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독방의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은 쇼튼이었다.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서 기다리고 있던 엘리자가 쇼튼을 보며 말했다.
“갈수록 거짓말이 능숙해지는데?”
“노하우라고 해 주면 좋잖아.”
엘리자가 문틈 사이로 피를 흘리며 차갑게 식어 가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솔직히 기분이 썩 좋지는 못했다.
“그래서 정보는?”
“녀석은 발티온 공국 소속이었고 백인장을 맡고 있던 기사인 것 같다. 녀석이 넘어오게 된 원인은 아마도 페르간과 발티온의 소규모 분쟁 중 발생한 대규모 마나가 원인이겠지.”
그란디아 대륙이 존재하는 세계의 마나와 이쪽 세계의 마나는 서로 다르다. 이것은 성장할수록 체내에 마석을 키워 가는 몬스터가 이쪽 세계로 오면 마나 플로라이트라는 다른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본래라면 다른 차원에 형성된 2개의 마나는 영원히 섞일 리 없었다. 차원 기술을 연구하던 넬슨의 연구소가 폭발하면서 발생한 균열로 하필 저쪽 세계의 마나가 대량으로 넘어오기 전에는 말이다.
쇼튼이 말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궁금하지 않아?”
“뭐가 말이야?”
엘리자가 궁금한 목소리로 물어보자 쇼튼이 말했다.
“넬슨은 분명히 천재가 맞아. 우리가 마나의 공명에 대해서 알아낸 게 겨우 얼마 전인데 고작 십수 년 연구해서 알아낸 것만 봐도 말이야. 하지만 궁금한 게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도대체 뭐가?”
“도대체 어떻게 저쪽 차원과 연결할 수 있었지?”
그렇다.
프락시온이 마나의 공명에 대해서 알아낸 것도 고작 20년 전이다. 처음 사천성에서 대규모 균열이 발생하고 나서 말이다. 하지만 어찌 됐든 마나의 공명 사실을 알아내도 결과적으로 저쪽 세계의 마나를 이용하지 않으면 애초에 차원은 열리지 않았어야 맞는 일이다. 자동이든 반자동이든 공명이 일어날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엘리자가 잠시간 생각하더니 생각하기 귀찮다는 얼굴로 말했다.
“포기해. 애초에 연구소가 폭발하면서 작은 정보 하나 남지 않았다잖아. 그걸 무슨 수로 알아?”
쇼튼이 엘리자의 말을 듣고 픽 웃었다.
“그러니까 궁금하다고 말한 거잖아. 별다른 의미가 아니었다고.”
엘리자가 쇼튼을 보고 시큰둥한 얼굴을 지어 보였다. 호기심 왕성한 쇼튼이 그냥 뱉은 말일 리 없었기 때문이다.
엘리자가 괜히 귀찮은 일에 말려들 것을 걱정하고 있을 때였다. 쇼튼이 무언가 생각난 얼굴로 말했다.
“아, 그리고 취조 중에 흥미로운 정보를 얻었어.”
“흥미로운 정보?”
쇼튼이 엘리자의 말에 말했다.
“무형기.”
“무형기? 그 발티온 녀석들이 사용하는 기술을 말하는 거야?”
“그래. 저 녀석이 취조가 끝나니까 궁금했는지 조심스럽게 묻더군. 도대체 그분은 누구냐고.”
엘리자가 흥미를 보이며 말했다.
“그분? 자세히 말해 봐. 더 있지?”
“당연하지.”
쇼튼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분이 누구냐고 물으니까 자신을 쓰러트린 사람이라고 말하더라고.”
엘리자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는지 말했다.
“최강 말이야?”
“그래.”
엘리자가 더 말하라는 듯 부추겼다.
“그래서?”
“녀석은 왜 최강이 그분이냐는 나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어. 그분이 강력한 무형기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 정도의 무형기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공국 내에서도 열 사람 이내라고 말이야.”
엘리자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최강이 저쪽 세계 사람이란 거야?”
“뭐, 아직 확정된 건 아닌데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어디까지나 녀석이 착각했을 수도 있는 거니까 말이야.”
엘리자의 표정이 굳었다. 쇼튼은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생각해 보니 이미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 있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점이나. 그래, 그 몬스터도 그렇지.’
그렇다. 적어도 정상인 중에는 없다. 몬스터를 키우는 녀석은 말이다.
엘리자가 말했다.
“쇼튼?”
앞서서 걸어가던 쇼튼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왜?”
“만약에 최강이 저쪽 세계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면 어떻게 할 생각?”
쇼튼이 픽 웃으며 말했다.
“뭘 당연한 걸 물어. 당연히 죽여야지.”
쇼튼의 말은 분명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최강 정도 되는 힘을 가진 사람이 만약에 저쪽 세계 사람이라면?
역으로 이쪽 세계에서도 거대한 마나를 일으켜서 공명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인류를 위해서라도 그런 남자를 살려 둘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번거로워도 방금 전 남자를 처리한 이유이기도 했다.
아마 최강이 데리고 있던 그 엘리트 몬스터도 최강과 사이가 틀어질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처리했을 것이다. 엘리트 몬스터 하나가 마나를 일으켜 봐야 얼마나 일으키겠냐만, 없는 편이 있는 것보다야 위험성이 낮으니 말이다.
엘리자가 쇼튼을 따라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의 등을 바라봤다. 어쩐지 분명히 맞는 말을 한 쇼튼이었지만 보고 있자니 자꾸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 느낌…….’
프락시온에 들어오면서 엄청난 성장을 한 엘리자가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 느낌은 불안감이었다.
***
최강은 지금 일전에 봤던 두 사람과 마주 앉아 있었다. 쇼튼과 엘리자였다.
“그래서? 다시 찾아온 이유는?”
쇼튼이 넉살 좋은 웃음을 그리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그때 거래하기로 했잖아?”
“아, 그러고 보니 벌써 한 달이 지났나?”
최강이 잊어버린 일을 떠올린 얼굴로 말했다. 그때 쇼튼과 엘리자가 빈손으로 돌아간 이유가 생각난 것이었다.
쇼튼은 그때 사용할 곳을 정하지 못한 최강에게 한 달 정도의 시간을 줄 테니 생각해 두라고 그렇게 말했었다.
“요즘 일이 좀 있다 보니 날짜 감각이 사라졌네? 다음에 다시 와 주겠어?”
엘리자가 톡 쏘듯 말했다.
“누군 한가해서 여기 다시 온 건 줄 알아?”
쇼튼이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엘리자, 잠깐. 약속했잖아? 조용히 있기로.”
“알았거든?”
쇼튼의 말에 신경질 부리듯 답한 엘리자가 최강을 말없이 바라봤다. 조금 전 이곳에 오기 전에 쇼튼이 했던 말이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최강이 엘리자의 시선이 신경 쓰였는지 말했다.
“뭐? 할 말 있냐?”
“딱히.”
최강과 엘리자의 눈싸움이 계속되자 쇼튼이 조용히 검지로 책상을 두들겼다. 최강의 시선이 잠시 옮겨 오는 것을 확인한 쇼튼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한데 얘는 무시해. 오늘 무슨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나 봐.”
최강이 엘리자를 대충 훑고는 쇼튼을 다시 바라보며 말했다.
“뭐 그거야 어렵지 않다만, 내가 방금 전에 말했듯이 생각을 아직…….”
말을 하던 최강이 입을 다물자 쇼튼이 말했다.
“왜?”
잠시간 생각하던 최강이 말했다.
“혹시 이걸로 물건을 만들 수도 있나?”
“뭐 불가능한 건 아니다만, 보시다시피 이렇게 작으니까 보통은…….”
“알고 있어. 세공해서 아이템을 강화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거지?”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도 될까?”
쇼튼이 아무렇지 않은 척 물어보고 슬쩍 엘리자와 눈빛을 교환했다.
“아는 녀석에게 들었어.”
쇼튼의 눈동자에 잠시였지만 최말숙이 비쳤다가 사라졌다.
쇼튼이 생각에 잠겼다.
‘정말로 저 녀석에게 들은 걸까?’
아닐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다. 애초에 무기에 마석이나 마나 플로라이트를 인챈트하는 기술은 모르더라도 저쪽 차원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사용처 정도야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잠시간 조용히 생각하던 쇼튼이 말했다.
“플로라이트의 온전한 성능까지는 기대할 수 없을 텐데 그래도 주조하겠다는 거지?”
“그래. 그래서 말인데 그 전에 하나 좀 물어보자.”
“좋아. 얼마든지.”
쇼튼이 얼마든지 물어보라는 듯이 손바닥을 보이며 말하자 최강이 말했다.
“말숙아, 청화수 좀 가지고 와 봐.”
최강의 말에 최말숙이 청화수를 들고 와 내려놨다. 이미 최강이 복속시켜 놓은 상태라 그런지 최말숙이 잡는다고 해서 별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청화수를 바라본 쇼튼의 눈에 순간적으로 놀라움이 스쳤다가 사라졌다.
“좋은 검이네. 근데 이걸 보여 주는 이유는?”
“이 녀석에 맞는 검집을 만들고 싶어서.”
“…….”
잠시간 생각하던 쇼튼이 말했다.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겠지. 단순히 넣고 빼는 용도는 아닐 거잖아?”
최강이 눈치 빠른 쇼튼의 말에 긍정했다.
“맞아.”
“그래서 능력은?”
“검의 성능을 제약하는 쪽이었으면 좋겠어.”
쇼튼이 말했다.
“좋아. 최선을 다해 보지. 근데 그 전에, 이번엔 내가 다시 궁금한 게 생겼는데 물어봐도 될까?”
“뭔데?”
“도대체 그런 능력을 가진 검집을 만들어서 뭐 하려는 건지 물어봐도 될까?”
최강이 검을 보란 듯이 들어 보이고는 말했다.
“이 녀석, 그냥은 사용하기 힘들더라고.”
***
대화가 끝나자 사무실을 나온 쇼튼과 엘리자가 말했다.
“쇼튼, 어때 보였어?”
“뭐가?”
답답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쪽 세계 인간 같았어?”
잠시간 생각하던 쇼튼이 말했다.
“솔직히 의심은 많이 가는데…….”
검집에 대한 이야기가 끝났을 때.
엘리자는 쇼튼과 상의도 없이 최강에게 질문을 했었다. 이건 쇼튼도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행동이었다.
-그란디아 대륙. 알아?
-그게 뭔데?
하지만 최강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제아무리 표정 관리에 능숙한 녀석일지라도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오면 당황하기 마련인데 최강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생각하던 쇼튼이 말했다.
“뭐 확신은 서지 않네. 엘리자는? 녀석이 거짓말하는 거 같았어?”
쇼튼이 자신을 바라보며 묻자 엘리자가 말했다.
“아니, 전혀. 그란디아 대륙에 대해서는 정말로 처음 듣는 듯한 느낌이었어.”
턱을 문지르며 생각하던 쇼튼이 말했다.
“뭐 조금 더 주시하다 보면 될 일이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
“왜 그런 거야?”
돌발 행동을 한 것에 대한 질문 같았다.
“불안해.”
“불안다고? 뭐가?”
“…….”
한참을 생각하던 엘리자가 말했다.
“뭔가 자꾸 큰 실수를 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
“감이야?”
심각한 얼굴로 말하던 엘리자가 쇼튼을 쏘아보며 말했다.
“왜? 그러면 안 돼?”
“아니. 그러면 안 될 것까진 없지. 엘리자는 감이 상당히 좋은 편이잖아.”
언제나 그렇듯 쇼튼이 한 수 물러 주자 엘리자가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래서 그래. 최강 그 녀석을 보고 있으면 위험한 느낌이 들어.”
쇼튼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럼 조심하면 될 일이지. 마침 녀석이 스스로 족쇄도 차겠다고 하잖아?”
청화수를 본 순간 쇼튼은 경악했었다. 프락시온 활동을 하다 보면 세간에 드러나지 않은 고위 등급 몬스터를 많이 접하게 되고 동시에 놈들을 퇴치하다 보니 뛰어난 아이템을 많이 접해 보기 마련인데, 그 뛰어난 무기들 중 어느 것도 청화수의 위압감에 필적하는 무기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착각이었을 수도 있지만 청화수라는 검이 보통 검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그런데.
지금 가뜩이나 아군인지 적군인지 분별이 불가능한 최강이 스스로 자신의 무기에 목줄을 채우겠다고 나서고 있었다.
이건 만약을 위해서도 아주 반가운 이야기였다.
쇼튼이 검지로 튕긴 마나 플로라이트를 낚아채며 말했다.
“무기의 능력을 약화시키는 검집?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 주면 될 일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