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When the Second Male Lead Powers Up RAW novel - Chapter (310)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310화(310/920)
#310
초월하는 마음 (9)
일요일이 됐다.
주말이 흐르는 동안에도 퇴계공 연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래야만 했다.
대충 읽더라도 끝까지 살펴야 했고, 모르는 게 있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했다.
손이 피로할 때까지 수첩에 필기하고 클라우드 메모장에 따로 저장했다.
이러면 암기가 쉬워지고 파일을 잃어버릴 위험도 없었다.
친구들 생각에 가슴이 턱턱 막힐 때마다, 창문을 열고 뚝심이와 바깥 공기를 들이마셨다.
3월 말의 서울 낮은 선선했다. 안개 때문에 태양은 흐렸지만.
······그곳 시간은 얼마나 흘렀을까.
“내가 거기서 1년을 보냈는데, 여기 기준으론 겨우 하룻밤이었어. 잠든 게 3월 18일이었고 깨어난 건 19일 아침이었으니까.”
-삐이
“근데 벌써 22일이잖아. 사흘이면······.”
‘그쪽에선 삼 년이 지났다는 거야?’ 나는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고 펜을 조몰락거렸다.
책상 한편에 둥지를 튼 뚝심이가 심각하게 삐삐거렸다.
역시나 알아듣기는 어려웠다. 내 계산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었다.
사례가 하나밖에 없으니 말이다.
어쩌면 건너편은 시간이 그대로 멈췄을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수십 년이 흘렀을 가능성도 있고.
“······그래도 가야 돼.”
-삐르르!
뚝심이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쓰게 웃으며 녀석의 배를 간지럽혀 주었다.
“왜, 형하고 은서 때문에 못 떠날 것 같아?”
-삐······
“그건 그래. 다시 돌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난 가족들을 많이 좋아하거든.”
내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굴뚝새의 눈망울이 촉촉해졌다.
왜 네가 울려고 하냐.
“내가 얻은 에테르를 엄마한테 써보고 싶기도 해. 물론 그렇게 어려운 병은······. 힘들겠지만. 시도는 해볼 수 있는 거니까. 이모, 고모도 뵙고 싶다. 여기 친구들한텐 아직 카톡도 제대로 못 했어. 아, 군 후임들도 밥 한 끼 사줘야 하는데.”
-······
“형이랑 은서랑 가보고 싶은 곳도 많아. 전엔 집에서 노는 게 제일 편했는데, 대륙에 다녀오고 나선 여행도 제법 즐겁다는 걸 깨달았어. 원래 알긴 했지만 그간 사정이―”
말꼬리가 뚝 잘렸다. 나는 열없이 코끝을 긁었다.
꼬마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은서 방학하면 휴가 맞춰서 바닷가 펜션 잡을까. 그런 생각도 들더라, 어제는.”
-······
“근데. 그래도.”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 것도 같았다. 나는 입 안쪽 살을 슬쩍 깨물며 미소 지었다.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
-······
“진짜 소설이었다고 해도 평생 못 잊을 경험인데, 소설이 아닌 거잖아. 네가 여기 있잖아.”
굴뚝새가 쫑쫑 뛰어와 내 손바닥에 몸을 묻었다. 작은 온기는 큰 위로가 됐다.
털을 골라주는 손가락이 볼품없이 벌벌거렸다.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속삭였다.
“다시 건너가고 싶어.”
-······
“걱정돼. 미안하고. 사과하고 싶어. 무슨 일이 있다면 같이 해결하고 싶어. 많이 늦더라도 그러고 싶다.”
-삐삐이······
“모른 척하고 지내긴 싫어. 나는 못 그래.”
나를 의지한다는 세계에, 내가 없다. 원작인 퇴계공은 기나긴 휴재에 들어갔다.
집으로 튕겨 나온 나는 이제 그곳의 사정을 알지 못한다.
마음 한구석에선 두려움과 죄책감이 착실히 쌓여가고 있었다.
애가 타고 불안해 하루하루 잠을 설쳤다.
불길은 분명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거나, 이미 커졌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전쟁이 발발했을 테고, 크리스텔과 황태자를 비롯한 모두가 휩쓸렸겠지.
다들 얼마나 힘들까. 마음의 상처에다 참혹한 전투까지.
수많은 사람이 고통스레 죽고 다치는 비극. 전쟁은 결코 눈감을 수 없는 재난이었다.
그게 나로 인해 발발했다면 외면하기는 더욱 힘들었다.
“형이나 은서도 나처럼 생각했을걸. 우리 가족 전부.”
-······
“그러니까 이해해줄 거야. 설령······.”
‘내가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그런 문장은 소리 내지 않기로 했다.
말이 씨가 된다고, 괜히 나쁜 결말부터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며 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는 익숙한 퇴계공의 글자들이 보였다.
시원한 오미자차 잔을 뺨에 대니 정신이 좀 맑아지는 것 같았다.
문장을 꼼꼼히 소화하려고 부러 입 모양을 움직였다.
「······무테 백작가 살롱엔 이미 수많은 귀족이 모여 있었다.
연금술사의 재주를 보기 위해 황도 밖에서 원정을 온 이들도 보였다.
와인이 한 바퀴 돈 탓에 전체적으로 들뜬 분위기였다.
소파 여기저기 늘어진 청년들은 부채 너머로 은근한 눈길을 주고받았다.
크리스텔로 말할 것 같으면, 그녀는 당장 세드리크의 조인트를 깐 뒤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황태자가 마차에서 했던 소리를 곱씹을 때마다 혈압이 뻗쳤다.
‘그대라면 천한 사기꾼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겠군.’ 그건 절대로 칭찬이 아니었다.
외려 황궁 예절에 깜깜하고 교양도 부족한 저를 돌려 까는 발언이었다.
사회생활 짬밥이 몇 년인데 그걸 모르겠는가. 복수하고 싶어 피가 펄펄 끓었다.
하지만 그녀가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걷어찼을 때 벌어진 사건은, 느닷없이 별세상에 떨어져 이놈의 약혼자가 되는 일이었다.
그러니 참아야 했다.
그녀가 살인을 면하는 동안(살인 면허가 아니다), 살롱 한복판엔 실험대가 차려졌다.
이윽고 뒷문이 열렸다.
붉고 동그란 모자를 눌러쓴 노인이 꼿꼿한 자세로 걸어 나왔다.
목깃에는 비싸 보이는 짐승의 털이 둘려 있었다.
황도 사교계를 발칵 뒤집은 사기꾼, ‘연금술사’였다.
“아주 강력한 에테르가 한데 고이면, 놀라운 일이 생긴다고 합니다. 여기에 절박한 마음이 깃들면 기적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고 하지요.”
그녀가 뮤지컬 사회자처럼 입을 열었다. 신비로운 목소리였다.
젊은 귀족들이 신나서 새새덕거리고 눈을 빛냈다.
“또한 몹시 사악한 마나가 한곳에 모이면, 끔찍한 불행이 발생합니다. 여기에 못난 악심이 배어들면 골렘이 태어난다는 전설이 있지요. ‘주신의 심판자!’”
연금술사가 겁주듯 양팔을 들어올렸다.
‘꺄아!’ 놀란 소공자와 소공녀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어른들은 잔잔한 웃음을 흘렸다.
크리스텔과 태자만 무표정이었다. 연인은 닮는다고 하던가.
“하지만 저는, 완전히 새로운 이적을 보여드리고자 이 자리에―”」
“어?”
정신없이 읽어내리던 입술을 딱 멈췄다. 방금, 지나치게 중요한 정보가 지나갔다.
깜빡깜빡 졸던 뚝심이가 눈을 똥그랗게 떴다. 나는 잽싸게 스크롤을 올렸다.
“잠깐만, 여기.”
「아주 강력한 에테르가 한데 고이면, 놀라운 일이 생긴다고 합니다. 여기에 절박한 마음이 깃들면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하지요.」
“아주 강력한 에테르가 한데 고이면, 아주 강력한 에테르가······.”
나는 미친 사람처럼 그 줄을 반복해서 읽었다.
때맞춰 귓가엔 계시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짐의 무덤은 오랜 세월 고도로 응축된 에테르의 늪이었다. 너희가 말한 공간의 뒤틀림 또한 에테르의 작용이었을 터.
······하난 루마이얀과 그녀의 고분. 느적느적 입이 벌어졌다.
눈이 크게 뜨이고 손등부터 발등까지 오스스 소름이 돋았다.
다음으로는 고개가 삐걱삐걱 고장 난 것처럼 돌아갔다.
시선을 받은 뚝심이는 움찔하고 날개를 파드닥거렸다.
그때, 하난이 분명 그런 말을 했다.
우리가 왕의 무덤에서 헤맨 건, 무덤 안팎의 시간이 달랐던 건 에테르가 ‘시공간을 비튼’ 결과였다고.
일정 수준을 뛰어넘은 주신의 권능은 신비한 열매를 맺기도 한다고.
그런데 원작의 사기꾼이라는 작자는 여기에 또 다른 말을 얹었다.
「절박한 마음이 깃들면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하지요.」
“그래서······. 그래서 뛰어내리라고 한 거야? 12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삐뽀오―
뚝심이가 툴툴거리듯 울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녀석은 처음부터 내게 이 방법밖에 없단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다.
베란다 자체에 남은 다섯 신물의 에테르에, 나와 굴뚝새가 지닌 에테르.
거기다 추기경과 대주교의 성석 구슬을 깨뜨리면 실로 어마어마한 에테르 폭발이 일어날 터였다.
하지만 힘으로만 밀어붙여선 죽도 밥도 안 될 게 뻔했다.
완벽히 통제하기 위해서는―
‘지팡이가 왕자님을 인정하는 순간, 놀라운 에테르 통제력을 얻게 될 거야. 그렇지 않아도 조정이 뛰어난데 더욱 손쉬워지겠지.’
화다닥! 나는 잽싸게 허리 숙여 침대 밑을 살폈다.
어둠 속의 성장이 은은한 빛을 뿜고 있었다. 저거다.
스승님이 주신 지팡이라면, 평범한 폭발도 무지막지하고 특별한 것으로 만들 수 있을 터였다.
해본 적은 없지만 확신이 들었다.
그분은 지극히 존경받는 추기경이자, 대륙을 통틀어 손꼽히게 강한 신관이시니까.
“게다가 저건 ‘신전의 뿌리’로 만든 거잖아. 세계수.”
수호령이 그랬다.
세계수는 생명의 원천이고, 세계선(世界線)을 보호하는 유일한 존재라고.
바꿔 말하면, 세계선에 구멍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역시 세계수일지 모른다.
“지금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에테르를 모아. 그걸 성장(聖杖)으로 증폭시키고 융합해. 물론 성장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말짱 꽝이지만, 일단 인정을 받는다 치자. 동시에 절박한 마음을 깃들게 하려면?”
-삐삐삐!
하······.
“······말 그대로 극단적인 환경이 필요하다는 소리네. 성공하지 못하면 죽는다. 넘어가지 못하면 난 끝장이다. 그런 심정으로 임하라는 거 아냐.”
-삐르르르!
“쉿, 쉿.”
나는 서둘러 뚝심이를 진정시켰다.
행여 문밖에서 은서나 형이 소리를 들었을까 봐 긴장이 됐다.
몇 초간 방문을 바라봤지만 다행히 기척은 없었다. 후유.
“하나만 묻자, 정뚝심.”
-삣?
내가 속닥거렸다. 커피콩이 쪼끄만 머리를 기울였다.
“형이 저쪽으로 넘어가면 몸은 어떻게 되는 건데?”
-삣삣
“못 들은 척하지 말고. 어쭈. 어떻게 되냐니까?”
녀석이 갑자기 바쁘게 깃을 정리했다.
상황에 맞지 않게 귀여웠지만, 나는 기를 쓰고 정색했다.
이건 정말 확실히 해둬야 하는 문제였으니까.
“몸이 무사해야 해. 형하고 은서한테는 어떤 상처도 주면 안 돼. 절대로. 둘은 그런 거 어릴 때부터 숱하게 겪었어.”
-······
“내가 언제든 건강히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고. 응? 네가 도와주라. 뚝심이 너라면 할 수 있어. 이쪽으로 넘어올 때 가가방에 성장까지 챙겼잖아. 이렇게 빌게.”
나는 녀석의 고개를 따라가며 간절하게 부탁했다.
이내 눈이 마주친 굴뚝새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제발!
-······삐이이뽀오오
“감사합니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큰절이었다.
꼬마 새는 한껏 우쭐해져선 먀얄먀얄 걸어 다녔다.
그 모습을 보니 바보처럼 함박웃음이 걸렸다. 하지만 시간은 촉박했다.
일분일초라도 서둘러야 베란다에 남은 에테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을 테니까.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단 내일이 더 약할 테니까.
젠장. 이제야 머리가 좀 돌아가네!
-똑똑!
흠칫!
“작은오빠! 주말인데 바빠? 허니콤보 먹으면서 영화 보자!”
“어어, 나갈게! 맛있겠네.”
나는 허둥지둥 뚝심이를 양손으로 받쳐, 이불 밑에 넣어주고 문을 열었다.
코앞에서 배달 앱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동생이 보였다. 순간 가슴이 욱신거렸다.
약해지려는 마음을 꾹 붙들었다. 자국이 남을 정도로 세게.
*
-콰아아앙!
“아하하학! 미쳤나 봐!”
소파 아래 앉은 은서가 닭 다리를 뜯다 말고 깔깔댔다.
유머에 까다로운 형도 제법 즐거워했다.
영화는 넷플릭스가 동생의 취향대로 추천한 코미디였다.
드레스와 무도회가 나오는 시대극은 녀석이 꺼리는 것 같아, 일부러 가벼운 걸 보자고 권했는데 그러길 잘한 듯싶었다.
간접 조명만 켜서 어둑한 거실은 꼭 작은 영화관 같았다.
나는 매주 일요일 이맘때를 참 좋아했다.
“연기를 쓸데없이 잘해서 너무 웃겨어헉.”
“어, 진짜 영혼 갈아 넣었네. 그냥 본인 얘기 아니냐?”
“으하하학.”
셋이 옹기종기 앉아 배달 음식을 먹고, 킬링타임용 영화를 보며 시시콜콜 수다를 떠는 밤.
화면에 학교가 나오면 은서 학교 이야기를 하고, 회사가 나오면 우리 회사 이야길 하고, 프리랜서가 나오면 형 이야기를 하는 단순한 가족.
내일의 일은 잠시 잊고 편안해지는 시간.
평소라면 나도 그랬을 텐데.
“아, 콜라 다 먹었다.”
“내가 가져올게. 계속 보고 있어.”
나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집중하지 못하던 참이었다.
“짱!”
정은서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눈을 빛냈다. 돼지.
조금만 마시라고 타박한 뒤, 주방으로 가서 녀석과 내가 쓰는 냉장고를 열었다.
마음이 어지러워서인지 콜라가 후딱후딱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실은 집에 온 지 사흘이나 됐는데도 냉장고가 어색했다.
“내 냉장고에 작은 거 있어.”
“깜짝이야!”
소리 없이 다가온 형이 바로 옆 냉장고를 열었다.
나는 식겁한 심장을 붙잡고 차디찬 도어 포켓에 머리를 기댔다.
형이 나를 보며 유난스럽다는 듯 혀를 찼다.
‘쟤 요즘 술자리 많으니까 탄산 줄여야 돼.’ 속 편하게 그런 말이나 했다.
무슨 성기사도 아니고, 인기척 좀 내라!
“수명 1년은 준 것 같다고.”
“그래도 백이십까진 살 듯.”
내가 꽁알거리자 형이 곧장 맞받아쳤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났다.
찬장에서 은서 전용 머그를 꺼내고, 정현서가 건네준 콜라를 꼴꼴 따르는데―
“정예.”
“왜.”
“너 이상한 생각 하는 거 아니지?”
“어······?”
묘한 기분을 느끼며 눈을 들었다. 형은 몹시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무테안경 아래 눈빛이 언뜻 날카로웠다. 왜 이래?
“무슨 생각?”
괜히 철렁했다. 설마 이따가 뛰어내린다는 계획이 들켰을 리 없는데.
긴장한 게 티 났나?
“······회사 관두지 말라고. 성실하게 다녀. 프리랜서 쉽지 않아.”
“아, 내가 형인 줄 알아. 난 소심해서 사직서 못 써.”
작게 핀잔하자, 형이 실없이 낄낄거리며 은서의 잔을 챙겨갔다.
아일랜드 앞에 서니 거실이 훤히 보였다.
소파에 앉은 형이 은서에게 잔을 내밀었고, 막내는 고맙다며 닭 날개 하나를 건넸다.
‘다리는?’ ‘이번엔 작은오빠 차례야.’ ‘기억력도 좋다.’ 시답잖은 대화와 흘김이 오갔다.
나는 소품처럼 우두커니 서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쉽게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있는데, 어쩐지 이 순간만큼은 직접 기억 서랍에 담고 싶었다.
폰 카메라가 아닌 내 눈으로 간직하고 싶었다.
“······과일 좀 씻어갈게. 후식으로!”
“짱! 짱!”
정은서가 또 성의 없이 엄지를 보냈다. 나는 황급히 냉장고 문을 열고 뒤에 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