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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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선택의 중요성 (3)
왼쪽 선수의 이름은,
“호세 알메이다···.”
뚱한 표정의 갈색 얼굴이 프로필 사진에 떡하니 박혀 있었다. 대표가 추천했다는 호세 알메이다는 포르투갈리가 최상위권 팀 스포르팅CF에서 뛰고 있는 브라질 출신의 시장가 2,000만 파운드의 풀백이었다.
그리고 오른쪽 선수의 이름은,
“팀 하르트만···.”
팀 하르트만은 금발 머리를 군인 같게 짧게 친, 무표정한 사내였다. 그는 이적료 1,200만 파운드의 가치를 가진 풀백으로 독일 출신이고, 분데스리가 중하위권인 하노버에서 뛰고 있었다.
에이전시의 보고서에서는 스토크가 요구했다는 조건 이상의 내용이 없었다. 딱 필요한 부분만 있는 깔끔한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선택해보면, 조건에 가장 적합하면서도 에이전시에 가장 큰 이익을 남겨줄 선수는 볼 것도 없이 호세 알메이다였다.
나는 휴대폰의 겉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마크 휴즈는 내가 에이전시에 요구한 것 이상으로 해내 주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가 원하는 디테일한 조건을 알고 있었다. 헬퍼가 있기에,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어떤 선수가 스토크시티에 적합한지도 확인할 수 있다.
겨울 이적시장은 이제 이 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일은 이전의 어떤 일보다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프로필들에 적혀 있는 두 선수의 담당 에이전트들의 번호를 저장했다.
그리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밤이었지만 지금은 이적 시장이었다. 두 에이전트 모두 한창 일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신호음이 한 번 가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EW에이전시 소속 직원 태현석이라고 합니다. 에이전시에서 연락을 받으셨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두 선수의 에이전트들과 약속을 잡고, 바로 비행기를 예약했다.
*
“따라오게.”
나는 먼저 팀 하르트만을 만나기 위해 독일에 왔다. 공항에 마중 나온 건 팀 하르트만을 담당하고 있는 에이전트인 스벤 바우어라는 남자였다. 그는 EW에이전시에서 독일 지역을 담당하는 유일한 에이전트였다.
스벤 바우어는 각진 머리에 각진 얼굴을 한 40대 초반의 중년 남자였다. 말을 필요한 것 이상으로 하지 않는 걸 보니 무뚝뚝한 사람 같았다.
“타게.”
“감사합니다.”
나는 보조석에 앉아 차 밖 풍경을 잠깐 감상했다.
차가 주차장을 나서자마자 햇빛이 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아침 햇살이 생각보다 강했다. 스벤은 가림막을 내리고 운전을 계속했다.
분위기가 무거워 시답잖은 얘기를 몇 개 꺼내 봤지만, 스벤의 대답에서 별 관심이 없는 게 느껴져 말을 줄이고 조용히 있게 됐다.
나는 노트북을 꺼내 비행기에서도 보던 팀 하르트만의 풀 경기를 이어서 재생했다. 그러면서 스벤의 눈치를 조금 봤다.
-스토크시티? 왜 이제 와서··· 하르트만은 다른 구단을 알아보고 있는데··· 음··· 일단 와보게.
어제 통화에서 스벤은 이렇게 말했었다. 의외라는 반응이 한가득이었다.
갑자기 스벤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실패했다던 이적 얘기가 다시 나온 거지? 나는 에이전시에서 자네에게 협력하라는 말밖에 못 들었어.”
자세한 설명까지는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효율적인 대화를 좋아하는 것 같아 나도 바로 핵심을 말했다.
“스토크시티의 감독님이 절 지명했어요.”
“지명?”
“선수 선발 권한을 주셨다고 해야 할까요···.”
“그걸 왜 당신에게?”
예상했던 질문이었기에 나는 준비해놨던 대답을 늘어놓았다.
“제가 한동안 레온 캐머런을 컨설턴트한다고 스토크시티를 자주 방문했었거든요. 그러면서 스토크시티에 대해서는 다른 에이전시 사람들보다 좀 더 잘 알게 돼서요.”
“그런가··· 감독에게 신임 받나 보군.”
스벤은 제 혼자 납득하고서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얼마 후, 스벤의 차는 하노버 훈련장에 도착했다.
나는 스벤과 함께 나와 팀 하르트만을 만날 수 있었다.
독일어는 읽고 알아듣는 정도만 가능했기에, 스벤의 입을 빌려 대신 말해야 했다.
“안녕하세요, 하르트만 선수.”
팀 하르트만은 사진처럼 무뚝뚝한 인상의 건장한 선수였다. 키는 185cm 정도 돼 보이고, 골격이 커서 풀백보다는 중앙 수비수 같아 보였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내 악수를 받은 하르트만은 왜 에이전시 직원이 여기까지 왔는지 궁금해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스벤의 입을 빌려 스토크시티 이적 추진을 위해 왔다고 말했다.
하르트만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노버에서 헤매고 있어서 이적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스벤이 여러 팀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나는 하르트만의 정보를 살폈다.
[팀 하르트만]-양발을 능숙하게 잘 쓴다.
-패스 플레이를 선호한다.
-현재 팀에서 자신과 맞지 않는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패스 플레이, 마크 휴즈의 조건에 부합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하르트만이 내게 무어라 말을 걸며 스벤과 나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하르트만의 독일어는 발음이 워낙 거칠어 알아듣기 힘들었다. 나는 스벤에게 통역을 요청했다.
“내가 스토크에 가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했었다는 얘길 하고 있어···. 자긴 날 믿으니까 꼭 이적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고.”
부끄러울 때 하는 행동인지 스벤은 눈을 가늘게 뜨며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하고 있었다.
세바스티앙이나 크리스가 나를 믿는다고 했을 때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묘한 동질감이 들었다. 스벤은 선수에게 신뢰를 받는 에이전트 같아 보였다.
“그렇군요. 저도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라고 전해주세요.”
“알겠네.”
스벤은 무뚝뚝했지만, 꼼꼼한 사람이었다. 훈련에 참관해 하르트만을 점검하는 일과를 마치고, 숙소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자기 집에 손님방을 준비해 놨다고 나를 데려갔다.
스벤의 부인에게 독일식 정찬을 대접받고, 다음 날 연습경기에도 스벤의 차를 타고 하노버의 경기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경기 전에 팀 하르트만을 또 만났다.
지이잉.
이번에는 헬퍼가 돕는 건지, 가장 필요로 정보가 바로 나왔다.
-오버래핑을 선호하지 않는다.
마크 휴즈는 스토크시티에서 왼쪽의 에릭 피터스를 공격적으로 쓰고, 우측 풀백은 최대한 오버래핑을 자제시키는 비대칭형 전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발은 느리지만 피지컬도 좋고, 패스도 준수한 레온이 부족한 별수에도 묵묵히 제 몫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스타일은 시즌 중반 들어 확실하게 굳어졌고, 변화는 어려웠다. 마크 휴즈는 레온 캐머런이 그랬던 것처럼 오버래핑을 자제하고 거의 중앙 수비수나 다름없는 피지컬을 가진 패스 잘하는 수비형 풀백을 원하고 있었다.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팀 하르트만은 그 역할에 완벽하게 들어맞아 보였다.
“아이고···.”
다만, 하노버의 감독은 팀 하르트만의 체격을 이용한 미스매치를 노리는 건지 자꾸 전진시킨 후 롱패스를 시도했다.
그리고 그 무리한 오버래핑은 실점의 원인이 됐다.
하르트만의 표정이 별로 안 좋아 보였고, 내 옆의 스벤도 하르트만처럼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나는 그의 기분이 조금 나아지길 바라면서, 내가 본 하르트만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말했다.
“하르트만이 스토크시티로 가면 한 단계 날아오르겠네요. 이쪽 감독은 하르트만을 제대로 못 쓰고 있어요.”
스벤의 얼굴에 순식간에 놀라움이 차올랐다.
그는 그동안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내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나? 단지 이틀 만에?”
“네.”
내 확신 어린 말에 스벤의 표정이 처음으로 밝아졌다. 일자였던 입술에 약간 곡률이 생기며 미미하게 웃는 듯한 표정이 됐다.
스토크시티로의 이적을 확신할까 봐,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확실한 건 아니에요. 호세 알메이다 선수도 만나봐야 하거든요. 하르트만 선수에게는 얘기하지 말아 주세요.”
*
그날 저녁 나는 스벤의 배웅을 받으며 포르투갈로 향했다.
대표도 추천하고, 기록상으로도 완벽해 보이는 호세 알메이다 선수는 190cm 가량의 키에 피지컬도 빠지지 않고, 킥력도 준수한 완성형 풀백이었다.
한 마디로 인터 밀란의 트레블을 이끌었던 브라질의 월드클래스 풀백, 마이콩의 하위호환 선수라고 말할 수 있었다.
비행기에 타기 전이나 비행기 안에서 확인한 호세 알메이다의 플레이는 어느 역할에 갖다놔도 제 몫을 다할 선수처럼 보였다.
다만 호세 알메이다의 소속팀 스포르팅이 포르투갈에서 TOP3 안에 들어가는 상대적 강팀이다 보니 수비하는 모습보다는 공격하는 모습이 주로 보이고, 수비 상황도 역습을 끊는 모습만 보여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생각했다.
이번 주말에 열리는 경기가 라이벌이자 포르투갈의 최강팀 FC포르투라 선수가 수비적인 성향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알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번 공항에서는 호세 알메이다의 에이전트인 브루노 카르도주가 날 픽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포르투갈-스페인을 담당하는 에이전트였다.
“반갑습니다. 태현석이라고 합니다.”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환하게 웃으며 먼저 악수를 건넸는데,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내 손을 아플 정도로 꽉 쥐었다.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왜 하르트만에게 먼저 들렀나?”
“경기까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그랬습니다만··· 이쪽에 먼저 오면 동선이 꼬여서요.”
“꼬일 게 뭐가 있나?”
브루노 카르도주의 검은 눈동자가 나를 쏘아봤다.
“당연히 호세가 스토크가 필요로 하는 선수 아닌가, 왜 그렇게 뱅뱅 돌아가는지 이해가 안 가는데.”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웃는 낯을 거둬들이고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직접 보고 판단하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뭘 안다고···.”
아직 헬퍼를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이 사람이 날 싫어한다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뭘 안다고 어쩌고 하는 걸 보면 경력도 작은 직원이 이런 이천만 파운드의 이적이 달린 중요한 선택을 맡게 됐다는 사실이 불만인 것 같았다.
아니면 경력자인 자신이 업계에 들어온 지 1년도 안 된 내 선택에 좌지우지되는 게 싫은 걸지도 몰랐다.
‘그동안 다른 직원들이 너무 착하긴 했어.’
이 사람이 경력자고, 이렇게 세게 나오더라도 나는 고개를 숙일 생각은 없었다. 이곳은 한국이 아닌 유럽이다. 예의범절이나 경력자에 대한 대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실력, 효율이 더 중요한 곳이다.
나는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
“마크 감독님이 저를 믿고 맡겨주신 일입니다. 저는 제 방식대로 최선을 다할 겁니다.”
내가 눈을 내리깔지 않자, 그는 대놓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결국 먼저 고개를 돌렸다.
“따라와, 차는 저쪽에 있으니까.”
브루노의 정보는 정말 쓸데없는 것밖에 없었다. 오늘 양말을 뭘 신었는지, 아침에 뭘 했는지에 대한 사소한 정보들만 있었다.
브루노는 나를 태워 호세의 집 앞에 내려놓자마자 내가 찾아온다고 얘기해뒀다고 하며, 바로 제 갈 길을 갔다.
나를 맞이한 호세는 뚱해 보이는 사진과는 다르게 인상 좋은 청년이었다. 그는 나에게 인사하며 환하게 웃었는데, 저절로 호감이 생겨날 정도였다.
인상이 좋은 건 좋은 거고, 이적할 선수를 찾는 건 다른 일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호세 알메이다]-현재 능력 : ★★★★★★
-공격력이 강한 풀백.
-키 : 191cm
처음 얻은 정보는 호세를 바로 평가하기 어려워 보이는 정보였다.
나는 사소한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고는 훈련장 근처의 숙소를 잡았다. 그리고 경기 전날까지 훈련장에 매일 방문하며, 반복하는 행동과 훈련 내용을 통해 호세 알메이다의 습관과 스타일을 살펴보았다.
경기 전날, 내게 말 한마디 걸지 않던 브루노가 다가왔다.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건가?”
“대표님이 괜히 호세 알메이다 선수를 택한 게 아니네요.”
경기 전날까지 얻은 정보와 훈련 모습을 살펴보니 호세는 하르트만의 수비력에 더해 공격력까지 장착한 선수로 보였다.
“자네도 보는 눈은 있나 보구만. 역시 우리 호세가 그쪽 요구에 적합한 선수지.”
브루노는 마음에 안 들었지만, 선수와는 별개였다.
아마 호세를 추천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의 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