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When the Second Male Lead Powers Up RAW novel - Chapter (458)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458화(458/920)
#458
나락의 난파선 (7)
-나가? 그래도 돼······?
그것이 비밀이라도 되는 양, 신물이 머리를 숙이고는 속살거렸다.
뿔에 달린 별들도 사르르 빛을 죽였다. 벌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이의 표정이었다.
그 반응에 황태자마저 아연한 얼굴을 했다.
가인 씨와 나는 할 말을 잃고 눈을 끔뻑였다.
뭐······?
“흐아아아! 흐아아악!”
-퍽! 퍼억! 퍼어억!
“절대로 물러서지 마! 우린 여길 나가면 갈 곳도 없어!”
-치이이익!
‘악마의 하수인이 될 수는 없다고!’ 바로 그 순간에도 암시장의 주민들은 신물을 공격하고 있었다.
깊디깊은 뿌리를 칼로 베고, 창으로 찌르고, 펄펄 끓는 기름과 독액을 부어가며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저들에게 신물은 전혀 신물로서 인식되지 않는 듯했다.
아니, 어쩌면 일부는 ‘인식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지금껏 아무것도 몰랐다고 해도, 영령이 주신의 축복임을 깨닫는 이상 자신들은 대죄를 지은 꼴이 되니까.
저 존재가 말 그대로 ‘악마의 발톱’인 편이 그들에게는 마음 편한 결말일 테니까.
‘대광장에 있는 악마의 발톱에 관해 얼마나 압니까?’
‘불행한 인간들을 꾀어내 하수인으로 삼고자, 악마가 몰래 땅속에 심어놓았다는 발톱 아뇨.’
······인간은 때때로,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많은 것을 합리화한다.
사실은 자신의 양심 한 뼘조차 온전히 가릴 수 없음을 알면서.
-두두두두, 철컹! 타타타타타!
-아야, 아야, 아파······.
기우뚱! 순간 우리의 발밑이 크게 들썩였다. 나는 영령을 올려다보았다.
아무리 신물이라도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무감할 수는 없었다.
순수하기 짝이 없는 얼굴엔 끝내 고통이 번져 나갔다.
목이 한쪽으로 끌려간 자세는 몹시 불편해 보였다.
‘끼이잉!’ 그러자 데미가 크게 울고서 내 품을 벗어났다.
녀석은 영령의 가지를 꼭 끌어안고, 바들바들 떨리는 손목에 단단한 넝쿨을 감아주었다.
꼬마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몸짓이었다.
자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에 있을 것이고, 신물을 절대로 혼자 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영령님.”
-응······.
“어디든 가셔도 괜찮아요. 영령님이 원하는 순간에, 계시고 싶은 곳에 계시면 됩니다.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 없어요.”
‘정말로요.’ 내가 비장하게 말했다.
‘아우웅, 아웅!’ 품 안의 티테도 지느러미발을 팔락이며 열심히 울어댔다.
신물을 설득하는 투였으므로, 나는 마음껏 소리 내도록 두었다.
그랬더니 영령이 다시금 우리에게 물었다.
속닥속닥, 소곤소곤.
-하지만 이곳의 인간들에게 내가 필요하지 않아?
“······.”
-콰아아앙!
가인 씨가 양손에 얼굴을 묻었다. 그 순간에도 암시장은 불바다가 되어 가고 있었다.
거대한 태엽 시계와 마력기관들이 곳곳에서 무너져 내렸으며, 본격적으로 무기를 버리고 달아나기 시작하는 이들도 보였다.
암시장 출입구 여기저기서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아아악! 나갈 거라고, 나가게 해줘!’ 멀리서 피와 고함이 마구 튀었다.
화르륵, 화륵, 화륵! 검은 석벽과 빨간 불꽃은 사방에 기괴한 환영을 만들어냈다.
“야아아아······!”
마치 끔찍한 그림자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후작.”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했다.
겨우 이만한 소동으로는, 이곳을 완전히 파괴할 수 없었다.
세드리크 태자는 복잡한 눈길로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영령은 괜찮을 거야.
“영령님.”
-응, 꼬마 달아.
“영령님의 말이 맞습니다. 세상엔 영령님을 아프게 하는 인간보다, 영령님에게 온기를 건넬 인간이 훨씬 많아요. 키나와 빌럼처럼요.”
-아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네. 그런데 저는 하나를 더 알고 있습니다.”
‘쿠구구구구······!’ 흑마법사의 저택에서 거대한 불길이 솟아올랐다.
마침내 로피가 꼬리를 펑 하고 터뜨렸다.
‘냐아앙!’ 신수는 우리가 말릴 틈도 없이 타오르는 건물을 향해 뛰어내렸다.
나는 요한 경이 있을 그곳을 황급히 일별했다가, 입술을 깨물고서 영령을 올려다보았다.
시간이 없다. 서둘러야 해.
“그런 사람들은 밖에 있습니다.”
그러자 성스러운 눈망울이 커다랗게 뜨였다. 나는 단호히 말을 이었다.
“영령님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따뜻하게 말을 걸고, 어디로든 데려가 줄 친구들은 바깥에 있습니다. 그것도 엄청 많이요.”
-······그럼 이곳에는 오지 않아?
애달픈 목소리였다.
“네. 아쉽게도 여기엔 그런 사람이 아주 적습니다. 있다고 해도 금방 떠났을 거예요. 암시장은 무척 어둡고 무섭거든요. 아마 이곳에서의 일은 금방 기억에서 지워졌겠죠.”
-하지만, 나는 아무도 잊지 않았는데······.
영령이 눈에 띄게 시무룩해졌다.
‘투웅! 타타타타타! 탁!’ 고장 난 비행선이 신물의 목을 이리저리 끌어댔다.
나는 빠드득 주먹을 쥐며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진심으로 슬프고, 치가 떨릴 만큼 화가 났다. 하지만 억지로 끌고 나갈 수는 없었다.
그럴 방법도 없고 그래서는 안 됐다.
이 신물은 지나치게 오랫동안 인간의 횡포와 강압에 억눌려 왔다.
어떻게든 말로 설득해서,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했다.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너는 내 언니가 아니야! 언니는 내게 거짓말을 했어!”
버럭! 그 순간 벼락같은 고함이 떨어졌다. 우리는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휘이이이······. 절벽처럼 깎인 저택 꼭대기의 마담 모르한이 보였다.
어느새 그녀는 완전히 혼자였다.
옆을 보필하던 하인들은 모두 어딘가로 달아나 보이지 않았고, 맹독을 뿜어내던 항아리는 산산이 깨진 지 오래였다.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정신없이 흩날리고 있었다.
얇은 가운은 희미한 안개처럼 팔락일 따름이었다.
그녀는 벌벌 떨리는 지팡이로 노에 씨를 겨눈 채 소리를 질렀다.
“언제까지나 내 곁을 지켜주겠다고 했으면서, 그 남자와 짝을 맺으려 했지! 한낱 나무 따위에 마음을 빼앗겨 나는 돌아보지 않았어!”
[나는 신관으로서 도시의 성기사님께 도움이 되려고 했을 뿐이야. 그건 사실이 아니야! 게다가 발톱이는 많이 아팠잖니!]“나도 아팠단 말이야!”
-지이이잉, 파파파팟!
여인의 발밑에 녹색 마법식이 떠오르고, 지팡이 끝에선 날렵한 공격이 쏟아졌다!
-모르한, 위험해!
-콰아아앙!
노에 씨가 재빨리 신물의 뿔 사이로 숨어들었다.
영령은 굵다란 나뭇가지를 잔뜩 피워내 친구를 보호했다.
다행히 영혼체엔 흠집 하나 없었지만, 나는 방금 들은 이름을 믿을 수 없어 눈을 깜빡였다.
누가 누구라고······?
“나도 속으로는 곯고, 썩어가고 있었는데! 언니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어!”
격노와 광기는 한 끗 차이였고, 오늘만큼은 전혀 구분되지 않았다.
흑마법사는 이제 미친 듯이 팔을 휘젓기 시작했다!
“늘 밖으로만 나돌았지! 그놈의 수도원! 성기사! 노인들! 아이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하다못해 다 죽어가는 나무까지!”
-콰아앙!
[너도 같이 갔잖니! 한 번도 봉사 활동에 빠지지 않았잖아. 매번 언니를 도와주었잖아! 네가 예리호의 누구보다 착했다는 걸 알아!]“그것들에게 쏟을 마음이 있으면 내게도 주었어야지!”
-콰아아앙!
쿠구구궁······! 신물이 뒤로 넘어갈 듯 크게 비틀거렸다.
‘꺄아아아!’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우리에게 안겨들었다.
나는 황급히 빌럼을 끌어안고 자세를 바짝 낮추었다.
가인 씨에게 안긴 키나가 공포에 질린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은 전염성이 강해서, 결국은 티테마저 방울방울 바닷물을 쏟기 시작했다.
나는 바쁘게 아기를 달래다 태자와 시선을 마주했다.
우리는 어느새 그의 로브 자락 아래 숨어 있었다.
찰나 주홍빛 눈동자가 어둑해졌다. 본능적인 위기감이 들었다.
너, 무슨 짓을 하려고!
“······신물이라고 해서 자아가 없는 것은 아니지. 오히려 그 반대 아니었나?”
“세드,”
“이대로 네게 소중한 자들이 다치게 둘 셈인가?”
몸을 일으킨 사내의 목소리가 커졌다. 영령은 움찔하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나 역시 헤벌레 입을 벌렸다.
신의 수예품 같은 옆얼굴에 화염의 실루엣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네놈이 돌본 저 아이들은, 지상에 올라가면 확연히 다른 삶을 살 수 있어.”
-어린 불티야······.
“더 나은 교육을 받고, 더 좋은 옷을 입으며,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을 것이다.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안전한 삶 속에서.”
-······.
“정보상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겠지. 이곳에서의 악몽을 잊고, 누구도 저자를 알지 못하는 땅에 정착하여 다른 이름과 직업을 갖는다면.”
‘스릉!’ 태자가 대련용 검을 뽑아 들었다. 영령의 목에 달린 사슬이 크게 출렁거렸다.
명백히 겁에 질린 얼굴이어서 나는 반사적으로 에테르를 개방했다.
사내의 붉은 눈동자에선 뜨거운 불씨가 튀었다.
“이 모든 삶이 네게 달렸다.”
-아아······.
“이만 답을 내놓는 게 좋겠군. 주신의 뜻은 무엇이지?”
“필스너르 님, 4시 방향 위쪽!”
그때, 가인 씨가 고래고래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기겁하며 고개를 들었다.
투투투투타타타타! 눈에 완전히 빛을 잃은 흑마법사가, 어느새 펄쩍 뛰어 비행선 난간에 매달려 있었다.
깜짝 놀란 노에 씨는―아니지, 모르한 씨는―허겁지겁 영령의 뿔을 감쌌다.
아이와 신수를 보호 중인 우리로서는 빠른 대응이 힘든 상황이었다.
태자가 왼손의 검을 들어 그녀를 겨누었다.
여인은 기계의 조종판을 부술 것처럼 두드려댔다. 팍! 퍽! 콰가각!
“저자의 광증은 병이 아니야.”
“아아아악! 반드시 저 나무를 죽이고! 네 머릿속에 나만 심을 거야!”
[제발 네 이름을 기억해내, 제발! 그러면 많은 게 떠오를 거야! 내가 그랬던 것처럼!]“······그저 돌이킬 수 없는 원죄인 것을.”
탓, 쿠웅―! 그 말과 함께 사내의 신형이 총알처럼 쏘아져 나갔다.
즉시 배턴을 넘겨받은 가인 씨가 채찍을 쥔 채 우리를 엄호했다.
나는 키나까지 단단히 그러안고서 심호흡을 했다.
아이들은 영령의 풀꽃을 꾹 쥐고 가느다란 소리를 냈다.
작은 뺨이 온통 눈물범벅이었다.
“사, 삼촌, 우리 이제 다 죽는 거예요?”
“아니야, 걱정하지 마. 절대 그런 일 없어.”
“발톱이한테, 끅. 너무 무리한 부탁을 한 것, 끅, 같아요. 저희는 그냥, 끅, 같이 있는 것만으로, 끅, 행복했는데······.”
“키나. 괜찮아. 쉬······.”
나는 쌍둥이와 이마를 맞대며 눈을 감았다.
에테르를 담요처럼 듬뿍듬뿍 풀어내 모두를 감쌌다.
티테의 눈물로 옷이 축축해지고 있었다.
멀리, 가겟집 부서지는 소음과 작은 전쟁의 혈투가 귓전을 때렸다. 우르르르, 콰과과강······!
-불티의 말이 옳아.
번쩍, 눈이 뜨였다. 시선이 맞닿았다.
-나도 소중한 아이들을 지키고 싶어.
바로 코밑에, 고개 숙인 영령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을 들여다보는 눈빛이었다.
모든 근심을 잊고 까무룩 잠들고만 싶은, 따스한 미소와 목소리.
길고 투명한 속눈썹이 나의 이마를 스치는 순간이었다.
-카카카카캉!
“아아악!”
하늘을 찢는 듯한 굉음이 뇌리를 찔렀다.
저 아래선 모르는 이들의 울음소리가 쩍쩍 갈라졌다.
나는 부랴부랴 아이들을 보듬으며 천장을 올려보았다.
영령은 그런 우리를 완전히 품에 숨겼다.
턱이 빠질 것 같았다.
-카각, 카가각! 투우우웅······!
“저게 뭐야······.”
흑마법사의 지팡이 아래서, 비행선의 외벽이 종이처럼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었다.
이해하기 힘든 파괴적 행동이었다.
떨어진 부품이며 쇳덩이에 맞은 이들이 깊은 땅에서 비참하게 스러져 갔다.
상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길고 둥근 비행선이 조각조각 부서지자, 그 아래 숨어 있던 거대한 물건이 모습을 드러내······.
-펄러덕!
“미친, 저거 무기잖아요. 그냥 대놓고 칼이잖아!”
가인 씨가 경악에 차서 외쳤다. 나는 숨 쉬는 방법조차 잊고 입을 벙긋거렸다.
정확히 그 비행선만큼 커다란, 쥘리에트 궁 크기의 마석 칼날이 보였다.
지금껏 저만한 날붙이를 아무도 모르게 숨겨 왔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저것으로 대체 무엇을 하려나 싶었다. 솔직히 설마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
-서컹, 콰아아앙!
“어딜! 검사 나부랭이가 나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깜짝아! 태자의 공격을 방어한 흑마법사가, 그 마석에 대고 본인의 마나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온몸에서 녹조를 닮은 기운이 눅진눅진 흘러나왔다.
나는 나의 시력을 의심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런데 코앞의 광경이 달라지지 않았다.
-쩌저적, 쩌적!
지팡이를 쥔 여인의 팔에, 길쭉한 금이 가고 있었다. 맙소사―
“뭐야, 저 인간 왜 저래요?!”
가인 씨가 그녀를 보며 질색을 했다. 내 머리는 팽이처럼 맹렬히 돌아갔다.
“······몸이 못 견디는 겁니다. 저 사람, 영령의 생명력을 너무 많이 끌어다 쓴 게 틀림없어요!”
한마디로 과부하가 걸린 거다.
평소처럼 지냈다면 당연히 저럴 일은 없었겠지만, 오늘은 모든 것이 예외였다.
일차적으로 지브릴 디오프와 나를 상대하느라 마나 소모가 상당했을 테고, 다음으로는 다시 우리였다.
지나치게 흥분한 나머지 정서적인 안정도 취하기 힘든 상태였다.
노에 씨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면 실제 나이는 제법 많을 텐데, 신체 나이가 젊은 점도 당연히 생명력을 빼앗은 결과일 것이다.
게다가 광증을 앓고 있다니!
“내가 오늘 너를 베어 넘기고, 저 수도원과 예리호를 완전히 손에 넣을 것이다!”
[세상에, 그만해! 넌 지금 네 욕심으로 모두를 해치고 있어!]“상관없어! 조금도 상관없다고!”
흑마법사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툭 불거진 이마의 핏줄 위로 소름 끼치는 실금이 새겨졌다.
나는 아이들의 시야를 완전히 차단한 채 바쁘게 태자를 찾았다.
그는 어느새 여인의 뒤편으로 소리 없이 접근하고 있었다.
긴장으로 혀가 바싹바싹 마르는 기분이었다.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한 비행선의 난간에서, 예리한 롱 소드가 허공을 갈랐다!
-쌔애액!
바로 그때,
“말라 죽어버려! 너 따위는 언니 인생에 나타나지 말았어야 해!”
여인이 눈물을 흩뿌리며 절규했고,
-우두둑!
마침내 그녀의 지팡이가 힘을 이기지 못해 부러졌다. 뒤이어,
-콰콰콰콰콰―!
비행선에 장착된 초거대 마석이, 환한 연둣빛을 뿜으며 영령에게 돌진했다.
그것은 발포(發砲)였다.
“발톱아, 도망쳐!”
“죽으면 안 돼! 평생 같이 살기로 했잖아!”
빌럼과 키나의 외침이 퀴퀴한 빛줄기를 뚫고 퍼져나갔다.
동시에 지진이라도 발생한 것처럼 천지가 매섭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혀를 잘못 깨물었다간 그대로 살점이 날아갈 것 같은 강도였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귓가에선 이명이 울렸다. 나는 입을 악다문 채 몸속의 에테르를 폭발시켰다.
내가 열 수 있는 최대의 성지를 개방해야 했다. ‘삐이이이!’
“가인 씨, 꽉 잡으세요!”
아니, 그러려고 했다. 그런데―
-달이야말로 내 손 놓으면 안 돼!
-파아아아아!
-우르르릉······!
어마어마한 지진파와 함께, 온 천장의 ‘별’이 눈부시게 밝아졌다.
그리고 암시장의 하늘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우르르르릉, 콰콰콰콰콰······!
신물이, 마침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