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09
109화
최강은 류세란을 제외한 두 사람에게는 천지 가르기를 비롯한 4개의 동작을 알려 줬다. 자신과 같은 풍기의 유형기를 지닌 두 사람은 구태여 의형기까지 넘어가지 않아도 지금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최말숙의 천지 가르기는 아직 미숙하다. 그래서 첫 동작인 천지 가르기를 준비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동시에 위력도 최강보다는 약했다.
“끄으응.”
지금 미간에 힘을 잔뜩 준 알티스가 엄청난 풍압에 저항할 수 있는 것도 그 이유였다. 하지만.
“큭…….”
끝끝내 저항하던 알티스의 사지가 펴지는 모습이 보였다. 최말숙이 알티스를 향해 천지 울리기와 천운 올리기를 주저 없이 연타로 사용했다. 최강에 비해 위력이 약한 자신의 공격이 나누어지면 가장 핵심인 마지막 공격을 적중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말숙의 천운 올리기는 기술 이름에 맞지 않게 조금 위력이 부족했지만 그렇다고 황천 보내기를 준비하는 시간이 부족할 정도는 아니었다.
떠오른 알티스가 추락하는 것을 보고 주먹을 강하게 쥔 최말숙이 이번 일격으로 적어도 남자를 재기 불능 상태로 만들 마음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콰앙.
마침내 최말숙의 황천 보내기가 정통으로 직격했다.
지켜보던 세 명의 프락시온들을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 알티스가 시야 밖으로 넘어가 잠시 후 민둥산 하나와 폭발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레니어가 레온을 보며 말했다. 대충 봐도 상당한 위력이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검을 휘두르는 녀석답지 않게 맷집이 약한 알티스를 걱정한 것이었다.
“레온, 알티스 저 녀석 죽진 않았겠지?”
“저 정도로 죽지는 않았을 거다. 근데…….”
레온이 최말숙을 보며 말했다.
“우리가 없었다면 죽었을 거다. 방금 걸로 당분간 리타이어는 확정일 테니까.”
레온이 크리스가 어째서 네 명을 보냈는지 깨달았다는 양 말했다.
“뭐, 방심할 상대는 아니라는 거겠지.”
레온의 말에 두 사람이 각자 병기인 창과 활을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도 레온의 말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레온마저 손에 무기인 너클을 끼는 것으로 전투준비를 완료하자 세 사람이 최말숙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비록 알티스와의 싸움으로 온전한 상태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는 상대임을 감안한 것이었다.
그리고 세 사람이 최말숙과 50미터 남짓 남겨 뒀을 때였다.
번쩍.
최말숙의 머리띠에 달린 하나의 꽃봉오리가 펼쳐지는 모습이 보였다.
***
최말숙은 그렇게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실전에서 처음 사용해 보는 황천 보내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마나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최말숙은 지금 잘해 봐야 절반 정도의 마나가 남은 상태였다. 그런데…….
“……?”
이상한 일이었다. 갑자기 온몸에 피로가 풀리는 듯한 기분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최말숙이 마나를 운용해 보자 착각이 아님을 확신했다. 몸에 마나는 물론이고 컨디션도 어느 때보다 좋아진 상태였다.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최말숙이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였다. 잠시 후 최말숙의 눈앞으로 무언가 떨어져 내렸다.
‘이건…….’
모를 수가 없는 물건이었다. 머리띠에 달려 있던 3개의 장식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그날 최강에게 선물받고 얼마나 유심히 살펴봤는지 모른다.
최말숙이 색이 죽어 버린 장식을 허리 숙여 집어 올리자 곧이어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구나…….’
최말숙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몸이 회복된 이유는 이것 때문임을 말이다.
반면에 최말숙이 갑자기 회복한 것을 목격한 세 사람도 최말숙과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저 머리띠…….’
상당히 곤란한 물건이었다. 머리띠에는 아직 2개의 장식이 더 남아 있었고 여차하면 방금 전처럼 두 번 더 회복이 가능하다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레온이 두 사람과 눈신호를 주고받은 다음 순간이었다. 세 사람이 동시에 몸을 날렸다.
먼저 선두에 나선 레온이 최말숙을 정면에서부터 몰아붙였다. 이어서 그레니어가 측면을 돌면서 빈틈이 생길 때마다 최말숙을 공격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남자가 그 틈에 최말숙의 머리띠를 조준해서 화살을 쏘았다.
일단 저 머리띠를 확실하게 처리해야 최말숙을 죽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번쩍.
그건 완벽한 착각이었다. 애초에 머리띠의 3개의 장식이 전부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것 자체가 세 사람만의 생각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화르르륵.
두 번째 꽃봉오리가 만개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등장한 것은 일전에 최강이 나가의 성지를 밀어 버릴 때 청화수가 일으켰던 하얀색 화염이었다.
하얀색 화염은 그때에 비하면 지극히 소량이었지만 그럼에도 일대를 덮어 버리기에는 충분했고 효과도 굉장했다.
불꽃에 닿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주변의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점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무, 흙, 하늘에 날아가던 새들까지도 예외는 없었다. 물론, 방금 전까지 최말숙을 위협하던 세 명의 프락시온도 마찬가지였다.
“끄아아악.”
“내 손이…….”
손끝에서부터 피어난 불이 갑자기 살갗을 태우며 전신으로 번져 가자 프락시온들이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그들에게는 처음 맛보는 고통이었기 때문이다. 마나의 축복을 받은 그들을 위협하는 불꽃은 적어도 그들의 인생에 존재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도대체 몇 도나 되는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불꽃에 전신을 잡아먹히며 발버둥을 치던 레온이 마침내 털썩 무릎 꿇었다.
설마하니 용암을 뒤집어쓰지 않는 이상 화산 속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자신했던 레온이지만 예외는 없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다 녹아내리고 용암이 되어 흘러내리는 그곳에 홀로 서 있는 최말숙의 머리띠에서는 세 번째 장식이 빛나고 있었다.
***
다음 날이었다.
크리스의 전화를 받은 쇼튼이 급하게 북한으로 향했다. 알티스를 포함한 네 명이 모두 연락이 안 된다는 말 때문이었다.
확인차 빠르게 북한으로 이동한 쇼튼이 아직도 붉게 물든 대지를 멀리서 내려다보며 인상 썼다.
‘최강이 다녀간 건가?’
당연한 생각이었다. 보스턴에서 그랬듯이 지형의 차이를 고려한다면 주변에 다량의 수분이 없는 이곳에서는 이 정도의 화력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고 충분히 의심해 볼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확인해 봐야겠어.”
쇼튼이 엘리자에게 말하고 멋대로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엘리자가 쇼튼을 말려 세웠다.
“자…… 잠깐!”
“왜 그래?”
“너야말로 미친 거 아니야? 상황은 뻔해. 네 사람은 죽었을 거야.”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엘리자야말로 요즘 왜 그래?”
쇼튼이 엘리자를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잘 생각해 봐. 나도 유감스럽게도 네 명이 살았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 그래도 꼭 확인해야 할 필요성은 있잖아? 이게 최강의 짓인지, 그 거미 아가씨의 짓인지.”
쇼튼의 말에 엘리자의 표정이 굳었다. 후자의 경우라면 최강 이외에도 예상외의 전력이 생겨났다는 점이 상당히 문제였기 때문이다. 프락시온들 중에서도 굳이 서열을 나누자면 낮은 그들이었지만 그래도 일단 초일류의 랭커를 네 명이나 최말숙이 해치웠다는 말이 되니 말이다.
그리고 전자라면 더 심각했다. 지금 이 상황을 고려해 보자면 청화수라는 그 검이 검집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말이거나, 아니면 검집의 영향을 받고도 이 정도의 화력을 낼 수 있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엘리자가 말했다.
“나도 알아. 근데 역시 너무 위험하잖아? 혹시나 해서 묻는데, 쇼튼은 이 정도의 여파를 남기는 화염을 감당할 수 있어?”
쇼튼이 붉게 물든 일대를 내려다봤다. 주변의 거의 모든 것이 그대로 불타 사라지고 용암이 흘렀던 길만 평지에 보일 뿐이었다. 아라크네의 영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절반 가까이 타들어 간 그곳은 이미 무언가 살 만한 곳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엘리자가 말했다.
“중요한 건 알지만, 지금은 정비할 때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프락시온의 멤버를 다시 재구성할 필요는 있는 거잖아?”
***
최강은 퇴근해서 집 옥상으로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최강의 발걸음이 갑자기 빨라졌다. 최강의 걸음이 소리 없이 빨라지자 주소희가 말했다.
“뭐예요? 무슨 일 있어요?”
“…….”
주소희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성큼성큼 계단을 오른 최강이 문을 열었다.
최강의 눈에 현관문 앞에서 누더기 드레스를 예쁘게 잡아 올리며 인사하는 최말숙이 보였다.
“다녀오셨사와요.”
그때 처음 만났던 그날과 같이 갑자기 찾아온 최말숙의 모습을 본 최강이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시집간 딸아이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최강이 부엌 쪽을 슬쩍 바라보더니 최말숙에게 말했다.
“부엌에 있는 것들은 네 친구들이냐?”
“그렇다고 볼 수 있는 것이에요.”
최강이 최말숙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떼고 부엌으로 향했다. 등 뒤로 뒤늦게 도착한 주소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말숙아!”
아마도 최말숙을 발견한 듯했다.
부엌에는 총 세 녀석이 존재하고 있었다. 최강이 프라이팬으로 무언가를 볶는 녀석과 아침에 담가 둔 설거지를 하는 녀석 그리고 쌀을 씻는 녀석 중에 쌀을 씻고 있는 녀석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뭐…… 뭡니까, 인간?”
일전에 최말숙의 생일날 최말숙을 호텔 앞까지 데리러 왔던 녀석이었다.
“꼬들밥으로 해라, 개 같은 년아.”
하필 데리러 와도 그날 데리러 왔기 때문에 더 화가 났다.
자신을 노려보는 녀석에게 꿀밤을 한 대 더 쥐어박은 최강이 부엌을 빠져나왔다. 현관 쪽을 슬쩍 보니 아직도 먼지투성이의 최말숙을 껴안고 볼을 비비는 주소희가 보였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래?”
최강이 최말숙과 주소희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자리에 앉으면서 방바닥을 몇 차례 두들겼다.
주소희와 최말숙이 와서 최강의 앞에 무릎 꿇고 앉자 최강이 말했다.
“그래서 말숙이 너, 꼴이 왜 그래? 사실대로 말해.”
“그건…….”
최강의 말에 최말숙의 목소리 대신 불쑥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아까 쌀을 씻던 녀석의 목소리였다.
“이게 다 빌어먹을 인간 놈들 때문이다.”
밥솥에 담긴 쌀을 한 손으로 씻으며 모습을 드러낸 녀석이 적의가 담긴 눈빛으로 최강을 바라보다가 최말숙에게 말했다.
“그리고 말숙이라니, 그 무슨 촌스러운 이름입니까, 헬레나? 정말로 그런 이름으로 만족하시는 겁니까?”
최강의 미간이 녀석의 말을 듣고 꿈틀거린 순간이었다.
쿵.
천장이 울릴 정도로 강하게 무릎을 찍은 녀석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무슨?”
무형기에 옴짝달싹 못 하는 녀석의 머리를 쥐어박은 최강이 말했다.
“촌스러워? 그럼 너는 이제부터 최정숙 하자. 알았냐?”
최강의 말을 들은 주소희는 알 수 있었다. 저 이름의 의미가 막 지은 것 같지만 최강의 성격상 입 좀 다물라는 의미의 ‘정숙’인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