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When the Second Male Lead Powers Up RAW novel - Chapter (365)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365화(365/920)
#365
접속 (2)
그날 오후.
망크란스 마을엔 카롤린 무테 변경백이 보낸 2차 수색대가 도착했다.
“워. 워어.”
“바카리 군!”
나는 단장이 안개의 땅에 나타나자마자 앞뒤 생각할 것 없이 내달렸다.
늦은 점심으로 먹던 음식도, 마시던 염소젖도 내려놓았다.
어차피 입맛도 바닥이었다.
‘후작님!’ 파브리스가 놀라서 불렀지만 품위고 범절이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함께 달려온 레서판다들이 단장 근처를 빙빙 돌며 반가움을 표했다.
제국군 마차에서 내린 청소년은 익숙한 남빛 로브 차림이었다.
그의 뒤로 신관 서넛이 부지런히 하차했다.
“어서 오세요. 바쁘실 텐데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신관 여러분도요.”
신관들이 즉시 몸을 낮추어 인사했다. 바카리 군은 나의 반응에 꽤 당혹한 눈치였다.
“······부르셨으니 왔습니다만. 무슨 일입니까?”
은테 안경 아래 눈동자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대답을 내놓은 것은 내가 아니었다.
“여기서 실종되신 세 분의 흔적을 찾고 있습니다. 후작님께서 예언가의 눈이 필요하다고 하시더군요.”
요한 경이―기척 없이 와서 깜짝했다―내게 갈레트 소시스를 건네며 말했다.
두 개나 먹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남자의 표정이 어쩐지 냉해서 냉큼 받아들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면 안 되니까 마저 해치우기로 했다.
바카리 군은 이해하지 못했다는 양 고개를 기울였다.
“저는 이곳에서 유의미한 예언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후작님.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덜커덩, 덜커덩!
그의 뒤편으로 달무리초를 잔뜩 실은 수레가 지나갔다.
‘쐐기풀과 가시넝쿨은 전부 제거했습니다!’ ‘뿌리가 손상되어선 안 된다, 잘 보고 채취해!’ 기사들이 이쪽저쪽에서 보고를 받고 명령을 내렸다.
마을 외곽으로 나간 엘리자베트 경과 프랑수아는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신국 성기사들의 유해를 직접 확인하고, 거기서 나오는 정체불명의 진액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이내 병사의 안내를 받은 신관들이 그쪽으로 향했다.
성직자가 있다면 결과는 무엇이든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나는 차분히 바카리 군을 바라보았다.
“아뇨. 어쩌면 단장님만이 유의미한 실마리를 제공해 주실 수 있습니다.”
“······.”
“저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잖아요. 특히 태자님과 크리스텔 경의 미래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셨습니다.”
그제야 그의 눈매가 기름해졌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지만, 행동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나는 여기에 처음 왔을 때부터 이렇게 살았다.
가능성이 0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지점, 찾아 주시겠습니까?”
노력하자. 더 노력할 수 없을 때까지.
“그건······.”
예언가는 드디어 나의 말뜻을 알아들은 눈치였다.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네. 전갈로 말씀드렸다시피 이곳에 강력한 시간 왜곡이 발생했습니다. 겉보기에는 인적 없고 황폐한 마을인데, 동시에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 같아요. 말이 좀 복잡하지만 저도 잘 몰라서······. 이렇게밖에는 설명을 못 드리겠습니다.”
“대충 이해했습니다.”
바카리 군이 가볍게 머리를 주억였다.
솔직히 나도 내 이론을 철석같이 믿지 못하는데, 과연 밤낮으로 계시를 보는 예언가는 생각의 그릇부터가 다른 것 같았다.
나는 남은 갈레트를 얼른 입에 욱여넣고, 요한 경의 한숨을 못 들은 척하고, 냅킨으로 입가와 손을 정리했다.
아무튼 굶지는 않았으니까 괜찮다. 청소년이 잠시 입술을 달싹이다 침묵했다.
“그럼, 같이 마을을 몇 바퀴 둘러보시죠. 혹시 유달리 조용하거나 어둡게 느껴지는 공간이 있으면 꼭 말씀해 주십시오. 그곳에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리하겠습니다.”
고맙고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나는 요한 경에게 잠깐 자리를 부탁한 뒤, 후다닥 파브리스 공작에게 달려가 상황을 알렸다.
그리고 신수들과 함께 바리바리 짐을 쌌다.
어느 기사에게 빌린 검대에 혜검을 비스듬히 매고, 보관은 손수건으로 싸서 가가방에 넣었다.
불룩해진 가방이 가볍진 않았지만 괜찮았다.
지금 누구보다 고되고 불편할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일분일초가 아까우니 서둘러야 했다.
-끼이이
“응, 형하고 누나 찾으러 가자. 디오프 공녀도 우릴 기다릴 거야.”
다리에 엉겨 붙는 신수들을 한 번씩 안아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브리스가 식사를 더 권했지만, 배가 고프지 않아 사양했다.
*
그리고 마을을 거의 다 돌도록, 우리에겐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저벅, 저벅, 저벅······
-자박, 자박, 자박······
아니, 있기야 했다. 하지만 나만 아는 것이어서 친구들에겐 제대로 알릴 수가 없었다.
나는 어느새 해가 넘어가는 서녘을 보며 주먹을 쥐었다.
조그만 자갈이 손바닥 위를 무력하게 굴러다녔다.
몇 시간 전에 신전 앞뜰에서 발견한 것이었다.
절반이 무너지고, 나머지 반은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그곳의 돌탑 더미에서 내가 찾은 단서였다.
‘SOS’.
자갈엔 그렇게 세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추측건대 이름과 성의 머리글자 하나씩―총 두 글자만 조각된 나머지 돌멩이들과는 달랐다.
모든 잔돌을 직접 확인했는데 오직 이 자갈만 석 자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가인 씨의 흔적임을 알았다.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못했고, 그저 내가 갖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메시지임을 확신했다.
안타깝고 걱정스러워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분명 여기 있었던 거야.
아니, 여기 ‘있는’ 거야. 우릴 기다리고 있어.
“이제······. 세 곳 남았군요. 이쪽의 불탄 집은 들어가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빨리 구해야 해. 하지만 어떻게? 여기에도 없으면 어쩌지?
“왕자님?”
“앗, 죄송해요.”
나는 화들짝 파브리스를 돌아보았다.
‘말씀대로 옆집은 너무 위험해 보이네요.’ 뒤늦게 답하자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얼마나 근심스러우시겠습니까. 저희 모두 간절히 기도하고 있지만, 세 분께서는 서로 무척 애틋하셨으니 이해합니다. 영지의 궂은일을 도와주신 날들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부디 귀하신 몸도 챙겨주십시오. 곁을 지키는 다른 분들이 슬퍼하실 겁니다.”
-끼응!
그러자 데미가 냅다 맞장구쳤다.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꼬맹이를 내려다보았다.
품에 교대로 안겨 다니는 세 신수는, 인제 보니 교대로 나의 손끝을 핥아주고 있었다.
아까 돌탑을 뒤지다가 손을 다친 모양이었다. 핏자국이 있는데도 전혀 몰랐다.
“······명심하겠습니다. 미안해. 더 신경 쓸게.”
-끼흥
페리가 까만 귀를 팔랑이며 쫑쫑 앞서갔다.
그새 바카리 군이 텃밭을 지나 집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입구에 선 요한 경은 장승처럼 나를 기다렸다.
사과의 마음을 가득 담아 미소를 보내고, 낯선 텃밭에 발을 디뎠다.
정확히는 ‘텃밭으로 쓰던 곳’ 같았다.
손잡이가 몽땅 썩은 쇠스랑이 울퉁불퉁한 흙바닥에 누워 있었다.
당연하게도 지금은 잡초 외에 자라는 것이 없었다.
추기경이 부드럽게 고개를 저었다. 여기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
-또박, 또박, 또박
철통같은 호위를 받으며 실내로 들었다. 방 두 개짜리 단층집에 온기라곤 없었다.
바카리 군이 체내의 마나를 끌어올리는 동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혹시 몰라 몸을 납작 숙이고 집안의 모든 바닥을 두드렸다.
벽에도 그렇게 하고 귀를 가져다 댔다.
소파 아래, 카펫 아래, 탁자 아래까지 꼼꼼히 훑었다.
레서판다들은 파브리스와 함께 찬장을 뒤지고 테라스를 수색했다.
건진 게 없는지 시무룩한 꼬리가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끼우으
“괜찮아, 다음 집엔 있을―”
“후작님!”
바카리 군의 목소리였다. 찢어지는 외침에 정신이 번쩍 났다.
나는 발목을 삐끗하며 우당탕 달렸다. 신수들이 날랜 몸놀림으로 뛰어왔다.
작고 오래된 침대가 놓인 방이었다.
예언자가 한쪽 눈을 가린 채 벽에 기대어 있었다.
식은땀 범벅인 그를 재빨리 붙들었다.
바닥에 떨어진 안경은 요한 경이 소리 없이 수습해 주었다.
“바카리 군, 무슨 일입니까?”
“맙소사, 저 안에!”
‘커헉!’ 예언자가 옷장을 가리키다 말고 허리를 꺾었다.
‘파아아아―!’ 나는 즉시 치유 서클을 전개했다.
힘없이 떨어지는 손가락 틈으로 새카맣게 물든 흰자위가 보였다.
홍채와 동공의 자리에선 불길한 청은색 소용돌이가 일고 있었다.
전신에 소름이 끼치고 입술이 절로 떨렸다.
그가 무엇인가를 목격한 것이 틀림없었다. 봐서는 안 되는 무언가를―
“후작님, 위험······. 큭, 세계수가······!”
“여기 치유 신관을 불러주세요! 어서요!”
초보인 나로는 부족했다.
소란을 듣고 달려온 파브리스가 침착하게 기사를 불러 명했다.
작은 집은 삽시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여기저기 병사들의 발소리가 울려 퍼지고, 바깥에선 급하게 말을 달리는 기척이 났다.
요한 경은 모든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었다. 벌써 밤이 번진 시각이었다. 착, 착! 달카당, 터엉, 텅!
“괜찮아요. 이제 괜찮아요. 쉬십시오.”
“옷장! 옷장에······. 허어억!”
바카리 군의 발작이 심상치 않았다.
이마엔 열이 돌았고, 표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보였다.
눈을 감겨주려 했으나 눈꺼풀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무섭고 이상했다.
하난 폐하 때도 모든 상황이 기이했지만, 이건 정말로 ‘평범한’ 시간 왜곡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서클에 최대한 많은 에테르를 쏟으며 추기경을 찾았다.
‘우우웅!’ 그는 허공에서 반투명한 바스타드 소드를 뽑아 든 뒤, 바람처럼 신속하게 빙그르 돌아 옷장 손잡이를 쥐었다. 콰앙!
-벌컥!
“아······.”
숨통이 콱 막혔다. 눈알이 빠질 것처럼 아팠다.
나는 옷장 한복판에 덩그렁 놓인 물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검을 겨눈 요한 경조차 놀란 눈빛이었다. 그럴 수밖에.
-사아아아······
그것은 성석이었다.
금빛 에테르로 가득 찬, 누구도 사용하지 않은―
“제 힘이에요.”
못 알아볼 수 없었다. 나는 파브리스에게 바카리 군을 맡기고 허겁지겁 일어났다.
확실했다. 내가 태자 녀석에게 보냈던 게 왜 여기에!
-탁!
당장 상태를 확인하려는데, 요한 경이 칼자루로 나를 막았다.
까닭을 물을 필요는 없었다.
내 눈에도 보였으니까.
“저거······. 요한 경, 제가 지금 보고 있는 게.”
“네. 일종의 균열 같네요.”
보고도 믿기 어려운 전개였다.
‘허공이 찢어져 있었다.’
-휘이이이······
말 그대로였다. 어두컴컴한 옷장 내부에, 사람 팔뚝만 한 상처가 둥둥 떠 있었다.
‘균열’은 투명했으나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광택이 도는 듯싶다가도 밋밋해 보였고, 해파리처럼 움직이는 한편 한자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갈라진 틈바구니에선 때때로 가벼운 바람이 새어 나왔다.
균열 너머에 공기가 흐른다는 증거였다. 성석은 그것의 바로 아래 자리했다.
온몸의 피가 싹 증발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황급히 바카리 군을 돌아보았다.
“괜찮습니다, 단장님. 우리를 지켜주는 분들이 있으니 전부 괜찮을 겁니다.”
“큭······. 후우, 후욱······.”
파브리스의 온화한 말에, 청소년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였다.
그가 손바닥으로 시야를 가려 준 데다, 예언자의 체내엔 다량의 치유 에테르가 돌고 있었다.
나는 레아에게서 큼직한 잎사귀 이불을 얻고, 공작을 도와 그를 거실 소파에 눕혔다.
아무래도 이건 균열을 목격한 후유증 같았다. 일시적인 증세 같아 천만다행이지만······.
“푹 쉬세요, 바카리 군. 정말 고맙습니다. 곧 치유 신관과 의원들이 올 겁니다. 이쪽은 염려 마시고 몸조리에 집중해 주세요. 공작님, 환자를 잘 부탁드립니다.”
“예, 왕자님.”
“하아······. 후작님······. 후작님!”
‘쥘리에트 궁주님!’ 그가 다급히 나를 불렀으나 와다닥 방으로 뛰어들었다.
요한 경이 즉시 경계하는 시선을 보냈다.
그는 지옥의 수문장처럼 옷장을 가로막은 채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오른손엔 여전히 검을 들었고, 민트색 눈동자는 살촉처럼 차가운 빛을 냈다.
방안엔 날카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휘우우―!
“······요한 경, 저한테 생각이 있습니다.”
“못 들은 걸로 하죠.”
“아뇨. 들어보세요. 제가 할 수 있어요.”
잽싸게 방문을 닫고, 놀란 레서판다들을 안아 어르고, 남는 손으로는 바쁘게 가가방을 뒤졌다.
그사이 중력을 거스른 백발이 뱀처럼 허공을 유영했다.
이제는 헤릿 아버지가 왜 저러시는지 잘 안다. 내가 또 잘못될까 봐, 많이 걱정해서.
“수목의 신궁 때도 우리 잘 해냈잖아요. 심지어 이번 작전은, 제가 일전에 한 차례 성공한 적이 있습니다.”
“······.”
“여기요. 제 성장입니다.”
부스럭, 부스럭. 나는 손바닥만 하게 줄어든 초승달 지팡이를 꺼내 보였다.
눈 감고 에테르를 불어넣으니 녀석이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
사아아아······! 쑥, 쑥, 쑤욱!
“짜잔.”
“······설마 그것으로 균열을 넓혀서 들어가시겠다는 건 아닐 테고요.”
와, 어떻게 알았지? 신수들과 내가 입을 떡 벌렸다.
“······.”
“아니, 아닌데요? 제 방법은 이제 그것보다 훨씬 강력하고······. 강력합니다. 뚝심이도 인정한 기술입니다. 구체적인 주문도 있어요.”
“······주문이라고요.”
그의 동공이 흔들렸다. 나는 이때다 싶어 열심히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갔다.
“네. 제가 이쪽으로 다시 건너올 때 썼던 겁니다. 제 생각엔 이번 사태가······. 일반적인 시간 왜곡이 아닌 것 같거든요. 물론 ‘왜곡’에 ‘일반적’이라는 단어를 쓰는 게 이상하긴 한데요. 무슨 뜻인지 아실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있는 세계 바깥에······. 상상해 보십시오. 완전히 다른 공간이 존재한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실종된 분들은 그곳으로 빠져버렸다면요?”
“······.”
난데없이 <코스모스>의 진행자가 된 기분이었다.
물론 이건 정예서 버전이라, 전문성이라고는 티테 수염만큼도 없다.
“제가 이곳으로 넘어오면서 정확히 그렇게 했거든요. 성장을 들고, 뚝심이의 날개를 빌리고, 집에 고인 신물의 힘과 제 몸속 에테르를 전부 긁어모아서······. 어마어마한 주문을 외우며 허공을 성장으로 내리찍었습니다. 신탁처럼요. 정확히는 신탁이 아니라 성흔처럼 특별한 단어가 들어 있었지만······. 아무튼 제 가설은요. 저 균열이 다른 공간으로 통하는,”
“잠깐만요, 후작님.”
요한 경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긴 머리카락과 무시무시한 검도 살포시 바닥을 향했다.
으음, 역시 너무 갑작스러운 얘기였나?
“지금 그 말씀은······. 후작께서 추기경급 신관의 능력을 쓰셨다는 뜻으로 들리는데요.”
“예?”
엥? 나는 서둘러 성장을 내저었다.
“아뇨, 저는 대주교입니다. 스승님께서 그렇게 확인하셨고 저도 성역(聖域)은 열지 못합니다. 그때는 너무 절박해서 아무 말이나 쏟아낸 것 같은······.”
“성기사의 성흔처럼 특별한 단어를 썼다고 하셨어요.”
“아, 네. 모르던 단어인데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오렐리 전하께서는 이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아뇨?”
생각해 보니까 그걸 말씀 안 드렸네!
“그렇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요. 제 말은, 에테르 소진만 감당할 수 있다면 세 분을 구하러 가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지금 중요한 건.”
요한 경이 예리하게 말허리를 끊었다. 나는 가만히 눈을 끔뻑였다.
“후작께서 대주교의 권위로 크라운 에테르를 사용하셨고, 그걸 대륙의 누구도 모른다는 사실이죠.”
남자의 목소리가 급격히 낮아졌다. 갑자기 웬 크라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