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그러니까 꼴랑 너랑 저 녀석들 셋만 살아남았다고?”
그날 머리띠에서 모습을 드러낸 백염에 휘말린 것은 프락시온만이 아니었다.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던 아라크네들도 마찬가지였다.
최말숙이 말했다.
“그런 것이와요.”
최강이 부엌 앞에 일렬로 무릎 꿇고 앉아 있는 세 녀석을 바라봤다. 확실히 일반적인 아라크네들보다 강하긴 했다.
‘뭐, 그러니까 살아남았겠지만.’
그때 머리띠에 멋대로 청화수의 불꽃이 빨려 들어가는 것이 이런 결과를 만들 줄은 몰랐지만 차라리 최강 입장에서는 잘된 일이었다.
덕분에 최말숙도 다시 돌아왔고, 머리띠가 아니었다면 최말숙은 물론이고 모두가 그곳에서 죽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녀석들도 그것을 아는지 그것에 대해서 불만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이 녀석들이 살 곳을 구해 달라는 거지?”
“죄송한 것이에요.”
최강이 최말숙의 말에 악동처럼 웃으며 말했다.
“아니, 괜찮아. 어차피 저 녀석은 앞으로 자주 봤으면 했으니까.”
최강의 시선이 최정숙을 향하자 최정숙이 움찔하는 모습이 보였다.
“야, 주소희.”
“네?”
최강이 자신의 부름에 번뜩 답하는 주소희를 보며 말했다.
“그, 저번에 협회에 지급할 돈 주고 얼마나 남았지?”
“글쎄요…… 그래도 좀 남았던 것 같은데, 자세히는…….”
최강이 말했다.
“이 건물 통째로 살 정도는 될 거 같냐?”
기왕 이렇게 된 거 건물 주인에게 웃돈을 주고라도 건물을 구매할 생각이었다.
이 녀석들이 사고를 안 친다는 보장도 없었고 가까운 곳에 두고 지켜볼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소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 정도라면 충분해요.”
***
같은 시각 프락시온의 저택 분위기는 심각했다. 동시에 프락시온의 공백이 네 자리나 생긴 적은 결성 이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아라크네의 영지에서 있었던 사건을 이야기하던 프락시온들은 그곳의 일이 머리띠와 관련된 게 아닌가 하는 쪽으로 결과를 도출해 가고 있었다.
제작자 테리가 쇼튼의 이야기를 듣고 머리띠에 대한 능력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마나의 급격한 저하가 일어나면 마나를 회복시켜 주는 효과. 두 번째, 한 가지의 기술을 저장해 뒀다가 머리띠를 착용한 당사자나 머리띠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방출하는 효과. 마지막 세 번째, 어떠한 공격이든 일회성으로 보호하는 효과였다.
물론 대부분의 플로라이트를 검집을 만드는 데 사용한 터라 소량밖에 사용하지 못한 테리였기에 일회성으로 줄이고 대신 성능을 올렸지만 말이다.
“일회용이라는 말이지…….”
즉, 모든 것은 테리의 장인 정신이 불러온 참사라는 것을 어느 정도 도출해 낸 크리스가 이같이 말하자 테리가 사과했다.
“미안해. 실수를 인정한다. 하지만 나쁜 의도는 없었다. 당시에는 최강이 프락시온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아직 열려 있는 상태이기도 했고, 기왕 좋은 재료로 만드는 거, 그저 그런 물건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
“…….”
테리의 사과를 들은 모두가 잠시간 침묵하자 쇼튼이 말했다.
“피해가 좀 크긴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도 있는 거 아니야?”
출혈은 막심했지만 최악은 아니었다. 이렇게 되면 청화수가 검집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상황도, 또 머리띠의 효과가 일회성인 이상 또 다른 강적에 대한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되는 결과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미 최강을 향해 검을 빼어 들어 버린 프락시온의 입장에서 본다면 충분히 부담을 덜어 주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쇼튼의 이러한 말을 들은 크리스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크리스도 쇼튼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했기 때문이다. 지나가 버린 일은 이미 과거의 일,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다.
“최강의 일은 잠시 미루고 네 명의 자리를 먼저 채울 필요가 있겠군…….”
크리스가 아멜리아를 보며 말했다.
“아멜리아, 적당한 사람 없나?”
“러시아의 사이먼은 어때?”
랭크 18위의 그는 아놀드와 마찬가지로 수년 전부터 프락시온의 후위 멤버들과 비교되던 인물이었다.
크리스가 아멜리아의 말에 답했다.
“한번 접촉해 볼 가치는 있는 거 같군. 부탁해도 되겠지?”
“그래.”
크리스와 아멜리아의 대화를 듣고 있던 클락이 케인과 눈신호를 주고받더니 말했다.
“나도 한 명 추천해도 되겠지?”
“괜찮다.”
크리스의 물음에 클락이 말했다.
“폴티오라는 녀석을 추천한다.”
“폴티오?”
앞선 사이먼과는 달리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었다. 때문에 크리스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더니 곧이어 입으로 소리 냈다.
“그게 누구지?”
클락이 가볍게 웃음을 흘리더니 말했다.
“모르는 것도 당연해. 얼마 전 우연히 만났던 녀석이니까. 랭킹 40위밖에는 안 되지만 쓸 만한 녀석이다. 니시키 도장에서 타쿠마라는 녀석을 이겼던 녀석이기도 하지.”
약 10년 전의, 타쿠마 인생 두 번째 패배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에게 첫 번째 패배를 안겨 준 사람은 다름 아닌 지금 이곳에 있는 테리였으니 말이다.
타쿠마가 생전에 다소 과소평가되던 랭커였다는 것은 크리스도 인정한다.
크리스가 지켜본 그의 마지막 장면은 못해도 30위권 초반에서 20위권 후반 수준은 되어 보였으니 말이다.
크리스가 테리를 보며 말했다.
“테리, 너의 의견은 어떻지?”
테리가 까끌까끌한 턱을 문지르며 생각했다.
“글쎄…… 테스트해 볼 가치는 있지 않을까? 그 노인을 이겼다면 말이야.”
타쿠마는 아무리 당시 10대 후반의 테리였다고 하더라도 어렵게 제압한 상대였다.
그를 꺾었던 게 10년 전 일이라면 충분히 입단 테스트 정도는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좋아. 그럼 폴티오라는 녀석은 클락, 너희에게 맡기지.”
“알았다.”
크리스가 구석에 앉아 입을 다물고 있는 엘리자를 보며 말했다.
“엘리자, 너는 생각나는 사람이 없나?”
“글쎄, 딱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는데?”
엘리자가 귀찮다는 듯한 한숨과 함께 말했다.
“근데 굳이 새로운 사람을 찾아야 해? 조금 나이가 있더라도 프락시온이었던 녀석들 다시 불러오면 되는 거잖아. 뭐 나이도 있고 몸도 그때에 비하면 한두 군데 하자가 있겠지만 그래도 경험이 있으니까 적응도 빨리할 테고 말이야.”
프락시온에 들어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프락시온의 멤버 아무나 해치고 그 자리를 차지하거나, 최강의 경우처럼 테스트 제안을 받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쓰러트린 상대의 서열로 들어올 수 있지만 그만큼 상대의 실력이 강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고 후자의 경우 최하위 서열인 13위와 겨루기 때문에 비교적 쉽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렇든 저렇든 전 프락시온의 멤버였던 녀석들은 몸이 한두 군데씩 문제가 생기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그 전에 포기하고 몸을 지키는 사람도 있지만 초일류의 싸움답게 어느 곳 하나는 잘려 나가야 승패가 갈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엘리자의 말을 들은 크리스가 생각에 잠겨 있다가 중얼거렸다.
“코스카나 토마스 그리고 플랭크, 이 정도인가?”
그나마 아직 현역으로 이름을 알리던 녀석들이다. 크리스의 중얼거림을 들은 쇼튼이 말했다.
“그, 크리스.”
크리스가 쇼튼을 향해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뭔가, 쇼튼?”
쇼튼이 검지를 세우며 말했다.
“그 녀석들도 좋지만, 이 녀석은 어때?”
***
아놀드는 요즘 하루 종일 미국의 가상 훈련장에서 살다시피 한다.
이전까지는 전장을 누비면서 실력을 쌓았다면, 생각의 전환을 가지게 되는 경험을 한 다음부터는 줄곧 이랬다.
물론, 아놀드가 생각의 전환을 가지게 된 사건은 바실리스크 때와 근래의 나가의 성지에서 있었던 최강의 무용을 목격한 일이었다.
Code Number 02 아놀드. page 1 clear.
아놀드가 지금 훈련하고 있는 것은 지난번 패배의 치욕을 맛봤던 바실리스크와의 싸움이었다. ‘page 1’은 타쿠마가 상대했던 상태의 샬렉이었는데 아놀드는 이 상태의 샬렉은 고작 주먹 한 방에 머리통을 터트려 해치웠다.
즉, 아놀드가 page 1을 클리어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1초가 되지 않았다.
page 1에 이어서 page 2.
page 2는 당연히 아놀드가 처음 만났던 상태의 샬렉이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이번에 아놀드는 타쿠마와 또 다른 일본 랭커를 흡수한 상태의 샬렉도 단 일격에 마찬가지로 해치웠다.
그때와는 달리 그가 엄청난 성장을 했음을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때문에 훈련장에 있는 랭커들은 요즘 불붙은 아놀드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었다.
“굉장하군…….”
아놀드의 성장의 비밀은 그가 타고난 블레스라는 점도 있지만 최강이 그날 아놀드에게 버프를 걸어 주면서 아놀드에게 남게 된 최강의 내공이 서서히 흡수되어 급격한 성장을 불러온 것이었다. 주민석 주연석과, 방법은 달라도 같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page 3. 이 상태의 샬렉은 누틀을 흡수한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아놀드가 이전에 무릎 꿇었던 상태. 물론 그때도 사전에 독에 중독되거나 상처를 입지 않은 상태로 싸웠다면 승리했을 상대였다. 그리고.
“Code Number 02 아놀드. page 3 clear.”
소요 시간 3분 33초.
아놀드는 고작 자신의 성장을 과시하듯 3분 33초 만에 처리했다. 모두가 그의 성장에 놀라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제부터군.’
그리고 마침내 아놀드의 앞에 마지막 page 4 힐테를 흡수한 샬렉이 나타났다. 자신이 아닌 최강이 처리했던 녀석.
이 녀석이 진정한 아놀드의 상대나 다름없었다. 엄청난 난타가 이어졌다.
그때보다 더 빠르고 더 가혹한 쉴 새 없는 난타였다. 그리고 그 가혹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훈련 상황 종료. 총 소요 시간 32분 15초.”
결과는 그때보다 훨씬 빨리 나왔다. 그것도 아놀드의 승리로 말이다.
싸움에서 밀리자 본래의 바실리스크 상태로 돌아간 샬렉까지 상대하면서도 아놀드는 고작 30분도 걸리지 않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엄청난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놀드가 캡슐을 닮은 장치의 뚜껑이 열리자 일어나 훈련장의 대형 스크린에 떠 있는 소요 시간을 확인하고 인상 썼다.
‘그라면…….’
최강이라면 어쩐지 단 1분도 걸리지 않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기서 자신을 보고 동경의 시선을 보내는 랭커들이 우스웠다. 저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저들이 진짜로 동경하고 놀라워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수련 부족이라는 거겠지.”
훈련장 위 측정실에서 바라보는 랭커들에게서 시선을 뗀 아놀드가 벌써 점심시간이 된 것을 확인하고 걸어 나갈 때였다. 훈련장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이 있었다. 아놀드도 아는 사람이었다.
‘프락시온…….’
아놀드가 소리 없이 웃었다. 그러고 보니 방금 전 어째서 떠올린 사람이 강함의 상징인 프락시온이 아닌 최강이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놀드 피터슨.”
아놀드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엘리자와 쇼튼…….
“우리 잠깐 대화 좀 할까?”
아마도 두 사람은 그런 이름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