 전화해 조던 킹의 안부를 물었다.
“네, 똑같아요. 그런데 심슨, 언제쯤 들러줄 수 있어요?”
-지금 사우스햄튼에 있어서··· 토요일 오후에나 갈 것 같은데요.
“아··· 알았어요. 혹시 제가 자료 요청하면 구해주실 수 있나요? 조던을 설득할 때 필요할 것 같은데···.”
-설득이요? 함부로 건드리지 마요. 천천히, 시간 들여서 설득해야 해요.
“아 맞다 그렇죠. 제가 마음이 급했네요.”
나는 적당히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다.
남은 날짜는 이틀.
천천히 설득할 시간은 없었다. 나는 그동안 얻었던 정보를 종합해 조던 킹을 설득할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려 세 가지 준비를 시작했다.
일단, 첫 번째.
자료 수집.
이건 어려울 게 없었다. 워낙 정보화 사회가 돼서 구글링을 해도 선수들의 스탯 정도는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구단 홈페이지에 가면 재무재정표도 나와 있는 게 요즘 시대다.
그리고,
“심슨, 필요한 게 있는데요···.”
설득이 아니라 내 지식향상을 위한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슨은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두 번째.
“심슨, 또 부탁해서 미안한데요. 펩 과르디올라와 통화할 수 있을까요? 경기 준비 때문에 바쁜 건 알겠지만, 조던 킹의 선수생명이 달린 일이라 전해주세요.”
“왜요? 조던 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
“네,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서요. 감독님이 직접 전화해주면 좋을 것 같거든요.”
“아··· 내가 부탁해볼까요?”
“제가 말해야 할 것 같아요. 번호만 주실 수 있나요?”
“알았어요. 부탁할게요.”
꼭 직접 만나보고 싶은 감독이었는데 저녁 무렵에는 직접 통화까지 했다. 나는 펩 과르디올라에게 조던 킹을 위한 모종의 부탁을 했고, 펩 과르디올라는 흔쾌히 수락해줬다.
그리고 세 번째.
나는 에버튼이 자리 잡고 있는 도시, 리버풀로 차를 몰고 왔다.
오늘은 금요일, 주말 리그 경기를 치를 에버튼과 토트넘의 2군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다.
서포터들을 만나기 위해 집을 일일이 돌아다닐 수는 없고, 토튼햄과의 리그 경기는 맨시티와 리버풀의 경기 후 치러지기 때문에 2군 경기에 찾아온 거였다.
평일에 열리는 2군 경기까지 찾아올 팬들이라면 정말 열성적인 팬들일게 틀림없었다. 나는 자신만만하게 구장에 들어가 서포터석을 찾아갔다.
리그 경기보다 많이 한산해 서포터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경기도 끝난 것 같아 얘기하기도 수월할 거라 생각했다.
문제는···.
“이 X 같은 놈들아! 그걸 축구라고 하냐!”
서포터들의 기분이 몹시 나빴다는 거였다.
4-0으로 패배한 에버튼 U23팀은 고개를 숙이고 인사도 않고 터널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젠장.
나는 어쩔 수 없이 서포터들의 리더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뭐야!”
“저 좀 도와주세요! 아니, 조던 킹 좀 도와주세요!”
“뭐?!”
험상궂은 인상의 서포터들이 나를 둘러쌌다.
*
“저기요.”
“···.”
“경기 그만 보고 내 얘기 좀 들어봐요.”
“···.”
“저기요!”
토요일,
아구에로가 선제골을 넣어 맨시티는 리버풀에게 1-0으로 앞서 가고 있었다.
맨시티가 엄청나게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고, 조던이 그걸 보고 좌절한다는 패턴을 생각했었는데 리버풀 또한 실점한 후, 맨시티의 뒷공간을 노리며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도 경기를 계속 보고 싶긴 했지만, 조던에게 이 경기를 오래 보여줘서 좋을 게 없다는 걸 알았기에 조던을 계속 불렀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천천히 설득해야 한다는 심슨이 온다면 방해가 될 지도 모르니 더더욱 빨리 진행해야 했다.
“아 답답해 죽겠네, 저기요. 은퇴할 생각이라고 했죠?”
내가 딱딱하게 말하자, 드디어 조던이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이제야 봐주네. 30분 걸렸어요. 알아요?”
조던이 다시 TV로 고개를 돌리려고 해, 나는 급히 말했다.
“맨시티에 돌아가도 자리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죠? 부상 복귀해도 제 폼을 찾을지 걱정이고? 에버튼 팬들에게도 미안하고!”
헬퍼의 트리플 콤비네이션이다. 드디어, 조던의 앞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조던은 속내를 들킨 사람의 전형처럼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TV를 끄고 탁자에 준비해온 자료를 올려놓았다.
“조던 선수가 인터뷰했던 걸 싹 살펴봤는데요, 참 직진을 좋아하시는 분이더라고요. 저도 조던 선수의 스타일에 맞춰 본론부터 얘기할게요. 저는 조던 선수가 은퇴하는 걸 막아보려고 해요.”
“···.”
조던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래도 두 눈은 나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이거면 충분했다.
“딱 10분, 10분만 들어봐요. 알았어요?”
나는 먼저 대머리에 40대 노인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선수의 사진부터 내밀었다.
“이 분 알죠? 아르옌 로번.”
이어서 나오는 한 페이지를 꽉 채운 표와 사람 모양의 다이어그램. 사람 모양에는 붉은색으로 부상 부위를 표시해뒀다. 온몸이 빨갰다. 심슨에게 받은 자료였다.
“자, 로번은 커리어 동안 부상을 50회나 당했어요. 빠진 경기 수, 일자를 포함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수치죠. 심지어 올해 7월에도 부상당해서 8월에 복귀했어요. Calf strain(종아리 염좌)였대요. 그런 로번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다음 페이지.
“재활을 마치고 이번 시즌 두 경기 모두 출전했어요. 공격포인트는 못 올렸지만, 경기 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고요. 매번 부상당하면서도 어떻게든 극복해서 돌아오는 선수예요. 부상 복귀 후에도 속도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는 경우도 허다해요. 봐요, 부상 후에도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고요.”
나는 심슨에게서 다른 선수들이 부상 복귀 후에도 더 나은 실력을 보여주는 사례들을 받아 왔다.
“다음은 페더러에요.”
축구선수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더 심각한 상황에 있던 다른 선수들도 돌아와서 잘했는데, 너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불어넣어 주는 거였으니까.
“조던 선수의 몸 상태는 이들 중 절반 이상보다 좋아요. 아무리 근육이 빠졌다고 해도 훈련과 식단으로 충분히 복구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요.”
조던은 눈썹만 찌푸렸다.
물론 이걸로 완벽히 설득될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다.
그럼 두 번째.
“맨시티에는 분명히 당신의 자리가 있어요. 봐요.”
첫 종이에는 선수들의 키가 적혀 있었다. 나는 그들의 키를 하나하나 읊었다.
“케빈 데브라이너 181cm, 다비드 실바 170cm, 페르난지뉴 177cm, 베르나르두 실바 173cm, 일카이 귄도안 180cm, 필 포덴 170cm, 야야 투레 189cm.”
맨시티의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키가 작다. 시대별 역대 최고의 팀에 들어가는 펩의 바르샤 정도의 스쿼드가 아니라면, 키와 체격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늘 듣지 않았어요? 피지컬이 좋다는 얘기요. 지금 부상 때문에 속도가 좀 떨어질 순 있겠죠. 뭐 어때요? 조던은 중앙 미드필더잖아요. 속도보다는 체격이 중요하다고요.”
조던의 키는 190cm, 몸무게는 85kg. 거기에 흑인이었기 때문에 탄력도 좋은 피지컬 타입의 중앙미드필더였다.
“실력 외적인 걸로 봐도, 홈 그로운 때문에 맨시티에는 당신이 꼭 필요해요. 추가로 펩 과르디올라의 영입 패턴을 봐도 알 수 있죠. 과르디올라는 자신의 전술에서 약점을 없애기 위해 늘 체격이 좋은 선수들을 탐냈어요. 이브라히모비치부터 시작해서···.”
“그만 하죠. 점성술사입니까? 뭔 감독의 속을 아는 것처럼···.”
드디어 조던이 내 말을 끊었다. 무반응뿐이었던 조던이 입을 연 것이다.
나는 씩 웃었다.
“그 반응을 기다렸어요.”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전반전이 끝나고 하프 타임을 진행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전화를 받기 어려우면 안 받을 거라 했으니 일단 걸고 보자.
다행히 상대방은 전화를 받았다.
-잠시만요. 다시 걸게요.
전화가 바로 끊어지고, 조던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조던이 천천히 손을 뻗어 휴대폰을 집었다.
감독에게서 온 전화였다.
“받아요.”
조던은 나를 한번 보고 휴대폰을 바라봤다.
“어서, 시간 없어요. 하프타임 끝나가요.”
조던은 어렵게 휴대폰을 들었다. 과르디올라의 목소리는 상당히 커서 내 귀에도 소리가 들려왔다.
-조던, 시간이 없어서 짧게 말할게.
“예···.”
-나는 너를 잊지 않았어.
“···.”
-우리 팀이 이번 시즌에 엄청나게 잘 나가는 건 알지?
“예···.”
-이번 시즌 목표는 트레블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꼭 필요해. 가능한 한 빨리 복귀했으면 좋겠다고, 내 말 이해했지?
“네.”
조던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 알아들었으면 됐어. 나중에 저녁 한 번 먹자.
“네.”
-오늘도 이기러 가야 해서, 여기서 끊는다.
과르디올라는 농담하듯이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조던은 생각에 잠긴 표정이 됐다.
“어때요? 감독도 당신이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음···.”
이제 거의 다 넘어온 것 같다.
그럼, 마무리는 감성 자극이지.
“조던, 당신 눈물 많아요?”
조던은 고개를 갸웃했다.
“될 수 있으면 악동이라고 불렸던 선수가 우는 건 보기 싫거든요.”
“내가 왜 웁니까.”
“그렇죠?”
나는 그의 말에 긍정하며, 노트북을 켜 영상을 켰다.
영상 안에는 푸른 유니폼을 입은 에버튼의 서포터들이 부리부리한 눈을 뜨고 있었다.
내 불쌍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 [저기··· 조던에게 한 마디 좀···.]
서포터 1 [뭐여, 이거 보고 하면 되는 거여?]
나 [네네. 좀 살살 다뤄주세요. 비싼 거예요.]
내 기억으로 가장 거칠었던 서포터 1은 카메라 렌즈를 붙잡고 마이크에 대고 말하듯이 조던을 향해 말했다.
서포터 1 [빌어먹을 새꺄, 거기서 잘 하고 돌아온다며?]
서포터 2 [그건 다 거짓말이었냐?]
서포터 3 [이 사람이 하는 소리가 뭐여? 은퇴? 정신 나갔어?]
서포터 4 [약속은 지켜 개 같은 놈아. 길게 말 안한다. 이룰 거 빨리 이루고 돌아와라.]
서포터 5 [에이, 그깟 약속. 그냥 돌아와. 우리가 욕하면서 채찍질해줄 테니까. 대신 이제는 다른 팀으로 못 간다?]
“칼버트··· 카니··· 론 아저씨···.”
조던도 아는 사람들이 있는 건지 서포터들 하나하나가 나올 때마다 이름을 중얼거린다. 안 울겠다더니 벌써 눈가에 눈물이 글썽글썽하다.
서포터 6, 7, 8, 9 ··· 대충 20여 명의 인터뷰를 모았다.
모두들 거칠면서도 따뜻한 격려를 늘어놓았다. 사실 조던을 욕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당연히 다 편집했다.
서포터 1 [그런데 당신 누구야?]
나 [조던이 소속된 에이전시의 직원인데요···.]
내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영상이 끝났다.
조던 킹은 소리 없이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악동의 눈물은 별로 보고 싶지 않은데···.”
조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걱정은 되지 않았다.
헬퍼를 켜서 조던 킹 항목에 들어가니 삭제 예정 정보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나는 미소를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