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When the Second Male Lead Powers Up RAW novel - Chapter (885)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885화(885/920)
망(望) (1)
우리는 서로를 터뜨릴 것처럼 마구 부둥켰다.
-와락!
“궁주님, 궁주님!”
“허억, 콜록······!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영 못 보는 줄 알았어요! 세상에, 진짜 만났어, 고맙습니다······!”
“하아······.”
“어떡해, 궁주님! 궁주님, 잘못되셨을까 봐 걱정했어요!”
“세상에, 세상에······.”
뜨거운 숨과 차디찬 숨이 한꺼번에 귓가로 쏟아지고, 나의 몸은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기를 되풀이했다.
나는 가인 씨와 세드리크를 꼭 끌어안은 채로 눈물을 참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 더는 소설도 아니었다―피부로 전해지는 두 사람의 체온은, 절대로 거짓이 아니었다.
눈앞이 핑핑 돌고 다리의 힘이 쭉쭉 풀렸지만, 휘청거리면서도 단단히 ‘우리’를 지탱하고 선 감각은 결코 허구가 아니었다.
거기까지 의식이 닿으니 신기하게도 제일 먼저 형과 은서 생각이 났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너만큼이나 간절한 독자님들만 찾으면 돼.’
‘그러면 ‘해피엔딩’이야.’
주문처럼 머릿속을 맴도는 정현서의 말과······.
‘네가 원하는 대로 될 거야. 괜찮아.’
‘오빠가 바라는 걸 이분도 같이 바라게 되는 거지!’
‘뭐든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거야. 걱정하지 마. 상상해!’
······우리 막내의 멋진 상상.
“고마워, 고마워, 고맙습니다······.”
“허어엉, 저 무서워 가지고, 색깔도 안 보이고 진심 답답해 죽는 줄······.”
“괜찮아요. 이제 괜찮아요······.”
다 괜찮을 거예요······. 나는 미친 사람처럼 중얼중얼하며 두 사람을 더욱 그러안았다.
이건 지난주까지만 해도 불가능에 가까운 사건이었다.
은서가, 독자님들이―모두가 한마음으로 우리의 만남을 기도해 주지 않았더라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일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기적이라고 불렀다. 나는 진정한 의미의 ‘은총’을 체감하며 끊임없이 전율했다.
곧 아빠를 껴안은 헤릿이 내게로 손을 뻗어 왔다. 허겁지겁 팔을 내밀어 아이의 하얀 머리카락을 감싸 주었다.
“우리 헤릿, 너무 예쁜 우리 헤릿, 건강하게 잘 지냈어? 아빠 만나려고 같이 온 거야?”
“응, 네에.”
“그랬구나······. 삼촌은 헤릿 목소리가, 목소리가 이렇게 이쁜 걸 오늘 알았네, 응?”
“으응. 킁.”
“고마워······. 애써 줘서 고마워, 우리 헤릿······.”
‘잘했어.’ 이마를 맞댄 아이에게 웃어 줄 무렵에는, 코끝이 찡해지고 목이 꽉 메어 소리가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나는 눈물범벅이 된 헤릿의 뺨을 문질러주며 활짝 웃었다.
아빠의 목이 생명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꼭 끌어안은 소년은, 못 본 사이 정말 많이 자라 있었다.
심지어는 방주의 날개 또한 두 배 가까이 자라난 듯했다.
요한 경 역시 드물게 감정이 드러난 표정이었다.
그는 무언가를 강하게 억누르는 것처럼 붉어진 얼굴로, 연신 아들의 작은 머리와 관자놀이에 입을 맞추어 주었다.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밭은 숨을 내쉬었다.
현실감이 없어 두 발이 붕붕 뜨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우리 중 누구도 꿈을 꾸고 있지 않았다.
“······세레니테.”
“어, 야, 잠깐만······. 잠깐만! 세이디!”
―인마, 어디로 손이 들어오냐! 미친놈아! 등골이 오싹해지는 감각에 절로 주먹이 올라갔다.
하마터면 귀한 용안의 귀싸대기를 올려붙일 뻔했다.
흠칫, 오렌지빛으로 넘실넘실하는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제야 머릿속을 찌르르 관통하는 단어가 있었다.
‘크라운 에테르’.
“······아!”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가? 하지만 기껏 힘들게 상봉했는데?!
“저 또한 다시 만나 반갑네요, 전하.”
-덥석!
그 순간, 요한 경의 나긋나긋한 음성이 울렸다.
동시에 태자가 불만스레 으르렁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순간적으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가인 씨와 헤릿과 꿀떡같이 붙어 있었다.
별안간 텅 빈 오른팔이 허전해서 냉기마저 느껴졌다.
두 눈을 끔뻑끔뻑하며 그쪽을 돌아보았다.
여기 방금까지, 크고 시커먼 황족 하나가 서 있지 않았습니까······?
-홰애애애액!
“큿!”
“우와아악! 저기 세드리크 날아가요―!”
동네 사람들! 요한 경이 제자님을 잡아 던졌어요!
-휘이이익!
「어머나!」
「······논할 말이 없군.」
-쿠구궁······!
“주신 맙소사!”
멀리, 태자가 성간 어딘가에 처박히는 것이 보였다.
조각 사람들을 비롯한 방청객이 시선을 교환하며 크게 술렁거렸다.
괜찮을까? 괜찮겠지? 요한 경이 어련히 알아서 살살 던져 주시지 않았을까? 누가 봐도 피를 쏟은 것 같았는데 그런 점까지 전부 고려해 주셨을 거야, 그렇지?
나는 마른침을 꿀떡 삼키고서 다음 타자인 가인 씨를 바라보았다. 핏물이 말라붙어 얼룩덜룩한 분홍빛 머리카락이 여전히 길었다.
반갑다는 흔한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친구들을 만나서 진심으로 기쁘고 행복하지만······.
“가인 씨, 괜찮으세요? 오래간만인데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사실 이쪽으로 건너오려고 크라운 에테르를 개방했거든요. 작정하고 힘을 많이 써서, 아마 며칠간은 쭉······.”
크라운의 영향으로 성기사 친구들이 힘들어하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였다.
괜한 긴장이 밀려오며 입안이 버썩버썩 말랐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녀의 양팔에서 벗어나······.
-답삭!
“······음?”
아니, 벗어나려고 하는데······? 힘이 너무 세셔서?
“저기, 실례지만 잠깐 이것 좀······.”
“궁주님······. 향수 뭐 뿌리고 오셨어요······? 킁킁.”
“네? 저 향수 안 뿌리는······. 어어?”
······선생님, 이 환자 눈이 맛이 갔어요! 그냥 완전 갔어!
“저도 진심으로 보고 싶었답니다, 제자님.”
-덥석!
“우와악!”
요한 경이 남은 제자님도 쑥 뽑아버렸다!
“아, 놔 봐요! 쌤! 어디서 달콤한 약과 냄새가 난단 말이야!”
‘어어억!’ 그녀의 덜미가 달랑달랑 솟아오르고, 푸른 눈망울은 심상치 않은 빛으로 번들거렸다.
그러고 보니 잠깐만! 나는 퍼뜩 가가방을 쥐며 시선을 내렸다.
잠긴 목구멍에서 엉망으로 갈라진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저, 있어요! 진짜로 가방에 은서가 싸준 약과―”
-휘이이익!
“으아악!”
“어어어, 가인 씨······!”
무슨, 어렸을 때 보던 TV 애니메이션 속 악당들도 아니고!
-쿠궁······!
“아이고······.”
가인 씨는 짝꿍의 뒤를 이어 성간의 별이 되고 말았다.
방식이 조금 거칠기는 하지만, 좌우지간 떨어져 있어야 하는 건 맞으니 어쩔 수 없으려나.
내 힘으로는 저 둘을 떼놓기 힘들었을 것 같고. 으음······.
「이런, 이런 광경은 난생처음 보았어요.」
「······짐에게도 생경한 꼴이기는 마찬가지다.」
발치에서 조그만 로메로가 혀를 찼다.
나는 세드리크와 가인 씨가 나란히 처박힌 지점을 보며 걱정스러워했다가, 발밑의 반가운 얼굴을 보고는 차마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선황 또한 나를 올려다보며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손바닥만 한 금발의 미남자는 내가 마지막으로 그를 목격했을 때보다 여유가 있었고, 천만다행히 작아진 것 외에는 무탈해 보였다.
그는 가볍게 반대편을 턱짓했다.
「성간의 영웅, ‘잔별의 공녀’를 소개하지.」
아, 참!
“안녕하세요, 공녀.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부터 인사를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저는 정예서라고 합니다.”
「아, 궁주 마마······. 대륙의 달이신 분을 뵙습니다. 크리스텔이라고 합니다.」
가인 씨와는 전혀 다른 영혼의 아가씨가, 드레스를 쥐고서 몹시 우아한 예를 차렸다.
나는 오른팔과 다리를 동시에 삐걱거릴 뻔했지만 가까스로 제국식 인사를 해냈다.
천만다행이다, 아직 안 까먹었어.
······친구들을 만나자마자 많은 일이 있었지만, 어쨌든 제대로 된 인사는 성공했어!
*
잠시 후······.
대략 몇십 분 후?
-저벅, 저벅, 저벅······
-자박, 자박, 자박······
-톡톡, 톡톡, 톡톡······
나는 크리스텔 공녀, 로메로 선황, 이레너 스네이더르 교황(자세한 설명을 들었는데도 여전히 믿을 수가 없다), 그리고 니콜라 퐁필리 부군과 함께 성간을 걷고 있었다.
성기사 친구들은 마흔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우리를 졸졸 따라오는 중이었다(가인 씨는 기어이 약과를 얻어 갔지만, 두 짝꿍의 눈빛 때문에 줄곧 뒤통수가 따끔거렸다).
놀랍게도 헤릿은 크라운 에테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방주가 아이의 그릇을 완벽히 감싼 채로 제어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인 듯했다.
소년은 이제 요한 경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지저귀고 있었다.
나는 때때로 벅차오르는 마음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헤인스 부자를 돌아보곤 했다.
“응! 그래서, 그래서 크리스텔 고모가요······.”
오랜 준비를 마친 헤릿은, 마침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거리가 있어 들리는 내용은 많지 않았으나 그것만으로도 무척 흐뭇했다.
나는 잠시 붕붕거리는 머릿속을 정돈했다.
정예서, 너무 들뜨면 안 돼. 들뜰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아직은 과하면 안 돼.
예상 못 한 실마리를 얻었잖아.
“크흠, 그러니까······. 그러니까 성하께서는 성궤에 들어 있던 마테이스 교황 성하의 비밀문서, ‘마그나 카르타 유디치오룸(MAGNA CARTA JUDICIORUM)’을 통해서······.”
「그날로 페네티안 왕실의 계책을 알게 되었고, 이를 본가인 스네이더르 공작가에 알려 책략을 무너뜨리려 했으나······. 되레 가문으로부터 역공을 당했다는 뜻인가.」
로메로 선황이 진중한 투로 정리했다.
니콜라 부군의 부축을 받으며 걷던 교황은 몹시 지친 낯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눈높이 차이가 심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녀가 많이 힘들어하는 건 사실이었다.
「그렇네. 게다가 나는······. 그 비밀문서에 걸린 옛 교황의 저주에 당하여, 차츰 어려지게 되었어.」
“저주요? 아아······.”
나는 더 묻지 않고도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마테이스 교황은 일부 대륙인들에게 ‘역사의 겁쟁이’라 비판받았다고 하는데, 사실 그는 신국의 초대 국왕 유리 페네티안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맞서 싸웠던 강골이었다.
심지어 왕보다 장수했을 뿐 아니라, 그의 끔찍한 계략을 막아내고자 본인의 유해까지 동원한 방어 장치를 고안하여 숨겨 두기도 했다.
그것도 자신의 고향 땅 아주 깊숙이 말이다.
신관은 타고난 힘으로 누군가를 저주하거나 살해할 수 없다고들 하지만, 이렇듯 역사의 뒷면에서 벌어진 몇몇 사건을 보면······.
「······스네이더르는 늙은 교황 하나쯤 충분히 제거할 수 있는 집안이었고, 나는 하루하루 어려지는 몸으로 열병을 앓았네. 이어 시종들이 하나둘 교체되기 시작했지. 저주가 시작된 이후로는 외부 활동을 급격히 줄일 수밖에 없었어.」
“······.”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혹은 에테르가 아닌 강한 원념(怨念)이 저주로 남게 되는 걸까.
나는 문득 라소 영주성에서 보았던 광경을 떠올렸다.
분노에 차서 유리 페네티안을 저주하시던 하난 폐하, 그리고 하늘을 날아다니던 낡은 양피지들.
후대의 누군가가 작성한 것으로 보였던 그 문서의 제목은 어쩌면······.
「······그릇과 몸뚱이의 괴리가 심하여 에테르를 순환하는 일조차 고역이었고······.」
이분이 쓰신 것일지도 모르겠다. 신께서 부디 왕실을 심판해 주시기를 바라며.
「아니, 늙은이의 고생담은 이쯤 하겠네. 다 지나간 이야기이니.」
우뚝. 제자리에 멈춰 선 교황이 나를 올려보았다.
나는 두어 걸음 더 나아가다가 황급히 되돌아와서 무릎을 굽히고 눈을 맞추었다.
무슨 말씀을 하려고 이러시지?
“성하?”
「자네······. 스네이더르 공작이 패망하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였나?」
“아, 네.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읽은 곳, 아니, 듣기로는 완전히 그렇게 되었습니다. 공작가는 이번에야말로 멸문을 앞두고 있습니다.”
「방심은 일러. 내가 아는 스네이더르 가문이라면 그리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일세.」
이레너의 눈동자가 한순간 보랏빛으로 번뜩이고는 가라앉았다.
그녀는 니콜라 부군의 팔뚝을 세게 붙잡으며 소곤거렸다.
「위치를······. 내 위치를 일러줄 터이니. 대륙으로 돌아가거든 반드시 그자의 영지를 파헤쳐 보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