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When the Second Male Lead Powers Up RAW novel - Chapter (919)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919화(919/920)
다섯 번째 계절 (11)
왔다. 프랑수아가 말했던 바로 그 계절이.
-쿠구웅······!
“조안 드 아스 남작이 입장합니다!”
“와아아······!”
떠난 사람들을 기억하고, 남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한편······.
“······그대는 용감무쌍한 결단으로 신물 ‘수목의 신궁’을 쏘아올려 페네티안 왕성의 중심을 파괴하였으며, 이로써 신살을 도모하는 간악한 무리의 계획을 좌절시킨바······.”
앞으로의 나날을 위해, 영웅들의 업적을 치하하는 시간이.
“······짐은 그대에게 영예로운 제국의 1급 훈장을 서훈하고, 자작의 지위를 수여한다.”
“오오오······!”
-휘이잇!
이제 귀족들 사이에서는 경탄과 휘파람 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나는 기쁘게 박수하며 조안의 2차(?) 입신양명을 대환영했다.
그녀는 오늘 수훈(受勳)에 대비하여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었고 머릿수건도 두르지 않았는데, 그 대신 짧은 머리카락을 길고 두꺼운 리본으로 질끈 묶어 내렸다.
벌써 조안의 독특한 리본 스타일을 눈여겨보는 귀족들이 있는 듯했다.
친구들과 나는 황도의 새로운 유행을 예감하며 다음 영웅들을 맞이했다.
분위기는 한 시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뜨겁게 무르익었다.
“루셀 공작가의 캉탱 루셀 공자, 멘디 공작가의 베레니스 멘디 공녀가 입장합니다―!”
“귀스타브 부티에 후작이 입장합니다!”
“플로리앙 멘디 공작이······.”
“레옹 시세 후작이 입장합니다!”
“와아······!”
익숙한 이름이 있었고, 낯선 얼굴들도 있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전쟁 영웅들이 있었으며, 존재조차 몰랐으나 다시 보니 큰 신세를 진 영웅들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소모임 ‘궁정풍 연애’의 회장 캉탱 루셀 공자와 회원인 베레니스 공녀는, 적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데 크게 기여한 전단 제작의 공로를 인정받아 3급 훈장과 기사 작위를 받았다.
전시금제인들의 기병대를 이끌었던 신국 출신 귀족들 역시, 나란히 1급 훈장과 제국의 귀족 작위를 받았다.
한편 오렐리 전하의 오라버니이신 귀스타브 부티에 후작은, 물심양면으로 제국군을 후방 지원한 공으로 2급 훈장을 받게 되셨는데······.
“폐하께서는 부티에 후작께 공작 위를 내리려 하셨으나, 이번에도 오렐리 전하께서 반대하셨습니다.”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나에게 시원한 시드르 잔을 가져다준 나탈리가 소곤소곤 설명했다.
나는 정면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작가의 위세가 너무 커지면, 훗날 정계에서 이를 구실로 태자 전하를 공격할 수도 있으니 추기경께서 미리 경계하시는 것입니다.”
“아······.”
과연, 그런 계산이.
그나저나 시드르 맛있다. 체리 열매까지 넣어주셔서 달콤새큼하네.
“다만 전하께서는, 챙기실 것은 확실히 챙기시는 성정입니다. 궁주님께서도 그러한 요령을 눈여겨 보시면 훗날 도움을 받으실 것입니다.”
“네, 네.”
이어진 나탈리의 조언에 나는 멋모르고 머리를 주억거렸는데, 곧 부티에 후작이 황제 폐하의 ‘대집사’로 임명되면서 알현실이 한차례 크게 술렁거렸다.
나탈리는 ‘대집사’가 황제 폐하의 영지를 관리하고 세수를 관장하는 자리이며, 구 페네티안 영토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사실상 황권을 대리한다는 사실까지 나에게 알려주었다.
새삼 우리 스승님과 부티에 가문의 수완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 시간이었다.
공작만 아닐 뿐이지, 참말 어마어마한 지위네요······.
-쿵······!
“에바 블랑케르 소공작이 입장합니다!”
“모데스트 바카리 단장이 입장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서훈에서는······.
“······그리고, 클레망 랑부예 자작이 입장합니다!”
“와아아······!”
우리의 자랑스러운 에바가 1급 훈장을 받았다!
그녀와 가까워진 듯한 일부 귀족들은 특히나 열렬한 반응을 보냈다.
소공작은 제국 최후방과 마탑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신물 수목의 신궁을 활용한 원거리 공격 방안을 최초로 제안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카미유 군 또한 전시 플뢰르 드 리스를 훌륭히 이끈 공훈을 인정받았는데, 폐하께서는 그가 마지막까지 전장을 지키며 전략적 조언을 아끼지 않은 점을 높이 사셨다.
백발백중이었던 예언 덕분에, 전쟁 초기에 연승을 거둘 수 있었다는 부분도 빼놓지 않고 언급하셨다.
“······이러한 공을 치하하고자, 짐은 그대에게 완전무결한 제국의 백작 위와 봉토를 내리고 영원한 가호를 약조한다.”
“와······!”
“축하드립니다, 단장님!”
“축하드립니다······!”
몇몇이 큰 소리로 외쳤고, 다시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나는 카미유 군에게 최상급 마석이 나는 영지가 내려진 것을 알고는 오래도록 기뻐했다.
그가 마침내 바카리 가문을 훌훌 털어버리고 나올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또한 달가웠다.
또 이자벨의 아버지인 랑부예 자작님은, 가문의 모든 카라반과 자본을 투자하여 제국군을 후원한 공으로 2급 훈장과 백작 위를 받으셨다.
‘우리 할아버지 최고! 짱!’ 그를 축하하며 가장 열심히 손뼉 치는 가인 씨를 보니 절로 가슴이 뭉클해졌다.
자작님, 아니 백작님은 잠깐 눈물을 보이기도 하셨다.
곧 마리즈 백작 부인이 다가와서 남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다.
서훈은 그야말로 끊임없이 이어졌는데, 세드리크는 ‘오늘로 끝나는 것이 아니야.’라고 나직이 말해주었다.
세실 블랑케르 공작이나 카롤린 변경백을 비롯해 아직 전장에 남아 있는 대귀족들이 있고, 심지어 코를레오네 제후 부자와 엠마 코를레오네 제독은 잠시 바다로 돌아가 함대를 재정비하고 있단다.
그들이 귀국하는 데는 또 시일이 소요되므로, 논공행상이 모두 마무리되는 데는 최소한 몇 달이 걸릴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나는 새로운 작위와 영토, 훈장을 수여받는 이들을 부지런히 머릿속에 집어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전쟁이 그토록 길었으니까······.
그때였다.
-쿠웅······!
“엘리자베트 무테 소백작이 입장합니다!”
“어, 태자님!”
나는 반가운 이름을 듣자마자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옆자리의 사내가 낮게 코웃음쳤다.
*
-뚜벅, 뚜벅, 뚜벅······
전쟁 영웅 엘리자베트 경은 늠름히 걸어와 황제 폐하 앞에 반듯이 섰고, 폐하께서는 처음으로 단상을 내려가 서훈받는 자와 시선을 마주하셨다.
그러자 아래서 붉은 방석을 받치고 서 있던 시종들이 깊이 허리를 숙였다.
이번 서훈은 앞선 서훈들과는 어딘가 다른 듯했다.
“엘리자베트 무테 소백작. 그대는 황실 근위대의 부대장으로서 대 리에스테르 제국의 황제인 짐을 보필하여 전장을 누볐고, 숱한 사선을 넘나들며 짐을 비롯한 수백 명의 전우를 구하였다. 또한 수십 번의 크고 작은 전투에서 무수히 많은 전공을 세워 제국군의 승전에 크게 이바지하였으며······.”
“······.”
우리가 만나지 못하던 시간에도, 내내 전장을 휩쓸며 처절한 싸움과 생존을 이어간 사람.
목숨을 다 바쳐 폐하를 보좌하고, 영령님과 코르넬리서를 보호하고, 엘리서 왕세녀와 등을 맞대고 검을 휘두르며 싸웠던······.
“······이러한 공을 치하하고자, 짐은 그대에게 팔라디나주 대훈장을 수여한다. 또한.”
“오!”
‘팔라디나주 대훈장’이라는 말에, 귀족들이 깊이 찬탄하며 시선을 교환했다.
나탈리는 그것이 ‘황제께서 당신의 치세에 단 12인에게만 하사할 수 있는 제국 최고의 명예’라고 설명해 주었다.
나는 그제야 황제궁 시종들이 들고 온 작은 보석함과······.
“선황이신 셀린 리에스테르 폐하의 애검(愛劍)이었던, ‘결백의 알마스’를 하사한다.”
“아아아······!”
기다란 목함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그것은 황금 인장 반지(signet ring)와 검이 든 상자였다.
나는 엘리자베트 경의 눈시울이 붉어진 것을 보았다.
그 순간에는 누구라도 부근위대장이 떠나보낸 전우들을 떠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폐하께서는 떨리는 그녀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주시고, 멋들어진 투구 문양이 수놓인 암적색 망토를 친히 둘러 주셨다.
굳은살과 흉터 가득한 손가락에 인장 반지를 끼워주실 때는, 이를 악무는 엘리자베트 경의 모습에 나 또한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세드리크와 나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진심 어린 축하를 보냈다. 곧이어······.
-스릉!
“허억.”
상자 안에 고요히 누워 있던 검이,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놀랍게도 짝꿍들과 나는 그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이 검은 이제 네 것이다.”
맙소사, 저건 ‘동산 세계선’의 세드리크 황태자가 쓰던 새하얀 검이잖아―!
저게 바로 그거였구나!
“······황은이, 황은이 망극합니다, 폐하.”
“신성한 금속을 섞어 만든 검이니 쉬이 부러지지 않는다. 앞으로는 이것으로 너의 백성들을 지키고, 차기 황제의 검이 되거라.”
“명심하겠습니다. 일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엘리자베트 경은 무언가를 결의한 듯한 표정으로, 씩씩하게 울음을 참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모든 귀족이 경의와 찬미의 박수를 보냈다.
어느덧 오늘의 마지막 순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프랑수아 뒤엠 후작이 입장합니다!”
“랑부예 백작가의 이자벨 랑부예 공녀가 입장합니다!”
“태자님, 저기 보세요. 하난 폐하도 같이 오셨습니다!”
“흥.”
배고픔도 잊고서, 나는 이자벨의 어깨에 앉은 하난 폐하를 항해 작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헝겊 인형 또한 도도하게 신발을 까닥여 주었다.
소매 아래로 함박웃음이 번져 나갔다.
그 자리에서 프랑수아는 다량의 군사용 마도구를 개발하여 아군의 승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점, 전시 포털 재개발 및 임시 포털 공사의 선봉장 역할을 한 점, 뒤엠 가문의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여 군수물자를 지원한 공로 등을 인정받았다.
그는 엘리자베트 경과 마찬가지로 팔라디나주 대훈장을 서훈받았고, 모두가 예상한 대로 공작에 봉해졌다.
하난 폐하의 화신으로서 전장을 활보하며 수많은 무공을 세운 이자벨 또한, 영광스러운 팔라디나주 대훈장을 받았다.
붉은 망토를 두른 그녀는 눈물 고인 눈으로 활짝 웃더니, 하난 폐하께 인장 반지를 선물했다.
고대의 왕은 비로소 눈부신 황금의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리고······.
“태사, 요한 헤인스 경이 입장합니다!”
“크리스텔 랑부예 경이 입장합니다!”
“······디오프 공작가의 지브릴 디오프 공자가 입장합니다!”
광활한 알현실에 드디어 세 사람의 이름이 울려 퍼졌을 때는―특히나 마지막 이름이 들렸을 때는―장내의 귀족 모두가 숨을 들이켰다.
나는 분명히 조금 전까지 여기 있었던 가인 씨를 생각하며 괜스레 킥킥거렸다.
본인 차례가 돌아온다는 귀띔을 받고 후닥닥 홀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어찌나 명랑하고 발랄하던지.
엘리자베트 경이 가끔 강아지 얘길 하는 이유를 알겠다니까.
-쿠우웅······!
곧바로 서훈이 시작되었다.
리에스테르 제국은 이제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서브 남주가 파업하면 생기는 일 92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