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When the Second Male Lead Powers Up RAW novel - Chapter (683)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683화(683/920)
#683
겁쟁이와 카타콤 (6)
정확히는, 각자의 능력치에 따라 증세가 천차만별이었다.
“으음······.”
마나 감응력이 0에 수렴하는 나로서는 부패한 마나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요컨대 흑마법 면역이 99% 이상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사방에서 곰팡내와 음식물 쓰레기 냄새 같은 게 나기는 했지만, 가인 씨는 이것이 단순한 ‘악취’의 개념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화르륵······
“······.”
세드리크가 붙여준 횃불 아래서, 나는 친구들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지나치게 넓고 캄캄한 통로에서 여러 불그림자가 아른거렸다.
평생을 일반인으로 살아온 산트는 가벼운 울렁거림과 어지럼증을 호소했고, 하난 폐하의 화신이 된 지 오래지 않은 이자벨도 상태는 비슷해 보였다.
다만 그녀는 조금 전부터 두통이 더해졌다고 했다.
가인 씨와 요한 경으로 가면 상황은 좀 더 심각해졌다.
마나 감응력이 좋은 두 사람은, 시루떡처럼 허옇게 질린 얼굴로 약간의 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포로인 레오폴트 라소 공작은 특히나 멀미가 심해서 물조차 넘기지 못했다. 내가 줄곧 성지를 전개한 채로 걷고 있는데도 그랬다.
그리고 마나 감응력이 지나치게 뛰어난 우리의 마법사들로 말할 것 같으면······.
“제기랄······.”
“어어! 공자, 조심해요!”
기어코 발을 헛디뎌 비틀거리는 남자를, 내가 허겁지겁 멱살잡이로 끌어올렸다.
붉은 눈이 흐리게 뜨이더니 짜증스레 나를 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면전에 독설을 쏟아낼 것처럼 날 선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아프면 예민해지지. 아니, 원래도 그런 성격이긴 하지만······.
“아, 이대로 침대까지 가고 싶은데······.”
-푸르릉
“전쟁이 끝나야 집에 가죠. 그러자면 정신 바짝 차리셔야 하고요.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나는 취한 사람처럼 볼멘소리하는 공자를 겨우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뒤쪽에서 아름이가 ‘입 닫고 걸어.’ 하듯이 그의 허리를 신경질적으로 밀어댔다.
속에서 신물이 올라오는지, 입맛을 다시며 머리를 쓸어넘기는 모습이 퍽 불안정해 보였다.
대단하신 8급 전투 마법사 지브릴 디오프마저 이 지경이라니······.
아무래도 이쯤에서 우리의 노선을 바꾸어야 할 것 같았다.
프랑수아는 이미 나에게 반쯤 업혀서 가는 중이었다.
다만 그는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었는데(가벼운 농담도 가능했다), 이건 역시 그동안 단련된 정신력 덕분인 듯했다.
‘대귀족 뒤엠 후작’으로서의 그는 우리보다 한참 어른이니까.
······아무튼, 이대로 강행군은 무리야.
“잠깐 쉬었다 갈까요? 십 분이라도 눈을 붙이는 게 좋겠습니다. 제가 모두에게 직접 에테르를 드리겠습니다. 아이들도 약초를 좀 씹어야 할 것 같고요.”
“저, 제가 돕겠습니다!”
보다 못한 내가 먼저 입을 열자, 산트가 기다렸다는 듯이 양손을 번쩍 들었다.
‘돕겠습니다, 돕겠습니다, 습니다!’ 사제의 비끗거리는 목소리가 높다란 아치형 천장을 몇 번이나 울렸다.
그러자 앞서가던 세드리크는 귀신처럼 창백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더니······.
“······쥘리에트의 고견에 따르지.”
입관 직전에 스틱스강 수변공원에서 살아 돌아온 듯한 저음으로, 그렇게 선언했다.
그새 살이 내린 듯한 얼굴에 저절로 턱이 쩍 벌어졌다.
“세상에.”
세이디, 너 그러다 진짜 기절하겠다!
*
그리하여 사실상 모두가 복도에 널브러졌다.
“아으, 이제 좀 살 것 같습니다. 진짜 궁주님 에테르가 저의 아아고 제로 콜라예요······. 아깐 진심 부침개 부치는 줄 알았다니까······.”
“하하하.”
“웃어?”
가인 씨가 힘없는 손가락으로 내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나는 속절없이 무너지며 다음 환자분을 맞았다.
요한 경이 희미하게 미소하고는 나에게 먼저 팔을 내밀었다.
이런 일은 과거에 몹시 드물었지만, 요즘은 종종 있는 일이었다.
기쁘게 손목을 받아들고서 에테르 보급을 시작했다.
-사아아아······
“하······.”
낮은 한숨과 함께, 민트색 눈동자가 스르륵 눈꺼풀 너머로 사라졌다.
나는 그가 안정을 취하는 것을 보며 또 한시름을 덜었다.
아직 제대로 된 실마리의 시옷 자도 못 찾았고, 통로의 반대편으로 빠져나가려면 최소한 하루는 더 걸릴 테지만―그렇다고 우리가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기에는 차선책이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지하 통로의 입구가 있다고 해도 그걸 찾으려면 또 한참을 헤매야 할 테니 말이다.
오히려 그러다가 스네이더르 세력에게 발각되거나 큰 전투에 휩쓸릴 가능성도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야 괜찮겠지만, 지금은 비전투 인력 세 명에 포로까지 딸려 있으니 그건 너무 큰 도박이었다.
요컨대 여기서 해결해야 했다.
뭐가 됐든 여기, 이 지하에서.
우리라면 할 수 있을 거야.
-싸르르르······
요한 경 다음은 세드리크였다.
그는 의젓하게도 자신의 짝꿍과 스승에게 차례를 양보한 참이었다.
“이제 좀 괜찮으십니까? 잠깐만, 너 열 있나 보자.”
“······.”
벽에 기대어 앉은 황태자가 얌전히 이마를 내주었고, 나는 그의 체온이 정상인 것을 확인한 후에야 한숨을 돌렸다.
부상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성기사 친구들은 내가 접촉을 통해 에테르를 공급해준 것만으로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온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불쾌감과 역겨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가인 씨는 그에 더하여 ‘횡단보도 흡연자들의 담배 연기를 온종일 쐬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비유에 와락 인상을 쓰고 말았다.
얼마나 힘들까.
“자, 깨끗한 물도 한 모금 드시고요.”
“싫어.”
“왜 싫어. 형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깁니다. 이제 어느 정도 속이 가라앉았으니 괜찮을 거예요. 받으세요.”
“······.”
태생이 불 속성인지라 몸이 안 좋을 땐 물이 당기지 않는 모양인데, 그래도 건강을 생각해서 수분을 섭취하게 했다.
그는 뭐라고 더 반박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으나 순순히 수통을 받아 마셨다(가인 씨가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낄낄거렸다).
‘빵 사이에 육포랑 치즈도 끼워서 드세요.’ 나는 그렇게 덧붙이고서, 사내가 눈을 흘기는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옆자리로 이동했다.
“······처, 천사 공.”
그리고 바라건대, 오늘의 마지막 환자.
“괜찮습니다. 포로라고 아픈 걸 방치하지는 않으니 팔목 이리 주세요.”
“······.”
그러자 라소 공작이 앞으로 꽁꽁 묶인 양손을 머뭇머뭇 내밀었다.
이쪽은 아까부터 메스꺼움이 심해 보였다.
나는 친구들과 시선을 교환한 뒤, 확실한 허락을 받고서 그의 손을 풀어주었다.
걸핏하면 혼자 넘어질 만큼 운동 신경이 없는 데다, 에테르 구속구를 차서 무장까지 해제된 상태이니 다들 봐주는 것 같았다.
그가 놀라든 말든 손목 안쪽을 가볍게 쥐고서, 나는 스승님께 배운 대로 맥을 짚었다.
쿵덕쿵덕 뛰는 핏줄에 에테르를 직방으로 부어주는 느낌.
그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고 하셨으니까.
-싸아아아······
“와아······!”
“신관 에테르 처음 받아봅니까? 공작씩이나 되는 분이 왜 그렇게 놀라세요.”
온몸에 퍼지는 기운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별안간 입을 헤 벌리는 모습이 우스웠다.
그러자 공작은 쑥스럽다는 듯이 다른 손바닥으로 뺨을 문질렀다.
“처, 처음은 아니지만. 자주 있는 일도 아니다 보니······. 공은 예닐곱 번째 정도인 것 같소. 아, 물론 보라색 눈동자가 제일 신비하다오! 봄날의 은하수처럼 아름답소.”
“······방금 뭐라고 하셨죠?”
“아름답다고······.”
“아뇨, 그 앞에 하신 말씀요.”
내가 잘못 들었나? 그런 거겠지? 나는 망연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남자는 커다란 눈동자를 깜빡이며 어깨를 웅크렸다.
“아니, 어쩌면 다섯 번째일지도······. 앗, 나, 나에게도 에테르를 주어서 고맙소. 그러고 보니 감사 인사를 잊어서······.”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혹, 지금까지의 에테르 보급 경험이 다섯 번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옆자리의 이자벨이 부드럽게 물었다.
그녀는 하난 폐하의 회복력과 산트의 도움으로 벌써 많이 나아진 상태였다.
그리고 역시나, 랑부예답게 상황 파악이 빠르고 핵심을 짚을 줄 아는 분이셨다.
공작은 우리를 번갈아 보며 입술을 달싹달싹하더니, 이런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그렇소.”
“아니······. 어떻게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합니까?”
기가 막혔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나이도 어리지 않은 사람이고 심지어 왕족 성기사인데, 태어나서 순수 에테르 보급을 다섯 번밖에 안 받아봤다고?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에테르 각성 때는 각성열에 시달렸을 테고, 성흔을 얻었을 때는 폭주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아니, 반드시 그런 심각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몸이 좋지 않은 날이나, 마음이 힘든 순간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신관의 순수 에테르였다.
꼭 치유력을 쓸 필요도 없고―
“어머니가······.”
“······.”
“나는, 어머니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소.”
“······.”
우리는 한참이나 입을 다물고서 공작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뒤따라오는 부연 설명은 없었다.
남자는 그저 빛이 닿지 않는 그늘에 슬쩍 얼굴을 감출 따름이었다.
그러니 나 또한 뭐라고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냥 팔목을 좀 더 세게 눌러주는 것밖에는······.
“어?”
······잠깐만.
“여기, 이건 왜 이럽니까? 화상흔인가요?”
어째 느낌이 싸했다.
나는 그의 팔뚝 깊은 곳, 정확히는 팔꿈치 안쪽까지 점점이 박힌 하얀 흉터를 유심히 관찰했다.
이건 절대로 전쟁터에서 부상한 흔적이 아니었다.
그리고 군대 후임들이 아토피와 대상포진을 앓아서 아는데, 피부병은 더더욱 아니다.
제법 오래된 자국이고.
“아, 이런. 별것 아니오.”
잔뜩 당황한 공작이 서둘러 팔을 빼냈다.
잘 받고 있던 에테르조차 거부하는 몸짓이었다. 놀란 내가 몸을 떨어뜨리는 찰나―
“별거 아니긴.”
덥석! 어느새 다가온 가인 씨가, 포로의 손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남자는 대경실색하며 반대쪽 팔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는 시늉을 했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담뱃재로 지진 거잖아. 딱 봐도 티 나는데.”
“헉······.”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언뜻 무심하게 들리는 목소리였다.
라소는 느릿느릿 팔을 내리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순간 나의 머릿속마저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이자벨은 여느 때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투로 말했다.
“크리스텔, 원할 때 이야기하실 수 있게 하자.”
“누가 이랬어. 너희 아빠?”
“······아버지는 일찍이 돌아가셨소.”
“그럼 너희 엄마가 이랬겠네.”
그의 눈동자가 바들바들 떨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가인 씨의 표정을 눈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불꽃을 등진 그녀의 얼굴엔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래서 감히 헤아릴 수가 없었다.
“······바보같이 당하고만 살았냐?”
“크리스텔.”
이자벨이 엄하게 딸의 이름을 불렀다.
그 순간 어린 성기사가 흠칫하며 눈을 깜빡거렸다.
하얀 손아귀에서 힘이 빠지고, 상처 가득한 팔뚝이 무력하게 풀려났다.
“크리스텔.”
내가 한 번 더 불렀지만, 가인 씨는 이미 스스로의 언행에 크게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그녀는 말없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마침내 청회색 눈동자에 성화의 빛이 깃들었다.
그런데 이자벨을 똑바로 담은 홍채는, 어째서인지 폭풍을 만난 바다처럼 넘실거리고 있었다.
두려움. 그리고 또다시 두려움.
“······잠깐 산책 좀 하고 올게요. 중간에 뭐라도 있으면 건져오고.”
“잠깐만요, 크리스텔!”
그녀는 순식간에 어둠 너머로 사라졌다.
내 목소리가 몇 번이고 돌벽을 울렸지만, 돌아오는 기척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