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류세란은 지금 당황하고 있었다.
착각이 아니었다. 방금 전 그것은 분명히 무형기였기 때문이다.
류세란이 방금 전 공격을 채 완벽하게 피하지 못하고 입은 허리춤의 상처를 확인했을 때였다.
남자가 말했다.
“왜 놀라는 거지? 네년이 어떻게 무형기를 사용하는지는 모르겠다만, 발티온 공국의 무장인 이 몸이 무형기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거늘.”
“발티온 공국?”
남자가 류세란을 노려보며 말했다.
“또 시치미 떼는 건가? 뭐 이제 상관없다. 여하튼 이제 장난은 끝이니까!”
류세란이 남자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그걸 사용해 볼까?’
최지우에게 이어서 배우던 의형기.
최지우는 아직 실전에서 사용할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남자가 거리를 좁히는 것을 확인한 류세란이 가까워졌을 때, 침착하게 역으로 뛰쳐나가며 무형기를 발동시켰다.
남자가 흠칫 놀랐다. 무형기 때문이 아닌 뒤로 피해야 할 류세란이 오히려 자신의 품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를 찌르는 움직임. 과연 강단은 있다만, 어림없다.”
남자는 자신만만했다. 류세란과 자신의 실력 차이는 명확. 얼핏 느껴지는 마나의 차이만 해도 3배는 훌쩍 난다.
이런 절대적인 차이가 나는데 무기도 없는 류세란에게 자신의 갑주가 흠집이라도 날 리 없었기 때문이다.
“설마, 이건?!”
그러나 남자의 그 위풍당당하던 얼굴은 잠시 후 갑주에 류세란이 손을 가져다 댄 순간 바뀌었다.
류세란의 손에서 붉은빛의 원형의 구체가 생겼기 때문이다.
“의형기……?!”
쿠구구궁.
남자가 의형기의 정체를 뒤늦게 알아챘지만 상황은 이미 늦은 뒤였다. 붉은 원형 구체가 터지면서 남자가 수백 미터를 빠른 속도로 날아가다 데굴데굴 굴렀던 것이다.
쿨럭…….
새우처럼 도로 위에 널브러진 남자가 피를 토하며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남자의 상태를 확인한 류세란의 표정이 굳었다. 분명히 남자의 복부 부분의 갑주가 산산조각 나 있는 모습이나 남자가 피를 토한 모습이나 상당한 대미지가 있는 것은 분명했지만 류세란의 의형기 성공률이 아직 참담했기 때문이다.
‘큰일이다.’
30%.
류세란의 의형기 성공률이 아직 30% 수준밖에 안 되고 있었다.
그마저도 방금 전에는 남자가 어디까지나 방심해서 파고드는 것을 허락했기에 가능한 요행에 불과했다.
남자가 말했다.
“도대체 나도 하사받지 못한 의형기를 네년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겠지만, 안 되겠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이것은 명백한 발티온 공국 모든 기사들에 대한 모욕!”
남자가 2개의 배틀액스를 하늘로 치켜들어 교차했다.
“보아하니 아까 사람들을 지켰던가? 어디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사람들까지 지킬 수 있다면 해 봐라!”
류세란의 얼굴에 낭패의 감정을 여실히 그려졌다. 남자의 공격을 막기는커녕 피할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발격!”
남자가 땅을 내려찍자 붉은 파도를 연상케 하는 기운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고 얼어붙었다.
예상대로 너무 범위가 거대해서 막기는커녕 피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류세란이 코앞에 닥친 기운을 보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 감으려 할 때였다.
자신 앞에 익숙한 뒷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퍼엉.
공기가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붉은색 파도가 온데간데없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류세란이 말했다.
“최강 씨?”
“그…… 그게 말이지. 내가 늦으려고 한 건 일단 아니거든?”
최강이 류세란에게 미안한지 변명을 늘어 댔다.
“아니, 진짜로 머리하는 데 오래 안 걸린다고 말했었거든? 근데 오래 걸려 버려서…….”
네이비색 세미 정장 느낌의 옷차림에 단정하게 올린 최강의 머리를 본 류세란이 픽 웃었다.
“왜? 이상하냐? 미용실에선 괜찮다고 하던데?”
“아니요. 멋지네요. 평소에도 이렇게 좀 하고 다니시지.”
“엥? 그럼 웃음의 의민 뭔데?”
류세란이 최강의 등 뒤로 보이는 팬티 차림으로 쓰러진 남자를 확인하고는 방긋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
결국 사건이 마무리되고 최강이 류세란과 간 곳은 예약한 호텔의 레스토랑이 아니라 최강이 생각날 때 한 번씩 오는 국밥집이었다.
최강이 말했다.
“야, 근데 진짜로 여기로 괜찮아?”
“네, 괜찮아요. 어차피 이미 예약 시간 지나서 못 들어가기도 하고…….”
“하고?”
류세란이 최강의 물음에 말했다.
“사실 예전부터 최강 씨가 지우 씨랑 가끔씩 먹으러 간다는 국밥집도 궁금했거든요.”
“음…… 그래? 그럼 들어가자.”
“네.”
최강이 류세란과 함께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미 저녁 시간이 한참 지난 후라서 그런지 가게 내부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주문대로 국밥을 내온 주인 할머니가 최강에게 말했다.
“맨날 머스마들하고 오더니 오늘은 예쁜 색시랑 왔구만. 장가가려고?”
최강이 넉살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솔직히 혼자 살긴 아까운 얼굴 아닙니까?”
“흐흐흐, 그렇기는 혀.”
할머니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최강이 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두어 숟가락 국밥을 먹던 최강이 숟가락도 들지 않은 채 앉아 있는 류세란을 보고 말했다.
“왜, 입맛 없냐?”
“아…… 아니요? 말했잖아요. 궁금했다고.”
“뭐가 그렇게 궁금한데?”
류세란이 가게 내부를 살피면서 말했다.
“최강 씨가 돈 없던 시절에 애용했다는 국밥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주인분은 어떤 분이신지, 국밥은 어떤 맛인지 같은 거 있잖아요.”
숟가락을 든 류세란이 국밥을 한 숟갈 먹고는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왜?”
“솔직히 맛있진 않네요.”
“그건 맞지. 손 크기로 승부하는 집이지 손맛으로 승부하는 집은 아니거든.”
주방에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들려, 이놈아!”
류세란과 최강이 소리 내서 웃고는 다시 국밥을 먹기 시작하자 켜진 TV에서 방금 전 최강과 류세란이 처리했던 사건의 소식이 흘러나왔다.
뉴스를 지켜보던 류세란이 말했다.
“어? 저 사람?”
“아는 사람이냐?”
“아뇨. 그 정돈 아니고, 아까 좀 일이 있긴 했죠.”
뉴스에서는 진상 짓을 하던 스포츠카남의 모습이 여실히 찍혀 있었다.
“참, 별놈이 다 있네.”
“그쵸?”
류세란이 최강의 말에 답하고는 잠시 후 국밥을 먹는 그에게 말했다.
“최강 씨.”
“왜?”
류세란이 최강의 시선을 받자 방긋 웃으며 말했다.
“우리 다음에 또 같이 밥 먹어요. 그땐 제가 살게요.”
잠시간 눈을 끔벅이던 최강이 픽 웃으며 말했다.
“그래.”
***
다음 날이었다. 전날 있었던 붉은 갑주의 남자 이야기는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목격자들의 증언이나 협회로 잡혀 들어간 남자의 진술을 가정할 때 몬스터가 아닌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거짓말일 수도 있었지만 말이다.
-저거 진짜라고 생각함? 균열에서 나온 게 사람이라고?
-거짓말이지 진짜겠음? 지능이 높으면 사람인 척할 수도 있는 거 아님?
-와 근데 그건 모르겠고, 류세란 진짜 이쁘다.
-솔직히 몸매가 좋은 거지 이쁜 건 아니지.
-네 다음 모쏠.
-님들 님들 네티즌 수사대가 또 해냈음. 류세란한테 찝쩍대던 노랑 머리 신상 털림. 장민상 의원 작은아들이라고 함.
-나 어제 저거 현장에서 봤는데 손찌검도 하려고 했음 물론 그대로 보닛에 키스했지만ㅋㅋㅋ
-헐 장민상 의원, 자식 때문에 정치 인생 조지는 거 아닌가? 솔직히 바른말 하는 국회의원이라 좋아했는데.
-응, 수신제가평천하라고 했어~ 가정은 물론이고 자식 농사도 못 짓는 사람이 정치는 무슨.
-근데 생각해 보셈 존나 소름 돋는 게, 저게 류세란이었으니까 망정이지 만약에 일반 시민이었으면? 두들겨 패고 권력으로 그대로 사건 묻었을 거 아님?
-스포츠카로 여자 꼬시려다가 안 되니까 여자 패려고 하는 거부터가 이미 정상인이 아님. 심지어 비슷한 전과도 있었다며?
다음 날, 인터넷은 아니지만 뉴스와 신문으로 우범하가 공분했다.
요즘 같은 한국의 상황에서 최강과 연관된 사람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장민상 의원은 우범하의 입김이 강한 여당 국회의원이었다.
“장민상 의원 말이네. 다음 총선이 5선이었던가?”
“그렇습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우범하가 칼 같은 손절을 했다. 최강과의 관계를 떠나서 괜히 어정쩡하게 감싸고돌았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도 염려했기 때문이다.
우범하가 일단 장민상 의원의 일이 처리되자 말했다.
“아, 그리고 어제 잡아 온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오늘 새벽 눈을 뜨긴 했습니다만. 저 협회장님, 마침 그것 때문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가?”
“프락시온 측에서 그 남자의 인계를 원하고 있답니다.”
우범하가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프락시온이?”
“네,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으니 아마 확실할 겁니다.”
프락시온이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자국에서 문제를 일으킨 범죄자까지 넘겨야 할 의무가 협회 측에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음에도 우범하의 생각은 복잡해졌다. 꼭 필요한 일 아니면 국가에 접촉을 하는 녀석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프락시온이라는 종자들은 말이다.
“혹시 뭔가 짚이는 건 없나?”
“없습니다. 애초에 무슨 정보가 있어야 예측도 가능한데, 그런 게 없는 존재들이니…….”
우범하가 하는 수 없이 말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게 프락시온의 뜻이라면.”
***
특수 무인 수감소.
무림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감소이다 보니 수용 인력 역시 1세대 무림인으로 관리하는 수용소이다.
어젯밤 최강의 손에 제압당한 붉은 갑주의 남자도 여기 수감되어 있었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남자가 중얼거렸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처음에는 자신이 모르는 제국의 어딘가이거나 마나로 만든 허상 결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렇게 넓은 공간과 시스템을 결계로 구현할 수 있을 리 없었고, 동시에 제국이라기에는 사람들의 의식주 자체가 자신이 아는 것과 전혀 다른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남자가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잠시 후 쓸데없이 넓은 자신의 독방 문이 열렸다.
“고생했어. 혹여 무슨 일이 있어도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말고.”
문을 열고 들어온 사내를 본 남자가 본능적으로 긴장한 얼굴을 내비쳤다. 들어오기 전에 문 앞에서 간수에게 주의를 주는 모습만 봐도 기본적으로 상당한 지위가 있는 사람이란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이봐.”
남자가 땀을 삐질 한 방울 흘리며 말했다.
“뭐냐?”
“우리 거래하지 않을래?”
사내가 의외로 사근하게 웃으며 말을 걸어오자 남자가 말했다.
“거래? 무슨 거래 말이냐?”
“정보 교환이야.”
“정보? 어떤 정보 말이냐?”
“이쪽 세계의 정보와 네가 살던 그란디아 대륙의 정보.”
남자의 놀란 얼굴을 본 사내가 말했다.
“어때, 할래?”
“그란디아 대륙을 아나?”
“알지. 5개의 공국과 하나의 제국이 있는 곳.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여긴 그란디아 대륙과는 완전 다른 차원이야.”
“…….”
남자는 어제 정신이 들자마자 방금 전까지 줄곧 취조를 받았었다. 하지만 그란디아 대륙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이 사내는 알고 있었다.
사내의 말을 들은 남자가 말했다.
“원하는 게 뭐냐? 그보다, 그란디아 대륙으로 돌아갈 수는 있나?”
“물론 돌아갈 수 있지, 없겠어?”
말하던 사내가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성실하게 질문에 답해 준다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