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75
75
17. 조던 킹 (6)
눈물을 글썽이는 조던을 보며 뿌듯하게 있는데,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벨을 몇 번을 눌렀는데 문도 안 열어주고···.”
투덜대며 들어온 건 심슨이었다.
과일을 양손에 들고 들어오던 심슨은, 조던이 울고 있는 걸 보자마자 오렌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아니, 왜 그래? 조던, 괜찮아?”
조던은 아무 말 없이 몸을 틀었다. 울고 있는 모습을 들키는 게 거북한 모양이었다.
“태,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화살은 나에게로 돌아왔다. 얼마나 놀란 건지 평소의 부드러운 말투도 쓰지 않았다. 나는 심슨에게 손짓해 주방으로 가자고 했다. 나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자료를 챙겨 그를 따라갔다.
그리고 식탁 위에 자료를 올려놓으며, 조던이 듣지 못하게 작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이걸로 조던을 설득했어요.”
“설득? 무슨 설득이요?”
“은퇴하지 말라는···.”
심슨의 표정이 괴상해졌다.
“설득했다고요?”
“네에···.”
“설득에 성공했다는 거예요?”
심슨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어··· 네, 그게 맞긴 한데···.”
내 자랑 같아서 입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뭐라고 설명해야 겸손해 보일까.
“이걸로? 이거 자료들이잖아요. 이걸로 어떻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머뭇거리는데, 마침 끼어드는 사람이 있었다.
“심슨, 화내더라도 얘기 듣고 화내세요.”
조던이었다. 심슨의 목소리가 워낙 높아져 오해한 모양이었다.
“아니, 나 화 난거 아니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럼 다행이네요. 미스터 태···라고 했죠? 태가 아니었더라면 저 오늘 은퇴했을지도 몰라요.”
심슨의 관심이 순식간에 조던에게로 옮겨갔다.
“뭐? 이렇게 빨리? 그런 얘기는 없었잖아.”
“혼자 생각하고, 거의 결정도 마쳤었는데··· 태가 갑자기 은퇴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제 생각을 읽은 것처럼요.”
조던의 검은 눈동자가 부담스러워 시선을 피했다.
“아니···.”
심슨이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데, 조던이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열심히 해서 겨울까지 복귀하겠습니다.”
조던은 끼어 들어놓고 심슨을 더 궁금하게만 만들어 버렸다. 심슨은 설명이 더 필요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민에 빠졌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
그날 밤, 태현석과 앤드류 심슨이 떠나고, 조던 킹은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네, 감독님.”
상대는 펩 과르디올라였다.
-오늘 경기 봤지? 5-0으로 이겼어. 자네가 있었더라면 6-0, 7-0도 됐을 거야.
조던은 펩이 자신을 격려해 주려 한다는 걸 느끼고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그런데 무슨 일로···.”
-아, 궁금한 게 있어서. 아까 나한테 전화했던 태라는 에이전시 직원 말인데··· 그 사람이 자네를 어떻게 설득했는지 얘기 좀 들어볼 수 있을까? 나한테 전화해서 다짜고짜 조던 킹이 은퇴하지 않게 하려면 꼭 전화를 받아줘야 한다고 했거든.
“그랬어요?”
사실 조던도 태현석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에 대해 말해보자면 한 마디로,
“이상한 직원이에요. 만난 지 일주일하고 하루 더 된 것 같은데, 제 생각을 읽은 것처럼 행동하더라고요.”
조던은 태현석이 자신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펩에게 설명했다. 심슨에게 들은 태현석이 감염 치료제를 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도 덧붙여서.
펩은 흠, 흐음. 하는 추임새를 넣으며 조던의 어눌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었다.
-재미있는데? 그동안 아무도 못 구하던 치료제를 손쉽게 구해오질 않나··· 화요일부터 자네 집에 머물렀다는 건, 그때 자네가 은퇴할 거라는 걸 깨달은 것 같고···.
“그런 거였나요?!”
펩의 추리에 조던이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짐작이야, 짐작이라고. 뭐, 그 짧은 시간에 자료를 모아 술술 말할 정도면 머리가 좋은 게 아니면 축구 쪽에 지식이 많다는 거겠지. 뭣보다 에버튼에 가서 그런 영상을 찍어오는 행동력까지··· 나한테는 직접 전화까지 하고···.
펩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것처럼 통화 중인데도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나름의 결론을 낸 모양이었다.
-그렇게 해야겠다.
“네?”
-가끔 전화할 테니까 재활 제대로 하고 있어.
“어··· 네.”
조던은 황당해하며 전화를 끊었다.
*
세바스티앙은 일요일 경기에서 1어시스트를 올리며 스완지를 상대로 승리했다.
크리스는 공격포인트가 없어 전화로 위로해줘야 했다.
세바스티앙의 인터뷰까지 도운 나는 세바스티앙과 함께 집에 막 돌아온 참이었다.
“그래, 여기가 최고야. 내 집 같아 이제.”
브라이튼에 돌아오니 고향에 온 기분이 조금 났다.
나는 바로 세바스티앙의 침대에 누워 폭신함을 느꼈다.
워낙 돌아다니는 범위가 넓어 집을 마련할 생각은 못 했는데, 이렇게 편안한 기분이 든다면 싼값에라도 집을 하나 구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돈을 좀 더 번 다음에 말이지.
세바스티앙은 뚱한 얼굴로 날 보고 있었다.
“이제는 클라이언트 침대에 바로 눕네요. 불성실한 에이전트 같으니라고.”
“흐흐, 좀 봐줘라. 저번 주부터 어제까지 지옥이었다고.”
세바스티앙은 픽 웃더니 침대에 똑같이 누웠다.
나는 천천히 조던 킹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시작했다.
머릿속에 사건도 정리할 겸, 내 선수 세바스티앙에게 그동안 뭘 했는지 보고할 겸.
그런 식으로 일요일이 지나갔다.
모처럼의 편안한 휴식이었다.
다음 날, 나는 오랜만에 세바스티앙의 훈련을 따라갔다.
훈련장의 익숙한 얼굴들과 인사를 하고, 세바스티앙의 훈련이 막 시작하려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세바스티앙이 농담을 던진다.
“또 땡땡이에요?”
“땡땡이 아니거든. 에이전시야.”
세바스티앙은 픽 웃더니 러닝을 시작했다.
나는 삑삑거리기 시작한 훈련장에서 멀어지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큐빗, 무슨 일이에요?”
케이티 큐빗의 전화였다. 그녀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도 저질렀다면서요.
“저지르다니요. 말이 이상하네요.”
케이티 큐빗은 내 투덜거림에 답하지 않고 자신의 할 말을 계속했다.
이제 슬슬 익숙해져서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참 실용적인 여자다.
-맨시티에서 보상금 보냈어요. 한 시간 후에 계좌 확인해 봐요. 그리고 단장이 통화하고 싶다는데요. 번호 알려줘도 괜찮을까요?
“왜··· 일단 알았어요. 알려주세요.”
케이티 큐빗은 그렇게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일분도 안돼서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단장의 번호겠지.
“네, 전화받았습니다.”
-치키 베히리스타인입니다. 미스터 태 맞습니까?
맨시티 단장의 이름이 맞았다.
“네 맞습니다. 태현석이라고 합니다.”
-아, 반갑습니다.
맨시티 단장은 그쪽 날씨도 좋냐느니 물으며 사소한 이야기로 물꼬를 텄고, 얼마 후에 본격적인 얘길 시작했다.
-조던의 은퇴를 막아줬다는 얘길 들어서요. 고맙단 인사를 따로 드리고 싶어서 전화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우리 에이전시 소속 선수를 케어 한 것뿐인데요.”
-멋진 마인드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미스터 태, 구단 프런트에는 관심 없나요?
“네?”
단장의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의문을 최대한 담아 다시 물었다.
-펩 감독님이 당신을 추천하더라고요. 뭘 시켜도 잘할 것 같다면서, 근처에 둬야 할 것 같은 사람이라고.
“감독님이요?”
펩이 왜 날?
-당신도 알다시피 펩 감독님이 허튼소리 할 위치의 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저는 에이전시 일이 좋아서요. 구단에 소속되는 건 별로예요.”
이건 처음 영국을 밟았을 때부터 변하지 않았다. 구단에 소속되면 결국 구단을 위하게 되기에, 나는 별로 당기지가 않았다.
-그런가요?
단장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을 것 같은 말투로 말했다.
-생각 바뀌면 연락 주십시오. 번호 안 지울 테니.
“네, 그래 주시면 고맙죠. 저도 번호 저장할게요.”
-직원 자리로 추가 보상을 대신하려 했더니···, 그럼 돈으로 드릴까요?
“네?”
오늘 네? 정말 많이 한다.
-우리 구단주님 정말 유명하시잖습니까. 이런 부분에서는 팍팍 쓰라고 많이 주셨습니다. 돈 말입니다.
오오, 멋지다.
“어···.”
-고용 제안을 거부했으니 100% 더 드리죠.
두 배라니. 통도 크다. 하지만.
“혹시 보상을 다른 걸로 받을 수는 없나요?”
-뭐죠? 일단 얘기해보세요.
*
“돈 대신 나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영광입니다. 보너스라고 해봤자 감독님과의 식사자리에 비할 바는 안 되죠.”
월요일 저녁, 맨체스터로 돌아온 나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단둘이 식탁에 앉아 있었다.
고급스러운 음식이 나오고 있었지만,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드디어,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하나와 안면을 텄다. 지난번 통화 때는 조던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막무가내로 일을 진행했는데, 이렇게 바로 앞에 얼굴을 마주하니 손이 덜덜 떨렸다.
펩이 묻는다.
“직원 자리는 왜 거절했습니까? 당신이 괜찮으면 제 사단에서 한 번 일해보라고 해 보고 싶었는데.”
“예? 왜요?”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자부하거든요. 미스터 태가 더 큰 사람이 될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어요.”
“아··· 감사합니다.”
“혹시 이쪽 일에는 관심이 없습니까?”
“아뇨, 축구 쪽에서 계속 일하기는 할 건데, 저는 구단이나 코칭스태프보다는 에이전트가 하고 싶어서요. 에이전트는 선수만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이잖아요.”
“당신이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긴 하죠.”
펩은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럼 나중에 에이전시를 차리겠군요?”
“네, 그게 제 꿈이에요.”
“나한테 선수 비싸게 팔아먹을 거 아니죠?”
“예? 그건 보드진과 얘기를···.”
“하하하.”
내 진지한 반응에 펩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한 방 먹었다.
세바스티앙은 펩과 스타일이 맞지 않지만, 크리스가 기술력을 높이면 어쩌면 펩과 인연을 맺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레알 마드리드가 드림 클럽이라 하더라도 크리스의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이기에.
“에이전시 일을 하면서 있었던 일화 같은 건 없나요?”
펩이 날 편하게 대해주려는 게 보여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나 떠올려봤다.
세바스티앙 얘기는 브라이튼에 폐가 될 것 같고, 크리스는 아직 비밀이고··· 베니시오가 괜찮겠다.
“제가 대표님 통역으로 세비야에 갔을 때 갑자기 그쪽 단장이 계약 못 하겠다고 나왔었거든요? 그 이적을 제가 어떻게 성사시켰는지 얘기해 봐도 될까요?”
“좋죠. 재밌겠네요.”
이야기는 베니시오에서, 세바스티앙이 박살났던 첫 경기 얘기까지 갔다. 중간마다 농담을 던지는 펩 감독은, 생각보다 소탈한 사람이었다.
나는 식사 자리를 마치고 헤어지는 자리에서 손을 내밀며 말했다.
“최고의 감독님과 연락을 튼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몇 년 안으로 감독님이 필요로 하는 선수를 꼭 데려와 보겠습니다.”
“기대하죠.”
지이잉.
헬퍼의 진동 덕에 오늘의 진짜 목표가 생각났다.
나는 가방에 말아놓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포스터를 꺼냈다.
“아, 그리고 사인이랑 사진 좀···.”
*
한 달이 지났다.
두 번째 A매치데이가 끝났고, 세바스티앙의 브라이튼은 리그 7위라는 시즌 초 기대와는 다른 순위로 엄청난 순항 중이었다.
크리스의 풀햄은 시즌 예상순위대로 리그 1위를 질주 중이었다.
나는 심슨을 따라다니며 영국과 유럽 내의 의사들과 얼굴을 익히고 연락처를 틈틈이 받아내며 열심히 배우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대표의 호출로 심슨과 함께 에이전시에 들른 참이었다.
에이전시에 들어서자마자 심슨이 190cm 정도 돼 보이는 반삭 머리의 험상궂어 보이는 남자에게 손을 들며 인사했다.
“오! 도미닉! 잘 지냈나?”
“잘 지내는 걸로 보이냐 이게?”
도미닉이라고 불린 사람은 피곤한 얼굴이었다.
그는 심슨에게 틱틱거리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심슨은 중간에 날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는 나를 소개해주려 했다.
나는 도미닉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도미닉 브룩스 선수죠? 반갑습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현역 선수라 잘 알고 있었다.
하위권이어도 프리미어리그 팀에서 주전으로 뛰었던 수비수였다.
자신을 알아본 게 기쁜 건지 도미닉이 환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이제는 선수가 아니죠. 컨설턴트입니다. 알아봐 주시니 반갑네요.”
“네, 경기 뛰는 거 몇 번 본 적 있어서요.”
“정말요?”
도미닉이 기뻐했고, 자연스럽게 악수를 했다. 몇 마디 더 나눈 후에 도미닉은 다시 심슨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요즘 표정 좋다?”
“미스터 태가 일을 엄청 잘해서 말이야. 상대가 좋아하는 거랑 싫어하는 걸 어찌 그렇게 쉽게 알아내는지, 요즘에는 부탁 하러 가는 게 무섭지 않다니까?”
헬퍼의 능력이었기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미닉이 흥분하며 말했다.
“모든 걸 다 척척? 나도 그럼 덕 좀 보자. 이봐요. 우리 캐머런 좀 어떻게 해봐요. 도와주기만 하면 내가 절이라도 합니다.”
“캐머런요? 레온?”
“이야, 척하면 척이네.”
“벌써 레온 얘기하고 있었나?”
그때 대표가 나타났다.
“벌써라니요?”
도미닉이 대표에게 물었다. 대표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답했다.
“안 그래도 미스터 태를 레온한테 붙여주려고 했거든.”
“네?”
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대표는 나를 보며 웃었다.
“심슨 따라다니면서 의사들은 많이 만나봤지? 이번에는 전직 코치, 선수들과 함께할 차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