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크리스가 있는 곳은 2층 끝 방이었다. 문 앞까지 함께 이동한 쇼튼이 방문을 열었다.
벽에 기대고 서 있는 사람.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 의자의 손잡이에 걸터앉은 사람 등 제각기 다양한 자세로 대기 중인 사람들이 보였다.
방에 있는 사람을 하나씩 보던 쇼튼이 의외라는 듯한 눈을 해 보였다. 한쪽에 앉아 있는 무리 때문이었다.
‘저 녀석들도 왔나?’
랭킹 13위부터 10위에 해당하는 녀석들.
쇼튼에게 녀석들의 참석은 의외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마나의 공명에 관한 정보는 프락시온 내에서도 인원 변동의 위험성이 낮은 9위부터 공유되는 정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최강과 관련된 사건은 마나의 공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어째서 녀석들이 이곳에 있는 건가 의문을 가진 쇼튼의 시선이 크리스를 향했다.
‘무슨 이유가 있는 건가?’
그리고 쇼튼이 문 앞에서 크리스를 보며 뻘쭘하게 서 있을 때였다. 쇼튼을 본 것인지 자리에 있던 13위 랭커 알티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yo~ 쇼튼.”
쇼튼의 고개가 알티스를 향해 돌아갔다. 쇼튼의 시선을 느낀 알티스가 말했다.
“전에 말했던 대련은 도대체 언제 해 줄 생각이야?”
대련.
알티스는 입단과 동시에 쇼튼에게 항상 대련을 요청해 왔었다. 물론, 프락시온 내부에서도 멤버들 간의 대련을 딱히 금지하고 있지는 않으니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일단 레온이나 이기고 말하는 게 어때?”
어디까지나 대련도 급이 맞아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신은 간신히 9위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구태여 나누자면 정식 프락시온이다.
저들같이 언제 잘려 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프락시온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10위도 아니고 가장 낮은 13위 멤버와 겨룬다는 건 확실히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다.
알티스가 말했다.
“에이~ 너무 그러지 말라고. 레온은 내 파트너잖아?”
“그럼 그레니어라는 선택지도 괜찮겠네.”
쇼튼이 다른 그룹의 11위 멤버를 능청 떨며 지목하자 알티스가 말했다.
“그레니어는 조금 재미가 없을 거 같걸랑?”
쇼튼이 그답지 않게 눈을 좁히며 말했다.
“그 말, 나도 마찬가지로 돌려줄게. 별로 재밌을 거 같지 않아. 나도.”
쇼튼과 알티스의 묘한 신경전이 이어질 때였다. 알티스의 입이 열리려는 차에 엘리자가 말했다.
“정 뭣하면 내가 상대해 줘도 되는데?”
“…….”
방 안이 순간적으로 조용해졌다. 알티스의 시선이 엘리자를 향했기 때문이다. 엘리자가 알티스의 시선을 느끼며 말했다.
“어때? 할래?”
엘리자를 조용히 바라보던 알티스가 이내 픽 소리 내며 어깨를 으쓱였다.
“마음만 받지. 숙녀를 때리는 취미는 없으니까.”
비전투 계열 9위인 쇼튼에 비해서, 마법 계열이긴 해도 전투 계열에 해당하는 엘리자와의 승부가 부담이 되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이었다.
“흥! 그러셔?”
여하튼 엘리자의 개입으로 쇼튼과 알티스의 묘한 신경전이 대충 끝이 났을 때였다. 상황을 한마디 말 없이 지켜보던 크리스가 말했다.
“그럼 인사는 다 한 것 같으니 이야기를 시작해도 되겠지?”
알티스가 목 깍지를 끼며 말했다.
“그러시든가.”
“알티스.”
“왜.”
크리스가 알티스를 향해 조용히 고개를 옮겼다.
“목 깍지는 풀도록 해.”
크리스의 서늘한 시선을 본 알티스가 위축당한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얼굴을 구겼다. 크리스가 깍지를 푸는 알티스를 보고 말을 시작했다.
“오늘 모두를 불러들인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에서 발생한 균열에 대해서 알고 있나?”
“대충은.”
크리스가 쇼튼의 말에 대충 둘러보고 마찬가지의 의견인 듯한 분위기이자 말했다.
“그 균열의 처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
알티스의 파트너인 레온이 조용히 손을 드는 모습이 보였다. 크리스가 말했다.
“무슨 할 말이 있나, 레온?”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이야.”
“뭐가 궁금하지?”
크리스의 질문을 들은 레온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듣기로는 균열로 넘어온 몬스터가 아라크네라던데, 아닌가?”
“아라크네가 맞다.”
레온이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리 수가 좀 많다지만 그 정도 몬스터에 우리가 굳이 이렇게 모일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틀린가?”
당연한 주장이었다. 프락시온이라면 어지간한 랭커들도 손가락 몇 개로 요리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수준의 랭커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 틀리다. 상당히 강한 엘리트 아라크네가 존재하기 때문이지.”
크리스의 말은 의외였다. 레온의 말을 부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해? 그래 봐야 아라크네 아닌가?”
아라크네는 이쪽 세계로 넘어오는 통상적인 몬스터를 놓고 보면 상위권에 랭크된 몬스터이지만 몬스터를 전반적으로 놓고 보면 중급 정도나 되는 몬스터이다. 때문에 레온은 그 몬스터가 강해 봐야 중급 몬스터 수준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크리스가 말했다.
“그것 역시 아니다. 내가 접수한 정보로 본다면 적어도 알티스 수준에 필적한다.”
알티스의 고개가 크리스를 향해 휙 돌아갔다. 자존심이 좀 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크리스의 말 한마디에 쫄아 버린 알티스였지만 프락시온 내에서나 말단이지 밖으로 나가면 최상위의 랭커다.
그런데 그런 그가 고작 중급 몬스터에 해당하는 아라크네의 엘리트와 비슷하다는 말을 들었다. 기분이 상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크리스가 말했다.
“무슨 할 말 있나, 알티스?”
알티스가 방금 전 일 때문인지 순간적으로 움찔하는 듯하더니 다음 순간 기미를 지우고 말했다.
“아니. 다만, 그 엘리트 아라크네를 해치우는 사람을 정하는 거라면 내가 가도록 해 줬으면 한다.”
“별다른 지원자가 없다면 그러도록 하지. 그보다 레온, 더 궁금한 것은 없나?”
크리스의 물음에 레온이 무슨 말을 하려다가 단념한 얼굴로 말했다.
“없다.”
알티스 녀석이 나댄 덕분에 영락없이 본인들이 가야 할 판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인원을 선출하겠다. 선출 인원은 네 명이다. 일단 지원자가 두 명 있으니 최소 두 명 정도는 더 지원해 줬으면 좋겠군.”
크리스의 말에 레온이 놀란 눈을 해 보였다.
“뭐, 네 명?”
이야기를 들으며 내심 반신반의하고 있던 그레니어도 말했다.
“진심인가, 크리스?”
“그래, 진심이다. 몬스터를 잡다가 프락시온이 사망했다는 소리를 들은 수는 없지 않겠는가?”
네 사람. 특히 두 자릿수 랭커에 해당하는 멤버들은 할 말이 많은 것 같은 얼굴이었다. 솔직히 자신들도 마찬가지의 취급을 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쭉 지켜보던 쇼튼이 말했다. 크리스가 어째서 알티스 일행을 불렀는가 했더니, 애초에 이럴 심산이었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난 그런 거라면 빠지겠어. 따로 할 일도 있고.”
쇼튼의 말에 픽 웃은 테리도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직 할 일이 남아서. 솔직히 말하면 움직이기 좀 곤란한 상황이다.”
프락시온은 활동할 때 파트너의 동반이 필수다. 때문에 테리가 빠졌으니 아멜리아도 마찬가지고 쇼튼이 빠졌으니 엘리자도 마찬가지인 상황이 되었다.
남은 또 하나의 조를 바라보던 그레니어가 푹 한숨 쉬었다. 분위기가 영락없이 자신들이 가야 할 것 같은 흐름이었기 때문이다.
“알았어, 알았다고. 어쩔 수 없지.”
그레니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북한에 가서 그 엘리트 아라크네를 포함해서 아라크네들만 전멸시키면 되는 건가?”
“그래. 다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내가 따로 연락을 준 이후에 해야 한다. 조금 준비할 것이 있으니까.”
알티스를 포함한 세 사람이 방을 빠져나가자 그레니어가 걸음을 옮겨 바깥 문고리를 잡고 말했다.
“그래, 그렇게 하지.”
***
알티스를 포함한 네 사람이 완전히 저택을 빠져나가고 잠시 후였다.
엘리자가 크리스에게 자신의 의견을 어필했다. 엘리자는 아직도 조금 더 확신이 생길 때까지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건, 유감이지만 안 될 말이다. 엘리자.”
크리스의 답변에 엘리자가 당황한 얼굴을 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크리스도 방금 전까지 자신의 감은 잘 맞는 편이라며 말했었기 때문이다.
“왜? 어째서? 크리스도 방금 전에 내 감이 좋다는 건 인정했잖아!”
“감이 좋다는 건 여전히 인정한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최강이 그란디아 대륙의 사람일 확률이 높다고 말해 주는 이론적인 확률이 존재하니까.”
대충 말하면 그래도 곧잘 알아듣던 엘리자가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을 해 보이자 크리스가 말했다.
“좋다. 그럼 이렇게 하지. 여기 남은 사람이 과반수로 엘리자, 너의 뜻에 동의한다면 나 역시 다시 한번 고려해 보겠다.”
크리스가 모두에게 말하듯 말했다. 방에는 엘리자와 크리스를 제외하면 다섯 사람이 존재했다. 테리와 아멜리아, 쇼튼 그리고 또 하나의 다른 조에 해당하는 두 사람, 클락과 케인이었다.
“최강을 조금 더 지켜보는 쪽이 좋겠다 싶은 사람은 거수해라.”
크리스의 말에 손이 들리는 사람은, 아멜리아와 엘리자의 기세에 핼쑥한 얼굴을 해 보이며 마지못해 거수한 쇼튼이었다.
들린 손의 개수를 살피던 크리스가 말했다.
“4:3 결정 났군. 포기해라, 엘리자.”
엘리자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목격했지만 끝난 대화라는 것을 말해 주듯 크리스가 대화를 이어 갔다.
“검집은 얼마나 되었지?”
테리가 찝찝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미 다 했다. 그런데…….”
“그런데?”
“뭔가 좀 불안해.”
크리스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테리, 너도 감인가?”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는 거 보면 감이 맞겠지.”
크리스가 살짝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상한 일이군.”
일반적으로 보통 사람의 감은 그다지 신용할 것이 못 되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초인에 달하는 프락시온 수준의 인간의 감이라면 꼭 그것을 기분 탓 정도로 치부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방금 전 엘리자의 고집에 마지못해 거수투표까지 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테리, 그럼 왜 방금 전에 손을 들지 않았지?”
“검집의 완성도 부분에서 불안하단 거였지. 최강 그 친구와는 별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랄까?”
“음…….”
크리스가 테리의 말에 잠시간 생각에 잠기자 쇼튼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래서 최강 쪽은 누가 맡을 거야?”
크리스의 입이 열리려고 하자 엘리자가 선수 쳤다.
“일단 난 싫어! 물론 쇼튼도 안 돼.”
“이유는?”
크리스의 물음에 엘리자가 말했다.
“당연하잖아? 나는 말했듯이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야. 그런데 나보고 가라고?”
“확실히 그렇군. 테리 너는 어떻지?”
“글쎄……. 정 갈 사람이 없다면야 어쩔 수 없겠지만…….”
테리의 시선이 은근슬쩍 클락과 케인 쪽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뭐야? 우리보고 가라고?”
클락의 말에 테리가 넉살 좋게 웃으며 말했다.
“뭐, 해 주면 좋겠다는 거지. 그래서 답은?”
잠시간 생각하던 클락이 어쩔 수 없다는 양 말했다.
“그래, 가지 뭐. 엘리자 말마따나 찬성한 사람이 가는 게 맞지 않겠어?”
테리가 가면 반대했던 아멜리아도 가야 한다. 아마도 클락의 말은 그런 의미인 듯 보였다.
테리가 말했다.
“고맙군.”
대화를 마무리한 테리의 시선이 다시금 크리스에게 향했다. 크리스가 말했다.
“엘리자. 너의 의견대로 최강을 상대하는 건 클락과 케인이 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래도 검집은 일면식이 있는 너희가 가져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이것도 싫은가?”
깊게 생각하던 엘리자가 말했다.
“뭐, 좋아. 검집뿐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