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When the Second Male Lead Powers Up RAW novel - Chapter (324)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324화(324/920)
#324
와장창! 각자의 대모험 (2)
쭈르르― 물 냄새. 싸아아― 풀 내음. 쓰름쓰름 매미 소리.
공기는 습하고, 바람은 조금 시원한 8월의 아침이다.
“자. 이건 오늘도 자네 몫이군.”
다비드가 나를 보며 자상하게 말했다.
그의 손에는 하얀 천으로 덮인 간식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로랑스가 만든 것만큼 맛있진 않지만, 제국 황태자의 ‘짬밥’과 간식은 언제나 5성 호텔급이었다.
제물로 함박웃음이 피었다. 신난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래. 전하를 보필하려면 살이 더 붙어야겠네.”
“명심하겠습니다, 다비드 님.”
“물자가 귀하니 바구니는 꼭 가져다주게.”
“그럼요.”
나는 온갖 음식이 든 바구니를 끌어안고 기쁘게 약속했다.
멀리 샤를과 함께 강변을 산책하는 세드리크 태자가 보였다.
-다그닥, 다그닥······
원래 이건 당연히 내 몫이 아니었다.
다비드가 아랫사람을 시켜 준비한 태자의 간식인데, 출근 이틀째부터 챙겨온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알기로 녀석은 주전부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권하면 잘 먹지만 먼저 찾는 성격이 아니었다. 지금은 음식을 더 가리는 듯했다.
전장에 나오니 입맛이 없는지, 다비드가 매일 다른 것을 싸 오는데 한 입도 제대로 들지 않았다.
남은 음식은 결국 내게 돌아왔다.
처음엔 이러실 필요 없다고 정중히 거절했지만, 중년인은 자원봉사를 다니는 내가 더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어른을 이길 수는 없었다.
“으음.”
그래도 태자가 걱정스럽긴 했다. 볼살이 내린 것 같은데.
낙지나 장어나 전복······. 하다못해 오골계 한 마리는 잡아야 하는 거 아닌가?
“또 아이들에게 나누어줄 생각인가?”
들켰다!
“아, 네. 저 혼자서는 다 못 먹으니까요.”
나는 능청스레 거짓말하며 천을 들춰보았다.
깜빡 속은 다비드는 잔잔하게 웃을 뿐 별말이 없었다. 어디 보자, 오늘 메뉴는······.
“와.”
삶은 달걀 세 알. 곱게 잘린 바게트 두 덩이. 여름 풍미가 물씬, 르블로숑 한 조각.
숙성된 향이 솔솔 올라오는 잠봉 드 바욘 한 토막.
달큼한 미라벨 자두는 여섯 개나 들었다! 꼬마들이 무진장 좋아할 게 분명했다.
요즘은 호닝 사람들도 제국군의 도움으로 제때 먹고 있지만, 그래도 고급 치즈나 곯지 않은 과일을 맛보기는 힘들었다.
햄은 더더욱 귀했다. 휘노에게 전해주면 기뻐할 터였다.
으깬 채소만 잔뜩인 스탐폿에, 고기를 좀 넣을 수도 있겠지.
“정말 고맙습니,”
그때였다.
-콰아아앙!
멀리서 무언가 폭발했다! 나는 화들짝하며 고개를 세웠다.
트로사르트 산 방향이었다. ‘아아아악!’ 찢어지는 비명이 메아리쳤다.
‘히힝!’ 저편에선 샤를이 앞발을 들어 올리며 멈춰 섰다.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마수 출몰, 즉시 대피.’
“다비드 님! 이쪽요!”
“그래, 알겠네!”
다행히 며칠간 반복해 온 훈련이라 어렵지는 않았다.
나는 잽싸게 그를 잡고 물가로 달렸다.
최근 트로사르트 야전 기지엔 중급 이상의 마수들이 출현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라고 했다.
이에 마법사들이 곳곳에 방어 마법식을 새기고, 하루 3교대로 전선을 지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까지 내려온 적은 없지만, 근래 모두가 신경 쓰는 화제였다.
-스릉!
태자가 검을 뽑는 소리가 들렸다. 잠잠하던 막사 방향에선 웅성거림이 커졌다.
다비드를 강변에 앉히고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하얀 천막과 푸른 하늘 사이로 핏빛 마나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우우웅, 파아아아! 작렬하는 소음이 귀를 찔렀다.
창검을 드는 전사들의 기척도 선명했다. 철컹철컹!
“민간인 우선 보호해! 일손과 주민들을 강변으로 모은다!”
“예!”
“훈련대로 한다, 훈련대로!”
“예!”
“전투 마법사 전원 집합!”
고함은 아주 멀리서 들리기도 했고, 코앞에서 쩌렁쩌렁 울리기도 했다.
대답과 기합이 바쁘게 사방을 오갔다. 나는 안절부절못하며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요아너와 주민들은 무사할 터였다.
근심하지 않아도 아이들까지 잘 챙기셨을 것이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내 가방.”
손아귀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찢어진 가가방은 짚풀 배낭에 들어 있는데, 자원봉사를 다니면서 챙기기엔 너무 컸다.
날이 더워 번거롭기도 했다.
그래서 성장이나 수첩같이 조그만 물건 외엔 전부 막사에 두고 다녔다.
“미치겠네.”
그 안엔 손수건으로 싸맨 뚝심이도 있었다. 젠장!
“하이네켄 군?”
나는 주먹으로 입을 가린 채 이리저리 배회했다. 다비드가 나를 부르는지도 몰랐다.
괜찮을 거다. 정말 그럴 거다. 그런 말만 미친 듯이 중얼거렸다.
마수들은 군영 근처에도 못 오고 쓸려나갈 게 뻔했다.
뚝심이는 기운을 쪽 빼고 잠들어 있었다.
그러니 놈들이 녀석의 신력에 반응해서 공격하는 일도 없을 터였다.
아무렴, 그게 느껴졌으면 태자가 먼저 알아챘겠지. 꼬마 새는 무탈할 것이다. 제발.
“여기서 움직이지 마.”
태자가 즉시 다비드를 돌아보며 말했다. 찰나 눈이 마주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주황색 눈매가 설핏 깊어지는 듯싶더니,
“헛!”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놈이 까만 머리칼을 흩날리며 어딘가로 달려갔다.
경고하는 느낌이었는데 착각이겠지?
함께 다니는 신관도 없어 보여서, 에테르가 혜검만으로 충분한 건지 걱정이었다.
동시에 군영에서 일하는 하인이 우르르 이쪽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한눈에 봐도 심각한 표정들이었다. 그사이에 보따리 같은 걸 챙긴 사람도 보였다.
어제나 그저께 진행된 훈련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최소 이백은 넘는 인파였다.
“전원 이곳에서 대기한다!”
“군영 외곽으로 나가는 일은 없어야 하네, 알겠는가!”
“예, 나리!”
“안내가 있을 때까지 제국군 명령에 따르도록!”
“예에!”
“마수가 보이면 곧장 물로 들어가게! 거리는 상관없네! 무조건 눈에 띄면 들어가!”
“예!”
기사 서넛이 말을 달리며 양 치듯 인파를 몰았다.
공포에 질린 민간인들은 둥글게 똘똘 뭉쳤다.
지레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여럿이었다.
나는 까치발을 들어 주위를 살폈다. 저쪽에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휘노와 쿤을 비롯한 모두가 모여 있었다.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한편 스멀스멀 긴장감이 넘실거렸다.
자책으로 입안이 바싹 말랐다.
뚝심이도 데리고 올걸. 매일매일 챙길걸.
태자나 다비드에게 들키면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 몰라, 새벽마다 혼자 인사하고 나왔다.
그놈의 얄팍한 두려움 때문에.
······정예서. 넌 왜 네 생각만 하냐?
“기사님, 실례지만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결국 나는 지나가던 기사에게 말을 걸었다. 요행히 그녀가 나를 알아보았다.
구호소에서 한동안 내가 돌보았던 환자였다.
“무슨 일이야, 봉사자님?”
“마수가 군영 근처까지 내려온 겁니까? 중급인가요?”
“······.”
그러자 기사는 입술을 말아 물고 주변 눈치를 살폈다.
한데 모인 민간인들은 서로를 달래느라 우리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수런거림이 커서 목소리도 쉬이 묻힐 것 같았다.
상관이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여인이, 잽싸게 내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가느다란 속삭임이 흘러들었다.
“상급 이상.”
“······.”
“기슭에서 아군과 대치 중이야.”
나는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 상급이라니. 마수 대토벌 때나 볼 수 있었던 수준이다.
“괜찮겠죠? 태자 전하와 모두가 계시니까요. 여기 주둔한 인력만 해도······.”
“수가 너무 많대.”
“······.”
“그러니 여기 꼼짝 말고 있어. 우리가 지켜줄 테니까.”
그녀가 비장한 얼굴로 턱을 까닥이고는 사라졌다.
나는 멍하니 입을 벙긋거렸다.
지금의 나는 왕자가 아니라서, 돌아가는 사정을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예컨대 그간 나타났던 중급 마수는 주로 어떤 속성이었고, 어떤 패턴의 공격을 했는지.
출현 이유는 무엇으로 추정되는지. 사상자는 얼마나 발생했는지.
만약 그놈들이 덮친다면, 무방비한 뚝심이가 무사할 수 있을지.
아무것도 몰랐다.
“다비드 님. 저 막사에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후다닥 바구니를 중년인에게 넘기고 운동화 끈을 확인했다.
리본은 튼튼하게 매여 있었다. 뛰어갔다 오면 금방이다. 할 수 있어.
“뭐? 자네,”
“잠깐이면 됩니다!”
탁! 나는 즉시 앞만 보고 내달렸다.
“하이네켄!”
“어이! 이봐!”
퍽, 투웅! 병사들의 갑옷에 부딪힌 어깨며 팔꿈치가 얼얼했다.
하지만 이건 내 업보였다.
이기적으로 구느라 뚝심이를 챙기지 않은 나의 과실이었다.
읏! 몇 번이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한 순간을 넘겼다. 그리고 계속해서 뛰었다.
마지막으로 합류한 신관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저 친구 잡아, 위험해!”
“이보게! 어디 가는 건가!”
“세상에!”
기사와 병사들이 목청 높이고, 주민들은 기함했다.
이내 찰캉찰캉하는 소리가 뒤를 쫓았다. 갑옷과 부츠가 달리는 인기척이었다.
등줄기에 오스스 소름이 돋고 죄지은 것처럼 덜컥 겁이 났다.
아니, 큰 죄 맞았다.
“죄송합니다! 두고 온 친구가 있어서요!”
나는 거의 악을 쓰며 막사 구역으로 들어섰다.
커다란 가지가 두 개 달린 나무도 무사히 지났다.
으악! 몇 차례나 잡힐 뻔했지만 천과 밧줄 사이로 아슬아슬 몸을 빼냈다.
운동 신경은 없어도 체력이나 근력이 나쁜 건 아니었다.
정신만 바짝 차리면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화다닥 대장간 서랍장 뒤에 숨어 주저앉았다.
“어디 갔지? 쭉?”
“그랬으면 바로 보였을 거야. 그렇게 안 빨랐는데.”
“그럼 자넨 왼쪽으로 가 봐, 난 오른쪽 살필 테니까!”
“알았어!”
한 블록 너머에서 분주한 발소리가 울렸다.
나는 가쁜 숨을 삭히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타박했다.
저분들이 위험해지면 네 탓이야. 이거 엄청난 민폐라고. 그러니까 후딱 돌아와야 해.
뚝심이만 챙겨서, 최대한 빨리.
“후우, 후······. 하, 하아······.”
번쩍 머리를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천만다행히 아는 풍경이었다.
상황이 긴박하니 오히려 길눈이 더 밝아지는 것 같았다. 사람은 전혀 없었다.
제국군이 돌보는 마을 강아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거의 다 왔다.
-타닷!
다시금 내가 머무르는 천막으로 질주했다.
이마가 땀으로 축축해지고, 공포심에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뚝심이는 지금 나에게 하나뿐인 친구였다.
어쩌면 앞으로도 내내.
-펄럭!
“뚝심아!”
조그만 천막 입구를 걷자, 침대 구석에 놓인 배낭이 보였다.
나는 허겁지겁 짐을 뒤져 굴뚝새를 찾아냈다. 주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입술이 닿은 몸통은 따뜻하게 숨 쉬고 있었다. 꼬마는 다친 곳 없이 말짱했다.
소록소록 잠든 모습을 보니 울컥하고 귓불이 뜨거워졌다.
급히 녀석을 품에 넣으려는데―
-사아아······
“어?”
내 손끝에서 동그랗고 익숙한 기운이 솟아올랐다.
나는 경악해서 그것을 바라보았다. 착각이 아니었다. 입매가 서서히 벌어졌다.
금빛 찬란한 알갱이가, 춤추듯 눈앞을 날고 있었다.
“에테르잖아. 아니, 잠깐······.”
한 손에 뚝심이를 소중히 쥔 채, 다른 손을 열심히 털어보았다.
심장에 힘을 주고, 눈을 질끈 감고 에테르를 쏟아내는 상상을 했다.
그런데 더는 없었다. 숨을 참거나 제자리에서 콩콩 뛰어봐도 결과는 똑같았다.
반딧불처럼 동동 떠오른 알갱이 한 톨이 끝이었다.
“하아······. 헉, 콜록! 크흠.”
힘이 조금 빠졌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나는 황금 입자를 감싸 뚝심이와 함께 챙겼다.
어쨌든 좋은 징조였다.
전부 돌아오진 않았어도, 이건 내게 에테르가 남아 있다는 신호였으니까.
어쩌면······. 태자 녀석은 감이 대단하니 알아볼지도 모르고.
“후우. 이제 가야지.”
벨트 주머니 속 성장과 수첩을 거듭 확인한 뒤, 소리소문없이 천막을 걷고 나왔다.
외곽 구역은 몹시 조용했다. 나를 쫓던 두 병사는 기척조차 없었다.
어째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
반짝반짝 빛나는 아침이건만, 묘하게 공기가 불길했다.
이상하다. 이거 되게 익숙한 분위기인데.
-······쿵! 쿠웅! 쿵!
그리고 멀리서, 느릿느릿 땅이 울렸다. 심지어 진동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진원이 접근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내 눈은 울림에 비례해 똥그래졌다.
쿵! 쿠웅! 쿠우웅······!
“어?”
강렬한 데자뷔가 뒤통수를 흠씬 때렸다.
손발톱 밑까지 소름 돋는 감각이 전신을 집어삼켰다.
나는 미친놈처럼 ‘말도 안 돼’만 중얼대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동시에 거대한 그림자가 저편에서 하늘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먹구름이 끼는 것처럼 시야가 어두워졌다.
그제야 영화 속 사람들이 왜 그리 느리게 반응하는지 알았다.
왜, <쥬라기 월드> 같은 거 보면―
-크허어어어!
“으아아악!”
빨리 안 도망가고, 넋 놓고 공룡 구경만 하는 엑스트라 있잖아!
-크아아아아······!
“미친, 미친미친미친미친!”
그게 바로 나다!
-콰아아아앙!
놈이 거대한 꼬리로 저쪽 막사를 으스러뜨렸다.
콰지직, 우두두둑! 두꺼운 천과 굵다란 말뚝이 휴지와 이쑤시개처럼 힘없이 무너졌다.
찰나 입이 떡 벌어지고 몸이 굳었다. 그야말로 골수까지 증발하는 기분이었다.
“······정은서어어억!”
나는 완전히 길을 잃은 채 마구잡이로, 그냥 아무 방향으로 목숨 걸고 달렸다.
지금은 1인용 성소조차 못 연다. 갑옷 차림도 아니고 방패 하나도 없다.
아주 생 일반인이라고! 근데 저놈은!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쿠웅! 쿵! 쿠우우웅!
폭군 전룡(電龍)이잖아! 마수 대토벌에서 봤던 놈!
“진짜 맛 간 작가, 맛 간 전개, 맛 간 세계선―”
-크러어어어!
귀 아파!
나는 원심력으로 튕겨 나가려는 다리를 겨우 붙들어(끄아악!) 급커브에 성공했다.
방향을 틀자 저 앞에 문 열린 화물 마차가 보였다. 악! 퇴계공 만세!
“빨리빨리빨리빨리빨리.”
삐끗! 운동화 밑창이 뜨끈뜨끈해질 만큼 전속력을 냈다.
놈이 나처럼 골목을 돌기 전에 숨어야 했다. 저놈은 상급도 아니고 전설급 마수라고!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데? 무슨 일인데!
-벌컥!
“커흑, 쿨럭쿨럭!”
젠장! 마차 안엔 뿌연 흙먼지와 짚풀이 가뜩 쌓여 있었다.
나는 다급히 소매로 입을 막고 화물칸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후닥닥 뒷문을 닫은 뒤 양손으로 꾹 붙잡았다.
안에선 문을 잠글 수 없으니 이 방법밖에 없었다. 헉, 허억, 훅, 후······.
-쿠웅, 콰앙, 콰아앙······!
하······. 나는 곧 죽을 사람처럼 헐떡거리며 문에 이마를 기댔다.
주신의 은총인지 뭔지, 전룡이 내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일단은.
*
그 시각, 제국 남부 접경 지역.
-응?
하난 루마이얀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와락 인상을 찡그리자, 육체에 깃든 이자벨이 목을 갸웃했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다정한 물음이 영혼을 울렸다. 국왕은 차분히 입을 열었다.
-······일이 있기는 있어. 한데 아직은 알 수 없도다.
문득 신성한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