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When the Second Male Lead Powers Up RAW novel - Chapter (225)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225화(225/920)
#225
코메디아 델라르테 (3)
노랗고 빨갛고 파란 벽지, 빙글빙글 돌아가는 온갖 문양.
사방에서 반짝이는 구슬과 이국적인 악기들. 리에스테르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
그곳의 가장 높은 자리에서, 엠마 코를레오네가 갈고리 팔을 뻗었다.
그러자 프랑수아 뒤엠 후작이 그녀의 쇠붙이에 우아하게 키스했다. 쪽.
진득한 눈빛이 그의 얼굴이며 입술로 따라붙었다. 나는 민망해서 머리를 숙였다.
저런 눈길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는 후작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내가 영지에 만들어준 포털을 이용했다고 들었소.”
제독의 목소리는, ‘담배 많이 피우시나 보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걸걸했다.
“호위 기사와 시종은 그렇다 쳐도 동생을 둘이나 데려오다니.”
일행은 예를 차린 후 줄곧 묵묵히 서 있었다.
요한 경은 한껏 기세를 죽인 듯했는데, 제독처럼 예민한 싸움꾼에게 정체를 들키지 않고자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사전에 논의한 대로 단순하게 행동했다.
‘말은 후작만 한다. 나머지는 내내 입을 다물고 있는다.’
“지참금은 아닐 테고. 혼약의 증인이오?”
“그런 의도로 찾아온 것이 아닙니다.”
후작이 침착하게 답했다. ‘허.’ 제독의 잇새로 탄식이 흘렀다.
나는 슬쩍 목을 들어 그녀를 확인했다. 표정에 가감 없는 유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중년인이 퉁명스레 내뱉었다.
“야속하군. 나는 그대를 위해 두 번째와 세 번째 남편도 버렸는데 말이지.”
뭐······? 나는 입을 떡 벌리고 마리아를 돌아보았다.
후작가의 공녀도 턱이 빠지기 직전이었다.
애정 면에서 무척 분방한 코를레오네 제후국이니, 제독이 지고지순할 거란 생각은 꿈에도 안 했다.
애초에 마리아도 큰오빠를 ‘노리개’라고 일컫지 않았던가.
하지만 남편이 셋이나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중 둘을 쫓아냈다니!
“마담. 저를 좋게 봐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오늘은 드릴 부탁이 있어 방문했습니다.”
“그것참.”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저택 어딘가에서 희미한 연주와 웃음소리가 들렸다.
제독은 갈고리로 자신의 가슴팍을 긁으며 자세를 바꿨다.
나는 여인이 셔츠 안에 입은 게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후다닥 시선을 내리깔았다.
방금 보니 단추도 전부 풀려 있었다. 으악!
이건 진짜, 내가 그간 주워듣고 경험한 ‘퇴계공’과 너무 달랐다!
“비싸게 구는군.”
“여러 번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두 번째 남편이 되고픈 마음이 없습니다.”
후작이 부드럽게 대답했다. 제독은 스크래치 낸 눈썹을 찡긋거렸다.
“첫 번째 남편 자리가 탐난다는 건가? 하긴 그대는 전부터 절개가 대단했지.”
‘허나 그자는 투기가 심하오. 집안도 좋아서 내치기 힘들어.’ 몹시 유익한 정보를 전하는 말투였다.
무슨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보는 것 같았다.
“청을 들어주신다면 그에 걸맞은 대가를 지급하지요.”
후작이 깍듯한 자세로 말했다.
나는 그제야, 그가 일부러 자신의 진실한 면을 숨기고 있음을 알았다.
제후국에 온 이래 그는 평소의 ‘관종’ 같은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딴 사람이라면 저게 본모습이고 관종 쪽이 가면이라 생각했겠지만, 프랑수아 뒤엠은 달랐다.
지금 그는 빈틈을 드러내지 않으려 차분한 모양을 꾸며내는 것이다. 상대와 거리를 두고 싶다는 뜻이겠지.
반쯤 뜨고 있던 제독의 회녹색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저희가 체보임 포털을 이용해 황도로 갈 수 있게 해주신다면, 저는 친애하는 황제 폐하께 나아가 로렌초 제후 전하의 새로운 무역 정책을 옹호하겠습니다.”
“······.”
“이는 리에스테르와 코를레오네의 교역을 더욱 원활하게 할 겁니다. 알레시오 공자 전하의 입지를 굳히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요.”
꿀을 바른 듯한 목소리였다. 나는 앞뒤를 파악하고자 부지런히 머리를 굴렸다.
그러니까 후작은 스스로를······. 활용해서 상황을 타개할 심산은 아니었다.
새로운 무역 정책이라는 건 제후의 아들 알레시오의 공인 모양이다.
요컨대 정치적인 조력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제독은 사랑받고 자란 데다 가족과 사이가 좋다고 들었다.
아버지와 오빠에게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거부하지 않을,
“국제 포털을 이용하겠다?”
움찔. 여인의 말끝에 날이 섰다. 언뜻 비꼬는 듯싶기도 했다.
나는 초조히 그녀를 올려보았다.
왜지? 포털 1회 이용에 저런 조건이면 괜찮은 협상 아닌가?
게다가 상대는 신분이 확실한 대귀족이었다.
어느 모로 봐도 코를레오네가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 며칠 체보임이 소란스럽소.”
“······.”
어째 느낌이 싸하다.
“시커먼 건달에, 주인 없는 해적선에, 이제는 국경을 건너게 해달라는 제국의 후작까지.”
제독이 우리를 향해 턱짓했다. 나는 침 넘어가는 소리를 죽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잘은 모르겠지만 여기도 난장판이구나.
“좋은 제안이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찜찜하군.”
쯧. 그녀가 혀를 차고는 좌석 귀퉁이에서 시가 박스를 주워들었다.
프랑수아가 즉시 반응했다.
그는 품에서 고급스러운 성냥갑을 꺼내더니, 물 흐르듯 자연스런 몸놀림으로 불을 켰다.
탁! 치이익······.
“아양도 떨 줄 알고.”
제독이 희롱을 걸었다. 후작이 연분홍빛 눈동자를 가볍게 휘었다.
나는 시가에 불붙이는 게 저리 오래 걸린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성냥도 엄청 기네.
“예의라고 생각해주십시오.”
“앙탈도 부릴 줄 알고.”
담배를 문 그녀가 후작을 보며 빙글거렸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무지 위험해 보였다.
나는 괜히 베일을 만지작거렸다. 제발 잘 풀려라, 좀.
“······언제든 황제 나리를 알현할 수 있는 대귀족이, 이런 식으로 체보임을 경유하는 건 수상하고.”
그녀의 음성이 소름 끼칠 만치 낮아졌다. 눈이 크게 뜨였다.
“마담.”
“감히 나를 이용할 생각은 마시오.”
제독이 날카롭게 말을 끊었다. ‘후우.’ 매캐한 시가 연기가 쏟아져 내렸다.
마리아와 나는 후욱 숨을 참았다.
요한 경이 도와주면 좋겠지만, 그는 당장 힘을 써서는 안 됐다.
“슬픔에 잠긴 얼굴이 썩 아름다워 품어주고자 했건만.”
“······.”
“내 호의를 써먹을 생각뿐이군.”
시가를 잘근거리는 입술과 음산한 목소리 덕에, 그녀의 말은 용암이 끓는 것처럼 무섭게 들렸다.
거센 위압에 숨이 턱턱 막혔다.
황제가 내게 가했던 소드마스터의 위압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훨씬 정제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나는 전방에 버티고 선 에르베 경을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냥 내 정체를 밝히고, 솔직히 도움을 구하는 게 낫지 않을까?
아냐······. 후작이 하는 걸 지켜보기로 했잖아. 얌전히 있자.
“오해입니다.”
“여우짓 하는 자태도 나쁘지 않지만, 역시 부모를 잃고 우는 모습이 더 고왔지.”
마리아가 움츠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금방 뭐라고,
“‘고요의 바다’에 유골을 뿌릴 때만 해도 고분고분했는데. 그게 벌써 이십 년쯤 됐나.”
“······.”
후작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에르베 경은 느릿느릿 주먹을 쥐었다.
나는 충격과 당혹으로 입을 벙긋거렸다. 그건. 그런 말은 너무하잖아.
“그대야말로 오해하지 마시오. 지금의 결연한 눈빛도 마음에 드니까. 다만 나는 그대의 주인과 달라.”
거친 음성이 이어졌다. 녹조처럼 어두운 홍채에 고약한 장난기가 깃들었다.
제독은 갈고리로 후작의 턱을 들어 올렸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내 앞에서 무언가를 지키겠다고 같잖게 굴면, 꺾어주고 싶거든.”
“······.”
“약해져서 흐느끼는 꼴을 바라게 돼.”
그녀가 희뿌연 연기를 뱉으며 끌끌 웃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오직 반응을 끌어내기 위한, 속을 들여다보기 위한 질 낮은 도발이라는 걸 알았다.
아는데.
“그대가 싫다면 동생 중 하나를 내 침실로 들여보내시오. 그러면 포털을 열어주지.”
“맙소사.”
에르베 경이 사색이 되어 마리아를 감쌌다. 나는 결국 분통을 터뜨렸다.
“이보세요!”
뒤편에서 요한 경의 신음이 들린 것도 같았다.
제독은 기다렸다는 듯 시선을 내게 겨누었다.
프랑수아가 파리한 낯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미안합니다.
“그냥 물어봐도 되는 거 아닙니까. 포털을 왜 타냐고, 무슨 일 있냐고 평범하게 질문할 수 있잖아요. 왜 굳이 상처를 헤집고 아프게 하는 겁니까? 차라리 협박이 낫겠네요.”
“······소문의 홀아비로군.”
그녀가 중얼거렸다.
마리아가 작은오빠의 허리를 붙든 채 나와 제독을 번갈아보았다.
나는 성큼성큼 둘을 지나쳐 프랑수아의 팔을 잡고 계단 아래로 내려왔다.
‘왕자님?’ 그가 다급히 속삭였지만 못 들은 척했다.
말문이 터진 김에 그냥 화도 계속 내기로 했다.
“저는 옛날 일을 잘 모르지만, 보아하니 제독님은 후작의 연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일방적인 관계라면 아무리 남이라도 방관하진 못하겠어요.”
“호오.”
“본인이야 사랑 없는 행위에 익숙하다 해도, 냉큼 동생을 요구하는 건 최악입니다. 이분들은 서로를 아끼는 남매예요. 제물 바치듯 그리 쉽게 결정할 수 있을 리 없잖습니까. 가치관이 다른 외국인인데 최소한의 존중은 해주셔야죠.”
“과연.”
“사과까진 바라지도 않습니다. 이들 셋은 절대로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포기······.”
“맞는 말이야.”
나는 멈칫했다. 제독이 싱끗하며 시가를 씹고 있었다. 일순 닭살이 돋았다.
화다닥 뒤엠 남매를 가리자, 요한 경이 한숨을 쉬며 내 앞을 막아섰다.
조금 전과는 대열이 정반대였다. 중년인이 헛웃음을 흘렸다.
“흥미롭군.”
나는 발을 돋워 성기사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대화로 하시죠, 제독님. 저희는 당신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마땅한 대가를 지불할 용의도 있습니다. 후작을 못 믿으시는 거라면 사유 또한 충분히 설명해드릴 수,”
“아니. 내게 더 좋은 방법이 있다.”
그녀가 단칼에 내 말허리를 잘랐다. 여인은 정말이지 제멋대로였다.
똑같이 귀하게 자란 권력자여도 프레데리크 황제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이었다.
언제나 극한의 자극을 좇고, 무엇에든 쉽게 질리며, 누구의 안색도 살피지 않는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한다.
두려울 것 없고 걸리적거리는 것 없는 삶. 애정과 경외만을 받으며 살아온 사람.
응석받이 양아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제독이 나를 위아래로 녹진하게 훑어보며 말했다.
동시에 따가운 담배 연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나는 물러서지 않고 눈을 부릅뜬 채 버텼다.
*
그날 밤.
“저쪽이다! 스카라무차가 저쪽으로 갔다!”
“잡아! 달려라!”
“치안대장님의 명이다! 달려!”
‘우와아아!’ 치안대의 우스꽝스러운 함성이 거리를 휘저었다.
제후국 시민들은 어리둥절하여 행렬을 구경하다가, 별일이 아님을 깨닫고는 짝지어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스카라무차’는 달그림자 밑에서 한숨을 삼켰다.
만약 저들이 황실 근위대나 황도 수비대였다면, 자신이 직접 검을 뽑아서라도 가르쳤을 것이다.
정신이 번쩍 날 때까지.
하지만 이곳은 모국이 아니었다.
-끼잉
“조용히.”
-꾸릇
“나도 알아.”
드넓은 어깨에 매달린 신수들이 한마디씩 말을 얹었다.
여기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사내는 포기할 수 없었다.
섬의 남쪽에 있는 로렌초 제후의 성에서, 왕자의 에테르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왕자 일행이 포털 이용을 부탁할 만한 곳은 이제 하나였다.
황태자는 복면 아래 보석 같은 눈을 들어, 섬 꼭대기의 저택을 올려다보았다. 무언가를 감지해내기엔 아직 거리가 멀었다.
‘카사 디 코를레오네’.
-삐이
세드리크의 팔뚝에 앉은 신물이 가냘프게 울었다.
그는 묵묵히 뚝심 드 리에스테르를 내려보다가, 기어코 한마디를 꺼냈다.
“소리는 그대로인 걸 모르지 않겠지.”
-······
까마귀가 새침하게 무시했다.
신물의 변신 능력은 익히 알았지만, 굴뚝새 외에 다른 새로도 변할 수 있다는 건 몰랐다.
다만 학습이 부족한지 까마귀 울음은 내지 못했다.
굳이 필요도 없는 위장을 해서 무겁기만······.
“시종! 이따 시종을 침방에 들이신다니까!”
“뭐?! 그 잘생긴 제국 후작님이 아니라?”
태자가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골목 바깥에서 흥분에 찬 행인들의 말이 쏟아졌다.
“내가 저택 마부의 조카의 아내의 애인한테서 직접 들은 거야. 검은 베일을 쓴 시종이 후작님하고 같이 왔는데, 아주 당돌해서 시뇨라가 푹 빠졌대. 그렇게 근사하다더라. 금발은 꼭 아드마의 태양 같고!”
“우와, 그럼 첫째 남편은 드디어 소박맞으려나?”
신수들이 놀라서 혀를 내밀었다.
당돌한 성격과 금발, 제국 후작의 시종으로 위장한 남자.
대충 들어도 왕자의 이야기였다. 빠드득, 검은 장갑이 혜검을 단단히 쥐었다.
설마 포털을 빌리기 위해 말도 안 되는 거래를 한 거라면,
흠칫.
태자가 퍼뜩 반대편을 쏘아보았다. 그는 방금 자신이 느낀 감각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주 희미하지만 존재 자체는 분명했다.
예사로운 겨울 바다와는 질적으로 다른, 또렷한 물의 힘.
“······.”
크리스텔 드 사르네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