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When the Second Male Lead Powers Up RAW novel - Chapter (508)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508화(508/920)
#508
그러므로 그 재앙이 갑자기 임한즉 (1)
본디 재앙은, 문을 두드리고 찾아오지 않는다.
-쿠콰콰콰앙!
“아악, 으아아아!”
그래서 재앙이다.
-끼루루루룩······!
“하이네켄 님, 훈련한 대로요!”
“네! 맡겨두세요!”
밧줄을 내던진 가인 씨가 고함쳤고, 나는 즉시 응답하며 삼겹 코트를 벗어젖혔다.
머리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드는 목도리도 둘둘 풀어 가가방에 찔러 넣었다.
지난 하루 동안 열심히 정리했던 것들이 몽땅 뇌리 저편으로 까마득히 멀어졌다.
한낮의 해안선은 단 몇 분 만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모두가 전속력으로 사방을 뛰어다녔다.
‘살려줘! 끄아아악!’ 살아 있는 사람들이, 마수의 부리에 끼어 하늘로 솟구쳤다.
머리 위에선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후드득 쏟아져 내렸다.
마수 떼의 습격을 받은 조각배들은 코앞에서 과자처럼 부서지고, 종이처럼 가라앉고 있었다.
‘전원 전투태세!’ ‘1, 2학년 후위 전투 준비 태세 발령!’ ‘빨리 학교로 가서 상황을 전해!’ 선생님들이 쩌렁쩌렁 목청 높여 서로에게 명령을 전달했으며, 뒤쪽에서는 학생들이 밤새도록 만든 방책을 들고 우르르 달려왔다.
전부 철가시를 두른 울타리라 몹시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저건 그저 몇 초의 시간을 더 벌어줄 뿐이라는 걸.
-끼루루루, 끼야아아악!
“다들 저한테 오세요! 아예 몸을 던지십시오!”
나는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오른팔을 쭉 뻗었다.
눈부신 광채가 모래땅과 해수면을 한꺼번에 집어삼켰다. 파아아앗······!
-쌔애애액―
-콰아아앙, 쿠구구궁!
하늘에서 포탄처럼 떨어진 마수 두엇이, 나의 성지에 머리를 박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어마어마한 진동에 잇몸까지 부들부들 떨렸다. 눈을 질끈 감을 새도 없었다.
나는 황급히 몸을 낮추어 다친 학생들의 부상을 확인하고, 벌벌 떠는 영지민들의 등에 내 겉옷을 둘러주었다.
매일매일 씩씩하게 훈련하던 아이들이었건만 벌써 몇몇은 눈물범벅이었다.
나는 이를 악물며 천공을 올려다보았다. 위쪽에선 진작 살벌한 소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휘이이익!
-우르르릉, 꽈가가강!
-끼이이이익!
-끼오오오······!
‘천섬(天閃)의 탕아’ 지브릴 디오프가 지팡이를 휘둘러 무시무시한 천벌을 내렸고, 날개 달린 마수 수십이 그 자리에서 시커멓게 불타 추락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탓, 탓, 탓! 떨어지는 시체를 징검다리 삼아 순식간에 뛰어오른 요한 경이, 하얀 머리칼을 흩날리며 빙그르 몸을 돌렸다.
그의 손끝을 잡은 순백의 실바람이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공기는 그의 권속이나 다를 바 없었다.
어느새 추기경의 손엔 반투명한 롱 소드가 두 자루나 들려 있었다.
‘키에에에엑―!’ 강력한 에테르를 느낀 마수들이, 흉측한 부리를 쩍 벌리며 그에게 돌진했다.
칠판을 긁는 비명에 소름이 끼쳤다.
제국에선 구경조차 못 해본 짐승들이었고, 대부분은 상급으로 보였다.
놈들의 날갯짓에 요한 경의 머리카락이 빠르게 팔랑였다.
그는 차디찬 눈동자로 전방과 후방을 향해 일시에 칼날을 내질렀다. 쌔애애액!
-콰콰콰콰앙―!
-꾸에에엑!
-키이이이잇······!
쿠구구구궁! 맹렬한 폭발음이 허공을 뒤흔들었다.
이어 마수 떼의 뻣뻣한 깃털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바람 칼날이 놈들의 몸뚱이를 톱처럼 난도질한 결과였다.
추기경은 곧바로 총알처럼 쏘아져 나갔다. 그제야 숨이 조금 쉬어졌다.
중급에서 상급에 이르는 놈이 너무 많은 게 문제이긴 한데―자꾸 늘어나는 것 같기도 했다―무리 중 그리핀은 겨우 한 마리였다.
눈에 익은 독수리 대가리와 폭군 전룡의 몸통이 보였다.
‘지이이잉!’ 디오프 공자가 중간중간 방어 마법식을 전개해 뭍으로 올라오는 영지민을 호위하고 있었다.
‘와아아아······!’ 학생들은 한 몸처럼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며 육중한 마수 하나의 숨통을 끊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이었으나, 이만하면 훌륭한 대응이었다.
식은땀이 흐르는 와중에도 머리가 바쁘게 굴러갔다.
이 정도라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어떻게든 우리끼리 처리할 수 있을 터였다.
찰나 스타니슬라스 전하와 눈이 마주쳤다.
퍼어억! 어르신은 맨손으로 마수의 덜미를 잡아채더니, 바로 놈의 목구멍에 대검을 찔러넣으셨다. 콰아아악!
“좋아, 그럼······.”
전하께선 당연히 전략을 잊지 않으셨을 거다.
우리는 성흔이나 오라를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 없다.
나는 근처에서 우리를 지키고 선 가인 씨를 돌아보았다.
“스텔라 님! 큰놈 정리 가겠습니다!”
내가 목청을 올리자, 즉시 이해한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품속의 뚝심이와 도마뱀이 불안한 듯 꼼틀거렸다. 나는 재빨리 속삭였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형이 지켜줄게.”
-삐뽀오?
“깜짝 놀랄걸.”
‘이건 비밀인데, 우리도 성장이란 걸 하거든.’ 상황에 맞지 않게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와중에도 나의 지시를 받은 부상자들은, 가가방에서 약통과 천을 꺼내 빠르게 서로의 상처를 처치하고 있었다.
고통 어린 신음과 마수들의 비명이 마구잡이로 뒤섞이는 상황이었다.
대낮인데도 괴수 떼의 시커먼 그림자로 하늘이 어둑어둑했다.
난장도 이런 난장이 없었다. 나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서 고개를 들었다.
“후우······.”
사아아아······. 짝꿍들의 존재감이 피부로 선명하게 와닿았다. 그러니 자신 있었다.
우리가 서로를 믿는다는 걸 안다.
나는 그들의 에테르를 감지할 수 없지만, ‘그들이 나를 감지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느낄 수 있다.
그거면 충분하다.
-화르르르······
-쪼르르르······
뒤이어 붉은 불길과 푸른 물길이, 반지처럼 둥근 모양으로 성지를 감싸기 시작했다.
상반되는 두 개의 신력이 약간의 충돌도 없이 또렷한 정원(正圓)을 그렸다.
난리통에 황태자의 정확한 위치는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성지에 더욱 많은 에테르를 불어넣는 데만 집중했다.
지금은 구태여 그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
“후우, 하나······.”
-꿰에에엑! 끼에에엑!
-키기기기깃!
둘 다 여기 있으니까. 내 곁에.
-끼루루루루······!
마침내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찢어지는 울음이 허공을 갈랐다.
나는 이에 응답하듯 쉬지 않고 에테르를 펑펑 뿜어냈다.
아래를 향한 손바닥뿐 아니라 어깨부터 발끝까지, 전신에서 황금빛 알갱이가 분수처럼 솟아오르고 있었다.
살랑살랑 춤추던 입자들은 잽싸게 모여 거대한 ‘알’의 형상을 빚어내기 시작했다.
어느 우족 마수가 봐도 입맛이 동하고 화가 날 법한 광경이었다.
안경 너머의 하늘이 잠깐 빛났다 스러졌다. 반짝!
-구구구구······
온다.
-끼루우우우―!
“둘······.”
나는 어금니에 힘을 주며 온몸을 긴장시켰다.
쌔애애애액―! 거리는 삽시에 좁혀지고 있었다.
아주 멀리서 내리꽂히던 몸뚱이는 순식간에 두 배, 네 배, 여덟 배 이상 커졌다.
이번에도 쥘리에트 궁만 한 크기였다.
허공에 맹독을 뿌리던 날짐승들이, 허겁지겁 우두머리를 위해 길을 비켰다.
그중 다수는 디오프와 요한 경의 견제로 눈 깜짝할 사이 목이 날아갔다.
번쩍― 콰과과광!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쳤다.
날카로운 빛줄기에 눈먼 놈들은 추기경의 고속 이동을 당해내지 못했다.
쓱, 쓱, 쓱, 서컹! 무언가 토막 나고 베이는 끔찍한 소음이 이어졌다.
나는 수직으로 돌진하는 그리핀을 올려보며 싱긋했다.
어느새 놈은 표정이 생생히 보일 만한 거리까지 와 있었다.
피로 얼룩진 부리가 나를 향해 쩌억 벌어졌다.
-끼에에에에!
미안한데, 네가 우리의 첫 그리핀은 아니거든.
“······셋.”
그 기술은 이미 봤어.
-스팟!
간데없이 성지가 사라지고, 신화급 마수의 눈동자에 당혹이 서리는 순간―
-파아아아!
-콰아아앙―!
다시금 터져 나온 에테르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우산을 펼쳐 들었다.
찰나 방심했던 그리핀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즉각 튕겨 나갔다.
접때 요한 경과 삼 대 일로 대련하면서 완벽하게 체득한 ‘수동 공격술’이었다.
나는 재깍 고함을 내질렀다.
“스텔라 님!”
“갑니다아아아!”
-휘리리릭!
그동안 소극적으로 전투에 임하던 가인 씨가 드디어 채찍을 치켜들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맹렬한 푸른빛이 번뜩였다.
철써덕! 최고급 마도구를 타고 흐른 에테르가 바다로 스며든 직후―
-쿠구구구······
1초도 되지 않는 전조가 있었고,
-콰아아아앙!
“으어아악!”
“허어억, 세상에!”
-싸아아아아······!
사실상 해안선을 접한 모든 바닷물이 장벽처럼 솟구쳤다.
말 그대로 상전벽해, 능곡지변(陵谷之變)이었다.
해수면을 덮고 있던 빙하들이 땅으로 느릿느릿 낙하하고, 저주처럼 시커먼 해초들은 웅장한 너울 속에서 춤을 추었다.
쿠우우웅! 충격을 이기지 못한 그리핀의 몸뚱이는 물에 푹 젖은 채 하늘로 치솟았다.
지상엔 웅대한 대양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키이이익!’ 경악한 마수들이 사방으로 날개를 뻗으며 허우적거렸다.
약점인 눈알과 점막 등이 물에 젖자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양새였다.
‘맙소사, 도망쳐!’ ‘주신께서 놈들을 심판하신다!’ 아연한 영지민들은 너도나도 고성을 지르며 뒤쪽으로 달아났다.
“······바다로 온 걸 후회하게 해줄게, 새끼들아.”
가인 씨의 차례는 이제 시작이었다. 주인공의 입가에 배릿한 미소가 걸렸다.
그녀가 지금껏 신력을 아낀 이유가 명명백백해지고 있었다.
날붙이처럼 예리한 가죽끈이 다시금 공중을 갈랐고―
-휘리릭! 철썩철썩, 철썩!
주인의 명을 받은 창해가, 압도적 축복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쩌적, 쩌저적, 쩌저저적······!
아주 얕은 곳에서부터, 파도가 숨어다니는 바닥의 지름길에서부터.
북부의 대양이 느릿느릿 얼어붙고 있었다.
홰애애액! 즉시 이상 징후를 감지한 그리핀이 고도를 높였다. 과연 신화급 마수는 지능이 뛰어났다.
다만 놈의 날갯짓은 급격히 빨라지는 데 반해, 고도는 아주 느리게 올라갔다.
본능적인 불길함을 느낀 독수리 대가리가 이쪽저쪽을 급하게 훑었다.
“바람이 부족해?”
허공에 고고히 선 요한 경이, 놈을 보며 미소했다.
그의 배후엔 공기의 힘으로 떠받친 조각배 수백 척이 체공하고 있었다.
실로 공포스러운 신력이었다. 삽시에 낯빛을 굳힌 남자가 쭉 뻗은 손끝을 비틀었다. 팟!
-······키에에에엑!
순간적으로 기류를 상실한 그리핀이, 다시 세찬 기세로 떨어져 내렸다. 휘이이잉!
시뻘게진 눈자위와 곪아가는 주둥이가 인상적이었다.
바다가 얼어붙는 속도 역시 어마어마했다.
초거대 고드름은 집요한 덩굴처럼, 드센 뿌리처럼, 억척스러운 손아귀처럼 놈을 향해 쭉쭉 성장해 나갔다.
간절하게 뻗은 가인 씨의 채찍이―그녀의 손가락 끝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쩌저적, 쩌저저적, 쩌저저적!
“흐아아아······!”
“필스너르 님!”
주인공의 이마에 짙붉은 핏대가 섰다.
나는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녀석을 애타게 불렀다.
하필이면 성지 바깥이라 즉각적인 에테르 보급이 힘든 시점이었다.
가인 씨는 한 번에 너무 많은 힘을 소모했다.
이어지는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지 못하면―!
-쩌저저적, 쩌쩍!
-끼이이익······!
바늘처럼 얇아진 얼음 창이, 마침내 확장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추락하는 그리핀의 심장을 파고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한 걸음 나아갔다.
아냐, 할 수 있어!
-쌔애애액!
-탓!
그때, 검은 인영이 빙탑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내의 왼손에 들린 연습용 검이 극열(極熱)을 받아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치이이익! 그가 딛는 곳마다 물이 녹아내렸고, 찐득한 소금 냄새와 함께 뽀얀 김이 피어올랐다.
이미 모든 부분이 논의된 작전이었다. 하지만 이렇듯 실제로 실행되는 것을 보니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남자가 마지막 계단을 향해 미친 듯이 속력을 올렸다. 탓, 탓, 탓, 타앗―!
-꾸루루루룩!
펄럭, 펄럭! 그즈음 요한 경의 반경을 벗어난 그리핀이, 자유의 괴성을 토하며 다시 나래짓 했다.
태자는 망설임 없이 절벽 너머로 몸을 던졌다. 검이 천궁을 갈랐다.
마수의 눈알이 기세등등하게 희번덕거렸다.
그의 공격이, 자신에게 닿지 않을 것을 깨달은 눈빛이었다. 그 순간―
-콰아아아앙―!
하늘을 위협하며 솟아 있던 모든 물기둥이, 일시에 기화(氣化)했다.
태양마저 녹일 듯한 열기가 천공을 향해 마구 터져나갔다.
-끼야아아악―!
이어서 그리핀의 단말마가 북해를 찢어발겼다.
나는 꼬마들을 품에 안은 채 고개를 푹 떨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