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When the Second Male Lead Powers Up RAW novel - Chapter (243)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243화(243/920)
#243
청소를 시작하지 (6)
마담 빅투아르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 사르네즈 공작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너무 비겁하지 않습니까, 공작. 당신은 철저한 강자 아닌가요?”
“······.”
증거 없는 사건 하나를 통째로 얻은 셈이니까.
‘하사품 착복 사건’이라는 일을, 자신의 입맛대로 각색할 수 있게 되었다고 여겼을 테니까.
이미 고인이 된 범인은 결코 자신을 방해하지 못하리라 믿었을 터였다.
“베랑 남작 가족은 이미 사랑하는 쌍둥이를 한날한시에 잃었습니다. 그런데 힘없고 영세한 저분들에게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씌우는 걸로 모자라, 망자를 모욕할 계획까지 세운 거잖아요. 두 사람은 생전에도 앙드레지 백작가 때문에 가슴에 대못을 박고 살았습니다.”
“······.”
“부족한 것 없이 자란 분이, 평생을 권력자로 살아온 분이 그토록 치졸하게 약자를 이용할 생각을 합니까?”
내가 엘리자베트 경에게 일기장을 건네며 쏴붙였다.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되니까.’ 그런 이유는 오답이었다.
적어도 내 믿음으로는 그랬다.
프레데리크 황제나 부티에 추기경 같은 지도자가 있는 세상에서, 그 따위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았다.
벼랑 끝에 몰렸던 프랑수아 후작과 베랑 남작도 사랑받는 영주였다.
나는 주먹을 꾹 쥐었다. 조리 있게 따지고 싶은데 자꾸만 화가 치밀었다.
간신히 소리 지르지 않는 게 나의 한계였다.
“그냥 칼 들고 제게 바로 오시지 그랬습니까. 그럼 정정당당하기라도 했겠죠.”
“······.”
공작은 나를 보며 입을 벙긋거렸지만, 끝내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차라리 그게 나았다. 죄송하다느니 송구스럽다는 말로 덜 수 있는 죄가 아니었다.
내게만 잘못한 것도 아니며, 그의 계략으로 죽어간 이들은 이제 살아 돌아올 수 없지 않은가!
“망자에게 반격 당할 거란 생각은 안 해보셨나 봅니다!”
그래서 베르너르 페네티안에게 더욱 분노했다.
그에게도 똑같은 말을 퍼부어주고 싶었다.
야비하게 이럴 것 없이, 직접 와서 뭐라도 휘두르라고.
휘장 뒤에 숨어 남의 손에만 피 묻히려 드는 짓은 그만하라고.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러는 건지는 몰라도, 살인자의 더러운 명분 따윈 이제 알고 싶지 않았다. 궁금하지도 않았다.
“쉬이, 왕자님.”
‘걱정 마. 나머지는 어른들에게 맡기렴.’ 추기경이 내 뺨을 쓸며 조곤조곤 달랬다.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단안경 아래의 눈을 보니 또 울컥했다.
세상에는 분명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훨씬 많은데, 잘못하는 놈 따로 있고 수습하는 분 따로 있다는 게 새삼스레 화가 났다.
이런 일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스승님이 유감을 표하는 것도 억울했다.
아무래도 나는 성숙한 어른이 되려면 한참 먼 것 같았다.
뒤편에 묵묵히 서 있던 요한 경이, 내가 다시 불꽃 구슬을 쥔 것을 보고 설핏 웃었다.
“······수사 과정에서, 황도 수비대 사관학교 창립식을 12월로 미루는 데 공작의 입김이 주효했다는 사실 또한 확인했습니다. 당초 10월로 예정되어 있던 행사였고 유동성이 높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남작령의 고아원 개원식이었던 12월 19일로 날짜를 정한 고의성이······.”
잠깐 침묵했던 엘리자베트 경이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이후로도 공작과 외제니 케시에의 죄는 끝없이 나왔다.
특히 사르네즈 가문의 시종장, 제라르 소리오의 증언이 언급될 때마다 귀족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맙소사, 무슨 양파도 아니고!’
예컨대 공작이 앙드레지 공자를 영주성으로 불러 맹독을 건넨 것, 암호를 통해 테러 현장을 직접적으로 지휘한 것, 악성 지라시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교정했다는 것, 전대와 전전 공작 역시 신국에 정보를 넘긴 적이 있다는 사실 등이었다.
황제궁 시종인 지네트가 몇 년 전부터 케시에의 세뇌를 받아 왔다는 폭로도 있었다.
몇몇 신관이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러나 가장 충격이 컸던 순간은, 케시에가 오래된 진실을 털어놓았을 때였다.
“베랑 남작가를 이용하자는 의견은······. 제가 냈습니다. 예, 접니다.”
노인은 어느새 자포자기한 목소리였다.
처음엔 증언할 테니 살려달라며 목숨을 구걸했고, 그다음엔 차마 보기 힘든 자해를 하더니, 이제는 모든 걸 내려놓은 기색이었다.
찢어진 이마에서도 피가 멎은 듯했다. 흰머리가 붉고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이내 모래처럼 껄끄러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죽은 쌍둥이의 신상을 캔 자가······. 저의 끄나풀이었습니다. 그 작업에 큰돈을 썼지요.”
“······.”
이게 무슨 말이야? 재판의 진행을 도맡고 있던 소백작조차 놀란 눈빛이었다.
그녀가 침착하게 말을 받았다.
“대주교님. 당시 황실 근위대가 한 달여에 걸쳐 베랑 영주성과 주변을 수색했습니다. 신국으로 정보를 빼돌린 범인은 남작님의 마부였습니다. 쌍둥이 형제와 같은 현장에서 사망했던 일손 말입니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작년 3월, 내가 첫 암살 시도를 당했을 때의 일이다.
페네티안에서 나를 죽이고자 밀입국한 사제급 성기사와 신관 쌍둥이가 있었다.
두 죄인은 쥘리에트 시종으로 입궁하려 했던 베랑 쌍둥이를 살해하고, 그 자리에 들어와 진짜인 양 행세했다.
근위대는 남작 가문 내부인이 쌍둥이에 관한 정보를 신국에 넘겼으리라 추측했다.
그리하여 적국에서 조건에 맞는 암살자를 선발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나는 언젠가 범인이 잡히면, 부근위대장이 내게 사건의 전말을 들려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녀는 입때 조용했다.
“근위대가 죽은 마부의 침실 바닥을 뜯어냈고, 그곳에서 금괴를 발견했습니다. 전부 신국에서 제작된 것이더군요. 황실 감정사의 확인이 있었습니다.”
이제 보니 이유는 명백했다.
쌍둥이를 팔아넘긴 마부 역시 영원한 입막음을 당했던 것이다.
가나엘의 약혼자인 엘리자베트 경이, 내 상황을 전해 들었을 그녀가 또 다른 비극을 알릴 리 만무했다.
나는 그즈음 걸핏하면 악몽에 시달리며 지냈으니까.
“흥, 그자는 연막이었소. 사건을 덮기 위한 미끼였지요.”
“뭐라고요?”
지금껏 냉철함을 유지하던 소백작의 얼굴에 처음으로 커다란 균열이 일었다.
에르베 근위대장도 참고인석에서 인상을 찌푸렸다.
케시에가 끌끌 웃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잘나신 대귀족 나리께서 이리 순진하시다니······. 하기야 곱게만 자란 분들이 무얼 알까. 손바닥만 한 지방 신전에서 암투를 벌여 봤겠소, 고급 마차 사겠다고 살롱에서 구차하게 빚을 져 봤겠소.”
“대주교.”
점잖게 그녀를 부른 것은, 조금 전 황제에게 말을 올렸던 신관이었다.
노인장이 고요히 응시하자 여인이 미간을 찡그렸다.
“······쌍둥이의 신상을 내게 넘긴 건, 죽은 마부가 아니라 남작령의 어느 사제였지요. 신전이 워낙 외진 곳에 있어 의심 받지 않겠더군요. 남작가와 적당히 왕래가 있으면서 아주 친하지도 않았고.”
“맙소사. 어떻게 그런······!”
안 베랑 남작 부인이 벌컥 달려 나오려 했다. 남편이 간신히 그녀를 안아 말렸다.
부인은 피 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어찌 그리 살인을 쉽게 말합니까. 죽은 이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다니! 우린 그동안 얼마나! 우리가 그간 어떻게 살았는지 알기나 합니까!”
“나도 살려고 그랬습니다.”
“그럼 우리 아들은! 내 아이들은 무슨 죄로 열세 살에 그리 가야 했습니까!”
‘왜! 왜······!’ 그녀가 비명처럼 부르짖으며 가슴을 쳤다. 나는 거듭 참고인석으로 뛰어 내려갔다.
마음이 너무나 무거워서, 이대로 물에 빠지면 영영 떠오르지 못할 것 같았다.
부인이 남편의 품에 기대어 내 손을 맞잡고 흐느꼈다.
언제나 부드러운 강인함을 보였던 그녀가, 끝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남작은 숨죽여 울었고, 앙투아네트는 오열하는 엘로디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나는 망연히 엘리자베트 경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그녀는 검을 뽑기 직전이었다. 8급 검사의 위압이 케시에를 찍어 누르고 있었다.
날카로운 회색 눈동자가 서슬 퍼런 살기를 뿜어냈다.
“헉, 컥······! 이게 무슨, 짓입니까! 허억!”
“그래서 사제는 어떻게 했는데.”
“지금, 폐하의 앞에서! 커헉!”
노파가 자신의 목을 틀어쥐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압력이 심한지, 상처 난 머리에서 다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죄인이 쇳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워하는데도 소백작은 꿈쩍하지 않았다.
옆에 무릎 꿇은 공작은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황실 가족을 돌아보았다. 요한 경까지 넷이 똑 닮은 무표정이었다.
“당신에게 정보를 갖다 바친 사제. 어떻게 했냐고.”
“죽였어! 죽였, 허억!”
‘콜록콜록! 쿨룩쿨룩!’ 노인이 그제야 마른기침을 뱉어내며 숨을 몰아쉬었다.
부근위대장이 순식간에 위압을 거둔 것이다.
암녹색 단발을 거칠게 쓸어 올린 그녀가 케시에를 몰아붙였다.
“언제. 어떻게.”
“수사가 끝난 후에! 하, 한 달 뒤쯤이었소. 내가 있는, 쿨럭! 대교구로 발령했지요. 교황청에 인맥이 있으니 간단했고!”
이어진 자백은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뒷날의 후환거리를 치우고자 사제를 자신의 교구로 불러올렸다.
그러고는 깎아지른 절벽에서 마차를 미끄러뜨렸다.
사전에 마차 바퀴의 나사를 조금 풀어놓고, 순탄한 길은 도로 공사를 핑계로 막아두었다.
‘마침’ 비가 왔다고 했다. 케시에는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다.
“······.”
“······.”
몸서리나는 진술이 끝났지만, 누구도 먼저 입을 떼지 못했다. 할 말이 없었다.
조금 지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부인의 손을 놓지 않았다.
“여기까지인가 보군.”
알현실의 뭇시선이 가장 높은 자리로 향했다.
지존의 붉은 눈동자가 장내를 오시하며 타오르고 있었다.
“그럼 청소를 시작하지.”
*
황제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다.
“짐은 지금 이 시간부터 죄인 시몽 드 사르네즈의 모든 작위와 훈장을 박탈하고 영지를 환수하며, 전 재산을 국고로 몰수한다. 저자의 이름으로 운영 중인 사업체 역시 황실의 관리 대상이 될 것이다. 또한 사르네즈 공작가는 전쟁 시대 이후 황실 사관이 기록한 정사(正史)에서 모조리 배제한다. 이자벨 드 사르네즈와 크리스텔 드 사르네즈는 무고함이 밝혀졌으므로 처벌에서 제외하며, 후자의 작위와 연금은 유지한다.”
“황명을 받듭니다.”
모두가 그녀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프레데리크는 분노를 다스리며 짓씹듯 말했다.
“외제니 케시에 대주교도 마찬가지다. 한편 저자의 아들 부부와 손녀는 적극적으로 모략에 가담하지 않았으나, 친족의 세작 노릇과 악행을 알고도 은폐했으며 그로부터 꾸준한 이득을 보았다. 따라서 3인 전원 종신형에 처한다.”
“안 돼. 안 됩니다! 아니 됩니다. 제 자식은 못난 죄밖에 없습니다!”
노파가 소리를 질렀다.
언감히 무릎걸음으로 황제 앞에 나아오자, 그림자처럼 곳곳에 숨어 있던 근위대가 우르르 나타나 그녀를 제압했다.
여인이 갈라지는 음성으로 악을 쓰는 동안에도 황명은 멈추지 않았다.
“아아악! 아니 돼! 어찌 이리 불공평합니까, 폐하!”
“살인, 살인 미수, 살인 교사, 살인 교사 미수, 황족 테러, 황족 시해 미수.”
바닥에 고인 피가 이리저리 튀었다. 방청객들이 발 빠르게 물러섰다.
“저는 열심히 살았습니다! 말석부터 수십 년간 착실히, 제국을 위해 노동하며 올라왔습니다. 공작! 당신도 뭐라고 말 좀 해보십시오!”
“······.”
“적국의 왕실과 내통하여 사실상의 내란을 일으키고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죄. 위대한 리에스테르 제국의 엄비를 팔아넘긴 죄. 감히 황제의 권한을 난용하고 참칭한 죄.”
“폐하! 살려주신다고 하셨습니다. 황녀께서 제게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반려의 영혼이 자신을 견고히 지탱하는 것이 느껴졌다.
프레데리크 리에스테르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그리고 흔들림 없이 선고했다.
“짐은 상술한 죄업을 물어, 시몽 드 사르네즈와 외제니 케시에를 사형에 처한다.”
“······.”
“······.”
시몽과 이자벨이 동시에 눈을 감았다.
예상한 결말이었음에도, 모두에게 쉽지 않았다.
일부 귀족과 신관이 복잡한 심경으로 눈물을 흘렸다.
케케묵은 먼지와 지나간 과오를 씻는 과정은 이토록 지난했다. 허나 겨우 2대째였다.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프레데리크는 이 또한 꿋꿋이 헤쳐 나가야 했다.
그녀는 대륙에서 가장 강대한 국가의 지배자이자 지휘자였다.
저것이 악이요 잘못이며 부정의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확실하게 선을 긋지 않으면 같은 죄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 해야만 했다.
먼 훗날, 아들의 짐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기를 바라니까.
“죄인들을 황도 감옥으로 호송한다.”
엘리자베트가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케시에는 이제 눈물을 뿌리고 있었다.
“폐하! 마지막 기회를 주십시오! 스스로를 변호할 시간을 주십시오!”
황제의 시선이 한없이 침잠했다.
오렐리가 없었더라면, 그녀는 궁의 절반을 그대로 날려버렸을지 몰랐다.
오늘 제국이 받은 타격은 아주 오랫동안 회자될 것이다.
“······전부 물러가라. 참고인 일부는 내일 다시 볼 것이다. 너희는 남고.”
그녀가 턱짓했다. 귀족과 신관들이 깊이 절을 올리고 무리 지어 알현실을 나갔다.
남작 가족을 비롯한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천천히 걸었다.
이윽고 세드리크를 비롯한 꼬마들이 조심스레 중앙으로 모였다.
프레데리크는 어린것들에게 닿지 않을 만치 작은 목소리로 바람을 불렀다.
“태사.”
“하명하십시오.”
들릴 듯 말 듯, 배후의 용병이 즉시 응답했다.
“신국에 마지막 경고를 해야겠다.”
“누구에게 띄울까요?”
요한이 기다렸다는 양 물었다. 가볍고 선선한 음색이었다.
교황청이 막힌 시점이건만 조금도 문제될 것 없다는 투였다.
“왕도에 있는 제국의 세작.”
그리고 잠깐 말이 끊겼다.
프레데리크는, 오렐리와 길게 시선을 맞추며 문장을 맺었다.
“빌헬미나 스네이더르 공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