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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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이적설 (4)
“이제 계약 이야기를 해 보죠. 역시 선수가 있는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기에는 불편한 감이 있습니다.”
나는 에드워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선수 앞에서 가치가 어떠니 가능성이 어떠니, 이래서 값을 깎아야 하니 하다 보면 선수가 구단, 감독과 감정적으로 사이가 나빠질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수는 요구사항을 에이전트에 다 전해 놓고 계약서의 최종 확인과 사인하는 것만 택한다.
에드워즈가 물었다.
“다른 팀의 제안은 어땠습니까?”
“당연히 비밀입니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클롭을 보며 물었다.
“제가 이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한 건, 감독님이 크리스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쓰실지 궁금해서였습니다.”
저쪽에서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했으니 나도 본론이다.
클롭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답했다. 크리스에게 보여줬던 얼굴과 같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채였다.
“최고의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보다 더 강한 압박에서는 단점이 드러날 수도 있지만, 천재지변이나 가정사 같은 말도 안 되는 문젯거리만 없다면 축구계의 정상에 서는 선수 중 하나가 될 겁니다. 지난 한 달과 FA컵에서 보여준 모습대로라면 프리미어리그에도 금방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이고요.”
그의 목소리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의 폼이 나빠진다면요?”
클롭이 입을 다물었다.
나는 준비했던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축구계에서는 유망주를 보내선 안 되는 팀들의 몇 가지 유형이 있죠. 그중에서 강등권 싸움, 우승권 싸움, 4위 다툼을 하는 팀이 가장 대표적이고요. 급박한 상황에서 팀은 믿을 수 있는 선수를 내보내지 유망주를 쓰는 도박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팀으로 유망주가 이적했을 때, 유망주가 잘 적응하지 못한다면 금방 기회를 잃고, 자신감도 떨어지는 상태에서 2군을 전전하다 제때 성장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죠.”
클롭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말하면 죄송하지만 리버풀은 리그 4위 싸움에서도 그렇게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또한 1분, 1분이 중요한 건데 크리스가 출전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첫 상대가 포르투라곤 하지만 어찌 될지 모르는 노릇이고···.”
나는 숨을 한 번 골랐다. 이번에는 부상 복귀자들 얘기다.
“그리고 애덤 랄라나와 대니 잉스가 곧 복귀합니다. 기존 전술에 녹아들어 있는 선수들을 놓고 크리스를 굳이 쓸 필요가 없죠.”
“에이전트라면서 선수를 못 믿는 겁니까? 크리스가 적응을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클롭이 어느새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나는 클롭의 험악해진 표정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아뇨, 누구보다 믿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크리스의 상태를 잘 알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크리스는 곧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길 겁니다. 지난 시즌부터 크리스는 휴식기 없이 달려왔고, 이제 곧 한계가 올 겁니다.”
“···체력 문제라.”
클롭은 나를 관찰하듯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폼이 떨어질 거라 생각하고 있는 거군요···.”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며 클롭이 생각을 정리하길 기다렸다.
“당신, 특이하군요. 보통 에이전트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이적부터 시키고 봤을 텐데···.”
“아무리 좋은 이적이라도 선수가 행복하지 못하다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좋아요. 그럼 이렇게 부정적인 말을 늘어놓은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클롭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내게 대한 호의가 느껴졌다.
“저는 이런 조건에서 크리스가 리버풀에서 잘 적응할지 걱정됩니다. 그래서 크리스의 이적을 여름으로 미루고 싶습니다.”
내가 말을 마치자마자 에드워즈가 입을 열었다. 에드워드가 무슨 말을 하나 들어보려 몸을 트는 찰나에 클롭이 에드워즈를 제지하며 말했다.
“솔직히 미스터 태의 말이 맞습니다. 크리스가 체력이 떨어진다면 중용하기는 어렵겠죠. 그렇지만 저는 크리스의 존재감을 봤습니다. 경기의 판도를 바꿔버릴 수 있는 ‘월드클래스’로서의 자질을 말이죠. 이번 시즌에 실패하더라도 다음 시즌에는 확실히 중용할 겁니다. 에드워즈에게 말해 계약서에 조항으로 문서화해도 상관없습니다. 여름에 다시 얘기하자니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클롭이 오해하는 것 같아 입을 열었다.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지금 리버풀과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닙니다.”
클롭이 고개를 갸웃한다. 옆의 에드워즈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나비 케이타처럼 시즌 종료 후 이적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고 싶습니다.”
“여름에요?”
클롭이 에드워즈를 봤고, 에드워즈는 고개를 빳빳이 세운 채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러면 챔피언스리그 홈그로운에 포함되지 못합니다. 지금 이적은 정말로 불가합니까?”
이것에 대한 대답은 준비해 놨다.
“네, 겨울에 이적해야 한다면 그냥 하지 않겠습니다. 클롭 감독님이나 리버풀의 조건은 아깝지만,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의 팬들과 풀햄 수뇌부들에게 불쾌감을 안겨줄 필요도 없고요. 크리스의 실력이라면 틀림없이 여름에도 많은 빅클럽들이 탐을 낼 겁니다.”
숨을 고르고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 홈그로운이 부족한 팀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팀들보다 홈그로운에 덜 구애받을 거라 생각합니다. 라힘 스털링의 경우에는 애석하지만··· 고메즈, 아놀드, 우드번, 브류스터 같은 슈퍼 유망주들이 자라고 있으니까요. 이들만 세 봐도 벌써 규정에 딱 맞는 숫자네요.”
이들이 장기 부상으로 빠질 수도 있고 성장을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런 건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다. 지금 해내야 하는 건 크리스의 지연계약이니까.
잠깐 말이 없던 에드워즈가 핵심을 짚었다.
“크리스의 바이아웃은 1,200만 파운드죠. 여기에는 챔피언스리그 홈그로운 값인 600만 파운드가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미스터 태 방식대로 이적하게 되면··· 챔피언스리그 홈그로운 값을 치르고 챔피언스리그 홈그로운을 얻지 못하는 유망주를 데려가야 한다는 얘기군요. 다른 팀보다 앞서 계약하는 조건으로?”
“네. 홈그로운을 제외하더라도 크리스에게는 그 정도 가치가 있으니까요.”
뻔뻔하게 대답했지만, 저절로 침을 꿀꺽 삼키게 됐다. 600만 파운드, 한화로 90억이다. 절대로 적은 돈이 아니다.
에드워즈의 무표정한 눈빛에 지지 않고 마주 바라봤다.
이 돈은 풀햄의 구단과 팬들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풀햄은 여름에 이적하는 것보다 600만 파운드를 더 받을 수 있고, 크리스 또한 책임감 있게 이번 시즌까지 마치고 간다고 하니 크리스는 할 만큼 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었다.
팬들 또한 풀햄을 생각해 준 크리스를 더 깨끗하게 보내줄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구장에 돌아오면 박수 정도는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리버풀은 크리스라는 유망주를 피 터지는 여름 이적시장 때, 경쟁할 필요 없이 데려올 수 있다. 나는 크리스의 잠재력을 알기에 이런 교환비를 낼 수 있었다. 클롭 또한 알아본 것 같지만 단장, 에드워즈를 설득하는 건 다른 문제다.
이 명제를 증명하려면 크리스가 얼마나 대단한 유망주인지 늘어놔야 한다. 그걸 위해 크리스의 이번 시즌 스탯들을 머릿속에 외워 놨다.
“그러니까···.”
“흔들리지 않으시는군요. 알겠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죠. 홈그로운을 포기하겠습니다.”
“네?”
막 이야기를 시작하려는데 에드워즈가 내 말을 끊었다.
에드워즈는 심지어 웃고 있었다.
“우리 구단이 크리스 정도 되는 유망주에게 600만 파운드를 아낄 거라고 걱정한 겁니까? 미스터 태는 귀여운 면이 있군요. 감독님만 괜찮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독님, 크리스 없이도 남은 시즌 동안 괜찮을까요?”
나는 에드워즈의 호쾌한 태도에 얼이 빠졌다. 빅클럽의 재정과 배포를 너무 얕봤었던 것 같다.
“어찌어찌 버텨 봐야지. 오기만 한다면야 이번이 아니라 여름에라도 상관없어.”
클롭 또한 아무렇지도 않게 크리스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클롭의 얼굴에서는 기이한 희열을 엿볼 수 있었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걸 좋아한다.
헬퍼의 그 문구가 문득 머릿속에 새겨졌다.
도르트문트, 리버풀 클롭의 대표적인 두 팀은 클롭이 맡기 전까지는 허점투성이인 팀들이었다. 리버풀로 가기 전에 훨씬 더 좋은 조건의 팀들이 많았으나 클롭은 리버풀을 선택했다.
클롭은 애매한 팀을 강팀으로 키워내고, 폴란드 리그 출신이었던 레반도프스키를 월드클래스로 키워낸 것처럼 불확실한 선수를 최고로 만들어내는 걸 선호하는 감독이었다.
커뮤니티에서는 클롭에게 고생하는 걸 좋아하는 마조가 아니냐는 유저들도 있을 정도였는데,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보니 신기하면서도 기묘했다.
클롭에 대한 생각도 잠시, 에드워즈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문제는 없는 거죠. 이제 자세한 얘길 나눠볼 수 있겠군요. 다른 팀들이 어떤 제안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제안이 그리 뒤떨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에드워즈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때 제안들과 같습니다. 아, 추가된 게 하나 있습니다. 계약금을 두 배로 드리겠습니다. 대신 다른 팀에 눈 돌리지 마십시오.”
“네?”
832만 파운드(약 124억).
에드워즈가 내민 계약서에는 업계 표준인 일 년치 봉급의 두 배가 적혀 있었다.
원래는 여름에 줄어든 이적료로 더 큰 제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주급을 올리거나 하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까지도 사라져 버렸다.
너무 잘해줘서 협상할 생각조차 들지 않는 제안이었다. 그 어떤 팀보다 크리스를 대우해준다는 느낌이 났다.
다음에 빅클럽과 상대할 때는 내 그릇을 좀 더 키워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계약서를 쭉 살폈다. 이런 좋은 조건이라면 협상보다는 조항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주급은 8만 파운드다. 풀햄에서는 기본 주급 6만 파운드에 출전 수당 등을 포함해 평균 7만 파운드 가량의 프리미어리그 수준으로도 고주급을 받고 있었다.
에드워즈는 더 주고 싶지만, 구단의 주급 체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해서 그 이상으로는 줄 수 없다고 했다. 지금 제시하는 것도 많다며 크리스의 입단속도 부탁했다.
“언론에는 7만 파운드로 나갈 겁니다. 이건 앨런 선수에게도 입단속 시키십시오. 다른 선수들이 불만을 품으니까요.”
8만 파운드면 바이날둠, 마네 바로 밑이다. 리버풀 10위권 내에 드는 주급이었다.
그리고 크리스는 출전, 미교체 수당 등으로 2만 파운드 정도 보상을 받아 평균 10만 파운드의 주급을 받게 된다. 리그 20경기 이상 출전 시에는 자동으로 기본 주급이 10만 파운드로 오른다고 했다.
나는 조항들을 훑으며 중얼거렸다.
“제안이 이런 식이면 에이전트가 필요 없겠는데요.”
“저희도 깎을 필요가 있을 땐 깎습니다. 대신, 지를 때는 확실히 지르는 거지요. 감독님의 요청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고요.”
에드워즈가 웃으며 말했다. 클롭도 옆에서 씩 웃었다.
초상권 또한 풀햄과 같은 7대 3으로 가는 대신, 전 세계적 마케팅을 보여주겠다고 그때 만났던 CEO, 피터 무어가 장담했다고 했다.
“원래는 그날 저만 가려고 했는데, 크리스에 대한 자료를 쭉 훑으시더니 따라오신 겁니다. 그만큼 크리스 선수로 할 수 있는 마케팅이 많다고 생각하고 계세요. 크리스 선수의 개인 후원사인 아디다스 또한 우리 유니폼 후원사이기도 하니 연계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고요.”
“관련 서류도···.”
“당연히 준비하고 있죠. 내일 직접 방문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조항을 꼼꼼히 살폈지만 문제 될 게 하나도 없었다. 남은 건 한여름에게 물을 법적 확인뿐이었다.
우리는 내일 또 한 번 약속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항은 고칠 게 없었으니 구두 합의를 마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크리스의 두 번째 팀이자 내 두 번째 계약으로 리버풀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