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When the Second Male Lead Powers Up RAW novel - Chapter (806)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806화(806/920)
데아 엑스 마키나 (6)
“······소원이라······.”
듣기 싫게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목구멍을 비집고 나왔다.
나는 거대한 수첩을 일별했다가, 드높은 우주에 열린 과거의 ‘게이트’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전신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맞은편의 은서를 바라보았다.
【······.】
“······.”
행여나 자신으로 인해 소중한 누군가 아플까, 다칠까······. 걱정과 죄책감으로 얼룩덜룩해진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꼭 감긴 두 눈에서는 굵다란 눈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기도하듯 꾹 맞잡은 두 손은 쉬지 않고 벌벌거렸다. 간절히, 정말 간절히······.
“······저 애가 바란 건 행복이야.”
내가 쉰 소리로 중얼거렸다. 은하수는 숨죽여 흘렀다.
드넓은 우주의 누구도 나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게 다야. 다른 건 아무것도······.”
「······.」
“그저 가인 씨가 행복하기를 바랐고, 세드리크가 행복하기를 바랐어. 특히나 예서 왕자님이 반드시 행복하기를 바랐지······. 저 애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였거든.”
【······.】
“그게 잘못인가?”
-아우······
은서의 작은 어깨가 떨리는 것이 보였다.
어느새 혼자 울음을 그친 티테는 젖은 코끝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너희는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어. 이건 전부 신의 뜻이라고. 별처럼 많은 주신의 꿈속에서, 너희는 가장 말이 되는 전개를 신중하게 골라냈을 뿐이라고. 너희는 사사로운 감정으로 행동한 게 아니라······.”
“······.”
“그저 합리적인 흐름을 만들어 냈을 뿐이라고.”
어떤 빛깔이, 하얀 시야를 점점이 채워 나간다.
나는 그것을 인식하면서도 구태여 의식하지 않는다.
“그런데 너희가 간과하는 건, 아무도 그런 고통스러운 구속을 바라지 않았다는 사실이야.”
「······.」
“그러면 또 너희는 이렇게 말하겠지. 자극적이고 불운한 전개 또한 신이 바라는 것이었다고. 아니.”
「······.」
“내 동생은, 나는 이 사람들이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원해.”
펄펄 끓는 듯한 액체가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삐끗삐끗하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
“살아가면서 고난을 겪더라도······. 그것이 진짜 행복의 밑거름이 되기를 원해. 누군가의 의도로 인해서 고생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장기 말로 살면서 힘겨워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스스로의 뜻으로. 무슨 말인지 알겠어?”
【윽, 끅······.】
“이 사람들이 삶의 주인으로서, 역경을 이겨내길 원해. 엉뚱하게 실수하고, 이상한 데 부딪히고, 가끔은 좌절하더라도······. 그냥 그랬으면 좋겠어. 언제나 자유로웠으면 좋겠어. 그러면······.”
얼음처럼 차가운 손가락이, 나의 손끝을 약하게 붙들었다.
문득 눈앞의 광경이 현실로 와 닿았다.
홀로 식탁 의자에 앉은 정은서가 못난이 인형처럼 엉엉 울고 있었다.
여섯 살, 엄마가 유치원 운동회에 오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날처럼.
엄마가 초등학교 졸업식에 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어느 겨울밤처럼.
나는 속에서 울컥하고 치받는 감정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러면 결국에는 행복의 주인이 될 수 있으니까. 귀중한 인생을 누구에게도 빚지지 않을 테니까.”
「······.」
“그러니까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우리 모험의 끝이 이렇게 된 건······. 너희가 말하는 것처럼 주신의 뜻도 아니고, 내 탓도 아니야.”
단단하게 손을 맞잡고, 단단하게 마음먹는다.
부러질지언정 쓰러지지 않겠노라 다짐한다.
“그건 살아 있는 우리를 박제하려 했던 너희의 잘못이야.”
모두를 위해서. 나는 비치적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베르너르 페네티안은 악인(惡人)이지. 빌헬미나 스네이더르도 악인이고. 그자들은 끔찍한 죄를 저지르고도 너무 오래 살아 있었어. 내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까지도 살아 있었어. 그 욕망이 어찌나 지긋지긋하고 지독하던지······. 가끔은 인간적으로 감탄이 나올 지경이더라. 나는 피해자인데도.”
「······.」
내게는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이 세계의 악(惡)은 너희 세 자매야.”
나는 우두둑 어금니를 사리물고 성장을 치켜들었다. 삐이이이이―
-타아앙!
-펄럭펄럭, 펄러덕펄러덕!
-싸아아아······!
지팡이로 우주를 두드림과 동시에 여섯 날개를 활짝 펼치고, 몸을 터뜨릴 듯 차오르는 감각을 가누어 보려 기를 썼다.
우둘투둘 혈관이 돋아난 손등과 이마가 파열될 것만 같았다.
여전히 에테르는 솟아오르지 않았으나, 눈앞은 점차로 황금빛이 되었다가 다시 보랏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나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똑똑히 알았다.
에테르 순환을 멈춘 듯했던 심장이 느릿느릿 펌프를 재가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즉시 날개로 친구들을 가리고, 품속의 아기를 그러안은 채 성장을 들어 그들을 똑바로 겨누었다.
하얀 깃털들이 징조처럼 우주를 유영한다.
“너희는 우리는 소설이라는 틀에 가두고, 자유의지를 빼앗고, 이를 지켜보는 주신의 소원마저 강탈했다! 그리고 개연성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모두의 운명을 난도질했어!”
-꿀럭, 꿀럭, 꿀럭······
연보라색의 별자리와 검보라색의 은하 너머로, 거대한 먹색의 안구들이 눈을 뜨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모두 여섯 개. 우리를 압박하고 감시하는 개연(蓋然)의 시선이었다.
끊임없는 두통에다 세계의 압력까지 더해지니 당장이라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휘이이잉!’ 강렬한 바람이 날개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꺾을 듯이 들이닥쳤다.
나는 기어이 핏물을 토해내면서도 물러나지 않았다. 어딜!
“쿨룩! 페네티안과 스네이더르가 무고한 생명들을 죽이고 학대하며! 전쟁의 끝자락까지 살아남았던 현실의 악한이라면―!”
「하하하하하······!」
“궁주님! 예서 씨! 무리하지 마세요!”
맹세한다. 나는 너희를 여기서 덮을 것이다.
그리고 두 번 다시는 펼쳐보지 않을 것이다.
[네놈들은 이 소설의 악역(惡役)이라고!]【맞아! 시발! 너네 같은 개연성 필요 없어!】
-쩌저저저저적―!
고막을 찢어발기는 파열음.
-파아아아아아······!
[아······!]이어서 미백색의 우주를 온통 황금으로 밝히는 광휘가, 나의 심장에서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동시에 믿을 수 없을 만치 어마어마한 해방감이 전신을 강타했다.
직전까지 나의 숨통을 조르고 통각을 괴롭히던 모든 아픔은 씻은 듯이 날아갔다.
-싸르르르르르······!
순간적으로 몸뚱이와 세계의 경계가 희미해지며, 나의 피와 살과 뼈―말 그대로 온몸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우주와 하나가 되었다가 분리되기를 반복했다.
쏴아아아아······! 나는 한순간 폭주하는 에테르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끝을 모르고 확장되어 가는 금광의 서클을 바라보며 아찔한 황홀경에 젖었다가, 두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아뜩한 감각을 느끼며 허공에서 허우적거렸다.
시공간은 명백히 멈추어 있었다.
섬광 속에서 강력한 힘을 제어하지 못하는 나를 붙잡아준 것은―
-덥석!
“······집중해.”
[아아······.]언제나 같은 자리를 지키며 무수한 이들의 공전을 받는, 눈부신 한 쌍의 태양이었다.
그는 다시 한번 각혈하면서도 나에게 시선을 못 박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극도로 팽창한 말초신경마저 압도하는 안정감이 밀려들었다.
나는 조금 전까지 피를 내뱉었던 입술로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여전히 가인 씨의 손을 잡은 채―
-싸아아아아!
[이제 아무도 여러분을 구속하지 못할 거예요.]찬란한 광채를 뿜으며 거칠 것 없이 늘어나는 성장을 오른손으로 쥐고, 즉시 우주에 떠오른 여섯 개의 눈알을 겨냥했다.
그것은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지이이잉! 차랑!
웅대하게 펼쳐진 나의 성역(聖域) 너머로, 금빛을 발하는 두 번째 서클이 열린다.
‘이중발진’.
「하하하······!」
「하하하, 드디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세 노파의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무한한 공간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는 아무런 망설임도, 어떠한 어려움도 없이 펄펄 끓어오르는 에테르를 지휘했다.
몸놀림은 빨랐으며 계측은 정확했다. 누구도 검토해 보지 않았으나 확신할 수 있었다.
아래의 성역이 휘황한 빛살을 뿌리며 문양의 위치를 조정하기 시작하자, 위편에 자리한 성소가 그에 맞추어 빠릿빠릿하게 자리를 바꾸었다. 우우웅, 우우우웅······!
“잠깐만요, 궁주님. 저거 혹시······!”
[좌표입니다.]‘과녁이고요.’ 나는 싱긋 입꼬리를 올리며 신탁을 준비했다.
저놈들을 영원히 여백에 가두고, 다시는 나올 수 없도록 하는 주문을.
세상의 어떤 개연도 설득할 수 없는 사상 최악의 구속을······!
-콰과과과과······
그때였다.
【······어라?】
[······응?]줄곧 심우주(深宇宙)와 나만을 번갈아 보던 주신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정은서의 조그마한 속삭임은 계시와도 같았다.
성장의 장식마저 진동케 하는 울림에 혜성들이 부르르 꼬리를 떨며 달아났다.
나는 비로소 조금 전에 들었던 파열음의 정체를 헤아렸다.
생각해 보면 그것은, 내가 추기경으로 승급하던 순간과 조금도 관련이 없는 굉음이었다.
그러니까 확실히 물리적인, 정말로 어떤 물질을 찢고 부수는 듯한 소리가······.
-콰과과과과과······!
“흥미롭네요, 저건······.”
[어······.]별똥별처럼 우주의 한편을 밝히는 커다란 빛살은, 뚜렷한 화살 모양을 하고 있었다.
요한 경의 목소리가 진동에 묻혀 희미하게 번졌다.
피투성이 일행의 눈은 일제히 휘둥그레 뜨였다.
화살의 궤적은 갈수록 분명해졌고, 낙하 속도는 갈수록 빨라졌다.
저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대관절 누가 저런 대업을 해낸 것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게다가 점점 우리 쪽으로······.
-쌔애애애애액······!
“······수목의 신궁?”
“미친, 시발!”
“숙이세요.”
요한 경의 소곤거림이 우리를 뒤덮는 찰나, 우주의 화살촉이 전속력으로 현장을 급습했다!
-콰콰콰콰콰콰······!
“으아아아악······!”
나는 즉각 성소의 위치를 옮겨 동생 녀석을 보호했고, 목청이 터져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커다란 아이가 의자 아래로 몸을 구기고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콰과과과과과광―!
-쿠구구구구구!
그야말로 우주 대폭발과 같은 굉음과 함께, 온 세상이 에메랄드빛으로 물들었다.
홰애애애앵! 뒤이어 무시무시한 후폭풍이 우리를 단체로 날려버릴 듯 시공간을 휩쓸었다.
날개가 떨어질 것만 같은 감각에 나는 눈을 질끈 감은 채로 아기를 끌어안고 버텼다.
그렇게 친구들과 더불어 한참이나, 정말로 한참이나 몸을 옹송그리고 있다가······.
-아웅, 아웅!
[······티테?]-휘이이······
품에 안긴 신수의 부름에, 비로소 고개를 들 수 있었다.
그러자 반대편에 쪼그리고 있던 정은서와 친구들도 일제히 눈길을 들어 화살의 향방을 가늠했다.
대관절 이게 다 무슨 소란인지 당혹스럽고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한번 옅은 바람이 우리의 코끝을 건드리고 지나갔다.
우주를 꿰뚫은 공기에서는 미미한 숲 내음이 났다.
그리고······.
[세상에······.]우리가 발견한 것은, 주신의 화살에 관통당한 여섯 개의 눈알이었다.
호흡이 턱하고 걸렸다.
우주에 내걸린 사형수들의 시체를 목격한 느낌에 소름이 끼쳤다.
나는 순간적으로 말을 잇지 못하고 간신히 숨소리만 헐떡거렸다.
저것들은 개연성을 수호하는 세 노파의 눈이었다.
그러니까, 저게 모조리 화살을 맞았다는 건······.
-파스스······
「······파멸은, 실패와, 같지, 않으니······.」
-파스스스스······
「파멸은······. 실패와······.」
[헉, 주신 맙소사······.]검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던 보제나의 육신이, 그대로 흑연 가루가 되어 부서지고 있었다.
나는 희열인지 무엇인지 모를 감정으로 전율하다가 황급히 동생을 돌아보았다.
녀석은 여전히 자신이 친구들을 보게 될까 봐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이었고, 눈물로 온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내내 한 손으로 가린 입술은 나만 볼 수 있도록 조그맣게 달싹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혹시······. 저거 나 때문인가?’
꿀꺽.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꼬마가 마지막으로 외쳤던 말을 떠올렸다.
‘【맞아! 시발! 너네 같은 개연성 필요 없어!】’
[······.]설마······. 설마 자신들의 파멸까지 예상한 거였나?
나는 눈을 깜빡이며 작금의 상황을 정리해 보려고 애를 썼다.
방금 마라톤을 끝낸 사람처럼 호흡이 너무 달렸다.
그게 진짜로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요컨대 은서가.
만약 내 동생 은서가 주신의 권능으로 어떻게든 보제나를 죽인 거라면.
그러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성반, 콜록.]나의 수첩도, 언젠가 내가 열어젖혔던 게이트도 모두 사라진 시점이었다.
그것들은 세 자매가 만들어 낸 환영이었으므로 더는 이곳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친구들과 소원의 성반만큼은 아직도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모두와 한 번씩 눈길을 나눈 뒤 마지막으로 신물을 돌아보았다.
바로 그 순간.
-쩌적!
[아!]발밑이 쑥 꺼지며, 가공할 중력이 나를 붙잡아 내렸다.
주신의 우주가 무너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