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81
81
18. 레온 캐머런 (6)
자선 경기 후, 데니스와 레온이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지만 부자간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다.
레온은 하루를 더 쉬고 훈련장에 나타났다.
이틀 만에 만난 레온의 첫 마디는 간결하면서도 확실했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말이었다.
“포지션 바꿀게요.”
“정말?”
나는 화색하며 답했다. 옆에 있는 도미닉은 탐탁잖아 했지만, 내가 A매치 데이 휴식기 동안만은 믿어달라고 해 놨기에 얌전히 있었다.
레온은 아직 고민되는 부분이 있는지 우물쭈물했다. 그리고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본인의 문제가 아닌 팀의 문제였다.
“그런데 괜찮을까요? 팀 상황이라는 것도 있는데···.”
“응, 무조건 괜찮아.”
내 단호한 대답에 도미닉과 레온은 갸우뚱했다.
[마크 휴즈]-쓸 만한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로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
스토크시티의 감독 마크 휴즈의 정보였다.
헬퍼로 봤어요. 이렇게 설명할 수는 없으니 나는 당당하게 거짓말을 했다.
“레온, 너 감독님이랑 거의 얘기 안 하지. 도미닉도.”
“그렇죠?”
“그렇지?”
나는 둘의 반응을 본 후,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레온 네 문제로 감독님이랑 최근에 몇 번 얘기했던 적이 있어. 그러면서 꽤 친해진 덕에 감독님이 수준급 수비형 미드필더를 필요로 한다는 얘기도 들었고.”
내 거짓말에 레온은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닉은 내가 언제 감독과 얘기했는지를 궁금해 하는 기색이었고.
“우측 풀백은 너 말고도 대체할 선수가 있긴 있잖아?”
“그건 그래요.”
“그러니까 자신 있게 말해봐. 판은 깔려 있었고, 너만 준비하면 되는 문제였으니까.”
레온은 고개를 살짝 여러 번 끄덕이며 완전히 수긍한 기색을 보였다.
그리고, 우물쭈물하다가 내게 부탁 하나를 했다.
“그럼 혹시 같이 가 줄 수 있어요?”
“어디를?”
“감독님한테요.”
나는 10분 후에 마크 휴즈의 사무실 책상 앞에 서 있게 됐다.
마크 휴즈는 레온을 보낼 수 없다고 하며 당황해 했던 모습과는 달리 평온한 얼굴이었다.
“미스터 태, 데니스한테 연락받았어요. 잘 풀렸다면서요?”
“네, 다 감독님 덕입니다. 배려해주셔서 일을 편하게 치를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내 깍듯한 말에 마크 휴즈는 살포시 웃으며 내게 물어왔다.
“그런데 레온이 어떻게 한 단계 성장할 거란 건지···.”
“그건 레온이··· 야, 레온, 들어와. 왜 밖에 있어.”
나는 레온이 말을 시작할 거라 생각하며 몸을 돌렸는데, 레온은 아직 문밖에서 못 들어오고 있었다. 까칠해 보이지만 은근히 소심한 구석이 있다니까?
내 부름에 레온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얘기해 레온.”
“태가 해 주면 안 돼요?”
레온은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 도움을 청했다.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응, 안 돼. 네가 말해. 괜찮다니까.”
마크 휴즈는 우리 둘의 대화에 갸웃거리고 있었다.
레온은 나를 보다가 한숨을 쉬고 마크 휴즈를 향해 말했다.
“감독님, 저··· 포지션을 바꾸고 싶습니다.”
“포지션? 어디로?”
“수비형 미드필더입니다. 에이전시 의견으로는 중앙에서 더 나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마크 휴즈는 나를 한 번 보고, 다시 레온을 봤다.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난 시즌 보고서에서 봤는데, 레온 자네가 중앙 미드필더로 포지션 변경을 몇 번 시도했다 실패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더군.”
도미닉의 선임이라는 사람들이 추천했던 포지션 변화를 말하는 모양이었다. 그때 레온은 어떠한 정신적 조치 없이 포지션만 바꿔, 부담감에 가득한 상태였으니 그럴 만했다.
마크 휴즈가 계속 말했다.
“에이전시 말대로 레온이 중앙에서 더 나은 활약을 펼친다면 나야 좋지. 이번 겨울 시장은 쓸 만한 수비형 미드필더보다 우측 풀백 매물이 더 많다고 보드진에서 말했거든. 음··· 내가 볼 때도 중앙이 더 잘 어울릴 것 같긴 했는데··· 실패했다던 저번 시즌에는 내가 없었으니···. 좋아, 나는 무작정 거부하지는 않겠네.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지. 어때? 자신 있나?”
지난 시즌 얘기를 꺼내자 레온은 바로 답하지 못하고 내 눈치를 봤다.
끼어들 타이밍인 것 같아 과감하게 들어갔다.
“레온의 포지션 변경은 레온의 시장가치를 단번에 3천만 파운드를 올려 버릴 겁니다.”
레온만 보던 마크 휴즈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나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저는 자신 있습니다. 성과도 금방 나올 거고요.”
내 자신만만한 말에 마크 휴즈가 턱을 만지작거리며 나를 관찰하듯 바라보았다. 레온 또한 놀란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마크 휴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스터 태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해 보도록 하죠. 성장세도 더뎠으니, 한 번쯤 포지션을 바꿔 훈련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마크 휴즈가 그렇게 말하며 내게 가까이 왔다. 그리고 귓속말로 속삭였다.
“데니스가 당신 말이면 다 믿어보라고 했습니다. 가벼운 친구긴 해도 사람 보는 눈 하나는 확실한 친구니, 믿어보죠.”
예상보다 너무 빠르게 수긍해줘서 당황하고 있었는데, 그랬구나. 고마워요 데니스.
레온과 도미닉은 마크 휴즈와 친밀해 보이는 내 모습에 놀란 듯 보였다.
마크 휴즈는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그리고 EW에이전시 소속이라고 했죠?”
“아, 네.”
“만약에 레온이 포지션 변화에 성공한다면, 남은 시즌은 우측 풀백과 번갈아서 쓰고 겨울 이적 시장에 바로 지금의 레온 정도의 우측 풀백을 영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단장에게 이야기해 놓겠습니다.”
“네? 아, 네. 당연하죠.”
대표에게 당장 전화해야겠다. 물어만 가도 보너스가 확실한 건이다.
“레온이 더 괜찮은 활약을 보였을 때입니다. 알겠습니까? 기간은 이번 달, 그러니까 11월까지로 하죠.”
마크 휴즈의 단호한 말에도, 나는 자신이 넘쳤기에 그러자고 말했다.
“허, 당신 대체 뭡니까?”
11월의 마지막 날까지 기다릴 것도 없었다. A매치 휴식기를 다 쓸 필요도 없었다. 마크 휴즈는 홀린 얼굴로 전반전 내내 필드를 보다가 심판의 휘슬로 경기가 멈추고서야 날 보며 묻고 있었다.
U-23팀과의 연습경기에서, 레온은 부담감을 다 텉어버린 듯 경기 자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빠진 덕도 있겠지만, 이 정도 폼이라면 그 선수들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것이다.
단점이었던 느린 속도는 중앙으로 이동하며 사라졌고, 이상했던 포지셔닝은 최고로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변해 있었다.
나도 레온의 멋진 모습에 만족해 있던 참이었다.
마크 휴즈가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에이전시의 일개 직원이죠.”
내 대답에 마크 휴즈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개요?”
“나중에는 에이전시를 차릴 거고요.”
마크 휴즈는 결국 피식 웃고 말았다.
“좋아요. 왜 그렇게 자신만만했는지 알겠네요. 이봐, 글렌!”
전반전을 마치고 쉬고 있던 U-23팀의 주전 풀백, 글렌 존슨이 천천히 걸어왔다.
마크 휴즈는 글렌 존슨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다음 경기 너 주전으로 나간다. 부상 안 당하게 조심해, 알았어?”
“아··· 네.”
글렌 존슨은 어리둥절해했지만, 선발 출장이라는 말에 헤벌쭉하며 다시 필드로 돌아갔다.
글렌 존슨, 레온과 마찬가지로 별 다섯 개짜리 우측 풀백이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리버풀에서 뛰었던 전성기 때는 별 여섯 개였을 거로 예상한다.
젊은 레온에게 체력적으로 밀려 후보로 뛰고 있었지만, 클래스만은 있는 풀백이었기에 레온이 빠져도 스토크시티의 전력에 큰 누수는 없을 거다.
그리고, 마크 휴즈가 글렌 존슨을 기용하겠다는 말은 레온을 당장 다음 경기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세우겠다는 말과 같았다.
내 옆에 서 있던 도미닉은 입을 쫙 벌리고 있었다.
마크 휴즈가 내게 은근한 눈빛을 보내며 묻는다.
“수비적인 롤이면 다 가능한 겁니까?”
“공격 롤도 어느 정도는 소화할 수 있을 거예요. 3선까지는 무리 없을 겁니다. 하지만 명심하셔야 하는 건···.”
이제 내 말이 마크 휴즈에게 큰 신뢰를 가져다주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욕심을 가지게 해선 안 되지. 나는 마크 휴즈에게 경고했다.
“레온은 데니스가 아닙니다. 데니스는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었지만, 레온은 수비 쪽에 특화돼 있습니다. 공격 패스나 창의적인 패스는 바라지 마세요. 혹시나 데니스와 비교하는 말로 레온을 상처 준다면, 우리 에이전시에서는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당신들은 리그 수위급 수비형 미드필더를 잃게 될 겁니다. 저는 레온이 여기 남아있는 게 마음에 안 들거든요.”
내 엄포에 마크 휴즈는 잠시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가, 씩 웃으며 답했다.
“얼마든지요.”
*
레온이 심호흡하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잔뜩 긴장한 것 같은 기색이다.
번리와의 홈 경기에서, 레온은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돼 필드로 나오고 있었다.
“긴장될 때는 어떻게 하라고 했지?”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텔레파시가 통한 것처럼, 레온은 고개를 들어 VIP 좌석에 앉아 있는 나를 찾았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사람도 봤다.
나는 도미닉, 데니스와 함께 경기를 보고 있었다.
나는 데니스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했다.
“웃어요. 데니스.”
“알았네.”
데니스의 입이 부자연스럽게 웃음을 만들었다.
“손도 흔들고요.”
“알았네.”
데니스는 뻣뻣하게 손을 흔들었지만, 어느 정도 거리가 있기에 괜찮을 거였다.
예상대로 레온은 우리를 보며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앞으로 저 없을 때도 이렇게 와서 긴장 풀어주셔야 해요. 압박감이라는 게 한 번에 사라지는 게 아니잖아요.”
“뭐··· 중계가 없다면야··· 아니, 중계도 잘 조절해 보겠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선발로 투입돼도 되는 건가? 마크는 괜찮다고 하던데··· 자네들은 전문가이지 않나.”
데니스의 물음은 타당했다.
보통 포지션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적응기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레온은 괜찮을 거다. 나는 자신 있었다.
왜냐하면.
-적정 포지션(CM, CDM) 으로 변경 시 능력 : ★★★★★★
크리스와 포지션 내용만 달랐지 똑같은 내용이었다.
여름의 크리스는 포지션 변경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어도, 세바스티앙의 집에서 AT마드리드의 1.5군 선수들과 바로 공을 찰 수 있을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었다.
“괜찮습니다. 자신 있어요.”
“믿어 보겠네만···.”
데니스의 의구심에도 내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레온은 내 기대에 부응해줬다.
경기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서, 레온에게서 긴장감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레온 녀석은 처음에는 좀 뻣뻣해 보이더니, 공을 한 세 번 만졌을 때부터 경기에 흠뻑 빠져 들어갔다.
눈에 띄는 플레이를 하는 건 아니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자리의 특성이었다.
그렇지만 레온은 분명 한 단계 올라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의적절한 태클에 완벽한 인터셉트.
그리고 현대 축구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갖춰야 할, 딥-라잉 플레이메이커 역할까지.
플레이에 망설임이 사라지니 군더더기가 사라져 깔끔한 플레이를 유감없이 펼치고 있었다.
레온은 빛나지는 않지만, 경기장 내에서 누구보다 중요한 언성 히어로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레온의 경기력이 만족스럽다는 건 레온의 얼굴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경기가 즐거운 건지, 레온은 웃고 있었다.
전반전이 끝나고, 데니스에게 전화가 왔다.
BBC에서 해설 중이었던 앨런 시어러였다. 데니스는 소리가 잘 안 들리는 건지 스피커 음량을 최대로 했는데, 덕분에 무슨 통화를 하는지 다 들을 수 있었다.
-아니 열흘 사이에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거야? 내가 레온 칭찬을 몇 번이나 했는 줄 알아?
“아이고, 고마워.”
나도 함께 감사하고 싶었다. 최대 스포츠 방송국 중 한 곳에서의 칭찬이라니. 오늘로 레온의 주가가 더 오를게 틀림없었다.
앨런 시어러는 짜증을 부리며 다시 한 번 물었다.
-아니, 무슨 마법을 부렸냐니까. 해설할 때 쓰게 이야깃거리 좀 줘 봐.
“하하.”
둘의 격의 없는 편안한 대화에 웃음이 나왔다.
데니스는 나를 가리키고 휴대폰을 가리켰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름만 안 말하면 되지?”
“네.”
데니스는 휴대폰을 다시 쥐었다.
“레온이 얼마 전에 컨설턴트를 만났는데, 여러 조언을 받아서 한 껍질 깨고 나왔어. 지난 자선 경기도 그 과정 중 하나였고. 컨설턴트 본인이 자기 얘기를 하지 말아 달라고 해서 이 정도밖에 얘기 못해.”
-그 컨설턴트가 누군데? 오프 더 레코드로.
앨런 시어러의 말을 들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데니스는 곧장 휴대폰에 대고 말했다.
“태현석, EW에이전시의 직원이라고 하네. 내가 보기엔 직원만 할 사람으로는 안 보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