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When the Second Male Lead Powers Up RAW novel - Chapter (771)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771화(771/920)
매흉 (10)
세상에, 어떻게 이런······.
-휘이이이······
“아······.”
고작 몇 초 사이에, 문간채는 시꺼먼 해골로 변해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나는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입술만 들썩거렸다.
-우르를······!
“헉, 읏!”
이어서 몸을 크게 떨며 레아와 예프를 와락 끌어안았다. 콰르르르······! 방금까지 몸뚱이를 가누고 있던 문간채가 실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미처 진정하지 못한 심장이 미친 듯이 펄떡거리고, 연병장을 몇 바퀴나 달린 사람처럼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인제 보니 주변의 마른 잔디며 관목 몇 그루도 시꺼멓게 그을려 흑연처럼 굳어 있었다.
나는 한참이나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공포에 질려 가동을 멈추었던 머릿속이 별안간 앞으로 고꾸라지듯 내달렸다.
진짜 큰일 났다!
“공자, 공자! 베르너르를 죽이면 안 됩니다! 반드시 산 채로 잡아야 재판을······!”
“그런 소리가 나와?”
“네?”
흠칫. 나는 스르륵 위로 올라가는 남자의 뒤통수를 멍하니 좇았다.
완전히 몸을 세운 지브릴 디오프가 핏빛 시선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 당신 꼴이나 보고 얘기하지. 그 잘난 가방에 거울은 없나?”
눈빛은 찌를 듯이 매섭고 서늘했다. 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예? 아, 죄송, 죄송합니다. 제가 영혼 치료를 길게 받지는 못해서, 블레즈 본 주교님이 가르쳐 주셨던 호흡법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 바람에······. 죄송해요. 너무, 과하게 놀랐나 봐요. 이런 데서 그자를 만날 줄은 예상 못······.”
“하······. 제길.”
디오프가 누구 들으라는 양 한숨으로 말허리를 끊었다.
험한 말을 뇌까리며 머리를 쓸어 넘기는 그를 보니 괜스레 얼굴이 달아올랐다.
공자는 분명 친구지만, 내가 베르너르 페네티안에게 죽임당하기 이전부터 나와 알던 사이는 아니었다.
조금 전에 내보인 꼴이 분명 그의 눈에는 불편하고 해괴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이렇게, 이제는 돌봐야 할 어린아이도 있고.
예프가 오동통한 손가락을 쭉 뻗었다.
“아저씨. 저기 하인 누나가······.”
“하인 누나? 아, 그러고 보니!”
다시 한번 간이 철렁했다. 나는 황급히 목을 빼고 덤불 너머를 살폈다.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이는 누더기 아가씨가, 우리 자리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쓰러져 있었다.
가만 관찰하니 고르게 숨을 내쉬는 것이 보였다. 맙소사, 천만다행이네.
이마 위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감각이 생경했다.
“아저씨, 눈이 보라색이야. 이쁘다.”
“······아, 고마워.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해줄래?”
“웅. 이제 괜찮아?”
“응. 괜찮아······.”
먼저 일탈을 제안했으면서, 처치 곤란한 짐 덩어리가 되었다.
나는 흘러내린 마석 안경을 착용하고 예프와 레아를 단단히 고쳐 안았다.
겨우 다섯 살 난 아이가 나보다 곱절은 침착하니 절로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다.
정예서, 아무리 힘들어도 마음 강하게 먹어야 해. 세계가 너를 의지하고 있다잖아.
그걸 잊으면 안 돼.
“크흠. 큰 소리를 내서 미안합니다. 공자가 힘을 썼으니 살펴보는 건 제가 할게요. 시신이, 아니, 아직 살아 있다면 신탁으로 붙들 수 있을 테니까······.”
“나 때문이니까 당신이 사과할 거 없어.”
“예?”
아까부터 대화가 자꾸 엇나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바보 같은 표정으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이건 리에스테르 황족 특성인가? 세드리크랑 이야기할 때도 가끔 이러는데.
“그게 무슨 뜻입니까?”
“내가 순간적으로 못 참은 거니까 그쪽 탓 아니라고.”
“······.”
“천천히 일어나. 당신 지금 다리에 힘 안 들어가.”
“······예에.”
내 몸은 내가 더 잘 알지 않을까?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몸을 일으키는데, 정말로 다리에 조금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근육은커녕 뼈대조차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걸을 때마다 속이 울렁거렸다.
나는 내심 경악했지만, 태풍을 만난 천막처럼 삐걱삐걱하며 침착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공자는 누더기 아가씨가 완전히 기절한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그녀의 양손과 발목을 밧줄로 묶었다. 이어서······.
“부탁할게, 레아. 조금만 힘을 내줘.”
-끼응!
쿠르릉······! 사르헨티니의 정원에서 솟아난 굵은 넝쿨들이, 문간채의 잔해를 부지런히 헤집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 어디서 베르너르의 시체가 튀어나올지 몰라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또 어지간히 한심해 보였는지 디오프가 저벅저벅 다가왔다.
그는 아까부터 나만 보면 무조건반사처럼 혀를 차고 있었다.
재빨리 흙바닥으로 내려간 레아가 마법사의 종아리를 깨물었다.
-끼흥!
“내가 수색할 테니 당신은 망이나 봐.”
“······.”
“성기사라도 한 놈 지나가면 골치 아파져.”
“······네. 고맙습니다, 공자.”
그로부터 몇 분간, 나는 철창문 바깥의 아름하르트와 퐁뒤에게 인사하고 길을 통행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살폈다.
익히 확인한 대로 이쪽 동네에 남은 귀족은 거의 없었다.
조금 전에 그렇게 무시무시한 벼락이 쳤는데도, 아직은 순찰하는 자경단원 하나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디오프의 가장 강력한 특기 아닐까 싶었다.
그의 마법은 언제든지 단순한 기상 현상으로 눈속임할 수 있다는 점.
“어이, 쥘리에트. 이리 와봐.”
“아, 네!”
“뛰지 마. 당신 지금 균형 못 잡으니까. 내가 분명히―”
“어억!”
덥석! 하마터면 앞으로 시원하게 거꾸러질 뻔한 것을, 공자가 단숨에 잡아채 주었다.
나는 민망한 미소를 지으며 비틀비틀 자세를 바로 했다.
아까부터 몸이 나른하고, 어쩐지 등과 심장께가 쿡쿡 쑤셔서 정신을 차리기가 쉽지 않았다.
꼭 지독한 몸살이 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한동안은 아플 수 없지만.
“······저기 푸른색으로 부서진 거. 수레 아냐?”
“······.”
당연하지 않은가.
“······네. 그래 보입니다. 푸른 수레······. 베르너르가 끌고 다닌다던.”
-꾸릇
국서가 예리호 암시장을 벗어난 이후 소유한 것으로 보이는,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흔적을 남기는 수레가······. 폐허 한편에 산산이 조각 나 있었다.
다른 모든 것이 벼락을 맞아 새카맣게 불탄 와중에도 수레는 청색을 간직한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찢어진 사지처럼 사방을 나뒹구는 세 개의 바퀴를 발견했을 때는 오스스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나는 흩어진 수레의 흔적을 따라 느릿느릿 시선을 옮겼지만, 어디에도 사람의 시신이나 그와 비슷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희미하게 바닥을 짓누른 발자취가······.
“어?”
발자국. 설마? 나는 숨을 몰아쉬며 디오프를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이 죽은 피처럼 검게 가라앉고 있었다.
“살아서 달아났어. 명중하지 못한 더러운 기분이 들더군.”
“······.”
안도감과 불쾌감이 동시에 들었다.
나는 스스로 살인할 수 없으면서 은밀히 다른 이의 성공을 바란 스스로에게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보다 충격적인 것은, 베르너르가 8급 전투 마법사의 번갯불을 뚫고 생존했다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그건 공자의 ‘특기’가 아니던가.
“어떻게, 어떻게 평범한 사람이 그런 공격을······.”
“글쎄. 아무래도 이 빌어먹을 수레가 살린 것 같은데.”
“······.”
남자가 바퀴 하나를 걷어차며 투덜거렸다.
그러자 내내 얌전히 있던 예프가 입을 열었다.
“그 아저씨가 나 잡았어.”
“응?”
나는 놀라서 아이를 돌아보았다.
토실토실한 볼이 그간 쌓인 얘깃주머니처럼 동글게 부풀어 올랐다.
“한쪽 팔 없는데, 다른 팔로 나 잡고, 집에 못 가게 했어. 저기 누나한테······. 먹을 거 구해오라고 소리 지르고. 누나는 나 보내주려고 했는데. 누나 때렸어요······. 나쁜 말 하고······.”
놀랍도록 차분했던 소년의 목소리에, 마침내 울음기가 맺히고 있었다.
이맘때 아이들은 어떤 사건을 겪은 후의 감정이 뒤늦게 들이닥치는 경우가 있는데, 예프도 그와 비슷한 것 같았다.
나는 꼬마를 조금 답답할 만큼 세게 안아주며 다독거렸다. 쉬이.
“괜찮아, 예프. 길 잃어버렸던 거니? 그런데 그 남자한테 잡혔어?”
“웅. 바이올린······. 바이올린 받아서 집에 가는데······. 괴물 사람들 나타나서······. 뛰다가요.”
소년이 나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더듬더듬 이야기했다.
나는 재가 흩날리는 바닥 구석에서 한때 악기 가방이었던 물건을 발견했다.
주워서 챙겨줄까 싶었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지는 않을 듯해 그냥 두었다.
대신 나는 디오프를 바라보며 빠르게 속삭였다.
“그자를 쫓아야 하지 않을까요? 팔다리가 멀쩡하지 않으니 이제라도 뒤를 밟으면 충분히······.”
-푸르릉!
그때, 저택의 정문 밖에서 아름이가 큰소리로 투레질했다.
공자와 나는 본능적으로 숨을 죽였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서쪽으로! 너희는 북쪽을 한 바퀴 돌고 이곳에서 만난다!”
“예, 대장!”
“해산!”
“예!”
어느 청년의 쩌렁쩌렁한 외침에, 몇몇 사람이 우렁찬 대답을 내놓았다.
나는 화들짝하며 디오프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잽싸게 누더기 아가씨를 어깨에 둘러메고서 나의 팔뚝을 답삭 잡아끌었다. 자경단원들이다!
“당장 우리가 적국의 유격대인데 무슨 추격을 벌여. 육촌이 물어오는 정보를 확인하는 게 먼저야.”
“네, 여기는 왕도니까요.”
“함부로 움직였다간 일이 커져. 다른 기병대가 어떤 작전을 짰을지 모르니 일단은 사리는 게 맞아.”
“완벽히 동의해요.”
“당신.”
우뚝! 철창문을 통과한 남자가 느닷없이 말안장 앞에서 나를 세웠다.
그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지만 차마 뱉어내지 못하는 사람처럼 오만상을 쓰고 있었는데, 그런 표정은 참말 처음 보는지라 두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왜?
“공자?”
“······됐어. 빨리 타.”
갑자기 뭐야? 하지만 되물을 여유 같은 것은 없었으므로, 나는 레아를 챙겨 허둥지둥 안장에 올랐다.
몇 번이나 등자를 제대로 밟지 못해 미끄러질 뻔했지만, 어쨌든 때맞춰 현장을 벗어나는 데는 성공했다.
*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우리는 판테온 광장으로 통하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하마터면 자경단에 발각될 뻔했으나 무사히 본진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 모든 일을 겪고도.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
“······.”
실은 여전히 심장이 이상한 박자로 뛰고 있었고, 아무래도 오늘 밤은 제대로 잠들지 못할 것만 같았다.
등과 가슴팍이 갈수록 저리고 아파 제대로 상체를 가누기도 힘겨웠다.
하지만 나는 끊임없이 전신의 에테르 순환을 거듭하며 심호흡했다.
아무래도 앓아누우면 곤란하니까. 당장은 그럴 때가 아니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뭔데.”
“네?”
나는 동행인의 옆얼굴을 바라보다 말고 움찔했다.
“할 말 있으면 하라고. 잘난 얼굴 닳는 거 아까우니까.”
“아······.”
예상 밖의 반응에 잠깐 벙쪄 있는데, 어쩌면 저렇게 재수 없게 말하는 것이 공자 나름의 배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생처음으로 말이다.
“······저기. 아까 일요. 가인 씨와 태자님에게는 비밀로 해주실 수 있습니까?”
“왜.”
그가 정면을 바라보며 무심하게 되물었다.
나는 꾸벅꾸벅 조는 예프를 도닥이며 거의 애원하다시피 했다.
“국서를 마주친 것까지 비밀로 해달라는 건 아닙니다. 그냥, 거기서 제가 이상하게 굴었던 것만······.”
“이상하게 굴었다고? 당신 뭔가 착각하고 있는데.”
남자가 차갑게 코웃음 쳤다.
“자신을 죽인 살인범을 만난 자리 아니었나? 발작, 과호흡, 환상통 같은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의 반응 아니야?”
“공자.”
“당신이 그렇게까지 강해야 하는 이유가 뭔데.”
마침내 그의 붉은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영혼을 꿰뚫는 것처럼 날카로운 시선이었다. 나는 잠시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서? 신의 아들이라서?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이냐고. 그거 누가 봐도 정상 아니야.”
“······.”
“더럽게 미련한 짓이라는 거 알고는 있나?”
“네, 그럼요.”
겨우 답을 내놓자, 그의 잘생긴 낯이 아까와 똑같이 구겨졌다.
나는 설핏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번 요청했다.
그날의 상처를 모두가 반복할 필요는 없으니까.
“부탁할게요, 지브릴. 친구들에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쯧.”
남자는 몹시 불만스러워했지만, 결국 내게 반대하지는 않았다.
나는 감사의 의미로 그의 귀걸이에 진실한 축복을 부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