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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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이적설 (2)
“챔피언스리그요···?”
“네.”
에드워즈 단장은 크리스의 벙찐 물음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너무 놀라지 마, 지금 네 실력이면 당연한 거야.”
나는 크리스가 정신을 차리도록 어깨를 툭 건드리며 말했다. 크리스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긴 했지만, 여전히 흥분한 기색이었다. 우리 둘을 보던 에드워즈가 빙그레 웃었다.
“맞습니다. 앨런 선수라면 당연히 받아야 하는 대우입니다.”
지난 이적시장에 겪은 어떻게든 값을 깎으려던 팀들과는 다른 태도였다. 신사적이면서 파격적이었다.
“그래서 저희는 앨런 선수를 원합니다. 저희의 제안은 심플합니다. 5년 계약, 기본 주급 8만 파운드(약 1억 2천만 원), 보너스 포함 10만 파운드(약 1억 5천만 원) 이상을 보장하겠습니다.”
풀햄에서 현재 받고 있는 7만 파운드도 보너스를 포함한 주급이었는데 기본 주급으로만 8만 파운드를 보장해준다고 한다. 그것도 1부 리그 최상위권 팀에서. 이 정도 금액이면 리버풀 내에서도 평균 이상의 주급이다.
“풀햄과의 초상권 계약이 어떻게 돼 있는지 모르겠지만, 초상권으로 인한 수익이 몇십 배는 오를 겁니다. 우리 리버풀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구단 중 하나입니다. 크리스 선수의 스타성이라면 중국과 미국에서도 수많은 광고를 찍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아니,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조용히 있던 리버풀의 CEO 피터 무어가 말했다. 다시 에드워즈가 말을 이었다.
“적응에도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클롭 감독은 앨런 선수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고, 같은 웨일즈 출신인 벤 우드번 선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세세뇽 선수와도 친하시죠?”
에드워즈의 물음에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100% 확신은 못하겠지만, 저희는 세세뇽 선수도 반드시 데려올 겁니다. 이번 이적시장에는 어렵겠지만, 여름에는 꼭.”
“그렇군요···.”
크리스는 가만있질 못하고 입을 달싹였다.
당장에라도 고개를 끄덕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안은 잘 들었습니다. 더 구체적인 얘기도 들을 수 있을까요?”
“얼마든지요.”
에드워즈와 무어는 기다렸다는 듯 계약서와 광고 기획서를 꺼내 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크리스, 에린과 그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세부 계약서나 기획서 또한 위의 말에서 벗어난 건 없었다. 기획서에는 어떤 광고를 찍을 거고, 어떤 기업들과 협약이 끝났는지 어떤 규모인지가 적혀 있었고, 계약서에는 세부 조항들이 있었는데 불합리한 조항 따윈 보이지 않았다.
오늘 당장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도 될 정도로 깔끔했다.
이들 또한 오늘 계약을 마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보였다.
나는 크리스를 대신해 대답을 기다리는 그들에게 말했다.
“정말 좋은 제안입니다. 다만···.”
“다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요.”
에드워즈는 고개를 끄덕여줬다.
“아쉽지만 이해합니다.”
에드워즈는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옆의 무어도 마찬가지였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우리는 악수를 나누고, 에드워즈와 무어를 현관 앞까지 배웅했다. 에드워즈와 무어는 손을 흔든 후에 차를 타고 멀어졌다.
차가 보이지 않게 되자 에린이 크리스를 향해 평소보다 높은 톤으로 떠들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방금 꿈 아니지? 리버풀? 진짜 네가 리버풀에 가는 거야?”
“그러게··· 말도 안 돼···. 나 잘하면 다음 달에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
“챔피언스리그 라니!”
에린과 크리스가 모처럼 죽이 맞은 채 흥분해서 이말 저말 다 하고 있었다.
나는 흥분한 둘의 팔을 잡아 집 안에 들여다 놓고 현관문을 닫았다.
“얘들아, 일단 진정해.”
“네!”
“거실에 가서 앉아 있어봐. 나 차 좀 타 올 테니까 둘이 떠들면서 기다려··· 아니 에린은 나 좀 도와줘.”
“네!”
크리스는 씩씩하게 대답하고 거실로 향했다. 에린은 갸우뚱하며 날 따라왔다. 부엌에 도착해서 나는 에린에게 작게 물었다.
“풀햄이랑은 무슨 통화였어?”
“아, 풀햄 단장님이랑 통화했어요.”
에린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신이 풀햄의 단장과 나눴던 이야기를 해 줬다.
“일단 미안하다고 했어요. 이적 제안은 쏟아지지, 내부에서는 크리스의 이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바로 못 정하지··· 그래서 연락이 늦어졌다고 미안하대요.”
“대처?”
“네, 보드진 의견이 두 쪽으로 갈렸대요. ‘지금 팔아야 한다.’ 파와 ‘빌어서라도 이번 시즌 끝까지 데리고 있어야 한다.’ 파로요. 계속 결정이 안 나서 단장님이 그냥 전화했대요. 참고로 구단주님도 결정 못 하고 고민 중이래요.”
“음···.”
“단장님은 크리스를 이번 시즌 끝까지 데리고 있고 싶다고 했어요. 크리스 정도의 선수라면 언젠가는 떠날 건 알았고, 이번에 이적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지만··· 풀햄의 대우도 나쁜 편이 아니고 크리스의 실력도 어디 가는 건 아니니, 승격 때까지만 남아주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했어요. 감독님이 크리스 이적을 적극 반대하고 있대요.”
“감독님이?”
비즈니스적 시각으로만 보면 굳이 남을 필요는 없었다.
크리스는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빅클럽으로 가고, 풀햄은 공짜로 영입한 선수를 1,200만 파운드(약 180억)에 팔 수 있다.
양쪽 모두 윈-윈 하는 아름다운 구도다.
팀의 성적 또한 2위 울버햄튼과 10점 넘게 차이 나는 상황이니 굳이 크리스가 없더라도 승격에 큰 차질이 생기진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른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니 감독과는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 친분이 없는 관계도 아니고.
나는 에린에게 차와 과자를 넘기고 휴대폰을 켰다. 그리고 [슬라비사 요카노비치] 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카노비치는 신호음이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 그의 한숨 소리가 휴대폰을 넘어 들려왔다.
-후우우···.
“감독님.”
-기다렸어요. 크리스는 뭐라고 그래요?
“그건 제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그렇죠···.
요카노비치는 다시 한 번 한숨을 크게 쉬었다. 오늘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뜸을 들이는 요카노비치를 기다려줄 수는 없었다. 내가 먼저 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혹시 크리스가 빠지면 풀햄 승격에 차질이 생기나요?”
축구 선수는 이미지도 생각해야 한다. 크리스가 다른 클럽으로 이적한 후에 풀햄이 승격에 실패한다면 풀햄의 팬들은 크리스의 안티 팬이 될 것이고, 일부 팬들 또한 크리스에게 ‘의리가 없다, 배신자, 유다’라는 굴레를 씌울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건 선수 생활 내내 따라다닐 것이다.
체력 문제로 크리스가 빅클럽에 가서 적응하기 어려움을 겪을게 뻔히 보이는데, 무리하게 이적을 강행해 욕을 얻어먹을 필요는 없었다.
크리스에게 전체적인 상황을 설명해주고, 여유 있게 판단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건 올바른 판단을 위한 정보 수집이었다.
-최근 경기에서 절반 이상의 공격이 크리스의 발에서 시작되고 있는데 당연히 문제가 생기지요. 전술 훈련도 크리스를 중심으로 돌리고 있으니까요. 한동안은 삐걱거릴 겁니다.
“공감해요.”
-잘 타고 있던 흐름을 끊는 것만큼 축구계에서 위험한 건 없잖아요? 그래서 크리스가 꼭 남아줬으면 좋겠어요.
바이아웃 조항이 있었기에 결정권은 우리 쪽에 있었다. 한 팀의 감독인 요카노비치 조차 부탁 이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맞는 말씀이에요. 크리스에게 잘 전해볼게요.”
-고마워요.
요카노비치는 뜸을 들이다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간다고 해도 원망은 안 하겠다고 전해주세요. 선수가 빅클럽에 가길 원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요. 대신, 갈 거면 미리 말해주시면 고마울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끝까지 크리스를 배려하는 요카노비치의 태도에 나도 진심을 담아 답했다.
*
“솔직히 가고 싶긴 해요.”
거실에 마주앉자마자 크리스가 말했다.
“그 대단한 클롭 감독님이 절 높게 평가한다고 인터뷰해주셨고, 대우까지 확실히 해 준다고 하고··· 챔피언스리그 명단 포함까지 시켜준다니, 이런 조건에 안 혹하면 축구선수가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렇게 마음에 들면 계약하면 되지 않아? 그냥 할까?”
나는 평온하게 답하고, 되물었다.
크리스가 대답하지 않고 묻는다.
“태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나는 반반이야. 남아도 좋고, 떠나도 좋아.”
“그런 게 어디 있어요···.”
크리스가 눈썹을 찡그렸다.
나는 진지한 눈으로 크리스를 바라봤다.
“망설여지는 거지? 뭐가 망설여지는지 한 번 들어볼 수 있을까?”
먼저 크리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다. 크리스는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너무 급한 건 아닐까 해서요. 작년 초에는 3부 리그, 작년 말에는 2부 리그, 그리고 올해 초에는 1부 리그라니. 제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돼요.”
크리스의 솔직한 걱정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줬다. 크리스는 내 반응을 본 후에 계속 말했다.
“그리고 요즘 들어 더 열렬히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도 있어요. 몇 달 전에는 욕도 많이 먹었지만··· 요즘에는 다 응원뿐이거든요. 얼마 전에 제 응원가 나온 거 아세요?”
“알지, 크리스~ 크리스~ 하는 거잖아.”
내가 멜로디를 흉내 내자 크리스는 피식 웃었다.
“그래서 승격까지 마무리 짓고, 2부 리그 우승 트로피랑 2부 리그 플레이메이커(어시스트 1위, 17-18시즌 신설) 상까지 딴 후에 이적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벌써 이런 제안이 들어와 버렸네요.”
크리스는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 이적해야 챔피언스리그 홈그로운을 딸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런 좋은 제안을 하시는 것 같고··· 여름에 이적하면 이 정도 팀으로 이적할 수 있을지 걱정돼요.”
나는 크리스의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한 후에 입을 열었다.
“하나하나 대답해줄게. 일단 너무 급하진 않아. 내가 봤을 때 너는 1부 리그에 가도 세바스티앙 만큼 할 수 있을 거야.”
“정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헬퍼의 정보라는 절대적인 확신이 있기에 내 끄덕임에는 거침이 없었다.
“풀햄 팬들에 대한 마음은··· 좋네. 나도 그렇게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일단 이건 넘어가고, 홈그로운 관련해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여름 이적 시장 때도 제안이 많이 들어올 거야.”
“왜요?”
“아까 대답이랑 같은 논리야. 너는 홈그로운이 없어도 무조건 명단에 들어갈 실력이 있으니까. 최상위권 감독들과 스카우터들은 네 실력을 알아볼 눈이 있을 거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크리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크리스는 멍해졌다가 씩 웃었다.
“너는 고작 홈그로운 조항에 엮일 선수가 아니야. 몇 년 만 지나면 네 팀 감독은 무조건 네 이름을 처음으로 스쿼드를 짤 거야.”
“격려 고마워요.”
“나는 객관적인 네 재능을 말한 거야.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이제 내 얘기를 해야겠는데··· 나 방금 요카노비치 감독님이랑 통화하고 왔거든?”
“아···.”
“네가 꼭 남아줬으면 한다고 하시더라.”
크리스는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크리스에게 지금 팀을 떠났을 때, 문제가 될 것들과 떠났을 때의 장점들을 쭉 이야기했다. 내 생각에 매몰되지 않도록, 크리스가 판단할 수 있도록. 크리스는 진지하게 내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헬퍼를 통해 얻은 정보인 ‘체력’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 지난 시즌부터 휴식기 없이 쭉 뛰었잖아.”
“네.”
“요즘 들어서 회복속도가 많이 떨어졌어. 아마 2~3월쯤 되면 폼이 점점 떨어질 거야.”
“···진짜요? 저 생생한데.”
크리스가 자신의 몸을 구석구석 내려다보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거야 내가 최대한 관리를 해 주고 있으니까. 그 관리도 한계가 올 거라 이 말이야.”
“아···.”
“그래서 반반이라고 얘기했던 거야. 풀햄에서는 폼이 떨어진 상태로도 주전으로 뛸 수 있어, 반면에 리버풀로 가서 안 좋은 모습을 연달아 보여주면 순식간에 2군으로 떨어지겠지.”
“그럼···.”
“그렇다고 꼭 풀햄에 남을 필요는 없어. 클롭 감독님이 출장 시간을 조정해주고 다음 시즌에도 믿고 써 준다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클롭 감독님은 유망주 하나는 제대로 키워내시는 분이니까. 아무튼, 내 얘기는 끝이야. 천천히 생각해보고 결정해.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하고.”
이야기를 마치고 나와 크리스의 가족은 저녁을 먹었다.
크리스는 식사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방에 틀어박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나와 에린은 리버풀과 마찬가지로 바이아웃을 제의한 나머지 BIG6 구단들과 약속을 잡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맨체스터에 방문하기 위해 조던 킹을 만나겠다는 핑계로 에이전시 일정까지 수정하고 나니, 크리스가 거실에 나와 있었다.
크리스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그냥 태가 정해주면 안 돼요?”
“내가 나쁜 맘이라도 먹으면 어쩌려고 그러냐···.”
내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크리스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건 고맙다만···.”
나는 다시 한 번 한숨을 쉰 후 똘망똘망한 눈으로 날 보고 있는 크리스에게 말했다.
“생각해 둔 방법이 하나 있긴 해.”
“역시, 그게 뭐예요?”
에린도 내 입에서 나오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잠시 후 크리스와 에린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리버풀의 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클롭 감독님과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