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When the Second Male Lead Powers Up RAW novel - Chapter (470)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470화(470/920)
#470
할아버지와 북해의 눈보라 (2)
할아버님은, 사랑하는 딸과 손주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오셨다고 했다.
정말로 그것뿐이라는 말에 모두가 놀랐다. 나만 빼고.
감히 말하건대, 나는 진심으로 저분을 이해할 수 있다.
“신국의 꼴이 말이 아니더구나.”
“오면서 보셨습니까?”
“그래······. 이곳 백성들을 보니 마음이 아렸다. 그런 와중에도 왕세녀의 노력이 가상해 보였지. 첫눈이 내리기 전에는 수해 복구가 마무리될 성싶었다.”
“······.”
“그럼에도 국운이 기울고 있어. 너 또한 느끼지 않았느냐?”
“······.”
프레데리크 폐하는 말을 아꼈다.
가인 씨와 황태자와 나는 이따금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식사에 집중했다.
달그락, 달그락. 식기 부딪히는 소리와 도란도란하는 말소리가 연회장을 울렸다.
기다란 테이블에는 온갖 마수 고기와 오늘 당도한 식재료들이 즐비했다.
선대 국서이신 스타니슬라스 전하께서, 혈혈단신으로 집채만 한 화물 마차를 이끌고 이곳까지 오신 영향이었다.
정확히는 그분의 강력한 주장으로 군영의 저녁 시간이 한 시간이나 앞당겨진 결과였다.
오래간만에 만찬을 맞은 지휘관들로 장내가 아주 벅적지근했다.
듣자니 오렐리 전하는 어떻게든 호위 인력을 붙이려고 하셨지만, 할아버님이 완강히 거절하셨다고 한다.
대신 어르신께서는 지도에도 없는 길을 거침없이 누비셨다.
필요하면 숲에 마차를 숨기고, 신국 마을에 잠입까지 하셨다고 했다.
아주 먼 옛날, 단교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이곳까지 와 보신 적이 있다면서.
“오는 길에 보니, 신국의 암시장이 크게 무너졌더구나. 소문으로만 들었던 장소가 그리 깊고 거대할 줄은 몰랐다.”
“예. 저희도 무척 놀랐습니다. 태자 전하와 친우분들의 공이 지대했지요! 분명 신국 정재계엔 막대한 타격이 되었을 겁니다.”
“아직도 하루에 두세 명씩 생존자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전부 구호하고는 있으나 적극적인 구조 활동에 나서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지반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어 무척 위험합니다.”
프랑수아가 술 대신 물로 목을 축이고서 말했고, 세실 블랑케르 공작이 답을 보탰다.
나는 육즙이 터져 나오는 마수 스테이크를 씹으며 어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거구인 어르신께서는 테이블의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계셨는데, 당신이 원하신 것은 아니고 평범한 의자가 몸에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폐하가 상석이 아닌 곳에 자리하신 모습은 처음 봤다.
-달그락
“잘 먹었습니다아.”
그즈음 가인 씨가 포크를 내려놓았다.
분명히 조그맣게 말했는데 할아버님이 귀신같이 반응했다!
“공주 아가, 어찌 조금밖에 먹지 않느냐?”
우와. 아무리 아이들 사이에서 가인 씨 별명이 ‘분홍 공주님’이라지만, 국서께서 직접 공주라고 부르시니 뉘앙스가 어마어마해졌다!
이자벨조차 놀란 표정이었는데 당사자는 의외로 덤덤했다.
놀랍게도 황제 폐하나 태자 녀석까지 그랬다.
드디어 모두가 크리스텔 더하기 공주라는 수식에 익숙해진 걸까?
황태자비도 영어로는 ‘princess’니까 장기적으로는 좋은 일이다.
“전하, 2인분 정도는 먹었습······.”
“그것 가지고 배가 차겠느냐? 밤에 자다가 주리지는 않을까 저어되는구나.”
“······.”
가인 씨가 차마 어른께 반박하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렸다.
나는 그녀를 돕고자 슬쩍 과일 접시를 밀어주었다. 속닥속닥.
“과일은 물이라 배가 안 찬대요.”
“······누가 그런 소릴 했습니까?”
“저희 형이요.”
“······.”
그녀는 입술을 일자로 꾹 다물더니, 고개를 끄덕끄덕하고는 사과를 깨물기 시작했다.
잘 먹는 주인공을 흐뭇하게 감상하는데 어쩌다 할아버님 전하와 눈이 마주쳤다.
민망하게 웃고서 채소 그라탱을 입에 쑥 넣었다.
고기 한 점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노릇노릇하게 익은 예리호산(産) 치즈와 빵가루 덕분에 너무 맛있었다.
병사들도 같은 음식을 먹는다니 더욱 기뻤다.
핫, 뜨뜨. 입안에서 열심히 혀를 굴리는데 어르신이 지나가듯 말씀하셨다.
“궁주 아가는 보기보다 잘 먹는구나. 어여쁘다.”
“쿨럭!”
살려 주십쇼!
“이것도 한번 맛보거라. 우리 손주와 공주가 네 에테르만 찾는다고 들었는데, 그러면 자연히 기가 허해지지 않겠느냐? 틈틈이 보신을 해야지.”
“쿨룩쿨룩.”
세상에, 나는 ‘궁주 아가’가 됐잖아. 가인 씨랑 그냥 한 끗 차이라고!
“크크큭. 궁주 아가랑 공주 아가. 손주하고 공주. 크흐흐흑······.”
바로 맞은편에서 엘리자베트 경이 출렁출렁 울고 있었다. 라임이 아주 기가 막혔다.
테이블 밑에서는 레서판다들이 까르르 배를 뒤집고 즐거워했다.
나는 뭐라고 대답도 못 하고, 어르신이 주시는 꿩 다리를 공손히 두 손으로 받아 접시에 올렸다.
내일모레 서른인데 ‘아가’가 되었다니 벽에 머리를 박고 싶을 지경이지만, 아무튼 고기는 맛있으니까······.
“그나저나, 북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심상치 않더구나.”
할아버님이 손자의 접시에 꿩 날개를 놓아주며 말씀하셨다.
테이블에 앉으신 이래, 당신이 드시는 것보다 가족들에게 손수 뜯어주시는 음식이 훨씬 많았다.
꼭 우리 할머니 같아서 볼 때마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그렇습니까. 제독이 올라오겠다고 고집하는 이유가 있었군요.”
“그래. 해적들이 순풍을 타고 제국 영해로 넘어갈 공산이 커 보였다. 전쟁통이라고 노략질을 포기하는 놈들이 아니지 않으냐.”
‘쯧.’ 어르신은 폐하와 똑같은 투로 혀를 한 번 차시더니, 요한 경의 접시에도 큼직한 꿩 날개와 김이 폴폴 솟는 라클레트를 잔뜩 담아 주셨다.
그가 놀란 눈을 하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허를 찔린 태사님의 얼굴은 오랜만인지라 웃음이 났다.
“우리 강아지들을 잘 부탁하네, 태사. 아마 사람 구실 하려면 멀었을 게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하.”
“꿩과 마수밖에 대접하지 못해 유감이구먼. 봄이 오면 꼭 큰 놈으로 잡아줌세.”
“망극합니다.”
하하하하.
“······한데 그뿐만이 아니었다.”
응? 갑자기 대화 방향을 트는 것도 우리 할머니 같으셨다.
가인 씨와 나는 피클을 오독오독 깨물며 귀를 기울였다.
“북풍엔 진득한 피 냄새가 묻어 있었지.”
······허? 별안간 테이블의 분위기가 싸하니 얼어붙었다.
어르신은 병사들에게 먹일 은행 껍질을 까며 말씀을 이어갔다.
“제국 북부의 겨울에는 그런 일이 없음을 잘 알 것이다. 대부분 짐승이 겨울잠을 자러 가고, 상대적으로 독이 약한 마수들만이 돌아다니는 시기 아니더냐. 해적들조차 볕받이로 이동하기 바빠 내분은 꿈도 못 꾸는 계절이거늘.”
“알다마다요. 이번엔 ‘초승달의 머리’ 쪽에서 사달이 벌어지고 있군요, 빌어먹을.”
카롤린 변경백이 입에 와인을 털어 넣으며 욕설을 했다.
달칵. 황제는 포크를 내려놓고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핏빛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날렵한 빛을 냈다.
“······학살입니까?”
목소리는 몹시 무섭고 무거웠다.
느릿느릿 움직이던 우리의 입이 결국 모두 멈추었다.
학살?
“잘 모르겠구나. 공기가 얼기 시작하니, 나도 이제는 나이가 들었는지 그것이 짐승의 피인지 인간의 피인지를 구별하기 어렵다.”
“······.”
“짐작 가는 바가 있느냐?”
어르신이 모두를 돌아보며 그리 물으셨다.
나는 음식물을 꿀꺽 삼키고서 친구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이윽고 태자가 입을 뗐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하나 있기는 합니다.”
*
다음날.
-휘이이이······!
-덜커덩, 덜컹!
창밖에는, 본격적인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따금 보이지 않는 손길이 창문을 마구 두드리고 지나갔다.
다비드는 우리의 거실 벽난로에 장작을 잔뜩 넣어주었다.
다수는 부서진 가구며 집기에서 나온 부산물이었다.
“······정말 북부에도 빌헬미나의 인체 실험실이 있는 걸까요?”
‘밀실이었나? 그거 말입니다.’ 소파에 앉아 젓가락을 까딱이던 가인 씨가, 불쑥 중얼거렸다.
그 말에 각자 용무를 보던 친구들이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
도저히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암시장에서 들었던 ‘성도’들의 대화 내용을 종합해 보면 상당히 그럴듯한 의문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실험용 시신을 구하고 있었으니까.
‘아, 글쎄. 풍요 속의 빈곤이 따로 없네. 전쟁 중이라 시신이 더 많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야.’
‘지금 상황이 심각해, 알리카. 스타티아 밀실이 무너지고, 소금 늪까지 망가져서 우리 윗분들의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다른 지역에도 ‘밀실’이 있지 않았던가?’
그리고 향료 가게의 주인이었던 사람이, 분명 그렇게 지적했으니까.
혹시 스타니슬라스 전하께선 그곳의 피 냄새를 감지하신 게 아닐까?
“엘리자베트 경.”
그분이 선물해 주신 꿩의 꽁지로 로피와 놀아주던 나는, 퍼뜩 부근위대장을 찾았다.
태자와 함께 군무 서류를 검토하던 그녀가 눈길을 들었다.
심술이 난 로피는 나의 소매 속으로 폴짝 뛰어들어 솜방망이를 날리기 시작했다.
-웨오옹
“알리카도 암시장 생존자 명단에 있었다고 하셨죠? 그 향료 가게 사장요.”
“예. 현재 영주성 지하 감옥에 수감되어 있습니다.”
“그자와 다른 ‘황혼의 성도’들은 아는 게 전혀 없었습니까? 스네이더르 공작이나 그녀의 계책에 관해서요.”
“으음. 한 명 한 명 차례로 문초하고 있고, 중환자가 많아 시일이 소요되고 있습니다만······. 제가 보고받은 바에 따르면, 일단 알리카는 본인의 말마따나 아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암시장 내부 사정에는 빠삭하지만 지상의 소식엔 제법 어둡다더군요.”
“그쪽이 본인의 생존에도 유리했겠지.”
태자가 덤덤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주억였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명언도 있지만, 암시장처럼 무시무시한 곳에서 시신까지 취급하던 장사치에겐 해당하지 않는 말이었을 거다.
‘거래처’를 모르면 모를수록 안전했겠지.
“성도들은요? 그 인간들은 대화 들어보니까 확실히 아는 거 있겠던데.”
가인 씨가 젓가락으로 티테의 수염을 간지럽히며 물었다.
엘리자베트 경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것이······. 그자들은 골치입니다. 듣자 하니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진술하는 모양입니다.”
“예? 그런 게 되나요? 신관님들의 신탁을 동원하면······.”
에바가 머리를 갸웃했다. 부근위대장은 깃펜을 내려놓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대체로 말단직이라 아는 것이 적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처음부터 거짓 정보와 진짜 정보가 마구잡이로 뒤섞여 주입된 상태입니다. 한 명 한 명 완벽히 세뇌하기는 까다로우니 그런 식의 수법을 쓴 듯합니다. 혹시나 해서 그자들의 증언을 듣고 예리호 곳곳을 파헤쳤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더군요. 여러 차례 허탕을 쳤습니다.”
“세상에, 그럼······.”
“예. 나오는 증언을 하나하나 시험해 보거나, 전부 무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함정이 있을지 모르니 후자가 안전한 선택이기는 합니다.”
그러자 바느질을 하던 가나엘이 조용히 끙끙거렸다.
전자는 제국군의 희생까지 감내하는 작전이 될 수 있었고, 후자는 아무래도 뒷맛이 썼다.
기왕 붙잡은 스네이더르 공작의 끄나풀들인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웠다.
그만한 실험을 겁도 없이 벌이는 걸 보면 전국에 추종자가 상당한 모양이지만, 그들이 우리 손에 멀쩡히 떨어지는 일은 흔치 않으니······.
“어?”
잠깐, 아니지. 아니야.
숫자가 ‘너무 많은’ 게 약점이 될 수도 있잖아!
“태자님, 엘리자베트 경.”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사람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심상찮은 낌새를 느낀 가인 씨가 조르르 합류했다.
태자는 나를 올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또 ‘그 눈빛’을 하고 있군.”
“리얼. 그리고 ‘그 에테르’예요.”
“그럼 놈들에게 오직 북쪽에 관한 것만 물어보면 어떨까요?”
“북쪽만요?”
엘리자베트 경이 눈을 깜빡였다. 나는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
어느새 온 거실의 시선이 내게 모여 있었다.
내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의견을 내는 쪽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매번 그랬잖아. 뭐든 안 하는 것보단 나아!
“신국에 숨은 스네이더르의 하수인은 셀 수 없이 많을 겁니다. 아마 그들만 모아도 어지간한 나라를 세울 수 있겠죠.”
“그러니 신의 자리를 탐내는 거겠지.”
태자가 말을 받았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 검지로 허공을 찍었다.
“바로 그겁니다. 숫자가 지나치게 많아서 말단까지 꼼꼼히 관리할 수 없으니, 말씀하신 대로 진짜와 가짜를 섞어서 마구잡이로 주입한 겁니다. 그럼 과연 그게 전부 ‘무작위’일까요?”
“······.”
“······오?”
“만에 하나 그 주입에 ‘규칙’이 있다면요? 예컨대 빽빽한 사전이나 소설책 한 권을 펼쳐 놓고, 거기서 몇 가지 단어나 문장을 골라내 써먹었다면 어떻습니까? 솔직히 윗사람으로서는 그편이 빠르고 쉬웠을 겁니다. 한번 정해놓으면, 한번 열쇠를 만들어 두면 두고두고 쓸 수 있으니까요.”
“허얼······!”
가인 씨가 입을 떡 벌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아뇨, 제가 대단한 건 절대 아닙니다. 이거 수사물에 자주 나오는 방식이거든요!
“과연. 그런 쪽으로는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마침 소파에서 책을 읽고 있던 바카리 군이 스르륵 안경을 벗었다.
그는 실례(實例)로 <제국을 빛낸 100명의 마법사>를 들어 보이더니, 즉석에서 페이지를 넘겼다.
“궁주님의 말씀대로라면, ‘스네이더르의 밀실이 또 어디 있느냐’는 질문을 듣고······. ‘그것은 도시의 서쪽 우물 바닥에 숨어 있었다.’라며 딴소리를 할 수 있겠군요. 이 책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그럴싸한 꾀입니다.”
“바로 그겁니다!”
내가 활짝 웃으며 모두를 돌아보았다. 다만 이 추리에도 허점은 있었다.
“물론 성도들의 세뇌 작업을 맡은 사람이 한 명일 리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다른 자료를 참고했다면, 저들의 대답엔 당연히 차이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주신 맙소사.”
마침내 엘리자베트 경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녀의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있습니다, 궁주님. 분명히 같은 질문에 비슷한 헛소리를 내뱉은 자들이 있었습니다. 보고서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이놈들이 머리를 다쳐 제정신이 아닌가 했는데······.”
“네, 그럼 가설이 대충 맞겠네요!”
엔도르핀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나는 태자의 왼손에서 깃펜을 쑥 뽑아 들고 파지에 낙서를 휘갈겼다. 슥, 스슥, 쓰으윽!
‘열쇠 말.’
그러니까, 키워드(keyword)!
“하급자들에게 주입된 열쇠 말을 찾다 보면 그 안에서 규칙을 찾을 수 있을 거고, 어쩌면 허점도 보일 겁니다. 이미 놈들의 말대로 했다가 허탕을 친 적이 있으니 더더욱 유리합니다. ‘가짜’ 열쇠 말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걸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얼마큼 수확이 있겠죠. 다음번에는 더 효율적인 신문이 가능할 거예요.”
“하하하······.”
“그리고 스타니슬라스 전하께선 북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수상쩍다고 하셨습니다. ‘북해’, ‘북부’, ‘북쪽’. 그런 단어를 중점적으로 던져 보면 반응이 어떨까요?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그것참, 영특하구나.”
허억! 우리는 깜짝 놀라 문 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화다닥 절을 올렸다. 할아버님!
“······오렐리가 입이 닳도록 네 칭찬을 하더니. 이유가 있었던 게지.”
“가, 감사합니다.”
나는 목덜미가 벌게져서 겨우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문간에 꽉 끼인 어르신이 우렁우렁 웃으셨다.
“세 아이가 한 폭의 풍경화처럼 보기 좋다. 식은 언제쯤 올릴 예정이냐?”
······예?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