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When the Second Male Lead Powers Up RAW novel - Chapter (797)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797화(797/920)
소설의 죽음 (1)
【······3@R#r$ΩR%5^┃】
-삑!
‘형.’
【=ERR)Or*S&······┃】
-삐, 삐······
‘엄마는 주신을 어떤 인물로 설정했을까?’
‘엄마는 주신에게 어떤 ‘설정’을 부여했을까. 형은 궁금했던 적 없어?’
【ERRORS······┃】
-삐삐, 삐삐, 삐삐······
‘나 전부터 궁금했는데. 예서 왕자님은 왜 죽은 거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형이 쓰는데 형 마음대로 전개할 순 없는 거야?’
‘미안, 진짜 이해가 안 돼. 결국 형이 구상했다는 거 아니야?’
【CAUTION: TRANSCRIPTION ERRORS】
-삐삐삐, 삐삐삐, 삐삐삐······!
“헉.”
【WαRNING!】
-삐삐삐삐! 삐삐삐삐! 삐삐삐삐!
‘-엄마가, 엄마가 잘못했나 봐. 흑, 어떡하니? 네 동생······.’
‘형, 나 무서워! 나 사실 무섭단 말이야―!’
현서야, 엄마가 뭔가 실수했나 봐.’
‘혀어어엉!’
【WαRNING!】
【WαRNING!】
【WαRNING!】
‘-싸아아아아······!’
‘-콰과과과광!’
‘아아아아악!’
-삐이이이이!
【—SYSTEM DOWN】
“헉!”
번쩍! 두 눈이 뜨이며 온몸이 의자를 박차고 나갈 듯 펄떡거렸다.
‘쿠웅!’ 동시에 책상 모서리에 부딪힌 팔걸이가 둔탁한 소리를 냈다.
정현서는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꿈인지 무엇인지 모를 것에서 깨어난 정신이 빠르게 제 박자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잠깐 졸았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위장에 커피를 부어댔는데 일 분을 초 단위로 쪼개어 써도 부족할 판에 한잠이라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
-······그게 엄마 실수였어. 설마하니 현실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엄마?”
어디선가 최선아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현서는 황급히 자신의 방을 눈으로 더듬었다.
어느새 그의 핸드폰이며 커피잔이며 문구류가 전부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조금 전 몸부림을 치다가 제대로 쓸어버린 모양이었다.
남자는 서둘러 폰을 주워 다시 귀를 가져다 댔다. 안경을 벗고 마른세수하는 손길이 몹시 거칠었다.
-현서야?
“어, 듣고 있어요. 잠깐 졸았나 봐. 미친 게 분명해.”
방금 그건 그냥 악몽이었나?
-세상에, 조는 게 당연하지. 이 시간까지 잠도 못 자고 깨어 있었다며. 게다가 네 동생······.
엄마의 걱정스러운 음색이 흘러들었다. 그녀는 다소 불안정하긴 했으나 또렷한 이성이 있는 상태였다.
현서는 그제야 흠칫하며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잠깐만, 내가 몇 분이나 정예서한테서 눈을 떼고 있었지? 삽시에 그의 심박이 천장을 찌를 것처럼 쿵쾅쿵쾅 솟구쳤다.
그는 동생에 대한 걱정과 통제를 벗어난 소설에 대한 우려로 반의반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어쩌면 당장은 환자인 엄마보다도 위태로운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건 농담이 아니다.
“젠장.”
······저 안에선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거야?
한글 파일의 스크롤이 그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한참이나 올라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읽은 구간이 어디였는지도 빨리빨리 떠오르지 않았다.
현서는 미친놈처럼 마우스 휠을 학대하며 위로, 더욱 과거로 달려 나갔다.
그러다가 퍼뜩 고장 난 것처럼 손을 멈추었다.
“하, 환장하겠네······.”
그가 놓친 몇 분간의 이야기와 실시간으로 흐르고 있는 이야기.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할지 순간적으로 확신이 서지 않았다.
동생이 목숨을 내놓고 굴러대니 저라도 명징한 머리를 유지해야 하는 판이건만, 혼란은 모니터 너머에서 이곳으로 끊임없이 번져 나왔다.
갈수록 심장을 쥐락펴락하는 공포와 긴장 탓에 정신 줄을 붙들고 있기가 쉽지 않았다.
무의식중에 시선이 키보드를 향했다.
Esc 키 위에 자줏빛 깃털 한 장이 떨어져 있었다.
“······얼씨구.”
-아들, 왜 그래? 혹시 무슨 일 생겼니?
두 눈이 절로 질끈 감겼다. 현서는 느릿느릿 고개를 돌려 자신의 등 뒤를 확인했다. ‘펄러덕, 펄러덕······.’
“······일단 나한테는 전혀 별일 없어요. 아주 괜찮아요, 엄마.”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어쩐지 등허리가 뻐근하고 책상 주변이 엉망이 됐다 했다.
현서는 최대한 자신의 날개를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며―설마 아직 꿈속인가?―심호흡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에게 닥친 충격적인 사건이 순식간에 그를 냉철히 가라앉히고 있었다.
“······정예랑 다른 애들은 왕도로 들어갔어요. 거기까진 확실히 봤어요. 왕성으로 가라고 말했으니까 지금쯤은 도착했겠죠.”
-그러니? 다행이다. 아니,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하이고······.
놀랍게도 엄마는, 현서보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월등히 빨랐다.
그녀는 둘째 아들이 처한 상황을 비교적 차분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간 예서가 겪은 일들을 이미 몇 번이고 꿈에서 환영처럼 보았다고도 했다.
뭐, 새삼스레 더 놀랄 것도 없었다.
그녀는 모니터 너머 확장하는 세계의 유일신이 아닌가.
“엄마는. 엄마는 별문제 없고? 지금 몸 괜찮으세요?”
-응. 종희 씨 옆에 같이 계시고······. 엄마 잠이 다 깼어. 예서 걱정돼서 죽겠어, 지금.
“보호사님이랑 따뜻한 차 한잔씩 드세요. 내가 저번에 직구 한 티백 갖다 둔 거 있잖아.”
-그래, 그래야겠다.
“그런데 아까 실수하셨다는 건 뭐야.”
현서가 바닥을 뒹구는 커피잔을 정리하며 물었다.
다행히 그가 깨끗이 비운 잔이라 흘린 것이 없었다.
엄마는 잠시 티백을 찾느라 수화기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건너편에서 이불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서랍을 여닫는 소리가 이어졌다.
“엄마는 엄마가 퇴계공에서 어떤 존재인지 몰랐잖아요. 솔직히 그런 걸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나 해요?”
말투는 무뚝뚝했지만, 가족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듬뿍 묻어났다.
좌우간 예서는 소환진 파괴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
주인공들과 함께 다니며 ‘진짜’ 주인공 자리를 꿰찬 녀석이니 실패할 턱이 없었다.
그리고 설령 소환진이 발동된다고 하더라도, 요양병원에서 여러 사람의 보호를 받는 엄마에게 큰일이 생길 리 만무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건 국내 뉴스를 넘어 해외 토픽감이 되겠지. 아무렴 두 세계가 하나로 이어지는 일인데, 미국 펜타곤에서 연락이 와도 이상하지 않을 거다.
현서는 어지럽게 흩어진 볼펜이며 샤프를 정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의 목소리가 다시 돌아왔다.
조곤조곤 귓가를 흐르는 문장이 마치······.
-······엄마는 생각나는 대로 아무거나 기록하고 메모하고, 어디 써두고 그랬으니까. 의사 선생님들도 좋은 습관이라고 하셨잖아, 기억나지? 그래서 그것도 그냥······.
마치 묵시록(默示錄) 같았다.
-그런데 그게 실수였나 봐. 아무리 생각해도 그거밖에······.
“뭐라고요?”
‘톡!’ 그의 손에서 벗어난 돼지 꽁무니 볼펜이 바닥을 굴렀다.
검은 눈동자는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마구 떨리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문고리 방향으로 움직였다.
“······엄마, 방금 뭐라고 했어?”
*
화물 마차는 너무 느리게 달렸다.
-히히힝!
“이랴! 가자!”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전쟁의 상처를 뒤집어쓴 찻간이 부서질 듯 삐걱거리며 전속력으로 내달리는데도, 마차 밖의 왕도는 불꽃을 붓고 재로 색칠한 폐허가 되어 가는데도―나는 초조하게 바깥을 내다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요한 경을 대신할 왕성 바깥의 공기 속성 성기사를 구해보려 했지만, 이미 모두가 치열한 전투에 연루된 시점이었다.
누구라도 우리를 도우려 했다가는 오히려 이쪽이 싸움에 발목을 잡힐 공산이 더욱 컸다.
그러니 이런 방법 외에는 정말로 별수가 없었다.
더 빨리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이 슬프고 답답해서 울화가 치밀었다.
물론 겉으로는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쿨럭, 욱······.”
“괜찮아요. 아까보다 피가 많이 멎으셨어요, 괜찮으실 거예요.”
-다각, 다각, 다각, 다각······!
“곧 하나도 안 아프게 되실 거예요, 전하. 판테온은 왕성에서 금방이잖아요.”
“······.”
눈앞에 길게 누운 엘리서 페네티안이, 시시각각 빛과 열을 잃어 가고 있었다.
불 속성인 그녀의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워 소름이 끼쳤다.
나는 애써 웃으며 한 팔로 티테를 끌어안고, 다른 손으로는 엘리서의 손바닥을 꾹꾹 주물러 주었다.
여전히 그녀의 등허리에는 시커먼 낫이 박혀 있었다.
출혈이 극심한 탓에 온 찻간이 지독한 피 냄새로 가득 찼다. 그러나 나를 포함하여 누구도 감히 얼굴에 티를 내지 않았다.
“제가 왕성에 들어오기 전에 판테온에 잠시 머물렀는데요.”
“······.”
나의 맞은편에는 리에스테르 제국의 국방부 차관이자 7급 비전투 마법사인 도미니크 뒤피외 백작과 그의 보좌관, 그리고 페네티안 신국의 어느 기사가 자리했다.
그중 두 사람은 창백하게 질린 채로 별말이 없었으며 오직 보좌관만이 수첩에 무언가를 바삐 적고 있었다.
“그곳에 정말 뛰어난 치유 신관님이 많으시더라고요. 그분들 대부분이 교황청 소속인 건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
그사이 나는 어떻게든 엘리서의 정신을 붙잡아 놓으려 악착같이 굴었다.
계속해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쉼 없이 말을 붙이고, 그녀의 시선을 끌어보겠답시고 목을 구부려 어설프게 웃음을 지었다.
그럴 때마다 엘리서는 꺼져가는 사파이어 빛 눈동자를 굴려 나를 시야에 담아냈다.
그러나 큰 표정 변화는 없었고, 이렇다 할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마차의 진동에 따라 낫이 꽂힌 몸뚱이가 힘없이 흔들릴 뿐이었다.
“······그중에는 힐다 씨라고, 과거의 요한 경을 아는 신관님도 있었습니다. 참, 요한 경은 기억하시죠? 접때, 제일스트라 경과 함께 황궁에 오셨던 여름에요.”
“······.”
“전하께서 제 부탁을 들어주시고, 그분의 아들인 헤릿을 구해주셨잖아요.”
“······쿨럭, 쿨럭.”
그리고 가끔은 피가 목구멍으로 넘어가거나 흘러나오는 소리, 아니면 끓는 기침이 지금처럼 귓전을 울렸다.
다시 한번 시선이 닿는다.
“······.”
“크······.”
작은, 아주 조그마한 소리였다. 이어지는 뒷말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긴 눈맞춤으로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다.
“······네, 역시 기억하시네요.”
“콜록······.”
“그럼요. 헤릿이 얼마나 잘 지내는데요. 전하 덕분에 아주 건강합니다.”
“쿨룩쿨룩······.”
“그 후에 제대로 인사를 못 드렸어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진심으로요.”
나는 활짝 웃으며 엘리서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
그렇구나. 지금까지 그녀가 고통을 견디며 흘려낸 모든 소리가, 알고 보니 나에게 대답해 주는 말들이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한 문장 한 문장에 호응하며 들려준 답변들이었다.
마차가 도시에 널린 시신과 날붙이를 지나며 크게 덜커덩거렸다.
나는 서둘러 뺨을 문질러 닦아내고서 미래를 약속했다. 그녀를 일 초라도 더 이곳에 붙잡아 둘 수 있는 것들을.
“조만간 헤릿을 만나게 해드릴게요. 그 아이도 분명 다정하신 전하를 뵙고 싶어 할 겁니다.”
뭐든지. 그게 무엇이 됐든지.
“마침 코르넬리서 또래예요. 익히 아시겠지만요.”
“······.”
가슴에 맺히는 이름 하나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긴다.
푸른 눈동자에 작은 불씨가 깃들었다. 나는 재빨리 동아줄 같은 말을 덧붙였다.
“코르넬리서도, 무사히 잘 있습니다. 저희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다시 만나실 거예요.”
“우와아아아······!”
흠칫! 동시에 저편에서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뒤피외 백작과 보좌관과 기사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나는 혹시나 마차가 위협을 받을까 봐 잔뜩 긴장하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상황은······.
-히히히힝!
“발사―!”
-쌔쌔쌔쌔액!
정확히 그 반대였다. 우리는 한순간 넋을 놓고서 그 광경을 눈꺼풀에 기록했다.
아침놀마저 피를 뚝뚝 흘리는 시간에, 역사의 대조류(大潮流)가 흐르고 있었다.
위대한 은발의 검사가 뒤랑달을 치켜들며 황명을 내지르면, 빼곡히 도열한 제국군 전투 마법사단이 마차 반대편으로 무시무시한 공격 마법을 쏘아 올렸다. 콰과과과광······! 저편에서 마지막 투석기가 폭발하자마자 이쪽에서는 마수들과 맹수 떼가 무섭게 뛰어다니며 스네이더르 반군을 물어 죽였다.
‘흐아아압!’ 다시 저쪽에서는 왕도를 지키는 자경단과 제국군이 우군이 되어, 달이 사라지기 무섭게 나타난 ‘타락자’들과 백병전을 벌이고 있었다.
곳곳에서 칼과 창이 부딪고 화살이 소낙비처럼 쏟아지다가 그치기를 반복했다.
비명, 북소리, 절규, 뿔피리, 말 울음과 짐승의 포효가 지옥의 형장처럼 뒤섞였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고 어딘가에서는 초록빛 썩은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나는······.
-쿠구구구궁!
-콰콰콰콰콰콰······!
“으아아악!”
“아아아아악!”
“맙소사······.”
맹렬한 속도로 전장을 집어삼키는, 어느 군대를 발견했다.
한순간 두 눈이 크게 뜨였다.
-네놈들의 업(業)은, 네놈들의 대(代)는 바로 이곳에서 끊어질 것이다!
-우우우우우······!
-아아아아아······!
-콰르르르릉!
서녘 한편을 뒤덮은 선홍빛의 거대한 영혼이, 족히 수천은 되어 보이는 사막의 귀신 군단을 이끌며 들이닥치고 있었다.
적들에게 하난 루마이얀은 말 그대로 사령(邪靈)이었으며 군대라기보다는 자연재해에 가까운 존재였다.
오로지 공격만을 퍼부어 대면서도 육신이 없어 상처 입지 않으니, 이는 흑마법으로도 저주로도 꺾을 방법이 없었다.
적들은 그저 추수철의 곡식처럼 베여 나가고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따름이었다.
왕의 화신인 이자벨이 새하얀 채찍을 휘두르며 힘껏 말을 달리는 것이 보였다. 이제 아군은 그야말로 해일처럼 왕도를 휩쓸고 있었다.
그때였다.
-뿌우우우―!
“와아아아아!”
“아······.”
아니지, 진짜 해일은 어쩌면 이쪽이 아니라······.
-쏴아아, 쏴아아아, 쏴아아아아······!
“······티테, 바다가 우리에게 오고 있어.”
-아웅?
나는 마차가 지나가는 다리 아래의 운하를 내려다보았다.
붉은 물길이 동쪽에서부터 밀려오는 파도로 크게 굽이치고 있었다.
곧 찻간 안의 시선이 우르르 반대편 창가로 움직였다.
풍요의 바다, 신성 왕국을 축복하듯 에워싼 그 만리창파의 끝에서―
“이렇듯 물로 왕도를 휘감아 놓으니, 내게 당하지 않고 버틸 재간이 있나!”
“코를레오네! 코를레오네! 코를레오네!”
-쏴쏴쏴쏴쏴······!
굼뉘로 부풀어 오르는 운하를 샛길 삼아, 물 위를 걷는 엠마 코를레오네 제독이 여덟 개의 마법식을 빛내며 가공할 기세로 밀려들고 있었다. 파파파파팍! 피에 젖은 갈고리 팔을 휘두를 때마다 온갖 공격 마법이 적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녀를 따라 상륙한 해병대 역시 엄청난 전력이었다.
여러 차례 바다에서 승전하고 드디어 수도로 진입한 만큼 사기와 열정이 대단해 보였다.
“이야아아아······!”
“리에스테르! 리에스테르! 리에스테르!”
-뿌우우우우······!
나는 당장 턱밑으로 쏟아져 나가는 아군의 기세를 보며 아연하다가, 또다시 서쪽에서 공기를 찢어발기는 뿔피리 소리에 움찔했다.
그것은 어쩐지 경고음처럼 들렸다. 지금까지 들었던 것과는 무언가 조금 다른······.
“주신 맙소사, 보랏빛 연기입니다.”
“네?”
나는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경악하여 창문 밖을 보던 뒤피외 백작이 손가락으로 머나먼 하늘을 가리켰다.
“저기, 멤피스 산맥 너머를 보십시오, 궁주님. 교황청에서 신성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주신이시여······.”
“······.”
신국군 기사가 눈을 감으며 기도했다. 보좌관의 필기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나는 허겁지겁 눈알을 굴려 서녘 어딘가를 헤아렸다.
“어······.”
-따각, 따각, 따각!
아직 태양이 완전히 떠오르지 않아 빛이 미약했지만, 못 알아볼 수는 없었다.
그것은 검은색도 아니고 푸른색도 아닌 ‘진짜’ 보라색 연기였다.
산맥 꼭대기의 봉화대에서 피어오르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으며, 그것들과는 거리나 높이부터가 달랐다.
나는 뻐근한 눈꺼풀을 깜빡거리며 아뜩해지려는 정신을 겨우 붙들었다.
보라색 연기. 경계의 신전에서 피어오르는 보라색 연기의 의미는 분명······.
“마침내 교황 성하께서 예비되신 것입니다.”
“······.”
“대륙의 추기경들이 투표를 시작해야 하니, 곧 어떤 식으로든 종전이 이루어질 겁니다. 혹은 휴전이 있겠지요.”
뒤피외 차관이 놀란 빛을 감추지 못하며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