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83
83
19. 별 여섯개로 향하는 길 (2)
크리스는 작은 목소리로 에린에게 투덜댔다.
“야 너는 그걸 말하면 어떡해.”
“삼촌한테는 아무것도 숨기면 안 돼.”
에린의 단호한 말에 살짝 감동했다가, 크리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조금 화가 났다. 다쳤으면 어쩌려고.
“네 팀 훈련 일정까지 고려해서 짠 거라고, 그 이상으로 하면 몸에 무리가 간다고 얘기했었잖아.”
“죄송해요.”
내 질책에 크리스는 식탁에 이마를 곧 박을 것처럼 고개를 깊게 숙였다.
“그러다가 부상이라도 당했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죄송해요···.”
“쑥쑥 성장할 때 부상당하면 크게 고생하는 거 너도 알잖아.”
“정말 죄송해요···.”
크리스는 어울리지 않게 말끝까지 늘였다.
사고 친 강아지 같은 모습에 화는 줄어들고 걱정이 늘어났다.
그동안 내 말을 한 번도 어긴 적 없었던 애가 왜 무리하면서까지 훈련을 하려고 했을까?
“잘못한 건 아는 거 같으니까 일단 넘어가고, 왜 그렇게 했는지 말해줄 수 있어?”
크리스는 곧장 대답하지 못하고 잠깐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라이언 때문에요···.”
“라이언? 라이언 세세뇽? 계속 얘기해봐.”
“어 음···.”
그 이름이 여기서 왜 나와? 에린도 처음 듣는 건지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크리스는 에린에게 손을 휘저으며 저리 가라는 몸짓을 했다.
에린이 가려 하지 않자 크리스도 입을 다물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에린을 보내야 했다.
“미안한데 방으로 돌아가 있을래?”
“···네.”
에린은 가는 중간에 이쪽을 한 번 돌아봤다. 궁금한 모양이었지만, 어쩔 수 없지. 에린이 아예 보이지 않게 됐을 때, 나는 크리스에게 물었다.
“에린이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야?”
“그건 아닌데··· 좀 부끄러워서요.”
“부끄럽다고?”
“네. 왜냐면요···.”
크리스는 한숨을 토해내듯 말했다.
“···라이언이 너무 잘하니까 열 받아서요···.”
“뭐?”
“저 유치하죠···.”
크리스는 변명하듯 구체적인 얘기를 덧붙여줬다.
요약하면 이랬다. 라이언과 훈련 때도 붙어 다니고 경기 때도 호흡을 맞출 일이 잦은데, 자신이 라이언의 움직임이나 패스에 못 맞추는 일이 생길 때마다 너무 화가 난다는 거였다.
분명 자신은 더 잘할 수 있는데, 조금만 더 연습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머리를 채우기 시작해 훈련하고, 또 훈련하다 보면 어느새 밤이 되어 있었다는 게 이번 사건의 전말이었다.
한 마디로, 라이언 세세뇽이라는 현재 능력 별 여섯 개짜리 희대의 천재를 옆에 두고 있으니, 승부욕이 불타올라 훈련에 매진했다는 거였다.
둘의 잠재능력은 월드클래스 급, 별 일곱 개로 같았지만, 현재 능력은 별 다섯 개와 여섯 개로 차이가 있었다. 크리스 본인이 그걸 절실하게 느낀 모양이다.
이것 참··· 무식하게 성실한 자식.
나는 내 눈치를 보고 있는 크리스의 안색을 살폈다. 홀쭉해진 볼이 크리스가 많이 피곤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올해 안으로 백 퍼센트 부상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경기에도 점점 못 나가게 될 거고,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훈련량을 원래대로 돌리게 하고 감시하는 거였다.
그런데 이게 옳은 방법일지 고민이 돼서 입을 못 열고 있었다.
겉으로는 무표정한 얼굴로 크리스를 보고 있었지만, 나는 속으로 웃고 있었다. 대만족 중이었다. 모든 분야의 최고 선수들의 대표적인 특징을 크리스가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번 시즌까지만 해도 3부 리그 세 번째 골키퍼였던 크리스는 6개월 만에 2부 리그 1위 팀의 주전으로 올라섰다. 나이도 아직 10대고 웬만한 1부 리그 로테이션 급 주급을 받는다.
보통 선수라면 연예인이나 차, 집 등 여러 곳으로 시선을 돌릴 상황에도 크리스는 자신보다 뛰어난 선수를 따라잡기 위해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끝없는 향상심, 지나칠 정도의 승부욕은 최고의 선수를 향한 가장 큰 자질이다.
그 방식이 어설프긴 했지만, 컨트롤 해 줄 사람만 있다면 문제없지 않은가. 헬퍼로 크리스의 모든 걸 알 수 있는 바로 나 같은 사람 말이다.
나는 마음을 정하고 입을 열었다.
“안 유치해.”
“···그래요?”
“물어볼 게 하나 있어. 솔직히 얘기해 봐. 너 내가 훈련량 원래대로 줄이라고 하면 별로 안 좋을 것 같지?”
내 직구에 크리스는 우물쭈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라면 내가 못하게 하더라도 몰래 훈련할 거야.”
“아뇨, 태가 시키면 하긴 할 건데···.”
그렇게 하더라도 속으로는 찜찜하겠지.
그러니까.
“프로그램을 다시 짜 줄게.”
“네?”
“라이언을 따라잡고 싶은 거지? 아니, 라이언을 넘어서고 싶은 거지?”
“···네.”
“나는 네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그렇지만 네가 다치길 바라지 않아. 그러니까 절충해서 훈련 프로그램을 고강도로 다시 짜 줄게. 컨설턴트 팀의 직원들한테 도움도 받아 볼게. 배운 것도 있고.”
“네!”
내가 훈련을 막지 않고 오히려 도와줄 거라는 사실이 기쁜 건지 크리스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대신 다음부터 이런 일이 있으면 나한테 꼭 상의해야 한다. 알았어?”
“명심할게요!”
크리스가 큰 목소리로 답했다. 크리스는 신이 나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제는 좀 차분하게 만들어 놔야겠다. 훈련량을 줄인다 하더라도 들뜨거나 초조한 마음을 가진 상태면 동작이 뻣뻣해지거나 과해져 부상의 위험이 있다.
“그리고 너무 초조해 하지 마. 너 지금 차근차근 잘 성장하고 있어. 너 내가 처음에 했던 말 기억하고 있지? 넌 최고의 선수가 될 자질이 있어.”
“라이언도요?”
“라이언도 마찬가지야. 오 년 정도만 있으면 너랑 라이언이 세계 축구계를 양분하고 있을 거라고 확신해. 라이언이 너보다 성장이 빠른 건 작년부터 주전으로 뛰어서 그래. 그래서 그런 거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마. 알았지?”
“네··· 명심할게요.”
먹힌 건지는 모르겠지만, 크리스의 얼굴은 차분해 보였다.
얼추 정리가 끝난 것 같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에린과 크리스의 어머니에게 인사하고 나가려다가, 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 배웅 나온 크리스에게 말했다.
“아, 대신 너 일주일 동안 팀 훈련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마.”
“네?”
“벌이야··· 라고 하고 싶지만, 네 체력 때문에. 알았어?”
“···네, 태가 하는 말이니까요. 그렇게 할게요.”
“고맙다. 내가 반드시 널 별 여섯 개로 만들어 줄게.”
“별 여섯 개요?”
“응.”
크리스는 고개를 갸웃했고 나는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차에 탔다.
*
“세바, 너는 10대 때 라이벌이나 목표 없었어?”
“저요? 저는 뭐··· 잘하던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기도 했고, 목표 같은 건 딱히 없었어요. 굳이 롤모델을 찾자면 호아킨? 리베리?”
“승부욕 불태우면서 훈련한 적은?”
“가끔 있긴 했는데 금방 팍 식어버려서요.”
세바스티앙이 헤실 대며 머리를 긁적였다. 나도 피식하고 웃었다.
“그러면 경기력이 갑자기 확 성장한 때는?”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보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하다 보니까요? 아, U-20 대표팀 다녀왔을 때 조금 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건 왜 물어봐요?”
생각해보면 별 여섯 개짜리 선수들도 축구선수들 기준에서도 천재들이었다. 각자만의 방식이 있는 게 당연했다. 나는 참고만 하자는 마음가짐을 갖고 가볍게 말했다.
“아아, 크리스 새 프로그램 짜 주려고. 얘가 말이야···.”
세바스티앙에게 크리스가 몰래 훈련하다가 퍼졌다는 얘기를 하니 세바스티앙이 킬킬대며 웃었다.
“걔는 진짜 열심이네요. 저는 훈련시간 끝나면 아무것도 안 하는데.”
“너 정도면 완전 프로지. 공과 사가 얼마나 철저하냐.”
세바스티앙이 씩 웃었다.
“칭찬 고마워요 때. 그리고 그런 것 때문이라면··· 제 주변 선수들 얘기가 낫겠네요. AT마드리드나 스페인 대표팀의 친구들을 생각해보면요. 음··· 크리스처럼 축구에 미쳐 있을 때 가장 성장이 빨랐던 것 같아요. 어제랑 오늘이 다르고, 그 다음 날이 다르고 이런 식으로 눈에 띄게 쭉쭉 달라져요.”
“그래? 고맙다.”
“별말씀을요.”
세바스티앙과의 얘기가 끝나고, 나머지 선수들과는 직접 만날 여유가 없어 통화로 대체했다.
말수가 없는 조던에게는 직구로.
“조던, 내가 뜬금없이 전화해서 이런 거 물어봐서 미안한데···.”
-···괜찮아요.
“너는 언제 가장 많이 실력이 올랐어?”
···.
레온에게는 경기 얘기를 하면서 천천히.
“레온, 저번 주 경기는 잘 봤어. 폼이 또 좋아졌더라. 그런데 말이야.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런데···.”
-얼마든지 물어봐요.
···.
데니스에게는 좀 더 꼼꼼하게 물어봣다.
“데니스, 미친 것처럼 훈련해본 적 있어요? 경기 제대로 못 뛸 정도로.”
-응? 당연히 있지, 우리 때는 말이야···.
나는 데니스의 길고 긴 설명을 들어야 했다. 80, 90년대 영국의 축구계는 우리나라의 구타 문화가 비슷하게 있었다고, 선배한테 어떤 괴롭힘을 당했는지에 대한 얘기까지 들었다. 그리고 체력 관리 이런 것에 대한 정보가 적어 죽을 만큼 훈련하고 경기에 나간 적도 많다고 들었다.
“그럴 때 부상당하면 어떡해요?”
-그러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으하하.
대책 없는 말에 한숨부터 나왔다.
“그럼 부탁 하나만 할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베일까지.
“베일, 오랜만이에요. 월드컵은 안타깝게 됐어요.”
베일은 데니스와 마찬가지로 헬퍼 기준으로 별 일곱 개를 찍은 선수였기 때문에 더 꼼꼼하게 물었다. 그리고 약속 하나를 받아냈다.
그동안 만났던 선수들, 그중에서도 별 여섯 개가 넘는 선수들에게는 다 연락해서 물었다.
선수 출신이자 전문가인 도미닉 또한, 자신이 모르는 분야라면(예를 들면 자신과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의 고민) 다른 선수들의 도움을 서슴없이 받았다. 이런 걸 부끄러워하면 이 업계에서 일할 수가 없다고 했다.
나는 도미닉에게 배운 걸 아낌없이 활용하고 있었다. 도미닉과 함께 다니며 친해진 코치들에게도 조언을 들었고, 요카노비치 감독과도 상의했으며, 로이와 마크 휴즈와도 의견을 나눴다.
펩 과르디올라와는 그 정도 관계까지는 아닌 것 같아서 연락 못 했다.
그렇게 나는 일주일 동안 크리스의 새 개인 훈련프로그램을 만들었다.
*
-초조할 거라는 건 잘 압니다. 그렇지만 차분해져야 해요. 부상 위험이 도사리는 시기긴 하지만, 부상만 안 당한다면 그때가 가장 많이 성장하는 시기니까요.
“네, 명심하겠습니다.”
크리스의 휴대폰 화면에는 데니스가 비치고 있었다. 데니스는 한참 동안 크리스에게 ‘평정심’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얘기했고, 마지막에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미스터 태를 믿으세요. 시키는 대로만 하면 훌륭한 선수가 될 겁니다.
“데니스!”
-하하하, 내가 못할 말 했나.
내가 끼어들자 데니스가 웃으면서 화면에서 사라졌다. 세계 축구사 레전드의 조언이라면 효과가 좀 더 있을 것 같아 인맥 좀 써 봤다. 많은 에이전트가 사용하는 방법이다. 명성 있는 지인들과 선수들을 연결해 줘 조언을 나눠주는 방식 말이다. 감격한 표정으로 있던 크리스는, 고개를 돌려 나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봤다.
“데니스 캐머런이랑은 언제 이렇게 친해진 거예요?”
“아들을 컨설팅하다 보니까 운 좋게··· 뭐···.”
“레온 캐머런이요? 저번에 경기 본 적 있는데 포지션 바꾸고 되게 잘하는 것 같던데···.”
“다행이지.”
“태는 역시 대단해요.”
“크흠, 한 통 더 남았다.”
나는 크리스의 휴대폰을 뺏어 번호를 눌러 다시 넘겨줬다.
이번에는 크리스에게도 익숙한 베일이 화면에 나왔다. 크리스는 데니스와 통화할 때보다 더 해맑게 웃으며 베일과 안부를 나눴다.
베일은 크리스에게 자신이 사우스햄튼에 있을 때 어떤 식으로 훈련했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는지 말해줬다.
그리고 풀백에서 윙으로 전환했을 때도 흔들리지 않고 같은 훈련을 해 왔다고 말했다.
-급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내가 봤을 때 크리스는 재능이 있으니까, 꾸준히만 한다면 분명 더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말하는 사람이 월드클래스 선수다 보니 비슷한 말도 더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 같았다. 나도 옆에서 베일의 말을 꼼꼼하게 듣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손님이 한 분 계시는데요. 웨일즈의 새 감독으로 취임할 분이시거든요?
“손님이요?”
나도 처음 듣는 얘기라 화면에 얼굴을 들이밀며 끼어들었다.
-네, 크리스랑 한번 얘기해보고 싶으시다고 하셔서 옆에서 기다리고 계셨어요. 태나 에린도 이 분 정체는 비밀로 해 주세요.
베일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비켰다.
그리고 베일의 옆에서 나타난 건,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다. 크리스도 놀라서 입을 벌렸다. 옆에서 구경하던 에린도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크리스 선수.
“어, 어, 안녕하세요. 영광입니다.”
화면에서 나온 건 웨일즈의 전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프리미어리그 최다 출장기록을 갖고 있는 라이언 긱스였다.
라이언 긱스가 웨일즈의 새 감독을 맡는다? 기사로도 나온 적 없는 얘기였다.
-사적으로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보네요. 경기는 잘 봤습니다. 울버햄튼 전이랑 밀월 전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감사합니다.”
크리스는 얼떨떨한 얼굴로 화면만 보고 있었다.
-나중에 한 번 식사라도 할 수 있을까요?
“···네. 됩니다.”
크리스는 내 눈치를 봤고, 내가 고개를 끄덕여주자 대답했다.
-당신이 미스터 태죠? 베일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가레스?”
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베일을 불렀다. 화면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베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요. 긱스 감독님은 입이 무거운 분이니까 괜찮을 거예요.
베일에게 얘기한 크리스나 긱스에게 얘기한 베일이나··· 웨일즈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입이 싼 걸까··· 머리가 아파져 오는데 긱스가 말을 걸어왔다.
-한국 사람이라고 했죠? 혹시 지(Ji)와 아는 사이인가요?
“아뇨, 아뇨. 저도 한번 꼭 뵙고 싶은데 그럴 기회는 없었네요.”
-그런가요? 크리스와 식사할 때 미스터 태도 초대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네, 영광이죠.”
내 말에 긱스는 씩 웃었다. 그리고 크리스에게 베일이 했던 것처럼 몇 가지 조언을 했다. 그리고,
-제가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선수가 크리스 당신입니다.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자국 레전드의 인정에 기뻐서 그런 것인지 크리스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몇 분 정도의 짧은 이야기였지만, 전화를 끊은 크리스는 당장에라도 훈련하고 싶은지 몸을 움찔거리고 있었다.
나도 레전드와의 의외의 만남에 기뻐하고 있었다. 아마 크리스를 웨일즈 국가대표팀으로 데려가기 위한 포석이겠지만, 내 선수가 인정받는 기분은 무척 좋았다.
“크리스, 열심히 해야겠다.”
“네. 그래야 겠어요.”
나는 크리스와 의기투합하다가 언제 간 건지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에린을 발견했다.
“근데 너 거기서 뭐 하냐?”
에린은 질색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방금 그 사람 완전 싫어요.”
“긱스? 너 축구선수면 다 좋아하지 않아?”
“사생활이 쓰레기잖아요.”
에린의 말에 나와 크리스는 서로를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