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프락시온이 돌아가자 휴게실에서 힐끔힐끔 내다보던 네 사람이 나왔다. 그중에는 최지우가 합류하고 나서부터는 내부적인 일보다 외부적인 일을 맡아서 하던 최성주도 있었다.
주소희가 말했다.
“저 근데 최강 씨, 아까 담보로 받은 거 있잖아요. 그게 뭐예요?”
주소희는 최강이 마나 플로라이트를 넘기기 전에 쇼튼이라는 남자에게 최강이 어떤 물건을 넘겨받는 것을 봤다. 필시 담보일 것이다.
“이거?”
최강이 바닥에 대충 내려놓았던 물건을 들어서 주소희에게 던지자 그것을 받아 든 주소희가 놀란 눈을 해 보였다. 휘황찬란한 외관부터, 능력을 사용해서 확인하자 보이는 흑암의 기운이 보통 물건이 아닌 것을 말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니크 아이템? 유니크 아이템 맞죠?”
최강이 쇼튼에게 받았던 물건은 쇼튼의 두 자루의 나이프 중 한 자루였다.
“그래. 그렇다고 하더라.”
이미 내공을 확인해서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의심하고 있던 주소희가 말했다.
“진짜 프락시온이구나…….”
주소희가 물건을 살펴보고 있자 최강이 말했다.
“그보다, 저거 구경할 사람은 구경하고. 아까 어디까지 했지?”
“아, 이제 제 차례요.”
최강은 두 사람이 방문하기 전에 다섯 명의 훈련의 성과를 점검 중이었다.
류세란이 앞으로 나와서 의형기를 이용해 동그란 구체를 만들고 이어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을 지켜보던 최강이 말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되겠네.”
“열심히 했거든요.”
류세란은 물론 이미 다음 단계도 수련 중에 있었지만 그 점은 구태여 말하지 않았다.
주소희에게 앞서는 방법은 기술적인 부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최강이 류세란의 말에 답했다.
“이따가 숙제 받아 가.”
“네.”
최강이 류세란을 점검해 주고 쓱 다섯 명을 살펴보다가 말했다.
“자, 그럼 다 끝난 거 같으니까 오늘은 여기서 끝. 각자 할 일들 해.”
최강의 말에 네 사람이 각자 흩어지자 최강이 여전히 단검을 검집에서 빼서 살펴보고 있는 주소희를 향해 말했다.
“야.”
주소희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답했다.
“네? 저요?”
“조용히 하고 여기 앉아 봐.”
최강이 건너편에 주소희가 앉는 것을 보고 말했다.
“너, 말숙이 생일 알아?”
“아니요?”
최강이 한숨 쉬었다.
“그렇겠지.”
“너…… 너무해요. 저도 나름 사정이…….”
최강이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서 주소희를 진정시키고 말했다.
“진정해. 나도 몰라서 물어본 거니까.”
주소희가 아차 하는 듯한 얼굴로 최말숙의 위치를 확인했다. 다행히 다른 일이 있어서 잠시 사무실을 나간 듯 보였다.
“죄송해요. 그래서요? 제가 슬쩍 물어볼까요?”
“아니. 그러지 말고. 그냥 가능하면 다다음 주 토요일에 생일을 쇠 줄까 생각 중이거든?”
주소희가 조금 걸리는 게 있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저야 상관없는데…… 이렇게 막 저희 마음대로 해도 돼요?”
“그래도 작년 이맘때쯤 처음 같이 살게 됐으니까 그렇게 의미 부여하면 괜찮지 않겠냐?”
주소희도 최말숙을 처음 만난 무렵이 이맘때쯤이었던 것을 떠올렸는지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런 거면 문제가 없을 거 같긴 하네요.”
“그럼 동의한 거다?”
“네. 근데 저희 둘이 쇠 주게요?”
“아니. 사무실 사람들은 불러야지.”
주소희가 최강의 말에 잠시간 생각하는 모습이 보였다.
“근데 생각보다 오래 기다렸다가 하는 이유가 뭐예요?”
최강이 말했다.
“선물이 그쯤 걸린다고 그러더라.”
“아, 벌써 선물도 준비하신 거예요? 뭔데요?”
최강이 흥미를 보이는 주소희에게 말했다.
“야, 혹시나 내 거에 묻어갈 생각 하는 건 아니지?”
“아, 저를 뭘로 보고……. 그런 거 아니니까 말해 봐요. 뭔데요?”
최강은 별로 말해 주기 싫은 표정이었지만 말 안 했다가 혹시나 겹치게 되는 문제가 생길지도 몰라서 알려 주었다.
“머리띠.”
“네?”
“머리띠라고! 왜, 불만 있어?”
최강이 이번엔 주소희가 검지를 가져다 대는 모습을 보고는 혀를 찼다.
“츳…… 여하튼, 행여나 겹치지 않게 준비해. 알았냐?”
“알고 있거든요? 누구처럼 머리띠 같은 건 안 사요.”
최강이 때마침 문을 열고 들어오는 최말숙에게 가는 주소희를 보며 불평하듯 중얼거렸다.
“괜히 말했네.”
***
프락시온의 은신처는 자주 바뀌지만 지금 은신처로 사용하고 있는 곳은 영국의 어느 저택이었다.
쇼튼과 엘리자가 한국을 떠나서 향한 곳도 이곳이었다.
대저택의 철창으로 된 문이 열리자 넓은 정원을 지난 쇼튼과 엘리자가 저택의 문을 열었을 때였다.
두 사람을 문 앞에서 반기는 사람이 있었다.
“어서 와. 쇼튼, 엘리자. 1년 만이던가?”
“아멜리아!”
아멜리아라 불린 여자는 엘리자를 제외한다면 프락시온의 유일한 여성 멤버였다.
2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엘리자보다 서너 살 더 많아 보이는 아멜리아의 품에 엘리자가 와락 안기며 인사를 나누자 쇼튼이 말했다.
“크리스는? 그리고 테리도 왔지?”
아멜리아는 테리라는 남자와 한 조를 이루고 있다. 아멜리아가 있다면 테리도 왔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멜리아가 말했다.
“물론이지. 테리랑 크리스는 2층 끝 방에 있을 거야.”
“땡큐.”
엘리자를 아멜리아에게 맡긴 쇼튼이 2층 복도 끝에 있는 방의 문을 열었다. 방은 커다란 발코니로 들어오는 빛 때문인지 상당히 밝은 느낌이었다.
방 가운데 위치한 테이블 앞 1인용 쿠션 의자에 앉아 있던 금발의 장발 중년 남자가 쇼튼을 향해 말했다.
“듣기로는 만들어 줄 물건이 있다며?”
“그래. 번거롭게 불러서 미안, 테리. 본의 아니게 거래 형식이 되어 버려서 말이야.”
쇼튼이 테리의 말에 답하자 테리가 말했다.
“그보다 플로라이트는?”
쇼튼이 플로라이트를 제법 강하게 던지자 테리가 가볍게 받아 냈다. 플로라이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선지 들고 있던 신문을 대충 접어서 테이블로 던진 테리가 플로라이트를 노려봤다.
“음…….”
손가락으로 고정하고 이리저리 돌리며 세심하게 살펴보던 테리가 말했다.
“상당히 질이 좋은데? 여태 봤던 S급 중에서도 최상품이겠어.”
테리가 쇼튼을 보며 말했다.
“그래서 만들어 줄 물건은?”
“먼저, 하나는 검집.”
“먼저?”
“그래. 만들 물건이 2개거든.”
테리가 재밌다는 듯한 웃음을 그리며 말했다.
“욕심이 많은 의뢰인이구만. 그래서 검집의 용도는? 플로라이트로 만들어 달라는 검집이니까 보통 검집은 아니겠지?”
“검의 성능을 제약하는 검집.”
“뭐?”
혹시 장난치는 건가 싶은 눈으로 쇼튼의 눈을 확인한 테리가 이번에도 웃었다. 하지만 똑같은 웃음이지만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방금 전이 재밌다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어처구니없는 웃음이었으니 말이다.
“정말 여러 방면에서 웃겨 주는 의뢰인이야. 그래서 그런 검집을 꼭 만들어 줘야 해? 듣자 하니 동료가 될지도 모르는 녀석이라며?”
“아, 그건 문제가 좀 생겨서 크리스하고 할 이야기가 있어.”
“음…… 그래? 동료가 안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가? 그럼 그건 그렇다고 치고, 두 번째 물건은 뭔데?”
쇼튼이 테리의 질문에 말했다.
“머리띠.”
“머리띠? 플로라이트로 말인가? 뭐 확실히 예쁘긴 하겠다만, 이건 뭐…….”
혼잣말로 중얼거린 테리가 발코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크리스라면 발코니에 있으니까 나가 봐.”
“고마워.”
쇼튼이 테리를 스쳐 지나가 맞은편에 있는 발코니로 향하자 테리가 말했다.
“근데 머리띠는 추가적인 주문은 없었나?”
“다음 주까지 만들어 달라는 말 말고는 딱히 없었으니까 적당히 테리가 편할 대로 해.”
테리가 까끌까끌한 턱을 쓰다듬는 모습을 보고 쇼튼이 발코니로 나갔다.
발코니에는 170미터 남짓의 작은 체구의 소년이 서 있었다.
“테리하고 이야기는 잘 끝났나?”
“어. 근데 크리스, 할 말이 있어.”
발코니를 통해 정원을 내려다보던 크리스가 돌아섰다. 크리스는 전형적인 서양권 미소년의 느낌이었다.
“그래, 할 말이란 게 뭔데?”
“최강에 관한 거야…….”
쇼튼은 붉은 갑주의 남자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크리스에게 했다. 최강이 그란디아 대륙의 사람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크리스가 중얼거렸다.
“그렇군. 그럼 미국의 균열은 그것 때문일 수도 있겠군.”
크리스의 중얼거림을 들은 쇼튼이 말했다.
“미국의 균열? 그게 뭔데?”
“아, 그렇군. 아직 뉴스를 보기 전인가?”
크리스가 쇼튼을 보며 말했다.
“오늘 미국에서 발표를 냈다. 보름 전쯤 대규모의 균열이 발생했고, 그 균열을 통해 수수께끼의 구조물이 넘어왔다고 말이야.”
“잠깐, 보름 전이면?”
“그래. 최강이 광둥성에서 샤오첸이란 중국 랭커와 싸웠던 날이다.”
“…….”
프락시온은 그날 중국에서 나타난 수수께끼의 기후 현상과 대규모 인구 이동 등에서 수상함을 느끼고 뒤늦게 중국 정부에 정보를 요구했었다.
때문에 프락시온은 구체적인 전투의 내용까지는 몰라도 전투의 결과 정도는 알고 있었다.
크리스가 다시 난간 쪽으로 비스듬히 돌아서며 말했다.
“아무래도 조금 더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최강 그자, 그란디아 대륙 사람일 확률이 상당히 높아.”
크리스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던 쇼튼이 잠시 후 말했다.
“저, 크리스?”
“왜?”
“좋은 생각이 있어.”
***
1주일 후였다.
엘리자와 함께 사무실로 불쑥 다시 찾아온 쇼튼을 보고 최강이 말했다.
“뭐야, 벌써 만들었어?”
“부탁할 일이 있어.”
최강의 얼굴에 알아보기 쉬운 표정 하나가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돌아가.”
귀찮음이었다. 쇼튼이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의 웃음을 지으며 최강의 맞은편에 앉아 말했다.
“아니 그러지 말고, 우리도 상당히 곤란한 상태니까 거래의 일환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최강이 아니꼬운 듯한 눈으로 쇼튼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일단 말해 봐.”
“무기를 돌려줬으면 좋겠어.”
최강이 손을 내밀었다. 마나 플로라이트를 내놓으라는 말이었다. 쇼튼이 두 손을 합장하며 말했다.
“미안한데, 그건 지금 사용 중이라 당연히 못 주지.”
“그럼 나도 당연히 못 준다고는 생각 못 하는 건가?”
쇼튼이 짐짓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만들다가 말했다.
“그럼 이건 어때?”
“뭔데?”
“혹시 미국에 근래에 나타났다는 수수께끼의 구조물 알아?”
균열에서 몬스터가 아닌 구조물이 튀어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언론에서는 이미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고, 보지 않더라도 TV는 항상 켜 두는 최강이 이걸 모를 리 없었다.
최강이 말했다.
“뭐 대충은.”
“그걸 같이 좀 처리해 줬으면 좋겠어.”
“…….”
최강이 말없이 쇼튼을 바라보자 쇼튼이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그게, 우리가 이번에 그 던전을 처리하게 됐단 말이지.”
“그래서?”
쇼튼이 난처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긴 뭐가 그래서야? 당연히 무기 하나가 없으니까 곤란한 상황인 거잖아?”
“물건은 언제쯤 완성되는데? 물건이 오면 무기도 당연히 돌려줄 생각이다.”
대화에 답답함을 느꼈는지 엘리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이 멍청아, 그걸 어떻게 당장 만들어. 머리…….”
찌릿.
최강이 조용히 하라는 듯이 쏘아보자 말을 멈춘 엘리자가 말했다.
“그…… 2개 중에 1개만 만들어도 보름이 걸린다고.”
엘리자가 다시 자리에 앉자 최강이 한숨 쉬며 말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그 던전을 같이 처리해 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