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When the Second Male Lead Powers Up RAW novel - Chapter (724)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724화(724/920)
너는 완벽하고 궁극적인 (5)
우리가 드디어 라소 영주성의 침실로 들이닥쳤을 때―
-끼이이익······!
“······어?”
저기 시종장 할아버지다!
“주신이시여! 어서 오십시오, 공작님. 친구분들.”
“안녕하세요, 선생님. 또 뵙네요.”
-끼하
-아우
그곳에는 시종장인 돌프 씨와 다른 일손들이 미리 와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짧게 기도한 노인이 식은땀에 젖은 얼굴로 우리를 반겨 주었다.
시종 대부분은 중년인이었고, 잔뜩 긴장한 낯이긴 했으나 레오폴트 라소 공작의 사정을 잘 아는 눈치였다.
그의 등장에 환하게 밝아지는 표정을 보고도 그 유대감을 모를 수는 없었다.
공작이 시종장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세드리크와 지브릴 디오프는 신속히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벽에 걸린 액자를 들추기도 하고, 탁자나 장식장을 꼼꼼히 살피기도 했다.
그동안 나는 티테를 고쳐 안으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침실은 천장이 높고 몹시 드넓었으나, 전체적으로 음산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풍겼다.
창밖에는 길쭉하고 시커먼 창살이 촘촘히 꽂혀 있었는데 귀족 가문의 집에서 저런 것은 처음 보았다.
로메로 궁의 세이디 방도 꽤 어둡긴 하지만, 그곳은 주인의 그릇을 안정시키고자 일부러 그렇게 꾸민 곳이었다.
반면 이곳은 드라큘라 백작의 성처럼 오싹한 느낌을 주었다.
창문 바깥으로는 피를 흩뿌린 듯한 석양이 내리고 있었다.
문득 짝꿍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가인 씨는 괜찮을까?
“마이커 님께서는 욕실에 계십니다. 목욕 시중을 드는 시종 둘이 함께 들어갔고, 심신을 가라앉히기 위한 입욕제와 향초를 챙겼으니 못해도 두 시간 후에나 나오실 겁니다. 안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라 일러두었습니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돌프.”
“감사는 저의 몫이지요, 공작님. 돌아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노인장이 라소의 커다란 손을 잡고는 눈물을 보였다.
다른 시종들도 북받치는 감정을 겨우 가라앉히는 듯했다.
레아와 구구들이 사방을 발발거리고 다니며 냄새를 맡았다.
나는 시종 중 한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 서재는 여기서 어떻게 가나요?”
“아, 이쪽 문 너머에 있습니다. 바로 열어 드리겠습니다, 공자님.”
“고맙습니다.”
또각, 또각, 또각! 바쁘게 움직이는 그녀의 손등 피부가 붉게 벗겨져 있었다.
최근에 다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고, 못해도 몇 년은 지난 흉터였다.
내가 미처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웃옷 주머니 속 하난 폐하께서 나직이 말씀하셨다.
-쯧. 어찌 멀쩡한 자가 없느냐.
“······.”
-따르는 시종이 저리 다쳤거늘, 치유 신관조차 허락지 않은 모양이군. 신벌을 받을 인간이로다.
-달칵, 끼이익······
“이쪽입니다.”
그때, 서재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이번에도 나와 요한 경을 이곳에 두고 황족들이 먼저 들어가서 정찰을 시작했다.
둘이 어련히 알아서 잘 수색했겠지만 나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
괜히 침실의 문고리를 반대로 움직여 보기도 하고, 카펫을 싹 걷어보기도 했다.
집주인인 라소 공작이 나를 도와서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음, 여기도 아니네요.”
“후우······.”
아직 아무것도 없었다.
와중에 창 너머의 아수라장에서는 크고 작은 소음이 끊임없이 흘러들어왔다.
쨍그랑! 우당탕퉁탕! 그리고 혼란에 빠진 사람들의 고함.
‘마수다! 마수가 나타났다!’ ‘으아아악! 뛰어, 살고 싶으면 뛰어!’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만 했다.
“공작,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건 없습니까? 모친이 자주 읽던 책이나, 자주 열어보던 서랍 같은 것 말입니다. 아! 매일 하고 다니던 패물이나 아끼는 옷은요?”
“그, 미안하오, 천사 공. 나는 어머니와 살갑게 교류한 적이 거의 없어서······. 그분에 관해서는 깊이 아는 바가 없소. 평소엔 눈도 마주치기 힘들었던 분이라······. 오!”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있었는지, 공작의 크고 맑은 눈이 천장 한구석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도톰한 입술까지 헤 벌어지는 게 심상치 않았다. 나는 냉큼 그를 닦달했다.
“왜 그러십니까? 정보가 있으면 어서 공유해 주십시오!”
“천사 공, 천사 공, 저것 좀 보시오.”
털퍼덕!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카펫을 요란하게 떨어뜨리며 말했다.
나는 공작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쌩하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윽.”
-아웅······
‘그것’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팔뚝엔 오스스 닭살이 돋았다.
침대 헤드가 놓인 벽의 꼭대기에, 거대한 사슴처럼 보이는 마수의 머리가 박제되어 있었다.
어떻게 들어오자마자 저걸 발견하지 못했는지 놀라울 만큼 흉측하고 커다란 형상이었다.
언젠가 이블린에서 구워 먹은 적이 있는 철관사슴과는 종족부터가 달라 보였다.
마수의 뿔에는 각종 마석으로 보이는 장신구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고, 눈알은 무슨 처리를 한 건지 몰라도 살아 있는 생명처럼 형형한 빛을 뿜었다.
세상에, 아무래도 침대의 지붕이 높아서 금방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실내의 꺼림칙한 분위기에 저런 박제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기괴천만(奇怪千萬)이었다.
공작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 박제를 특별히 아끼셨던 게······. 기억에 남는군. 어릴 적 나는 저것이 무서워서 어머니의 침실에 들어오는 걸 싫어했소. 이유 없이 몽둥이로 맞는 것보다도, 오히려 저런 장식이······.”
으음.
“혹시 저기에 특별한 장치를 숨겨두었을까요?”
“제길, 여기도 있군. 할망구 취향 한번······!”
내가 최대한 차분하게 묻는데, 동시에 서재 쪽에서도 큰소리가 났다.
레아가 꼬리를 반짝 들고는 그쪽으로 달려갔다. 요한 경과 나도 곧장 뒤를 따랐다.
“디오프 공자?”
“저것 봐. 하마터면 간 떨어질 뻔했다고.”
‘저딴 걸 달아 놓고도 책이 눈에 들어오나?’ 번개 마법사가 불쾌한 먼지를 털어내듯 지팡이를 휘두르며 불평했다.
세이디는 나를 보호하듯 앞을 막아섰다.
이미 비슷한 것을 한 차례 목격한 덕인지, 이번에는 크게 충격받지 않았다.
이 방 문간에도 성인 몇 사람을 합쳐 놓은 크기의 마수 머리가 걸려 있었다.
다만 침실의 박제와 차이가 있다면······.
“저 애는 입을 쩍 벌리고 있네요. 침실에 있는 애는 입을 완전히 다물고 있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요한 경이 곧바로 공작에게 물었다. 남자는 놀라서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전혀 모르겠소. 하지만 만약, 의미가 있는 거라면······.”
“비밀 공간을 여는 열쇠일지도 모르지.”
미소년이 날카롭게 말허리를 잘랐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세드리크를 바라보았다.
“침실은 물론 서재에도, 특별한 장치는 보이지 않아. 살피지 않은 것은 저 박제뿐이니.”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요한 경이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는 그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라소 공작이 황급히 시종장 일행을 찾았다.
침실 이불 속 구석구석, 서재의 책까지 한 권 한 권 꺼내 보던 일손들이 반짝 고개를 들었다.
“자네들은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게. 그리고 최대한 영주성에서 멀어지도록 해. 오늘 이렇듯 도움을 주어 정말 고맙네.”
“예? 하지만 공작님······!”
경악한 노인장이 사색이 되어 다가왔다.
노환으로 시력이 많이 약해졌는지, 돌프 할아버지의 두 눈은 누가 봐도 침침하고 뿌옜다.
나는 그의 떨리는 뺨과 목덜미까지 깊게 팬 흉터를 보며 입술을 말아 물었다.
노인의 태도는 친손주를 대하는 양 애틋하고 안쓰러웠다.
“공작님, 어찌 이러십니까. 저희가 곁에 있겠습니다. 과거의 그날처럼······.”
“그날의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내 그래서 이리하는 것이니.”
남자의 금빛 도는 눈동자가 확신에 차 있었다.
두려움이 묻지 않았다면 기만이겠지만,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나는 분명 레오폴트 라소가 뒤늦게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본성 밖으로 나가면, 알리손과 다른 말들이 착하게 기다리고 있을 걸세. 그 아이들을 챙겨 로세하르더 방향으로 떠나게. 어서.”
“도련님. 우리 도련님.”
“······길눈이 밝은 녀석들일세. 게다가 나는 추기경이 아닌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약속하겠네.’ 공작이 목멘 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노인은 화상흔이 남은 공작의 팔을 쓸며 소리 죽여 흐느꼈다.
곧 요한 경이 잔잔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
그로부터 또 얼마간 시간이 흘러서, 우리의 씨름은 마침내 빛을 발했다.
-쿠웅! 쿠르르······!
“어어, 움직여요! 진짜로 책장이 움직입니다!”
“더! 어이, 공작. 시계 방향으로 더 많이 돌려!”
“아, 알겠소!”
-쿠르르르······
박제된 두 개의 마수 머리를 두고 오랫동안 분석한 끝에, 우리는 그것이 흑마법이나 저주를 포함하지 않은 순수한 기계 장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행 중 마법사가 둘이나 있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리하여 요한 경이 침실의 박제를 맡았고, 라소 공작은 서재의 박제를 담당하기로 했다.
그는 에테르를 쓰는 일을 몹시 어색해하면서도―그렇게 에테르 제어를 못 하는 성기사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요한 경처럼 날아올라 마수의 뿔을 붙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양쪽의 박제를 하나씩 차지하고 나서도, 우리는 정확히 어떤 뿔을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좋을지 몰라 한참이나 고생했다.
결국 내가 수첩에 모든 경우를 하나하나 기록하며 전부 시험해 보았다.
-쿠르르릉······
그리고 현재.
널따란 서재의 세 벽면을 감싼 책장들이, 미닫이문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볼펜을 잡고 있던 티테와 나는 순간적으로 넋을 놓았다.
쿠구구구······. 활짝 열려 있던 서재 마수의 주둥이가 천천히 닫히고 있었다.
반대로 침실 마수의 주둥이는 느릿느릿 벌어졌다. 진짜 신기하고 소름 끼치네.
“세레니테, 이쪽으로.”
“우와. 아, 응!”
벌써 열여덟쯤으로 성장한 세드리크가 나의 팔뚝을 잡아끌었다.
나는 그의 정수리 너머로 스르륵스르륵 이동하는 책시렁을 보며 전율했다.
벽면에 궤도를 박아넣은 것도 아니고(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말이다), 그렇다고 마법을 걸어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저런 식으로 움직이는 걸까?
기다란 책꽂이가 칸칸이 분리되는 장면을 구경할 때는 하마터면 손뼉을 칠 뻔했다. 집주인인 라소 공작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참고로 그의 침실과 집무실은 아예 다른 층에 있으며, 지극히 평범한 방이라고 했다.
“와아······.”
반면 마이커 라소의 서재는, 몹시 정교하게 만들어진 퍼즐이나 오르골에 가까운 공간이었다.
성채와 거의 한 몸으로 제작된 설비 같은데. 그럼 수백 년 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거겠지?
-쿠르르······
“아?”
마침내 책장들의 움직임이 멎을 무렵.
우리는 정면 책꽂이에 가려 있던 벽면이 아주 희한한 구조를 띠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저건 마치······.
“맙소사. 설마 저게 다 문일까요? 아니면 서랍?”
“그 노친네, 노망이 단단히 났다니까. 무슨 약초를 이렇게 꼭꼭 숨겨 놔? 매번 이딴 식으로 빼서 먹다가 화병 난 거 아냐?”
과연, 그런 가설이 나올 법도 했다.
완벽한 정사각형 모양의 사람 몸통만 한 문짝들이, 벽 전체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백 개는 훌쩍 넘을 성싶었다.
거기다 각각의 문에 금빛 손잡이가 달린 것으로 미루어, 어떻게든 ‘여는’ 물건인 건 확실해 보였다.
나는 가가방에 수첩과 볼펜을 챙기며 속으로만 생각했다.
무슨 초콜릿 상자 같네. 네모반듯한 게 천장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라소. 가 봤어.’
‘······뭐? 영주성에 가봤다고?’
“어? 잠깐만.”
바로 그 순간, 형광등처럼 머릿속을 밝히는 대화가 있었다.
‘웅. 갔어. 린은 왕족이니까.’
‘대박이다, 린. 얼마나 기억나? 내부가 막 훤히 떠올라?’
‘아니. 근데 보면 알아. 거기에 비밀방 있어.’
‘비밀의 방? 어떻게 생겼는데?’
“세상에, 린.”
‘문이······. 문이 네모야. 대박이다.’
‘어어, 문이 네모구나. 또?’
미친!
“대박이다! 여기가 린이 말한 비밀의 방입니다. 확실해요!”
“뭐? 혼자 뭐라는 거야.”
“바로 확인하지.”
디오프가 언제나처럼 투덜거렸지만, 세드리크는 나의 말을 찰떡처럼 알아들었다.
어느새 다가온 요한 경과 라소 공작도 비밀의 방 탐사에 합류했다.
우리가 서둘러 첫 번째 초콜릿 문짝의 손잡이를 잡는 순간―
-덥석!
-카가가가강!
“어?!”
고막을 때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천장에서 무언가가 쏟아져 내렸다. 콸콸콸콸!
“으아악!”
-콰아아앙!
“젠장!”
그것이 ‘창살’임을 깨닫기까지는, 채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그대로 갇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