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When the Second Male Lead Powers Up RAW novel - Chapter (734)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734화(734/920)
월광의 멤피스 (2)
우리가 정상적인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은, 그로부터 두어 시간이 더 지나서였다.
해님은 집으로 돌아갔고 다시금 달의 시간이 찾아왔다.
-······짐이 허언을 했다.
“예?”
“폐하?”
티테가 잡아다 준 해산물은 여느 때와 같이 신선했다.
프랑수아가 영주성 시종들로부터 얻어온 쌀은 한국식 밥을 안치기에 썩 나쁘지 않았다.
나는 헤릿만큼 길쭉한 갈치 여섯 마리의 가시를 열심히 해체했고(“······기가 막히는군. 당신 어촌 출신이야?” “스킬 미쳤다, 진심. 생선 가시 발라주고 돈 받으셔도 되겠는데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세드리크와 요한 경은 집중된 열기와 밀폐된 공기의 끝장나는 조합으로 버터구이 관자를 무한 리필해 주었다.
산트와 이자벨은 가인 씨의 지시대로 멸치와 다시마와 표고버섯을 넣고 맛국물을 우렸는데, 그러면 가인 씨가 이것으로 얼큰한 뭇국을 팔팔 끓였다.
그렇게 우리는 별관의 반지하 주방에 웅기중기 모여 요리와 식사를 동시에 해내고 있었다.
어깨나 품이 안 맞는 옷을 대충 꿰입고, 감은 머리는 반쯤 말리고, 이따금 애물단지들을 챙기며 아무 데나 앉거나 서서 냠냠했다.
함께 내려온 레오폴트 라소 공작은 낯선 음식을 신기해하면서도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허언이라니요, 폐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희가 어찌 장미원으로 가겠느냐. 지금은 전시이거늘.
다소 녹슨 목소리의 하난 폐하께서 말씀하셨다.
싱싱한 갈치구이에 공깃밥 네 그릇째를 비우던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르신께서는 대략 삼십 분 전에 눈을 뜨셨는데, 그로부터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으신 참이었다.
내내 창밖만 내다보시다가 처음으로 꺼낸 말씀이 그것이었으니 다들 놀랄 만도 했다.
-먹으면서 듣거라.
“예.”
-이곳에서 찾아낸 ‘교황의 문서’는······.
톡! 달빛이 고개를 비집는 창가에서 뛰어내린 헝겊 인형이, 토닥토닥 나의 접시 앞으로 걸어왔다.
-일찍이 말했듯이, 대륙의 유일신을 살해하는 방법을 기록하고 있다.
“······예.”
달그락. 순식간에 모든 입맛이 달아났다.
나는 조용히 숟가락을 내려놓고 가슴팍을 한 차례 내리눌렀다.
폐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엄마의 우는 얼굴이 시야를 뒤덮어, 토할 것처럼 속이 메슥거리는 탓이었다.
급하게 물잔을 찾는 사이 각자의 속도로 식사하던 친구들도 손을 뚝 멈추었다.
그들의 무릎에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던 신수들 역시 귀를 쫑긋 세웠다. 이윽고 모두의 눈길이 하난 폐하에게 모일 무렵, 그분께서는 덤덤한 투로 말을 이었다.
-······짐의 재상이자 정적(政敵)이었던 유리 페네티안 후작이, 극비리에 그 연구를 후원하였다는 내용이 쓰여 있더군.
“······.”
-당시 교황이었던 마테이스 로세하르더는, 홀로 그자의 뒤를 캐내어 증거를 찾으려 했으나 처절히 실패했다. 도리어 간사하고 교활한 페네티안에게 역으로 입막음을 당했지. 그리하여 국왕이었던 이 몸에게조차······.
인형의 조그만 등이 들썩거렸다.
그녀의 영혼을 느낄 수 있는 이자벨이 너무나 가슴 아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침내 하난 폐하께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친우인 나에게조차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폐하.”
-짐이 전사한 것을 알고, 그때부터는 라자르 리에스테르 공작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던 모양이야. 사막의 심장에서 홀로 중립 지대를 선포하였고······. 하루하루가 피바다였던 두 세력의 분열을 끝낸 것도 그에 따른 결과였다.
‘이곳, 이곳은 주신의 평화가 피어나는 땅입니다. 예서 피를 보려거든 나부터 해치셔야 할 겁니다!’
······언젠가 쥘리에트 궁에서 읽었던 역사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나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인형을 내려다보았다.
작은 두 발이 다시금 식탁 한편을 향해 걸어 나갔다.
-마테이스가 목숨을 걸고 알아낸 바에 따르면, 주신을 죽이기 위해서는 그녀의 위대한 본신을 이 땅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땅히 강대한 힘을 지닌 ‘소환진’을 갖추어야 하지.
“······.”
-신의 힘을 빼앗고자 하는 탐욕으로 유리 페네티안은 비밀스러운 연구와 실험을 거듭했고······. 마침내 알아냈다.
인형의 자그마한 두 눈이 둥그런 청년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신물.
“······.”
산트였다.
-주신의 현현(顯現) 그 자체인 그녀의 힘을 역으로 이용하면, 신성한 존재의 멱을 잡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럼, 그러면······.”
사제가 파랗게 질린 낯으로 말을 더듬었다.
폐하께서는 그를 보며 모래에 묻힌 기억을 더듬으시는 듯했다.
-그리하여 페네티안은 한때 자신의 영지였던 봉토를 새 나라의 왕도로 삼고, 그곳이 신국의 ‘그릇’이 되었음을 만천하에 선포했다.
“······.”
“······.”
친구들은 실수로라도 헛기침 한 번을 하지 않았다.
이내 음습한 예감이 손톱을 세우고 우리의 뒷골을 긁어내렸다.
하난 님의 맥락이 가리키는 방향은 단 한 군데였다.
나는 허겁지겁 가가방에서 문제의 문서를 꺼내어 식탁으로 올렸다.
황태자와 프랑수아도 양쪽에서 고개를 숙여 삽화를 확인했다.
-부스럭!
“과연······.”
먼 옛날 페네티안을 떠돌던 네 개의 신물이, 둥근 소환진의 동서남북을 장식한 그림이었다.
프랑수아는 그것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신음했다.
무너진 본성에서도 익히 살폈던 것이건만, 순간적으로 소름이 끼치고 목이 콱 막히는 기분이었다. 설마.
······설마 그렇게까지 했겠어?
-신국의 왕도 그 자체가, 신을 잡아 가두는 덫이다.
“말도 안 됩니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한 나라의 수도가 소환진이라고? 왕도 전체가?
“그런 건 불가능합니다.”
-살모사(殺母蛇)와 같은 페네티안의 머리로 헤아려 보거라. 그것이야말로 가장 궁극적인 방식이 아니겠느냐?
어르신의 질문이 날카롭게 폐를 찔렀다. 세 명의 마법사는 차례로 의견을 냈다.
다들 경악하여 낯이 조금씩 창백했다.
“네 개의 신물이 왕도로 진입하는 즉시 소환진이 발동하는 형태로군.”
“오, 주신 맙소사······. 왕도는 철저한 계획도시였군요. 이런 비화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고대 마법과 에테르 서클의 정교한 혼합식이야. 이런 구닥다리 마법은 제국에서도 박사 과정이나 밟아야 연구할 수 있을걸.”
까득! 맨손으로 호두를 깐 지브릴 디오프가 입안으로 열매를 던져 넣었다.
나는 멍하니 그들을 돌아보다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품안의 티테가 불안한 듯 꼬리를 뒤틀었다.
“하지만 폐하, 왕도에는 너무나 많은 인구가 상주합니다. 세상 어느 나라의 수도라도 그럴 겁니다. 만약 그의 계획이 전부 실현 가능한 것이라고 쳐도, 숱한 사람들이 생목숨을 잃게 될지 모르는데 어떻게······.”
“어쩌면 그것이, 릴리아너 페네티안 선왕이 포기한 이유 아니었을까요?”
그때, 이자벨이 조심스럽게 발언했다. 우리는 반짝 고개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오직 흑마법을 위한 지하 통로를 건설했을 만큼 승전에 열의를 보였습니다. 당시 열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던 테오 왕자를 최전방으로 보내서, 만백성의 동정과 지지를 끌어모으기도 했다지요. 하지만 전쟁 시대 막바지에는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기에 이르렀습니다.”
“······신이 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왕실의 유지를 택했다는 뜻이군.”
팔짱을 낀 세드리크가 중얼거렸다.
말라비틀어진 빵을 뜯던 가인 씨도 어깨를 으쓱했다.
“양측 모두에게 극심한 소모전이었으니까, 확실히 잃을 게 너무 많았겠네요. 군사들은 죽어 나가. 돈은 돈대로 깨져. 나라 경제는 박살 나······. 제국에서도 갈수록 여론이 나빠졌다는데 그보다 작은 신국은 안 봐도 훤하죠. 작전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엔 부담이 컸을 겁니다.”
“아.”
그 말에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장면이 있었다. 마치 신관의 축복처럼.
‘율리터, 당신 물건입니다!’
‘「그날 모든 것을 두고 왔어요. 사랑하는 물건도, 사랑하는 사람도······. 용서받겠다는 욕심도.」’
무너지는 환상 속의 망크란스에서 만났던 사람.
내게서 끝내 머리장식을 돌려받지 않았던 사람.
율리터 스타티아.
‘「······페네티안 왕실을 조심하세요, 주신의 사랑을 받는 이여. 대륙의 신물을 보호하세요.」’
‘「내 어머니의 야망은 신조차 모독할 만큼 크고 넓었습니다. 그런 마음이 쉬이 잠들 리 없습니다.」’
릴리아너 페네티안의 사생아.
그녀의 머리카락처럼 투명한 깨달음이 쨍하고 뇌리를 번뜩였다.
나는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신국의 신물을 찾을 수가 없어서, 제국의 신물을 노렸던 겁니다.”
-뭐라?
“궁주님?”
가인 씨가 힘차게 삑사리를 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교황의 문서를 가리켰다.
“하난 폐하의 말씀대로라면, 주신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페네티안의 네 신물이 모두 필요합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신국에 있는 신물들은 하나같이 소재가 불명확하거나 길들일 수가 없었어요.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었던 빙잠의 보관이나, ‘소소리 협곡’의 주인으로서 모든 도전자를 베어버렸다는 역풍의 예기를 떠올려 보십시오. 어쩌면 그런 이유로, 릴리아너 페네티안은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제국의 신물부터 빼앗으면 어떨까?’”
“······그야말로 미친 소리군. 미친 소린데 설득력이 있어.”
“그러니까요, 공자!”
나는 턱을 끄덕끄덕하며 비장하게 말했다.
“릴리아너의 딸인 율리터 스타티아가 저에게 그런 말을 했습니다. 페네티안 왕실을 조심하라고, 대륙의 신물을 보호하라고 말입니다.”
“뭐? 잠깐, 그자가 선왕의 딸이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툭! 번개 마법사가 호두를 떨어뜨리며 오만상을 썼다.
이 사실을 처음 듣는 몇몇 친구들도 입을 떡 벌렸다(특히 라소 공작은 턱이 바닥까지 닿을 기세였다).
하지만 나는 생각의 흐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그것이 나의 멱살을 잡고서 어딘가로 맹렬히 질주하고 있었다.
“릴리아너가 쥐고 있었던 것은 유리 페네티안이 남긴 고대의 연구 자료였을 테니, 흑마법사인 그녀로서는 새로운 도전을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을 겁니다. 제국의 신물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분명히 그런 의문을 품었을 거예요. 전쟁 한 번으로 새로운 신이 될 수 있다. 일국의 왕에게는 꽤 그럴듯한 명제로 들렸을지도 모르죠.”
“진짜 제정신이 아니다······. 이게 나라냐······.”
“저 또한 처음에는 소환진을 통해 주신의 실체를 불러내고, 신이 내린 힘으로써 신을 해친다는······. 그런 믿음 자체가 언어도단이라고 느꼈지만······.”
낙엽을 들쑤시던 머릿속의 폭풍이 거짓말처럼 가라앉고, 뜨겁게 끓어오르던 이마는 한겨울의 유리창처럼 서늘해졌다.
비밀처럼 옅게 반사되는 엄마의 미소 너머로······.
‘전하, 성기사는 신국에서만 태어나는 것으로 아는데요.’
나는 불현듯 어느 봄날의 리에스테르 황궁을 떠올린다.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책엔 그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신관은 대륙의 어디서든 첫울음을 낸다. 주신께서 인간을 굽어살피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기사는 신의 땅에서만 눈을 뜬다’······.’
‘‘그가 생명으로 주신을 방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승님.
“아······.”
마침내 그 뜻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우리가 지난한 전쟁을 거쳐 이곳까지 오게 되고 나서야.
“주신은 이미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정현서. 나는 마른세수를 하며 숨을 몰아쉬었다.
“천사 공?”
“이토록 드넓은 대륙을 두고, 성기사는 오직 신국에서만 태어납니다. 그들이 생명으로 주신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요. 이는 주신교 성서의 기초이니 다들 아시는 내용입니다. 그렇죠?”
콜록, 산트가 입에서 물을 뱉었다. 가인 씨는 빠르게 눈을 깜빡거렸다.
“······와, 잠깐만요. 저 지금 소름······.”
“신국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미래를 예지했군.”
태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머리를 주억거렸다.
“훗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그녀는 신국에 성기사를 심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