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When the Second Male Lead Powers Up RAW novel - Chapter (709)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709화(709/920)
내 얼굴에 무슨 문제 있어? (2)
아니······. 사람이 저렇게까지 바뀔 수 있다고?
아예 인상이 달라졌는데?
“와······.”
-끼아······
-끼으······
왜 평소에는 안 저러고 다니지? 지금이 훨씬 낫잖아, 얼굴도 확 살고!
“······궁주 입에 벌레 들어가겠는데. 역시 먹을 건 안 가리나 봐?”
“헙!”
그제야 정신이 번쩍 나고, 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알 수 없어 민망함이 밀려들었다.
나는 페리의 꼬리털을 정리해주는 척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사이 지브릴 디오프는 코웃음 치며 나를 지나치더니 가인 씨와 뭐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페리도 그의 새로운 모습에 놀랐기는 마찬가지인지, 몽실몽실한 꼬리가 빳빳하게 서 있었다.
데미는 여전히 나의 어깨에 매달린 채 디오프를 구경하는 중이었다. 린이 통통한 볼을 옴찔거리며 속닥였다.
“지부 아저씨가 더 잘생겼어.”
“응?”
“지부우.”
“아······. 세두 아니고 지부.”
음, 그렇구나. 린은 그런 취향인가 보네.
얼떨떨하게 머리를 주억거리는데, 어쩌다 보니 그루터기의 사냥꾼과 눈이 마주쳤다.
왠지 주황색 홍채에서 뜨거운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평소에도 눈매가 깊고 뚜렷하긴 한데, 오늘은 또 완전히 색다른 느낌이었다.
옷깃이 터지기 직전인 어깨놀이 부근이 아슬아슬해 보였다.
“······.”
“······.”
······응? 설마.
“아니, 아니에요. 린의 의견은 저의 의견과 같지 않습니다. 방금 들으신 얘기는 이 아이의 사적인 감상입니다. 물론 디오프 공자가 단정하게 입은 모습은 저도 처음 봐서 놀랐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잠깐.”
내가 지금 왜 이걸 해명하고 있냐? 죄지은 것도 아닌데?
“흥.”
사내는 낮게 코끝을 울리더니, 나를 무시하고는 발치의 구구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불도마뱀들이 그와 연기 합을 맞추기 위해 여기저기서 쫑쫑 모여들고 있었다.
태자의 커다란 손이 한 번에 도마뱀을 대여섯 마리씩 쥐었다.
이건 또 이거대로 썩 민망했다.
쟤는 아무 생각도 없는데 나 혼자 설레발놨구나. 하긴, 그럴 걸 신경 쓸 녀석이 아니지.
“세레니테 후작, 옆에 앉아도 돼?”
아차.
“그럼요, 공주님.”
어정쩡하게 웃으며 바닥의 손수건을 양보해 주자, 코르넬리서가 기다렸다는 듯 옆자리에 앉았다.
문득 황도에 있을 에바가 생각나서 애틋한 기분이 들었다.
왕녀의 곁에는 언제나처럼 이설이 자리했다.
두 아이는 말 그대로 짝꿍처럼 내내 붙어 있었고, 식사도 함께하고 잠도 같이 잤다.
작은 손을 꼭 잡고 다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어쩐지 가슴 한쪽이 울렁거렸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엘리서의 낯이 어땠는지, 야속하게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웃음기 가득했던 속이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전쟁이 어떤 결과로 끝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애들의 장래가 어둡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저기, 코르넬리서. 이설.”
“응?”
“말씀하십시오.”
두 소녀가 나를 돌아보았다.
기왕 나란히 앉았으니, 오늘 예행연습을 준비하기 전에 친구들과 논의한 바를 아이들에게 전해주면 좋을 듯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고.
“혹시, 만에 하나 로세하르더 궁정백의 사병들이 여기까지 오면 말이야.”
“응.”
“이 마을을 비스듬히 에두르는 수레바퀴 자국이 있거든.”
“응?”
왕녀의 연둣빛 눈망울이 깜빡거렸다.
그런 이야기가 나올 줄은 전혀 몰랐다는 낯이었다. 나는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아이가 어디까지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놀라지 않게. 충격받지 않게.
“비가 와도 지워지지 않고, 발로 밟아도 여간해선 번지지 않는 신기한 흔적이야. 은은한 빛까지 뿌리고 있어서 밤에도 쉽게 발견할 수 있어.”
“······.”
“그걸 따라가면, 사라진 너희 아버지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자 코르넬리서의 두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장밋빛 뺨은 희게 물들고, 늘 올라가 있던 입꼬리도 굳어버렸다.
이설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다.
“아바마마가 수레에 타고 있어? 그러면 지금······.”
“확실한 건 아니야. 어쩌면 수레는 이미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갔을지도 몰라. 우리가 완전히 잘못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어.”
“······.”
“하지만 그게 중요한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니, 너희가 궁정백 측에 정보를 전해주었으면 해. 바퀴 자국을 쫓아가 보라고 말이야.”
“······.”
아이는 쉬이 답을 내놓지 못했다.
페리의 등을 어색하게 쓸던 린이―아기는 동물을 대하는 게 아직 익숙지 않았다―코르넬리서를 빤히 바라보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왕녀가 아니라 어린 신관이었다.
“······베르너르 국서 전하께서, 큰 죄를 짓고 달아나신 게 맞습니까?”
“······.”
“어른들은 제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십니다. 제가 아직 어리다고만 하십니다.”
“그건 맞는 말이야. 다 널 위해서 하신 말씀일 거야.”
“하지만 우리도 알 수 있어요. 장미원의 하인들도 압니다.”
공녀가 짝꿍의 손등을 단단히 감싸고서 말했다.
익숙한 자단나무 색 시선은 그 나이답지 않게 몹시 견고했다.
“왕도에 도는 소문이 사실인가요? 국서 전하께서······.”
“······.”
“예서 왕자 전하를 죽이셨다는 것이오.”
코르넬리서는 붉어진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러나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애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도 아니고, 마냥 순진무구한 소녀도 아니었다.
왕성에서만 지냈다는 귀한 존재가 언제 이렇게 훌쩍 컸는지는 알 수 없지만······.
2왕녀는 분명 태생적으로 강한 아이였다.
“사실이야. 아저씨가 그 자리에 있었어.”
“······.”
“······.”
‘끼잉, 낑.’ 데미와 페리가 어리광 부리듯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저쪽에서 친구들이 나를 돌아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괜찮다는 의미로 손을 흔들며 미소했지만, 아마 에테르의 흐름이 부드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그날의 흉터를 품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거 하난 확실해, 코르넬리서. 거기에 네 잘못은 아무것도 없어.”
“······.”
“너는 어른들의 판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었고, 그러기엔 너무 어렸어. 지금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우린 네가 이 전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았으면 하는 거야. 이건 오롯이 어른들이 벌인 일이니까.”
“······아바마마는 죽게 돼?”
그 물음에는, 순간적으로 숨이 막혔다.
아이의 눈동자는 빗물처럼 떨리고 있었지만 나를 피하지는 않았다.
까닭 없이 목이 말랐다.
“제국군에게 붙잡히면 죽는 거야?”
“······재판을 받게 될 거야. 여러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서.”
“재판······. 그렇구나.”
‘재판.’ 정말로 울 것 같은 목소리였고, 목덜미와 이마까지 벌겋게 물든 모습이었으나 코르넬리서는 꿋꿋이 눈물을 참아냈다.
잔뜩 힘이 들어간 턱이 바들거렸다.
나는 무력하게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나도 예상은 했어. 바보는 아니야.”
“응.”
“귀도 달렸고, 눈치 있어. <백곡왕의 해방자>는 이백 번도 넘게 읽었어.”
“그래.”
“······아바마마가 진짜로 오라버니를······.”
고개가 떨어지고, 아이는 그로부터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이설도 묵묵했다.
어느새 왁자지껄하게 모인 친구들을 바라보며, 나는 린과 신수들의 등을 가만가만 도닥거렸다.
그리고······.
“······궁정백에게 말할게. 바퀴 자국을 쫓아가라고.”
······.
“아버지를 꼭 잡으라고 말할게. 재판받아야 하니까.”
다시 한번 나를 똑바로 담아낸 눈동자는, 호수에 던져진 감람석처럼 빛을 뿜고 있었다.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고마워.”
바로 이 아이가, 페네티안 왕실에서 가장 단단한 영혼이라는 사실을.
“나는 왕녀야. 그리고 왕사(王師) 할머니가 그랬어. 왕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아무리 싫어도 피하면 안 된다고.”
“그렇구나.”
“아버지가 잘못했으면, 아버지도 벌을 받는 거야. 그게 책임지는 거야.”
“맞아. 잘 배웠네, 코르넬리서.”
“응.”
왕녀는 재빨리 소매에 눈두덩을 찍어 냈다.
끝내 떨어진 물방울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 듯했으므로, 나는 잠자코 모르는 체했다.
그사이 코르넬리서는 짊어지고 온 봇짐을 주섬주섬 열었다.
“그리고······. 세레니테 후작. 나도 말할 거 있어.”
“음?”
“우리도 아기 키워.”
예?
“잘 못 들었습니다?”
-끼하?
데미와 나는 동시에 얼이 빠졌다. 다행히(?) 해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코르넬리서는 마차를 끌고 오는 프랑수아를 보며 초조한 듯 입술을 깨물더니, 가방에서 네모난 무언가를 조심조심 꺼냈다.
그건······.
“수조? 세상에, 들고 다니기 무겁지 않았어? 아니, 잠깐만.”
어어······? 익숙한 실루엣인데?
“이거 구구 아니야? 우리 구구?”
오렌지빛의 얼룩덜룩한 몸통과 앙증맞은 네 다리, 깜찍한 세로 동공의 잿빛 눈망울이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분홍색 혀로 콧구멍을 닁큼 쓸더니 나를 보며 짓궂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도마뱀에게도 표정이 있나 싶겠지만, 진짜 있다).
“야, 너······.”
“이 애는 ‘로스’야. 백작저에서 지낼 때, 이설이 잡아다 줘서 내가 물 주고 키워.”
“물을 준다고?”
나는 한껏 당황해서 입만 벙긋거렸다.
누가 봐도 우리가 아는 불 속성 신물 ‘사룡의 심장’ 님이신데, 수조에 넣고 물을 줘?
워낙 바다를 사랑하는 꼬마라 괜찮은 건가?
“응. 물 짱 좋아해. 특히 내가 부어주는 거.”
“짱, 그런 말은 누구한테······. 됐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잠깐만 실례할게.’ 나는 손을 반짝 들고서 구구의 보호자를 찾았다.
린은 ‘짱’이라는 단어가 코르넬리서의 입에서 나온 게 신기한지 자꾸만 키들거렸다.
스턴트 감독 요한 경이 곧바로 다가와 상황을 살펴주었다.
“······네. 신국에서 본 적이 없는 도마뱀이에요. 제가 보기에도 다른 구구들과 똑같이 생겼네요.”
“역시 그렇죠?”
“로스의 식사로는 무엇을 주시나요, 왕녀 전하?”
“아무것도 안 줘. 로스가 먹지를 않거든.”
······정구구 맞네, 정구구 맞아. 요한 경과 내가 고개를 끄덕했다.
“이 아이도 규의 일부인 듯한데, 어쩌다 혼자 로세하르더 백작령까지 갔던 걸까요?”
-도도도도······
내가 의미심장하게 물었고, 이후의 일은 추기경이 나설 필요 없이 진행되었다.
로피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세드리크의 등짝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구구들이 오르르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코비를 비롯한 산골 아이들이 도마뱀의 대이동에 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워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무섭게 느낄 수도 있는 광경이었는데, 코르넬리서와 이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불도마뱀 무리를 맞아주었다.
이윽고 왕녀가 야무지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비슷하게 생겨서 물어보려고 했어. 어디서 로스 같은 도마뱀들을 이렇게 많이 잡았는지.”
“어, 그게······.”
전시는 전시인지라, 아이들에게 신물 이야기는 터놓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난감한 낯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때였다.
-톡톡
-토도독······
구구 두 마리가, 야금야금 나의 허벅다리를 기어올랐다.
녀석들은 목을 쭉 빼고서 코르넬리서와 로스에게 지대한 흥미를 보이는 듯하더니······.
-퐁당!
“엇!”
-참방!
“우와!”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수조 입수 미션을 성공해 버렸다!
“구구? 구구야, 거기서 지내는 친구 있으니까 우리는 밖에서 구경하자. 좁잖아.”
-꼬르륵
“응? 안녕, 하고 나와야지. 얘들이 왜 이래.”
난 언제쯤 애물단지들 보면서 ‘얘가 왜 이래’를 안 할 수 있는 걸까?
구구들이 나를 약 올리듯 유유히 물속을 거닐고 있었다.
코르넬리서는 무진 좋아하는 눈치지만······.
“거기 계속 있을 거야? 구구들 여기 두고 형은 다른 구구들이랑 가?”
-보글보글
-뽀글뽀글
“허. 요 녀석들 봐라.”
“어쩌면 그대로 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네?”
콧구멍에서 거품을 일으키는 위대하신 도마뱀들과 기 싸움하는데, 요한 경이 상냥하게 눈꼬리를 접으며 말했다.
내가 잠깐 멍을 때리자 그는 나의 귓전에 대고 허리를 숙였다.
“구구가 예비 주인을 찾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앗.”
“다만 전하께서 아직 어리시니······.”
“아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해했습니다.”
혹시나 코르넬리서가 들었을까 봐 재빨리 몸을 세우고, 새로운 구구들까지 총 세 마리의 구구를 왕녀에게 맡기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아이는 뭐가 뭔지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밝은 얼굴로 좋아했다.
로스가 한결 외롭지 않게 되었다면서.
“있잖아, 세레니테 후작.”
“음?”
“나도 고마워.”
“······.”
“나. 이 애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왕녀가 될게.”
그건, 몇 번을 곱씹어도 꽤 멋진 말이었다.
나는 활짝 마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