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When the Second Male Lead Powers Up RAW novel - Chapter (534)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534화(534/920)
#534
카덴차! (3)
조금 전의 그 강렬한 기운은, 에테르를 지닌 이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싸아아, 싸아아, 싸아아아······!
흠칫. 나는 아래쪽에서 들리는 파도 소리에 몸을 떨며 시선을 내렸다.
어둡고 까마득한 발밑, 홍옥처럼 빨간 조개 수만여 개가 다닥다닥 붙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처참하게 부서져 내린 길드 회의소 건물이 온통 조가비로 불긋불긋했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이 크게 뜨였다.
헤릿이 연신 탄성을 자아냈고, 테스는 맨정신으로 믿기 힘든 풍경에 자꾸만 한숨을 터뜨렸다.
조개 무리는 하얀 월광에 빤짝빤짝 빛나며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나는 바보같이 몇십 초나 넋을 빼놓은 후에야······.
“세상에, 구구들이야!”
“응!”
“맙소사! 그렇네요!”
그것이 아직 용으로 변하지 않은 도마뱀들임을 깨달았다. 우와!
-크르르르······
[구구야, 너희 진짜 멋있다!]-차르르, 차르르르!
-다다닥, 다다닥, 다다다닥!
잔뜩 흥분한 나는, 작금의 상황조차 잊고 신탁으로 환호했다.
덩달아 신난 뚝심이가 펄럭펄럭 날갯짓하며 우리를 붕붕 띄워주었다.
모두의 머리카락이 폭죽처럼 나부꼈다.
위엄 넘치는 신물이 털을 흩날리며 열풍을 내쉴 때마다, 불도마뱀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사룡의 뱃가죽과 다리와 꼬리를 뒤덮었다.
높은 너울처럼 일렁일 때는 조가비 같았건만, 몸통에 완벽히 흡수된 뒤에는 잉어의 비늘처럼 아름다웠다.
빤지르르한 표면은 딱 한 번만 직접 쓸어보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걸작이 만들어지는 광경에,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우아······!”
[와아······.]그래서, 화룡(火龍)이 아니라 사룡이구나.
이무기가 ‘변하여’ 된다는 용.
[너무 신기하고 대단하다. 태어나서 이런 거 처음 봐!]“하하하, 으응!”
내가 계속해서 감탄하자, 헤릿의 맑은 웃음이 귓가를 상쾌하게 적셨다.
한눈에 담을 수도 없을 만큼 웅대한 용의 모습엔 자꾸만 실소가 흘렀다.
인제 보니 사룡의 턱 아래에는, 세상의 모든 붉은빛을 한데 모아 놓은 듯한 구슬이 매달려 있었다.
아니, 그냥 허공에 떠 있다고 봐야 하는 건가? 원리를 잘 모르겠네.
[규야, 그게 네 심장이야?]-크르르르······
조심스레 물었더니, 거대한 용이 토끼처럼 순한 눈을 한 차례 깜빡였다.
긍정의 표현엔 절로 함박웃음이 걸렸다.
어째서 나까지 해방감이 드는지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기뻤다.
[정말 축하해! 그럼 이제―]“아아악!”
그때, 날카롭고 어린 비명이 우리의 고막을 할퀴었다.
깜짝 놀란 헤릿이 뒤로 훅 물러났다!
“사룡, 사룡의 머리에 누가 있습니다!”
테스가 활을 겨누며 다급히 외쳤다. 나는 기겁해서 성지의 두께를 쑥쑥 늘렸다.
그러자 내내 고요하던 사룡이 느리게 머리를 숙여 보였다.
꼭 우리를 안심시키려는 것처럼.
-······.
-휘이이잉!
그리고, 여느 때와 같이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왔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흐름에 잔뜩 긴장했던 우리는 화로 앞 마시멜로처럼 녹아내렸다.
[태자님! 요한 경!]“궁주님.”
두 개의 뿔을 하나씩 잡고, 위풍당당하게 용두(龍頭)에 선 친구들이 보였다!
“방금 뭐라고 하셨―”
“아아!”
테스가 경악하거나 말거나, 헤릿은 월하미인처럼 파안하며 아버지를 향해 날았다.
우리를 내려준 청년이 와락 안기자 요한 경의 낯엔 어여쁜 무지개가 떠올랐다.
테스는 재빨리 뿔에 기대어 균형을 잡았고, 나는 비틀비틀하다가 황태자 놈한테 덜미를 잡혔다!
“커헉!”
나도 반갑다, 인마!
“품위.”
“작전 성공하셨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후다닥 뿔을 잡으며 인사를 건네자, 갑옷 차림의 녀석이 코웃음 쳤다.
못 본 지 얼마나 됐다고 그게 그렇게 달가웠다. 나는 잽싸게 숨을 고르고서 물었다.
품위나 체통은 내 몫까지 네가 대신 챙기는 걸로 하자. 형이 양보할게.
“두 분 다 어디 다친 데는 없으십니까? 티테랑 로피는요? 아름이랑 다른 아이들은요? 아츠마 남작은 어찌 됐습니까? 아, 조금 전의 그 비명은 뭐였죠? 여자분 같았는데.”
“이쪽.”
답변율이 20%밖에 안 됐지만, 20%나 되는 게 어디냐 하는 심정으로 그의 턱짓을 따라갔다.
우람한 용의 뿔 건너편으로 팔랑이는 치맛자락이 보였다.
빼꼼 내민 눈망울이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반짝반짝하고 있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인상이었다.
설명 듣기를 반쯤 포기한 듯한 테스가 고개를 기울였다.
“하인······. 입니까?”
“에다 아츠마의 딸.”
“헉, 프란시스카 공녀요?”
내가 놀라자 소녀도 기겁해서 펄쩍 뛰었다.
그제야 한쪽 뺨의 검붉은 반점이 눈에 들어왔다.
과연, 복도에서 스쳤던 그 아이가 맞았다. 올해 열다섯이 된다고 했던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앳된 입술 새로 벌벌거리는 간청이 쏟아져나왔다.
공포 그득한 눈물은 덤이었다.
“저, 저는, 저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참말이에요. 용서해 주세요! 전 그냥, 어머니가 몰래 무엇을 하시는지 알고 싶어서 왔는데······. 기회를,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앞으로 제가 평생 갚을게요. 약속해요!”
“진정하세요, 공녀. 저희는 누군가를 벌하려고 온 게 아니라―”
그때.
-끼루루루루······!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너무나 익숙한 포효가 들렸다. 이어서 은은한 지진이 흙바닥을 울렸다.
모두의 동작이 우뚝 멈추고 눈빛만이 날래게 움직였다.
사룡의 두 눈알은 옥구슬 구르는 소리와 함께 돌아갔다.
꿀럭, 꿀럭. 그런 것이 있을 리 없건만 짐승의 혈관 불거지는 듯한 소음도 잇따랐다.
나는 숨 쉬는 것조차 잊고 어둠 건너편을 돌아보았다.
아까, 번개가 내리치고 폭발음이 터졌던 가문비나무 숲 방향이었다.
가인 씨와 지브릴 디오프가 남아 있을 그곳.
······그놈들이야.
“세레니테. 뒤로.”
“네.”
“헤릿, 이제 다시 들어가 있자. 아빠가 부탁할게.”
“응, 응.”
파아아아······! 착한 대답과 함께 청년의 몸이 연보랏빛 구체로 변했고, 그동안 테스와 나는 프란시스카를 챙겨 화다닥 뒤쪽으로 이동했다.
이제 뿔을 잡기는 힘들었지만, 용의 터럭 한 올 한 올이 워낙 굵고 튼실하니 밧줄로 쓰기엔 더할 나위 없었다.
거기다 요한 경의 따스한 바람이 침착함을 유지하게 해주었다.
바쁜 손길로 공녀의 허리를 먼저 묶어줄 즈음, 뚝심이가 내 어깨에 앉았다.
-삐삐뽀!
“어, 너무 고마워. 우리 뚝심이 없었으면 형은 어떻게 살았을까 모르겠다.”
“마수, 마수인가요? 마수가 이쪽으로 오는 건가요?”
소녀가 바들바들 떨며 물었다. 나는 입꼬리를 씩 올리고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네, 그것도 신화급 마수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마도요.
“······저를 희롱하시는 것이지요? 아무리 어리다 하여도 기본 소양은 배우며 자랐습니다!”
울컥! 지나치게 긴장하다 못해 화가 난 얼굴이었다.
아이는 파들파들하면서도 우악스러운 손길로 내 허리춤에 터럭 묶는 것을 도왔다.
여기엔 대답해 줄 말이 없어 나도 그냥 웃고 말았다.
그게, 실제로 보면 알 거예요. 앞으로 한 몇 초만 더 있으면―
-쌔애애앵!
-콰아아아앙!
“으아아악!”
1초도 안 걸렸어!
고막을 찢어발기는 파공음에, B-52 두 대가 충돌하는 듯한 폭발음이 잇달았다.
삐이이이― 일시적으로 청각이 사라지며 경고음 같은 이명이 울렸다.
우리는 뚝심이와 프란시스카를 품에 안은 채 종이 인형처럼 이리저리 펄렁거렸다.
질끈 감긴 눈꺼풀 아래로 하얗고 붉으락푸르락한 무늬들이 어룽거렸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와중에 머릿속은 선풍기처럼 씽씽 돌았다.
괜찮아, 무조건 괜찮을 거야. 우리에게 와닿는 충격파가 약해. 계획대로 된 거야!
“허억!”
번쩍! 두 눈을 치켜뜨고 고개를 홱홱 돌렸다.
마침 사룡이 몸을 비틀고 있어서 코밑의 상황이 확실하게 보였다.
“주신······.”
그러나 머리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장면에, 턱관절 힘이 스르륵 풀렸다.
내가 지금 숨을 들이쉬고 있는지 내쉬고 있는지도 헷갈렸다.
“주신 미쳤다······.”
-끼야아아악―!
‘끼끼끼끽······!’ 신룡(神龍)을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든 그리핀이, 목표물을 눈앞에 두고 지상에 처박혀 있었다.
정확히는 은빛 오라의 대검이 놈의 왼쪽 날갯죽지를 참혹하게 관통한 모양새였다.
고통에 찬 절규는 당장이라도 하늘을 깨뜨릴 듯했고, 거대한 날개가 몸부림칠 때마다 땅바닥이 함께 울부짖었다.
놈의 피와 체액이 치솟았다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쿠우웅, 쿠우웅, 쿠우우웅······!
“저, 저분은, 저분은 누구―”
목을 쭉 뺀 소녀가 급히 물었다.
“소드마스터이십니다.”
“네에?!”
“예에!?”
내 설명에 프란시스카와 테스가 동시에 경악실색했다.
특히 테스 선생은 평생 놀랄 분량을 오늘 몰아서 놀라는 사람처럼 보였다(사실이다).
하지만 죄송하게도, 이 또한 자세한 설명은 나중으로 미뤄야 했다.
나는 폴짝폴짝 뛰는 뚝심이를 진정시키며 지상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끼야아아악! 컥, 컷!
“가엾은 것. 한을 너무 오래 품었구나.”
-끼루루루룩······!
지금껏 모든 기척을 죽이고, 우리에게조차 정확한 위치를 알리지 않은 채―가까이에 숨어 때를 노리던 스타니슬라스 전하께서 그곳에 서 계셨다.
거칠고 예리한 회색빛 오라가 그분의 전신을 휘감으며 봉화(烽火)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어르신의 너른 등과 다리는, 바윗돌처럼 한자리에 괴여 꿈쩍도 하지 않았다.
늙은 그리핀의 눈알은 분노로 시뻘겋게 충혈되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놈의 시선이 올곧게 사룡만을 노리고 있었다.
“하아······.”
제풀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타이밍이 몇 번 어긋날 뻔했지만, 전부 우리 계획대로 되었다.
디오프의 거래를 받아들인 그리핀은, 피시스가 세상에 다시 나타나는 틈을 노려 달려들었다.
그러나 할아버님의 매복에 그대로 당해버리고 말았다.
비록 한 번에 급소를 찌르시진 못했으나, 그만한 속도의 비행 물체를 단숨에 꿰뚫으셨다는 것부터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카아아아악! 키야아아악―!
저승꽃 핀 와잠이, 마지막 숨을 내뱉는 염통처럼 씰룩거렸다.
-펄러덕! 펄러덕, 펄럭!
“이만 네 미련을 놓아주거라. 그러면 편해질 게다.”
할아버님이 어린아이를 어르듯 말씀하셨다. 나는 즉시 눈을 들어 하늘을 확인했다.
‘끼루루루······!’ 나머지 그리핀 일족과 패거리 마수들이, 아래로 내려오지 못한 채 허공을 빙빙 선회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우두머리가 무참히 당하는 꼴에 큰 충격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다음 상황을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마수는 통상 이기적이고 사악한 생각을 우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급이 높을수록 지능이 뛰어나고 계산도 빠른 편이다.
-캬아아아악!
저놈들은, 이 늙은 그리핀을 구하기 위해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콰아아앙!
전심전력으로 발버둥 치던 마수가, 다시금 날아오르고자 반대쪽 날개를 박찼다.
어르신께서는 더 설득하지 않으셨다.
-써컹!
-키이이이이!
그대로 왼쪽 날개가 썰려 나갔고, 그분의 움직임은 눈으로 포착할 수도 없었다.
광분한 그리핀이 사방으로 침을 튀기며 부리를 활짝 벌렸다.
펀쩍! 순간 섬찟한 섬광이 고장 난 형광등처럼 번뜩였다.
치지지직! 전(電) 속성 마수의 주둥이로 맹렬하고 날카로운 벼락불이 깃드는 찰나―
-휘이이익, 타닷!
익숙한 비전투 마법사가 놈의 부리 위로 착지했다!
“맙소사, 프랑수아!”
손톱 밑까지 소름이 번졌다. 이건 우리 악보에 없던 일이었다.
‘안 돼요!’ 질겁한 내가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고, 위쪽의 요한 경이 하얀 실선을 그리며 쏘아져 나갔다.
늙은 그리핀은 벌레처럼 작은 인간을 향해 남은 날개를 휘둘렀다.
놈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프레임 단위로 쪼개지는 것처럼 보였다.
-우우우웅!
그러나, 후작의 ‘특기’가 몇 배는 빨랐다.
-스팟!
그가 마법식 발동도 없이 모습을 감추기 무섭게,
-촤아아악!
-꾸어어어억! 꿰에에엑!
그리핀의 부리가 통째로 잘려 사라지고, 피가 폭포처럼 솟구쳤다.
보고도 믿지 못할 마법에 머릿속이 띵했다.
그러나 할아버님께서는 제국 최고의 마수 사냥꾼답게 행동하셨다.
-쓱, 콰아아앙!
-콰콰콰콰콰―!
신들의 황혼처럼 밝은 오라가, 놈의 머리통을 그대로 정조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