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최강이 최말숙과의 대화를 마치고 숲길을 걸어 나왔다. 최강을 발견한 북한 무인들이 말했다.
“동무, 어띠케 됐음네까?”
시원섭섭한 얼굴로 무언가 생각하던 최강이 대꾸했다.
“어떻게 되긴 어떻게 돼. 덕분에 대화 잘했다. 사람들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거다, 이제.”
“기게 무신 말입네까? 엘리트 아라크네는…….”
최강이 무인을 휙 노려보자 무인이 놀란 얼굴로 주춤 물러났다. 최강의 죽일 듯한 시선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저 녀석들 얌전할 테니까 저기서 살게 놔두라는 말이야.”
“…….”
“설마 그것도 못 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설마하니 몬스터를 해치워 달라고 요청한 남한에서 온 최강이 몬스터와의 불가침 계약을 맺을 것을 강요할 줄은 상상도 못 하고 있던 무인이 말했다.
“기…… 기럼 우리 조국의 영토는 어떻게 되는 겁네까?”
“아……! 그거 말인데.”
최강이 무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돈으로 살게. 얼마면 되냐?”
***
며칠이 지난 오후였다. 대한민국에서는 협회장 우범하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가 열린 이유는 아라크네의 문제와 관련이 있었다.
최강이 하는 대외적인 일의 업무는 우범하가 처리하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아라크네의 영지가 위치한 땅을 사는 일도 우범하가 맡았기 때문에 정적들의 타깃이 된 것이었다. 하지만.
우범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최강의 부탁이라고 한들 이번 부탁을 들어줬다가는 정적들의 공격을 받게 될 것임을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범하는 최강의 부탁을 들어줬다.
자신들의 밥그릇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우범하는 국익을 위한 선택을 한 것이었다.
‘최강과의 관계가 틀어져서는 안 된다.’
그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최강이라면 자신이 부탁을 거절했을 시 부탁을 들어줄 다른 세력을 찾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들이 부탁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내걸 것은 최강의 포섭일 것이었다.
결국 우범하는 북한과의 사이가 조금 틀어지더라도 최강을 잃는 것이 더 손해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때문에 우범하는 반국가 반민족적인 행위를 범했다며 열린 청문회에 참석했음에도 당당했다.
자신이 아니라 오히려 반국가적인 행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은 최강과의 친분 때문에 현 여당으로 과하게 집중되는 여론을 뒤엎고자 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저희 쪽 정보에 의하면 협회장님이 북한의 땅을 매입한 것이 최강이 부탁한 일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청문회가 시작되자 모처럼 만의 명분을 얻은 야당 쪽 의원 한 명이 뱉는 말에 우범하가 답했다.
“네, 맞습니다.”
우범하가 순순히 인정하자 의원이 말했다. 어차피 이번 기회를 반전으로 삼지 못하면 다음 대선은 물론이고 다음 총선도 참패는 확정이기 때문에 독이 잔뜩 올라 있었다.
“그럼 또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협회장님은 몬스터에게 살 수 있는 땅을 지급하기 위해 사비를 사용한다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보십니까?”
“확실히 일반적인 경우라면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의외로 우범하가 순순히 답하자 의원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솔직히 대화가 너무 쉽게 흘러갔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럼 반국가 반민족적인 그리고 또 반인류적인 행동을 자행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우범하가 말했다.
“반인류적인 행동일 수는 있어도 반국가적인 행동은 아니라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답변하며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제가 한 가지 질문드려도 되겠습니까, 박 의원님?”
“말씀하시죠.”
흔쾌히 발언을 허락하자 우범하가 말했다.
“의원님은 저보고 방금 전에 ‘반국가 반민족적인 행위를 했다’ 이렇게 주장하신 것 같은데 어떤 부분이 반국가적인 행동을 했다는 것인지 알려 주셨으면 합니다.”
“그걸 모르신다니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건…….”
말을 하던 박 의원이 멈칫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우범하의 표정이 너무 여유로웠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정치를 해 왔기에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발언, 위험한가?’
박 의원의 입이 다물어지자 우범하가 말했다.
“왜 말씀을 못 해 주십니까? 어느 부분이 반민족 반국가적인 행위였는지 알려 주시죠.”
“…….”
우범하의 재촉에 그를 말없이 바라보던 박 의원이 말했다.
“요즘 북한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되어 가는 것에 대해 여론이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을 협회장님도 아실 겁니다. 그것이 반국가적인 행위가 아니면 또 뭡니까? 그리고 마찬가지로 통일이라는 민족의 오래된 과제를 방해하는 행동이니 반민족적인 행위 역시 포함되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우범하가 박 의원의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박 의원님. 제가 그 반국가 반민족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최강이 한국을 떠난다 해도 박 의원님은 다른 선택을 하셨을 겁니까?”
기껏 하는 말이 뭔가 싶어서 기다렸던 박 의원이 속으로 우범하를 비웃으며 말했다. 결국에 최강의 영향력을 끌어들이려는 심산으로 보였다.
박 의원은 최강이라고 한들 반국가 반민족적인 프레임을 이겨 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저라면 물론 그렇게 할 것입니다. 하지만 웃기는군요. 거절하면 최강이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간다라. 너무 억측입니다. 그간 행동을 봤을 때 최강은 한국을 쉽게 떠날 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아니,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그간 미국이나 중국 등 최강을 끌어들이기 위해 막대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강은 한국에 남는 것을 택했습니다. 또 얼마 전 1,000조 원의 상금을 전부 사회에 환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요. 분명히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말을 마친 박 의원이 우범하의 낯빛을 살폈을 때였다.
피식.
우범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떠날 수 없는 이유라. 재밌군요.”
“‘재밌다……?’ 협회장님, 일단은 청문회의 당사자인 만큼 발언에 주의를 해 주시지요.”
우범하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한 목소리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박 의원님,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최강 정도 되는 무인이 고작 대한민국에서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존재한다고요?”
“그…… 그렇습니다. 그 증거로 실제로 떠나지도 않고 있…….”
우범하가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떠나지 않은 겁니다. 근데 그게 어째서 떠날 수 없어서 안 떠난 겁니까? 떠나지 않았던 거지. 억측은 박 의원님이 하고 계시다는 생각은 안 해 보셨습니까?”
마치 뭔가 안다는 듯한 우범하의 말에 박 의원이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박 의원님.”
뭔가 궁지로 몰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 탓인지 박 의원의 목소리는 처음과 달리 조금 예민해져 있었다.
“뭡니까, 또?”
“최말숙 양을 아십니까?”
“최강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자아이로 알고 있습니다. 최강의 양딸이었던가요?”
“맞습니다. 근데 그 아이가.”
우범하가 말했다.
“아라크네입니다.”
***
-최강이 키우던 몬스터, 그 이름 최말숙.
-우범하 반국가 반민족적인 행위, 최강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어.
청문회의 내용은 그날 일파만파 국내외로 퍼졌다.
└음…… 최강이 왜 그랬는지 공감은 안 되지만 이해는 된다.
└저는 조금 공감도 되는데. 막말로 최강 입장에서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기 양딸의 생모하고 생모 감싸는 양딸까지 죽이라는 건데 그게 어디 쉬운 결정인가?
└그러니까 애초에 몬스터 같은 걸 안 키웠으면 되는 거잖아!
└그러게 최강이 실수했네. 리치가 이런 새끼들 다 쓸어버릴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는데.
당연히 여론은 최강이 그동안 행했던 선행 덕분에 그냥 묻혀 가는 분위기이기는 했지만 반감을 가진 여론도 분명히 생겨나 있었다.
청문회라는 고비를 그래도 나름 선방한 우범하. 그가 전화기 너머의 최강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말숙 양의 이야기를 발설하는 것이 최강 님에게는 안 좋을 거라는 건 알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뭐 그건 상관없고요. 그래서요? 땅을 사는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우범하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최강의 목소리에 픽 웃었다.
‘그래. 이런 남자였지.’
다시 한번 우범하가 그날 자신의 결정을 칭찬했다.
명예, 재물, 이성. 어느 것에도 관심 없는 최강이지만 자기 사람을 챙기는 것만큼은 확실한 사람이 최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범하는 최강에게 더 잘할 필요성을 느꼈다. 정치 인생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나라를 위해서 말이다.
우범하가 말했다.
“그 일이라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한평생 사회주의 세상에서 살아왔으니 자본주의의 원리에 대해서 조금 난해해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말이죠.”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애초에 이 부분은 이야기할 것도 없었다.
최강이 힘으로 내놓으라고 한다면 북한은 군말 없이 내놓아야 할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최강은 이미 인접한 국가에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냥 뺏겨도 뭐라고 할 수 없는 그 작은 도시만 한 크기의 땅을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이, 당장에 굶주리는 주민들을 임시로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의 자본이다.
아마 북한도 반감은 분명히 강하겠지만 싫다고 할 만할 상황은 아닌 것이다. 어차피 최종적으로 남한과 다시 통일을 목표로 한다면 말이다.
우범하가 말했다.
“그래서 말입니다, 최강 님. 이전에 돈을 구할 만한 적당한 곳을 알아봐 달라고 한 것 있잖습니까?”
-아, 그랬죠. 찾으셨습니까?
조금 웃긴 이야기지만 최강은 이제부터 돈을 벌어야 했다. 이렇게 큰 지출이 생길 줄도 모르고 이미 바실리스크의 전액을 재단의 소유로 기부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예. 적당한 곳으로 몇 군데, 메일로 보냈습니다.”
***
쇼튼과 엘리자는 그날 이후부터 프락시온이 임시로 사용하는 저택에 머물고 있었다.
저택의 한편에는 테리의 대장간이 존재했는데, 쇼튼은 지금 그곳에 있었다.
며칠 전부터 이미 완성된 듯한 검집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테리를 보며 쇼튼이 말했다.
“그쯤 하면 되지 않을까? 내가 보기엔 이미 완벽하다고.”
검집은 크기가 크기인 만큼 불순물의 빈도가 높아져서 플로라이트 고유의 빛깔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면 하급 유니크 아이템 수준은 되지 않을까?’
분명했다. 이미 강제로 부술 수 없도록 강력한 외압도 가해 본 결과, 검집은 이전 검집과는 다르게 끄떡없었던 것이다.
진열대 위 까무잡잡한 검집을 바라보며 턱을 쓰다듬던 테리가 말했다.
“글쎄…… 나도 최선을 다했으니 그걸 알고 있다만…….”
“화 속성에 강력한 내성을 가지도록 만들었다며?”
테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쇼튼이 뒤늦게 도착한 던전에서 청화수가 가진 능력이 열기임을 알아차리고 알려 줬기 때문이다.
“맞아.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될까 하는 느낌이라는 거지.”
테리는 이 검집이 최강의 무기를 무력화시키는 데 있음을 알고 있다.
저택으로 좀처럼 모이지 않는 프락시온의 멤버들이 얼마 전 하나씩 몰려드는 것이 최강과 관련된 일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결정이 날지는 아직 미정이었지만 결과야 어떻든 검집이 제 역할을 못 한다면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장인 정신이 투철한 테리는 영 찝찝한 것이었다.
그리고 테리가 쇼튼과 같이 대장간에서 시간을 보낼 때였다.
‘테리. 쇼튼.’
엘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간 됐어. 크리스가 두 사람을 데리고 오래.”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던가?”
오늘은 최강과 관련된 방향성을 이야기하는 날이었다. 쇼튼이 엘리자의 말에 그렇게 답하며 이동하다가 걸리는 것이 있는지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던 테리에게 돌아서며 말했다.
“뭐 해, 테리. 가자.”
쇼튼을 보던 테리가 진열대 위에 놓인 검집을 천으로 덮으며 말했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