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When the Second Male Lead Powers Up RAW novel - Chapter (715)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715화(715/920)
버디 무비 (1)
“······누가, 왔다고?”
마이커 라소가,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불분명한 발음으로 물었다.
힘을 조절하지 못한 성대는 불규칙적으로 녹슨 소리를 뱉어냈다.
그녀에게 연미복을 입히던 시종들이 흠칫 어깨를 움츠리며 눈을 감았다.
시종장 돌프는 불룩한 배에 힘을 주고서 노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자 노력했다.
네모난 거실의 사방을 지키고 선 기사들이, 그를 날 선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덧 잔치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각이었다.
“아하타 사르헨티니 공작의 넷째 아들인, 비오른 사르헨티니 공자가 영주성을 방문하였습니다.”
늙은 시종장이 입술을 크게 움직여 대답했다.
바퀴 의자에 앉은 노인은 시종들이 손을 놀리는 대로 들썩들썩 움직이면서도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조명을 밝히지 않아 어둑한 실내였으나, 그녀의 안광만큼은 형형한 빛을 뿜고 있었다.
“······또한 사르헨티니 상단 극동 지부의 이사벨러라는 인물이 동행하였습니다. 그들은 공작님의 일흔일곱 번째 생신을 축하드리고자 특별한 진상품과 함께······. 영주성을 찾았다고 합니다.”
“······.”
“동부에서 생포한 것으로 보이는 날개 달린 마물과 소형 마수 몇 마리, 그리고······. 드래건의 새끼로 추정되는 개체 한 마리입니다.”
“······마물? 방금 마물이라고, 했느냐?”
노인이 어눌한 발음으로 되물었다.
시종장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큼직큼직 움직였다.
가엾은 손수건이 그의 손아귀에서 식은땀으로 젖어 들고 있었다.
“다른 일손들이 전부 그 모습을 보았고, 저 또한 멀리서나마 맨눈으로 확인하였습니다. 맨살에서 세 장의 날개가 돋아난 자태는 실로······. 위험하고 요사스러워 보였습니다.”
“드래건? 그자가, 내게, 드래건을 데려왔어? 드래건?”
“예. 확실하지는 않으나, 포획한 사냥꾼이 훈련사로 따라왔다고 합니다. 목격한 기사들의 말로는 과연 신화급 마수의 위용이 남다르다고······.”
‘홱!’ 노인의 고개가 고장 난 것처럼 옆으로 돌아갔다.
놀란 하인 하나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천만다행히 라소의 목표물은 아랫것이 아니라 그 너머에 선 자였다.
그녀만큼이나 세월의 풍파를 맞은 갑옷 차림의 기사단장이, 연로한 눈알을 빛내고 있었다.
“너도. 보았느냐?”
“예. 먼발치에서 보았습니다.”
“드래건. 드래건이 틀림없더냐?”
“······제가 드래건의 실물을 알지 못하여 확신할 수는 없으나, 그런 형태의 마수는 태어나 처음 보았습니다. 비늘은 루비처럼 붉으며 수염 또한 무척 섬세하더군요. 토막 내어 따로 판매하시지 않고, 성내 동물원에 관상용으로 두셔도 손색이 없겠습니다. 소장 가치가 대단한 놈입니다.”
“관상. 관상용······.”
“또한 날개 달린 마물은 인간의 외양을 지니고 있는데, 그 생김새가 썩 우수하여 귀족들이 노리개로 선호할 법합니다.”
“노리개라. 노리개.”
“사람의 말은 할 줄 모른다고 하나,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혀를 잘라 내놓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더군요.”
윗전의 양말과 신발을 신기던 시종들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러나 라소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주판을 굴렸다.
“암. 암컷이냐?”
“수놈이라고 들었습니다.”
“쯧! 쯧······. 수놈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거늘.”
“특정 수요를 만족시킬 수는 있을 겁니다.”
기사단장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노인은 입맛을 다시며 다시금 생각에 빠져들었다.
수놈은 교배가 힘들고 맛도 좋지 않아 어느 종이든 암놈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날개 달린 인간형이라면 말이 달라졌다.
그녀의 얼굴에 난 사마귀들이 움찔대는 동안 시종장은 조용히 마른침만 삼켰다.
“사르헨티니. 그 박쥐가 무슨. 꿍, 꿍꿍이지? 갑자기. 스네이더르와 틀어졌는가?”
“······.”
“마력. 그것들 마력은. 어떠하더냐.”
“전부 구속구를 착용하고 있어 아직 확인하지 못하였습니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버럭! 예고 없이 찢어진 외침에 시종들이 다시 한번 목을 구부렸다.
겁에 질린 몇몇은 찔끔 눈물까지 흘렸다.
윗전이 돌아온 이후로 영주성은 매일 같이 살얼음판이었지만, 그녀의 생일인 오늘은 더더욱 끔찍스러운 이야기만이 오가는 것 같았다.
분노를 참지 못한 선대 공작이 바퀴 의자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가 주저앉았다.
-우당탕!
“고, 공작님!”
“나리, 괜찮으십니까?”
깜짝 놀란 아랫것들이 다급히 노구를 부축했으나, 당사자는 기사단장을 노려보느라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부리부리한 눈자위가 누런빛으로 번뜩거렸다.
“마나! 마력! 그것이 제일. 마수의 상품성을 결정하는. 제일 중요한 거라고!”
‘내 몇 번을 말했어!’ 노인이 입을 쩍쩍 벌려 가며 악을 썼다.
단장은 즉시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공작님. 신화급 마수와 인간형 마물은 저희로서도 처음인지라, 사르헨티니 측 마수 훈련사에게 일부 절차를 일임하고······.”
“고개 들어! 고개 들어!”
그녀가 발작하듯 소리 질렀다.
기사단장은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서 하관을 드러냈다.
그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재확인하겠습니다. 송구합니다.”
“그. 사르헨티니 놈도. 내게 데려와.”
노인이 이를 딱딱거리며 삿대질했다.
그녀의 매무새를 정돈한 시종들은 황급히 뒤로 물러나 양손을 모았다.
“교활. 교활한. 박쥐가 무슨 속셈으로······. 자식을 보냈는지. 내 알아야겠다.”
*
마이커 라소의 거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구역.
동관, 복도 끝 방.
-달칵!
다시 한번 문이 열리고, 허리를 한껏 숙인 남자가 서둘러 입장했다.
한눈에 봐도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양 어색하고 수상한 자세였다.
그가 소리 없이 응접실로 들어서자마자, 이번에는 기다란 로브 밑에서 검은 머리 소년이 불쑥 튀어나왔다.
-펄러덕!
“준비가 모두 끝났군. 여기서 공작의 침실까지는 어떻게 이동하지?”
세드리크 리에스테르가 몸을 휙 돌리며 물었다.
뽈록! 소년의 목덜미에 숨어 있던 구구도 비장하게 튀어 올랐다.
지브릴 디오프는 잠시 지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
정확히는,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소년이 한쪽 눈썹을 까닥거렸다.
“대답이 늦어.”
“······리에스테르의 차기 황제께서 별안간 스무 살쯤 어려진 모습으로 나타나셨는데, 당황하지 않고 순순히 명을 따르는 쪽이 더 수상한 놈 아니겠습니까?”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미 명을 받들지 않았나?”
그거야, 그랬다. 두 사람은 지금껏 동관의 사방팔방을 함께 빨빨거리고 다녔다.
생일 축하연이 열리는 연회장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했으며, 다른 일행들이 착용할 만한 옷과 신발도 여러 벌 훔쳐내 전달했다.
그동안 지브릴은 필요에 따라 세드리크를 업거나 목말을 태워주었고, 때로는 소년의 악랄한 발차기에 속절없이 등허리나 복부를 내주기도 했다.
덩치가 비슷했다면 맞서는 시늉이라도 했을 텐데 한참이나 어린 모습이 되니 손을 올리기가 영 찝찝했다.
지브릴은 황도의 숙녀들에게 다양한 멸칭으로 불렸지만, 영 상종 못 할 쓰레기는 아니었다.
스스로는 선을 제법 잘 지키는 놈이라 자평하기도 했고.
“그거야 제가 전하의 얼굴을 알아봤으니 가능했던 거죠. 설명이나 들읍시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남자가 소파에 몸을 기대며 팔짱을 꼈다. 소년은 얕게 코웃음 쳤다.
“모르는 척을 하는군.”
“······.”
“네놈이 어린 시절부터 황실에서 어떤 제안을 받았는지는 알고 있어. 추리하자면 못 할 것도 없을 텐데.”
“······.”
그 말엔 붉은 눈동자가 잠시 어두워졌다. 그러나 정말로 아주 잠시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뚫어져라 보며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기사 작위 하나 없이 연금으로 먹고 노는 한량에, 밤낮으로 여자 꽁무니나 쫓아다니는 날건달에, 무지몽매하고 식견마저 좁은 저로서는 귀하신 분께서 당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원.”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세드리크가 산뜻하게 대답하며 창가로 몸을 붙였다.
서로 특별한 지시는 없었으나 지브릴은 즉시 방문 너머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응접실로 돌아오는 길에는 최대한 다른 귀족과 마주치지 않으려 기를 썼지만―혹시라도 ‘진짜’ 비오른 사르헨티니를 아는 자가 있다면 곤란하니 말이다―이곳에 초대받은 귀족들의 면면을 파악해두는 일은 중요했다.
그들은 조만간 일행의 전쟁 포로가 될 것이므로.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말입니다.”
지브릴이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세드리크는 묵묵히 창밖을 관찰했다.
“쥘리에트 궁주는 전하의······. 이런 사정을 다 알고 있습니까?”
“······.”
‘휙.’ 고개가 돌아가자마자 시선이 날카롭게 부딪혔다.
방안에는 무겁고 어색한 적막이 내려앉았다.
소년은 한참이나 지브릴 디오프를 노려보더니,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아는 것 이상이라고 해두지.”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훗날 재상이 될 자에게는 반려가 필요할 터.”
“······.”
“짝을 찾기 어렵다면 황실의 도움을 받도록.”
“······필요 없습니다. 재상 자리는 내가 혼자 늙어 죽는 한이 있어도 관심 없고.”
‘벌써 남한테 국정 떠넘길 생각하지 말고 알아서 잘하십쇼.’ 공자가 먼저 눈길을 돌리며 대꾸했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똑
“······.”
“······.”
이번에는 분명히, 방문 너머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지브릴은 소리 없이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 소파에 앉았다.
세드리크는 신속히 서랍장 옆쪽으로 몸을 숨겼다.
품에서 예리한 단검을 꺼내 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소년의 에테르를 대신해 붉은 마나가 몸속을 빠르게 순환하기 시작했다.
-똑똑똑
“들어와.”
“실례, 실례합니다, 사르헨티니 공자님.”
‘끼이익.’ 곧바로 문이 열리고, 어쩐 일인지 잔뜩 겁먹은 낯의 시종이 들어왔다.
지브릴이 뭐라고 되묻기도 전에 그녀는 와르르 말을 쏟아냈다.
“공자님, 실례지만 당장 바쁜 일정이 없으시다면, 마이커 공작님께서 공자님을 뵙고자 하십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뭐, 지금?”
“예에······.”
“허.”
이건 다소 예상을 빗나가는 수였다.
‘라소와 친하지는 않지만 난데없이 귀한 선물을 보내도 이상하지 않은 관계’를 설정하다 보니 대형 상단을 운영하는 사르헨티니를 고르게 됐는데, 이러한 인선이 마이커 라소에게는 또 다르게 와 닿은 모양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상대의 속셈이 어지간히 궁금한 듯싶었다.
지브릴은 어깨를 으쓱하며 서랍장 쪽을 흘낏했다.
성채의 경비가 허술해지는 축하연을 노려서, 공작의 공간을 뒤집어놓을 생각이었지만······.
차라리 잘됐나.
“좋아, 가지.”
“정말, 정말이십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하면 괜찮은 술이나 준비시켜 놓든가.”
‘아무렴요, 그리하겠습니다!’ 시종이 크게 안도하며 문을 열었다.
응접실을 나서기 직전, 지브릴은 어깨 너머로 입술을 달싹거렸다.
‘공작의 침실, 지금 바로 갑니다.’
-끼이이익, 탁!
“······.”
그리고 방안에는 침묵만이 휘돌았다. 세드리크는 커다란 눈을 가늘게 떴다.
*
진짜 큰일 났다. 얘가 왜 안 오지?
-쾅쾅쾅!
“허억.”
“이제 들어가겠소! 창고 문을 열겠소이다!”
창고 문을 두드리는 소음, 목청껏 무섭게 지르는 소리가 요란했다.
나는 다급히 하난 폐하(헝겊 인형)를 원래 있던 곳에 눕히고 이자벨을 향해 양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야무진 손길로 밧줄을 칭칭 감아주었다.
그사이 가인 씨와 요한 경은 냉큼 찻간으로 숨어들었다.
구구들은 추기경의 도움을 받아 두 번째로 ‘드래건’의 형태를 빚고 있었다.
침착하게. 무조건 침착하게.
-싸르르, 싸르르르······
“뭐야, 이분 왜 또 안 와요?”
불쑥, 하인 복장으로 갈아입은 가인 씨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녀의 옷과 신발도 세이디가 조금 전에 슬쩍해서 가져다준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아이는 도로 창밖으로 나갔는데, 왜 시간이 다 되어 가는 아직도 깜깜무소식인지······.
“혹, 혹시 어머니께 들킨 것은 아닐지 염려가 되는구려. 원체 감이 좋으신 분이라······.”
“아, 너희 엄마 감도 좋아? 돌겠네.”
가인 씨가 라소 공작의 커다란 덩치를 찻간으로 구겨 넣으며 툴툴거렸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목울대만 꿀떡꿀떡 움직였다.
여기서 들키지 않고 축하연 때까지 버텨야 하는데.
그래야 작전이 무난하게 굴러갈 텐데. 세이디······.
-콰아앙!
“허어어억!”
-왜오오옹!
모두가 분주히 제자리로 돌아가는 순간, 귀 따가운 소음과 함께 터지듯 문이 열렸다.
깜짝 놀란 신수들이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레······. 레오폴트 도련님?”
그런데 눈이 마주친 것은, 갑옷이 아니라 정장 차림의 낯선 노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