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8
8
3.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1)
훌리건 가족이 있다라.
이게 그 뒷배인가?
당연하게도 인터넷 검색으로는 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위이잉.
화면에 해리에게 전화가 왔다는 알림이 떴다. 검색을 중단하고 통화 버튼을 눌러 귀에 대며 천천히 훈련장 쪽으로 나갔다.
-어제 별일 없었지?
방금 있었던 일을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해리가 속사포로 말을 쏟아낸다.
-급한 일이 생겨서 한동안 못 내려갈 것 같아. 필요한 자료들은 메일로 보내 뒀어. 케이티가 알려준 메일로 보냈는데, 혹시 다른 메일로 보내줄까?
“아뇨 괜찮아요.”
-오케이, 그럼 해야 할 일을 알려줄게. 통역 업무뿐만 아니라 보조적으로 몇 가지 일을 더 해야 하거든. 별 건 아니야.
“그래요?”
일이라면 환영이다. 안 그래도 영상 찍고 통역만 하는 건 시간이 너무 남았다.
-우리 고객 서비스(Clients Sevice) 팀은 선수의 훈련 자료를 모아서 풋볼 컨설턴트(Football consultant : 대부분 선수나 코치 출신으로 에이전시 내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역할) 팀에 보내줘야 하거든? 보통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확인하지만, 세바가 이번 시즌 끝나고 이적을 해야 해서 가급적이면 일일 자료가 필요해.
“아아, 네.”
그렇구나, 그럼 풋볼 컨설턴트 팀에서 선수에게 필요한 조언이나 선수의 몸 상태를 살피겠구나. 견적을 내야 선수를 구단에 추천할 수 있으니까. 음. 그렇군.
그럼 내가 그 훈련 자료를 만들면 되겠구나. 영상만 찍어서 보내주면 되나?
-그래서 네가 만들 건 훈련 자료야.
맞췄다고 생각했지만 해리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메일에 보내준 자료 중에 일일보고서 양식이 있을 거야. 거기다 세바스티앙의 훈련일지랑 식단, 타 선수와의 관계, 코칭스태프와의 관계 그리고 그날 찍은 영상을 압축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보내줘. 이건 나한테.
“네?”
별 거 없다고 말 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부상 같은 급한 일은 케이티한테 바로 연락하고. 거기가 운영팀이라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줄 거야.
통역으로만 고용된 게 아니라 에이전시에 고용된 형태로 통역 업무를 맡은 거니까 그래서 이렇게 일 무더기를 주는 건가.
뭐, 신참한테 그렇게 빡빡하게 굴지는 않겠지. 일단 해보자. 주급이 빵빵한 이유가 이거였나 보다.
“알았어요. 그런데···.”
일단 리암 그랜트에 대한 얘기는 넣어두고 세바스티앙에 대해 얘기했다.
세바스티앙이 아침을 잘 못 챙겨먹는 것 같다는 얘기를.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새 사람은 언제 붙여주는 거예요? 그런 건 에이전시에서 고용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시리얼만 한 달을 먹은 것 같던데.”
-···.
시원시원하게 말하던 해리가 제대로 대답을 못했다.
십초 정도 지났을까? 해리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능하면 식사도 챙겨줄 수 있을까? 식비 같은 건 내가 부담할게. 아침만 챙겨주면 나머지는 괜찮을 거야. 에이전시에 사정이 좀 생겨서. 사람을 못 구했거든.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해리의 목소리가 침울하게 들렸다.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주급 올려줄 거예요?”
-어, 어··· 약소하지만 내 돈으로 어떻게든··· 먹는 걸 좀 줄인다면···.
“농담이에요.”
해리는 얼이 빠졌는지 대답이 없었다.
복도를 지나 훈련장으로 나왔다. 훈련장에서 홀로 몸을 풀던 세바스티앙은 나를 보고는 손을 흔들었다.
손을 마주 흔들며 해리에게 말했다.
“저 아침 먹을 때 같이 먹으면 되죠. 식단 같은 거 정리해놓은 거 있나요? 세바스티앙 어제 먹는 거 보니까 되게 건강하게 먹던데.”
-아, 있어. 통화 후에 보내줄게.
일단 이건 됐고. 두 번째 용건.
“그리고 말인데요. 이라는 훌리건 알아요?”
-거긴 왜?
“귀동냥으로 들었는데 그냥 궁금해서요.”
-질 나쁜 곳이야. 브라이튼&호브에서 가장 큰 갱단이야. 경기 중에만 훌리건이 되는 거고 평소에는 그냥 갱단이라고.
“네? 그··· 막 총 쏘고 그런?”
-응. 바닷가 놈들이라 더 뒤가 없어.
헉?
나는 막 드레싱룸에서 나오는 리암 그랜트를 비롯한 두 선수를 힐끔거리며 해리와의 통화를 끝냈다.
아까 리암 그랜트에게 눈을 부릅뜨고 따박따박 말했던 내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음.
일단 행동을 조심하고, 차근차근 정보를 모으자.
그래, 정보부터 모아야지.
이건 절대로 무서워서 그러는 게 아니다. 알아야 뭐든 하지 않겠는가?
*
마땅한 정보는 얻지 못한 채 주말이 지나 월요일이 됐다.
6일 동안 핵폐기물 3인조는 리암 그랜트가 말한 대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고, 미행해보려고 했으나 구단에서는 그들의 집주소를 알려주지 않았다.
구단관계자들은 나랑 필요한 얘기 이상은 하지 않았고, 선수들은 나를 꺼렸다.
의지할 수 있는 건 헬퍼 밖에 없었기에, 나는 매일같이 그들의 정보를 모았지만.
-지금 신은 양말에 구멍이 나 있다.
-격렬한 하룻밤을 보내 체력이 떨어져 있다.
-마조키스트 성향이 조금 있다.
같은 쓰잘데기 없는 정보들밖에 얻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별걸 다 알려준다. 궁금하지도 않은데 이상한 내용을 알게 되니 기분만 더러워졌다. 세바스티앙의 은밀한 취미도 알게 돼 아침에 얼굴 쳐다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대략 10m 정도까지만 다가가면 정보가 들어오니 안 볼 수도 없었다. 편하면서도 골치 아팠다.
영화에서 나오는 첩보원처럼 핵폐기물 3인조의 정보를 알아내려고 했지만, 처음 하다 보니 에이전시에 보낼 자료 만들다가 평일 동안은 헬퍼의 정보만 얻는 선에서 그쳐야 했다.
훈련장에서는 세바스티앙의 영상을 찍으면서 기록할 게 꽤 있었고, 매일 저녁 마트에 들러 신선한 식재료를 산 후에 보고서를 만들고 영상을 편집하는데도 시간을 꽤 써야 했다. 세바스티앙의 아침도 챙겨줘야 했고.
이렇게 안일하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토요일에는 경기에 쫓아가 헬퍼 정보를 추가했다. 경기 후 리암 그랜트를 미행해 일요일의 정보까지 얻은 건 노력의 성과였다.
-술기운이 하루는 갈 것 같다.
쓸모없는 정보였다는 게 원통했지만 말이다. 리암 그랜트가 술을 마신 장소도 불법 업소면 좋았겠지만 평범한 클럽이었고, 마약 같은 걸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클럽에서 나오자마자 호텔에 틀어박혔다.
나는 아침이 되자마자 세바스티앙의 집으로 가 식사를 챙겨줬다. 개인훈련 하러 가겠거니 생각했는데 오늘은 쉬는 날이라고 집에만 박혀있겠다고 해 세바스티앙의 차를 빌려 호텔 앞에 죽치고 있었다.
나는 차 안에서 핵폐기물 3형제가 위해를 가할 때 어떻게 대처할 지 계획을 짰다. 그리고 리암 그랜트는 하루 종일 나오지 않았다. 오늘 새벽까지도. 젠장.
헬퍼가 무조건 쓸모 있는 정보만 주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는 게 그동안의 성과라면 성과다.
“보고 싶었어! 푸른 독수리야.”
아침 차리려고 세바스티앙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 머리를 말리던 세바스티앙이 밖으로 뛰쳐나와 방금 주차해놓은 푸른 아우디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했다.
이상이 없는 걸 알았는지 본네트 위에 엎어져 몸을 부비적댄다.
“야, 감기 걸린다.”
“괜찮아요.”
“그게 이름이야? 푸른 독수리?”
“네, 귀엽죠. 어?”
푸른 독수리에서 나에게로 시선을 돌린 세바스티앙은 장난기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밤새 뭘 했길래 눈 밑이 그렇게 퀭해요? 여자라도 만났어요?”
나는 내 눈 아래를 만지작거렸다. 정말 좀 패여 있었다.
“만날 여자가 있어야지···.”
“어? 설마 남자?”
나는 인상을 찌푸렸고, 세바스티앙은 킥킥거리며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 전부터 웃음이 많아졌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는 아침식사 후에 오전 훈련을 위해 구단으로 향했다.
나는 창문을 연 채 꽤 익숙해진 브라이튼의 바닷바람을 쐤다. 내일이면 3인조가 말한 일주일과 케이티 큐빗이 말했던 아무 조건 없이 계약 해지가 가능한 마지막 날이 된다.
음. 다시 긴장되기 시작했다. 오늘 정보에는 쓸만한 게 떠야 할 텐데···.
이른 시간에 훈련장에 도착했는데, 코치 하나가 우리를 발견하더니 감독 면담이 있다고 알려줬다.
“예전에도 부른 적 있어?”
“아뇨? 처음 이적해왔을 때 말고 처음인데···.”
우리는 코치를 따라 감독실에 들어섰다.
왜 회의나 훈련마다 팔짱만 끼고 앉아있는 감독이 세바스티앙을 부른 거지. 감독이 뭔가 행동을 했던 건 세바스티앙이 팔꿈치 썼을 때 기뻐하던 장면뿐이라 고개를 갸웃했다.
의문은 금방 풀렸다.
“몇 개월을 참았는데, 도저히 안 되겠어. 너 때문에 팀 융화가 안 되는 거 알아? 적응하려고 노력할 건지, 남은 시즌 훈련에 나오지 말던 지, 당장 정해!”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