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Villainous Grand Duke RAW novel - Chapter (16)
악당 대공의 딸이 되었을 때-16화(16/125)
#16
아니지, 이건 내 귀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
이 남자가 내 아빠가 되어 주겠다고 말할 리 없…….
“오늘부터 우린 가족이다.”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대공이 한 번 더 명확하게 덧붙였다.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나와 가족이 되어 주겠다는 건 고아인 내게 정말 고마운 말이다.
그러나 이 남자에게서만큼은 들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을뿐더러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왜냐하면, 이 남자는 벨로크 대공이었으니까!
거슬리는 건 다 죽이기로 유명한 미친 살인귀이자, 미래에 반역을 일으키는 악당 말이다!
나는 아까와 다른 이유로 패닉이 왔다.
“아, 아저씨가 제 아, 아빠를요?”
“그래.”
“정말, 제 아빠가 되어 주셔도 갠차나요? 전 고아인 데다 가진 것도 업꼬…….”(정말, 제 아빠가 되어 주셔도 괜찮나요? 전 고아인 데다 가진 것도 없고…….)
“내가 다 가지고 있는데 그것들이 무슨 상관이지?”
어? 그러네? 대공이면 돈도 많겠지.
하지만! 하지만 딸이라니!
하녀로 고용된다면 일하느라 눈에 안 띌 테지만, 그의 딸이 된다면 매일 가까이에서 대면하게 될 터였다.
그럼 내가 죽을 확률도 올라가겠지.
“저, 전! 생쥐랑 함께 자는 습관이 있어요!”
나는 마지막 발악이자 거부를 담아 소심하게 외쳤다.
부디 대공도 말롱 자작 부인처럼 질색해 방금 한 말을 취소해 주길 바라면서.
“그게 어쨌단 거지?”
“네?”
“품에 있는 생쥐는 물론이거니와 그 옆에 있는 다람쥐와 함께 자도 상관없다.”
헉, 어떻게 안 거지?
나름 안 보이게 한다고 소매로 열심히 덮고 있었는데!
혹시나 룩스와 하늘다람쥐가 보였나 싶어 확인해 봤지만, 역시나 둘은 내 소매 속에 꼭꼭 숨어 안 보였다.
그사이 대공이 다시 물었다.
“더 문제 있나?”
문제요? 네! 당연히 있죠!
……라고 외치기에는 내 담은 작았다. 아주 많이.
“아니요. 업떠요.”(아니요. 없어요.)
나는 새로운 가족이 생겨 좋은 척 헤헤, 작게 웃었다.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면서.
3. 아빠가 생겼는데요
벨로크 대공.
나는 그의 풀 네임이라든가, 그와 얽힌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유진이 해 준 말이 있긴 하지만, 다 소문일 뿐이니까.
그래도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게 아는 게 있었다.
거슬리는 것은 가차 없이 죽이는 미친 살인귀라는 것.
아마 나뿐만 아니라 ‘벨로크 대공’ 하면 대부분 이런 사실을 떠올릴 터였다.
그런고로 그 누구도 벨로크 대공이 웬 평민 고아 소녀를 딸로 입양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내 앞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집사 할아버지처럼.
“죄송하지만,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머리칼이 전부 하얗게 센 할아버지가 떨리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이분이 누구시라고…….”
“내 딸.”
“따님이라니……. 정말 전하의 따님이란 말입니까?”
“그래.”
여전히 놀람이 가시질 않는 것처럼 보이는 할아버지와 달리 대공은 지극히 덤덤했다.
물론 나는 저 할아버지의 반응을 이해했다.
누가 이런 상황을 상상이나 했을까?
당사자인 나조차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사실 지금도 심장이 벌렁거렸다.
바로 직전, 갑자기 대공에게 들려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순식간에 이곳으로 와 버렸으니까!
지금이야 ‘대공이 마법을 썼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나름 안정된 상태지만, 언질도 없이 갑자기 이동해 이 할아버지와 마주하게 되었을 때의 심정이란!
“그, 그럼 이분이, 레일라 님께서 낳으신……!”
“레일라와 상관없는 아이다. 나와도 마찬가지고.”
“죄송합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영문을 모르는 내가 눈을 깜빡이는 동안 집사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 아이에 대한 건 더스틴, 네게 맡기겠다.”
그 말을 끝으로 대공은 또 마법을 쓴 건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으, 응? 이렇게 날 두고 간다고? 나는 어쩌고?
거창한 챙김을 바란 적도, 그럴 거라고 여긴 적도 없었다.
그래도 처음 오는 장소에 덩그러니 남겨 놓을 줄은 몰랐는데.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집사 할아버지는 생긴 것만큼이나 친절하다는 것이었다.
“모시겠습니다, 아가씨.”
집사 할아버지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날 보고 언제 놀랐었냐는 듯, 평온한 얼굴로.
덕분에 나도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 * *
―히야, 배불러! 맛있었다, 찍!
룩스가 팔자 좋게 늘어지며 말했다. 볼록하게 나온 배를 보니 정말 배불러 보이긴 했다.
그리고 룩스만큼은 아녀도 마찬가지로 빵빵한 배를 드러낸 하늘다람쥐가 말했다.
―이렇게 맛있는 씨앗은 처음 먹어 봐! 해바라기씨 맞지?
―누님! 아직 감동하기는 일러! 아직 우리가 못 먹어 본 게 이만큼이나 많이 있다고, 찍!
언제 늘어져 있었냐는 듯, 룩스가 벌떡 일어나더니 아까 하녀가 두고 간 먹이 겸 간식 바구니 앞으로 쪼르륵 갔다.
―여기가 바로 천국이지, 찍!
바구니에는 버섯과 씨앗, 과일과 자그맣게 자른 호박이 골고루 들어 있었다.
룩스는 매우 행복해하며 그 위를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그렇게 좋아?”
―좋아, 찍!
“너는?”
―나도 마음에 들어.
―애니도 좋지? 방도 생겼고 사람들이 맛있는 것도 많이 주잖아, 찍!
룩스의 해맑은 외침에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확실히 보육 시설에 비하면 이곳은 정말 좋은 곳이 맞았다.
일단 ‘내 방’이 생겼다. 딱히 날 위해 준비되어 있던 방은 아니고 원래 있던 방 중 하나인 듯했지만.
그래도 내게는 이마저도 감지덕지했다.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내 방을 가져 본 적이 없었으니까.
‘항상 공동생활이었지.’
보육 시설에서도, 말롱 자작 부인의 하녀로 일하면서도.
‘처음 생긴 방이 이렇게 크다니…….’
좋은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식사에 고기가 포함된 것부터 해서 사탕이나 초콜릿, 그리고 케이크처럼 비싼 설탕이 잔뜩 들어간 간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해 줬다.
게다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아니라 따뜻하게 데워진 물에 거품을 잔뜩 풀고, 몸에 향유를 듬뿍 발라 주기까지!
이건 나뿐만 아니라 룩스와 하늘다람쥐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으악! 내 몸에 뭘 묻힌 거야! 내 꼬리 만지지 맛! 내가 매일 핥아서 관리하는 꼬리란 말이야!
―에이, 누님. 핥는 거로 되겠어? 나처럼 아침마다 물웅덩이 찾아서 몸 담가야지, 찍!
룩스와 하늘다람쥐는 내 눈에 안 보이는 곳에서 씻겨졌다.
그래도 머릿속으로 들려온 대화는 또렷했다.
둘의 대화를 들으며 목욕을 끝냈을 때, 나는 언제 꼬질꼬질했냐는 듯 깨끗해진 상태였다.
이어 하녀들은 내게 옷까지 입혀 줬는데 깨끗하고 부드러워 마음에 들었다.
풍요롭고 좋은 건 물질적인 것뿐만이 아니었다.
집사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날 목욕시켜 준 하녀들, 내 몸 상태를 확인하고 간 가문의 주치의까지 친절했다.
특히 주치의라던 요한나 선생님은 내 몸에 난 자잘한 생채기에도 정성껏 약을 발라 주고 갔다.
이렇듯 짧은 시간에도 마음에 드는 점은 정말 많았다.
그러나 이 모든 장점을 쓸모없게 만들 정도로 치명적인 단점이 딱 하나 존재했으니…….
하필 여기가 ‘벨로크’라는 것!
‘여기가 다른 가문이거나 원래 내 소망대로 하녀로 들어온 거였다면 좋았을 텐데.’
아니면 대공이 단순히 소문만 무시무시한 사람이거나.
가끔 소문이란 왜곡되기 마련이었고, 살인귀도 종류는 여러 가지였으니 말이다.
전장에 나가 국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많은 적군을 죽인 살인귀.
윤리에 어긋난 일을 저지르는 나쁜 사람만 죽이는 살인귀.
그냥 사람들을 죽이는 데 재미가 들렸거나 거리낌 없는 살인귀.
내게는 불행하게도 벨로크 대공은 마지막 유형이었지만.
그가 날 거둔 것은 변덕, 혹은 흥미 때문이라는 것에 내가 지금 먹고 있는 초콜릿을 걸 수 있었다.
‘지금 저택에 휙 던져 놓고 가 버린 것만 봐도 그래.’
목숨을 구해 줬으니 딸로 삼겠다고 한 사람의 태도치고는 무심하다.
대공이 날 예뻐했다면 그것대로 공포라서 이게 나은 것 같지만…….
‘나중에 황태자의 성인식에서 반역하다 죽는 사람인걸.’
대공이 반역자로 죽었으니 벨로크 대공가는 반역 가문이다.
반역은 성공하면 혁명이지만, 실패하면 몰살당할 뿐이다.
그런 가문에 딸로 입양된 나는 어떻게 될까?
‘가장 먼저 사형당하겠지.’
눈앞이 까마득하다. 처음으로 아빠가 생겼는데 그 사람이 미친 살인귀인 것도 모자라 예비 반역자라니!
그래도 회귀하기 전과 달라진 점이 있긴 했다.
바로 내가 은혜를 갚겠답시고 대공에게 목걸이를 주는 바람에 양팔이 멀쩡하다는 것!
그래 봤자 대공이 반역을 꾀하는 한 예정된 말로를 맞이하겠지만.
‘아니야, 그 전에 대공한테 이미 죽을지도 몰라.’
나는 차마 룩스와 하늘다람쥐에게 이 사실을 설명해 주지 못한 채 속으로 으허엉, 흐느끼며 탁자 위에 엎드렸다.
‘원래 내 소망대로 하녀로 들어왔다면 연봉을 모으다 열여덟이 되기 전에 다른 곳으로 가면 됐는데!’
어쩌다 일이 이렇게 꼬이게 된 걸까?
역시 도망쳐야겠다. 가능한 한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