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When the Second Male Lead Powers Up RAW novel - Chapter (335)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335화(335/920)
#335
자유 리에스테르의 자유로운 후작 (3)
사흘 후.
<퇴사했더니 이계 공녀>는 참 좋은 소설이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물론 너무 바쁘게 읽어서 감동이나 재미를 느낄 여유는 없었다.
나는 오로지 공부를 위해 퇴계공을 탐독했고, 중간중간 메모도 했다.
그 며칠간 업무에 집안일까지 하느라 독서 흐름마저 뚝뚝 끊겼더랬다.
그런데 갑자기 ‘좋은 소설’ 타령이 왜 나오냐고?
그야, 이만큼 교육적인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싶어서.
“하아······.”
나는 절대 세상의 중심이 아니고, 그러니 언제든 자의식을 점검해야 하고, 삶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걸 쉼 없이 상기해주는 명작.
그게 바로 퇴계공이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서 창밖을 스치는 누런 풍경을 바라보았다.
요 며칠 아주 새삼스러운 교훈을 얻었다.
이 세계선이 내게 의지하든 말든, 여긴 내 뜻대로 안 흘러간다.
절대로.
“이랴, 헛!”
-다각, 다각, 다각······
바로 지금처럼.
“후작님, 이것 좀 드셔보시지요.”
“······고맙습니다.”
애써 웃으며 뱅자맹이 건네는 크래커 두 조각을 받아들었다.
숌 치즈를 잘라 얹은 여행 간식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중년인은 며칠 전부터 나를 먹이는 데 몹시 열성적이었다.
내 얼굴을 보는 게 처음인데도 ‘살이 내리신 것 같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아삭아삭 과자를 깨물자 티테가 만족스러운 듯 눈을 접으며 파닥였다.
-아우웅
-삐이!
그래, 너희가 행복하면 됐다······. 이것도 맛있네.
“폐하께는 지금쯤 전갈이 도착했겠네요. 후작님을 뵈면 무척 기뻐하시겠어요.”
옆좌석의 요한 경이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잠든 페리를 능숙하게 안은 채 다른 손으로 조그만 책을 읽고 있었다.
<80일간의 대륙 일주>. 나는 티 나지 않게 남자를 흘겨보았다.
······사흘 전으로 돌아가 보자. 싫어도 같이 가보자.
‘당신이 내가 아는 그분이었던 겁니까?’
‘······속여서 죄송합니다.’
그날 그렇게 천막을 나온 뒤, 내가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은 모데스트 바카리 군이었다.
황태자의 발표(정확한 내용은 아직도 모른다)를 접한 그가 부랴부랴 임시 막사까지 말을 달린 것이다.
어찌나 급했는지 콧등엔 마도구 안경이 없었고, 청은색 눈동자는 폭발하는 별처럼 떨리고 있었다.
겉옷은 잔뜩 구겨진 데다 진흙이 튀어 지저분했다.
나는 급한 대로 손수건을 꺼내 그의 로브를 털어주었다.
예언자가 벌벌거리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주신 맙소사······.’
‘놀라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믿기 힘드시리라 생각해서······.’
나는 기겁한 청소년을 열심히 달랬다. 그는 ‘어쩐지, 어쩐지.’ 하며 비틀거렸다.
일단 배정받은 막사로 데려가 따뜻한 차를 대접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해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아니, 과연 그랬나?
-타앙!
‘어쩐지 당신이 있으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싶었습니다.’
찻잔을 술잔처럼 비운 청소년이 꼬장을 부렸다.
나는 내가 따른 게 찻물이 맞는지 거듭 확인하고, 죄지은 사람처럼(거짓말은 죄가 맞다) 고개를 주억였다.
‘유감입니다.’
‘그런 사람이 세상에 둘일 리가 없는데,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주신께서 어찌 이런 조화를 부리신단 말입니까······.’
‘속 썩여서 송구합니다, 바카리 군. 하지만······. 어어?’
나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앞의 꼬마가 눈물을 떨구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고, 왜 울어. 잘못한 건 전데 왜 울어.’
‘······.’
‘요한 경! 죄송한데 혹시 빵 좀 갖다주실 수 있습니까?’
나는 허겁지겁 경호를 맡은 성기사를 찾았다.
그는 대충 상황을 파악했는지, 더 묻지 않고 갓 구운 빵 한 바구니를 배달해 주었다.
그동안 예언가는 소리 없이 울었다.
인상을 쓰지 않고, 코를 먹지도 않고, 입을 꾹 다문 채 눈물만 흘렸다.
보고 있자니 절로 마음이 조여들고 죄스러웠다.
내가 잘못해서 이곳을 떠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상처를 주었으니까.
이 아이에게도, 다른 친구들에게도.
‘······다른 세상에서 오셨다고 하셨습니다.’
한참이나 수분을 뺀 바카리 군이 입을 열었다.
이런 울음이 익숙한지, 목소리가 거의 잠기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요한 경의 손수건을 빌려 꼬마의 손에 쥐여 주었다.
다른 손에는 물잔을 들게 했다.
눈시울이 발개진 스물한 살짜리는 이제 열일곱 정도로 보였다.
‘네. 그렇게 설명할 수 있겠네요.’
‘그러면 후작께선 주신의 대리자이신 겁니까? 신께서 저희에게 보내신 귀인입니까?’
그 물음에는, 말문이 턱 막혔다.
신비로운 눈망울이 진리를 탐구하듯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한동안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헤맸다.
그건 나 또한 궁금하게 여겼던 질문이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 퇴계공을 파헤쳤다.
‘주신교’에 관한 단서는 뭐든 악착같이 긁어모았고, 어떻게든 내가 아는 사실과 짜 맞추려 애썼다.
하지만 그쪽 설정만큼은 노력으로 해결할 수가 없었다.
주신교는 현실의 종교처럼 복잡한 철학이나 관념을 갖고 있지 않았다.
이는 아무리 봐도 ‘주신’이라는 창조신을 숭배하는 일종의 원시 종교, 특히 샤머니즘에 가까운 형태였다.
물론 그럴듯한 교단이 있고, 성서와 해설서가 있기는 했다.
심지어 나는 1년간 그걸 직접 겪고 읽었다. 하지만······.
‘으음.’
말이 오래되었을 뿐,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여러 설화와 전설을 해석하면 대체로 이런 내용이었다.
‘용기를 갖고 선행을 베풀어라.’ ‘언제나 주신의 시선 아래서 네 삶에 충실하라.’
‘그리하면 주신께서 은총을 내리시리라.’
‘네 모든 시간이 귀한 값어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그 밖에 ‘주신의 뜻’으로 퉁칠 수 있는 갖가지 미스터리들.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아니라고 하기에는, 내가 이 세계선의 탄생에 깊이 얽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맞는다고 하기엔 주신의 속을 짐작하기 힘들었다.
그러자 바카리 군이 눈을 날카롭게 떴다.
‘후작님의 귀환이, 대륙의 이천 년 역사에 최초로 일어난 망자 부활의 기적임은 아십니까.’
‘송구하지만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습니다.’
내가 침착하게 답변했다. 왜 갑자기 무섭게 말해요?
‘당장 후위로 떠나 안전을 도모하십시오.’
‘예?’
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실은 분위기가 풀리면 바카리 군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는데, 상황이 어째 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예언자는 그제야 심통 난 듯 이마를 찡그렸다. 코끝이 빨갰다.
‘이는 계시가 보이고 보이지 않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전방은 지나치게 위험합니다. 리에스테르는 후작님을 두 번 잃을 수 없습니다. 허나 이 사실을 알면, 페네티안은 후작님의 두 번째 죽음을 꾀하겠지요. 제국군의 사기가 올라 그들에게 좋을 것이 없지 않습니까.’
‘······.’
‘폐하께 안부를 여쭈고 그분의 마땅한 하문에 답하신 뒤,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하시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
‘다른 세계에서 오셨다고 해도 대륙에서는 폐하의 신하이십니다. 하물며 이곳은 후작님의 영지도 아닌 데다 전시입니다. 설마 독단으로 행동하려 하셨습니까?’
그가 어른스럽게 다그쳤다. 과연 황제의 자문다운 태도였다.
팩트 폭격기가 따로 없어서, 나는 뭐라 반박도 못 하고 빵만 집어 바쳤다.
살구잼을 발라 공손히 내미니 청소년이 맛있게 먹었다.
-끼아!
아차.
“응, 복숭아 먹고 싶어? 잘라줄게.”
-꾸르르르
나는 퍼뜩 상념에서 깨어나 신수와 눈을 마주했다.
데미가 마차 바닥을 뛰어다니며 어리광을 피우고 있었다.
그 뒤로 몇 가지 에피소드가 더 있었는데, 어쨌든 결론은······.
-따각, 따각, 따각······
“커헉! 크흥.”
뱅자맹, 요한 경, 산트와 내가 나란히 사막으로 나아왔다는 거다.
뚝심이와 애물단지들도 함께였다. 나는 코골이 하는 사제를 보며 작게 웃었다.
손끝에선 달큼한 여름 과일 향이 났다.
······전방의 황태자 일행이 무사했으면 좋겠다.
“친구들 만나러 가자.”
-끼응!
그래. 어쩌면 제국 땅에도 전쟁을 끝낼 실마리는 있겠지.
*
‘그 뒤의 몇 가지 에피소드’에 관하여, 추기경 요한 헤인스도 할 말이 있다.
남자가 보기에 그의 주군은 그야말로 천사 같은 철부지였다.
‘엇! 갑자기 몸이? 안 좋은 것 같은데요? 너무 피곤했나?’
‘······.’
‘어떡하지? 큰일 났네. 오늘 출발하기는 힘들겠습니다.’
성기사는 난데없이 꾀병하는 예서를 보며 한숨을 삼켰다.
그가 평가하기에는 엘리자베트 무테 경과 비슷한 수준의 연기력이었으나, 당사자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거짓말할 때의 죄책감이 훤히 드러나는데 줄곧 뻔뻔하게 나왔다.
‘아이코.’
그가 성석을 쥔 채 침대로 널브러졌고, 신수들은 기다렸다는 양 뛰어들었다.
‘끼잉!’ ‘끼웅!’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드러누우니 새로운 놀이라고 여긴 듯했다.
레아가 폴짝폴짝 배를 밟자 후작이 격렬히 퍼드덕거렸다.
‘컥, 진짜 골병들겠다!’
-끼응?
신수가 꼬리를 갸웃했다. 후작은 황급히 성기사의 눈치를 살폈다.
‘아니. 이미 골병이 났구나. 그러니까 더 깊은······. 한층 중대한 골병이 우리 레아 덕분에 생길 수도 있어. 형이 지금 아야 하거든.’
-끼으?
‘······미안, 미안! 나쁜 농담 했다. 레아 때문에 아플 일은 평생 없어. 더 놀아도 돼. 형이 너무 잘못했다. 반성할게.’
수습한답시고 속이 빤한 허언을 했다가, 그것이 상처를 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색이 된다.
요한은 신수를 어르는 주인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레아는 신이 나서 귀를 팔랑댔다.
그가 저런 행동을 숨기지 않으면서 지금껏 다른 사람인 척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설령 에테르가 없다고 해도 모르기 힘들었다.
목소리와 말투가 똑같은 데다 몸짓과 태도, 사소한 버릇까지 같았다.
눈을 깜빡이는 속도나 잘 놀라는 점 또한 여전했다. 게다가 신기할 만큼 잘 먹었다.
그렇게 먹는데 딴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려울 터였다.
요한은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마수 때문에 놀라셨을 테니, 하루 정도는 쉬게 하시라고 태자 전하께 말씀드려 볼게요. 비도 많이 맞으셨고요.’
‘대박. 고맙습니다!’
‘하지만 내일은 반드시 출발할 거예요.’
그가 엄하게 말했지만, 신관은 그게 연기라고 생각하는지 밝게 웃을 따름이었다.
시간을 벌었다고 믿는 모양이었다.
착각이었다. 요한에게는 전혀 여유가 없었다.
‘태자님, 들어보십시오.’
다음날이 되자, 후작은 본격적으로 자신이 전방에 남아야 하는 이유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성석을 채우고 제자님의 에테르를 보충했다.
구호소에 자원봉사를 다녔으며, 흑마 샤를마뉴의 간식과 건강 상태까지 챙겼다.
필요하다면 흙바닥에서도 망설임 없이 치유력을 썼다.
다시 예전과 같은 지위가 되었는데도 꾸준히 신분 낮은 이들과 어울렸다.
더는 평민의 옷차림이 아닌데도 더러워지기를 자처했다.
쏟아지는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갔다.
언제나 그랬듯이.
‘폐하께 급보가 왔다고 들었습니다. 트로사르트 던전에 들어간 마수는 한 단계 진화해서 나온다죠. 제가 이곳에 관해 압니다.’
‘······.’
‘이는 ‘리버스 던전’이라고 불리는 특수한 공간입니다. 대륙에 몇 개나 더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완전히 폐쇄하는 것 외엔 마수의 출몰을 막을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제가 전략을 세우고 태자님의 지휘를 도우면―’
‘그 골렘으로 막으려는 거겠지.’
갑옷 차림의 태자가 성소 가운데 앉아 나른히 대꾸했다.
그는 무려 5개월 만에 파트너의 에테르를 포식하는 중이었다.
눈이 반쯤 감겨 있었으나 맹수 같은 기세는 여전했다.
그러자 보랏빛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였다.
에테르를 쓸 때의 그는 홍채 색이 변해 지나치게 성스러워 보였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이거 되게 무식한 방법 아닙니까?’
‘······.’
‘······나만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아쉽다.’
후작이 어깨를 늘어뜨리자 굴뚝새도 꽁지깃을 갸울였다.
하지만 그는 쉬이 포기하지 않았다.
‘이곳 호닝 마을 주민들이 저를 구해주셨습니다. 먹여주시고, 재워주시고, 입혀주시고······.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저분들만 원하신다면 제 영지로 모시고 싶어요. 차분히 준비해서,’
‘종전 후에 논의하지. 지금은 다수의 민간인을 이동시킬 시기가 아니야.’
태자는 모친을 닮아 결단이 빠르고 칼 같았다.
후작은 입술을 감쳐물더니, 번쩍 손을 들고 발언했다.
‘또 있습니다. 저희가 저번에 트로사르트 자작의 매복을 치겠다고 집채만 한 빗물 저장고를 넘어뜨렸는데요. 그걸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듯합니다. 제 생각엔,’
‘이미 포로수용소로 활용 중이니 관두지.’
‘햐······. 기가 막히네.’
신관이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리고 다시 반짝 거수했다.
‘엊그제 생일이셨잖아요. 친구가 있으면 팍팍한 싸움터에서 위안이 될 겁니다. 또한 제가 전선에 뛰어들지 못하더라도 치유 신관으로서는 나쁘지 않습니다. 기사와 병사들의 고해도 받을 수 있고,’
‘필요한 인력은 충분해. 환궁하도록.’
‘철벽 진짜······.’
그가 길게 탄식하고는 칭얼거리는 티테를 도닥였다.
요한은 이쯤이면 되었다고 판단했다.
‘후작님.’
‘네, 요한 경.’
하여 주군이 저를 희망찬 눈길로 돌아보는데도 무시했다.
‘오렐리 전하께서 기다리실 거예요.’
‘······.’
그의 눈이 크게 진동했다.
사실 추기경은 그를 뒤흔들어놓을 계획이 없었다.
주인의 여러 감정을 얻거나, 그를 행동하게 하는 것은 다른 이들로 충분했다.
요한은 평생 예서 페네티안― 아니 ‘정예서’의 걸림돌이 될 생각이 없었다.
그가 저의 동요를 기대하지 않으므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가 저의 실수를 대비하지 않으므로 허점을 보이지 않는다.
에테르는 조금 부족한 듯한 감각이 오히려 익숙한 긴장을 준다.
그러니 산트의 힘으로 충분하다. 오직 주군의 평안을 지키는 일에만 몰두한다.
일상을 깨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달랐다. 요한은 미소 띤 얼굴로 주인을 밀어붙였다.
‘블랑케르 소공작님과 헤릿, 황궁 식구들도 있죠. 아마 뒤엠 후작가에 먼저 소식이 닿을 테고요. 승전을 위해 전방에서 노력하시는 모습은 좋지만, 그분들께도 위로와 온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
‘안전한 곳에서도 보탬이 될 수 있어요. 이곳은 위태로운 데다, 후작께서 계시면 바카리 단장의 업무에 지장이 있겠죠. 그걸 바라시나요?’
나긋하고 매서운 문장을 숨처럼 쏟아냈다. 축복 어린 시선이 힘없이 떨어졌다.
제자님은 미간을 찌푸리며 저를 활활 노렸다.
불필요한 자극임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러나 동시에, 필요했다.
‘······아뇨. 황궁으로 돌아가겠습니다.’
‘······.’
‘대신 내일 떠나겠습니다. 치유 신관들의 피로가 누적되어 있어요. 그분들 일만 돕고,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가겠습니다.’
‘······뜻대로 해.’
태자가 나직하게 허했다. 그리고 제 신관의 눈을 피해 다시금 스승을 쏘아보았다.
요한은 부드러운 눈웃음으로 답했다.
그와 저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은 익히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