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음…….”
잠시간 생각하던 최강이 말했다.
“귀찮은데 그거 꼭 해야 하냐?”
“…….”
최강의 눈에 크리스의 고개가 한쪽에 서 있는 최말숙을 향하는 것이 보였다.
“얼마 전 북한에서 머물고 있던 저 아이를 공격한 거 말이다.”
“…….”
“우리가 했다.”
사무실의 분위기가 싸해지는 것이 최강의 피부로 느껴졌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크리스에게 튀어 나가는 최정숙을 본 최강이 손을 뻗었다.
“죽어라, 인간……!”
최정숙의 목덜미 자락을 잡은 최강이 최정숙을 자빠뜨려 최말숙에게 넘겼다.
“그 녀석, 잠깐 동안 휴게실에 박아 놓고 못 나오게 해.”
“알겠사와요.”
목덜미 자락을 잡고 끌면서 휴게실로 최말숙이 사라지자 최강이 크리스를 봤다.
“왜, 이제 좀 의욕이 생기나?”
최강이 한 손으로 머리를 긁으며 난처한 기색을 표했다. 그냥 넘어가기에는 조금 곤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방금 전에 그 말, 진짜냐?”
“물론이다. 거짓말을 할 이유가 딱히 없지 않나?”
크리스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던 최강이 말했다.
“그럼 저 녀석들을 공격한 이유가 뭐냐? 딱히 사람을 공격하진 않았잖아?”
“몬스터를 죽이는 데에도 이유가 필요한가?”
최강이 보기에 녀석은 이미 최말숙과 최정숙이 몬스터라는 것을 확신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몬스터를 죽이는 데 이유라…….’
그래, 딱히 이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일이다. 최강도 여태 그래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당한 답변이었음에도 최강은 크리스의 말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최말숙이 몬스터라는 이유 말고도 근본적인, 다른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럼 방금 전에는 왜 안 죽였냐?”
“너에게 안내해 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
거짓말이었다. 만약 몬스터인 것이 문제였다면 자신에게 안내하기 전에 죽이는 것이 우선시되었어야 한다.
크리스의 말을 듣고 잠시간 생각하던 최강이 한숨을 푹 쉬었다. 돌아가는 상황이 이해가 됐기 때문이다.
‘그렇군. 그거였나……?’
녀석은 애초에 최말숙이 몬스터라는 이유로 그날 습격했다기보다 자신과 관련된 몬스터였기 때문에 습격한 것이었다. 이제 와서 증거도 증인도 없는 일을 구태여 자신에게 말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이미 자신의 선택과는 다르게 결국 엮이게 될 운명임을 깨달았는지 최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자.”
“뭔가?”
“나랑 싸우려는 이유가 뭐냐? 내가 너희에게 거슬리는 짓을 했던가?”
“…….”
최강의 눈에 잠시 생각에 잠기는 크리스의 모습이 보인 뒤였다.
“자세히는 말해 줄 수 없다. 다만.”
이러한 크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형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네가.”
***
최강이 크리스와 함께 이동한 곳은 얼마 전에 아라크네의 영지가 소환된 그곳이었다.
쑥대밭이 된 주변을 돌아보던 최강이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자신을 마주 보고 있는 크리스를 향해 말했다.
“야,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돼.”
“뭐가 말이냐?”
“도대체 무형기가 무슨 상관이라는 거냐?”
기왕 말해 줄 거면 다 말해 주지, 도저히 짚이는 구석이 없었다. 크리스가 말했다.
“이 마당까지 와서 그게 중요한가?”
말해 주기 싫다는 의미였다. 최강이 포기한 듯 옅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하…… 그래. 뭐 어쩌겠냐.”
일어나는 모든 일에 원인과 결과를 알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도 최강은 잘 알고 있다. 최강이 청화수를 검집째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럼 슬슬 시작할까? 귀찮은데 빨리 끝낼 생각이거든.”
“좋을 대로 해라.”
최강이 자신의 행동을 경계하는 크리스의 모습을 보며 검집에서 청화수를 5센티미터 남짓 빼 들었다가 놓았다.
달칵.
최강의 팔의 힘이 빠지자 다시 검집으로 청화수가 빨려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볼 장 다 본 듯 조용히 뒤돌아서는 최강의 뒤편으로는 용암처럼 시뻘건 불꽃이 크리스를 삼켜 버리고 솟아오르고 있었다.
***
최강이 검을 뽑기 전 크리스는 솔직히 말하면 방심하고 있었다.
최강과 자신의 거리는 못해도 30미터 이상.
이 정도 거리라면 검을 뽑음과 동시에 최강이 거리를 좁혀도 자신이라면 반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자신의 오만이었다. 설마하니 검을 채 뽑기도 전에 이런 식으로 공격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삼킨 홍염이 쉴 새 없이 하늘로 솟구치는 것을 지켜본 크리스가 생각했다.
‘다행히 이 정도 수준이라면 버틸 만하다.’
문제는 최강이 검을 뽑은 찰나에 자신의 몸에 피어난 불꽃이었다. 그저 검이 검집 밖으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 위력의 공격이 가능하다면 아무리 화 속성에 내성을 올려 주는 아이템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무시할 만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금 전 공격으로 크리스는 깨닫고 있었다. 만약에 검집을 만들기 전의 최강이었다면 자신에게 가망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최강에게는 검집이 있고 자신에게는 최강의 불꽃에 저항하는 여러 아이템들이 있다. 크리스가 그중 하나인 오른손 검지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봤다. 이번에 마나 플로라이트로 만든 반지였다.
크리스가 반지를 바라본 순간 그칠 줄 모르던 불기둥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끝을 예감하고 돌아섰던 최강이 갑자기 분위기가 변하자 걸음을 멈췄다. 크리스가 돌아서는 최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쿵쿵. 쿠구구궁.
대기권에서 형성된 수백, 수천 개의 얼음 기둥이 최강을 향해 빗발쳤다. 5분여간 최강이 서 있던 일대를 밀어 버리고 냉기로 가득 찬 그곳을 크리스가 조용히 바라볼 때였다.
“신기하네.”
선명한 최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음 무더기 속에서 솟아나는 한 줄기 홍염과 함께 등장한 최강이 크리스를 보며 말했다.
“방금 그걸 맞고도 살아 있냐? 물론 조절한다고 조절한 거라지만 의왼데.”
크리스의 미간이 동요하듯 꿈틀거렸다.
‘조절했다고? 방금 전이?’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최강을 그대로 놔두는 것은 위험한 일임을 느낀 크리스가 최강을 향해 손을 뻗었다.
불 속성의 공격을 사용한다고 해서 냉기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불 속성의 공격보다야 나으리라고 생각하고 이번에도 같은 냉기 공격을 할 셈이었다. 하지만.
“크윽…….”
크리스가 한차례 비틀거렸다. 아까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사이 피어난 시뻘건 홍염이 자신을 집어삼킨 것이었다.
반지를 이용해 황급히 불길을 제거한 크리스가 최강을 노려봤다.
‘확실히 화력이 올라갔다…….’
최강의 공격은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위력이 조금이나마 상승한 것이 느껴졌다. 준비 동작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최강의 공격이 또다시 이어지기 전에 크리스가 두 손을 잽싸게 합장했다.
사방에 흩어져 있던 얼음이 일제히 미세한 가루로 변하는 모습이 보였다. 최강이 잠시 후 거대한 눈보라에 삼킴 당하는 것을 확인한 크리스가 자신의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냉기 폭풍 속으로 최강이 모습을 감추었지만 저 정도로 끝날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리스가 품에서 꺼낸 5개의 푸른색 원석을 주저 없이 손으로 으스러트렸을 때였다.
화르르르륵.
크리스의 눈에 냉기의 폭풍을 없애 버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최강의 모습이 보였다.
“이것도 네가 만든 거냐?”
크리스가 말했다. 아마도 방금 전 때마침 소환한 다섯 마리의 중급 정령을 보고 하는 말일 테니 말이다.
“그렇다.”
중급 정령은 집채만 한 크기의 거인의 모습에 가까웠다.
크리스가 중급 정령을 삼키는 5개의 불기둥을 보며 말했다.
“대단한 위력이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없을 거다.”
당연했다. 다섯 마리의 중급 정령은 전부 다 냉기 속성을 가진 녀석들이었는데, 일반적인 최하급 정령이나 하급 정령이면 모를까, 중급 정령이 이 정도 공격에 소멸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크리스의 말마따나 다섯 마리의 중급 정령이 무사히 불기둥을 얼려 버리고 모습을 드러냈을 때였다.
크리스가 이번엔 자신을 표적으로 한 불길이 솟아나는 것을 보고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아까보다 화력이 상당히 올라 있었지만 크리스는 좀 전과는 다르게 상당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내가 소용없다고 말하지 않았나?”
물론 다섯 마리의 중급 정령의 효과였다.
크리스가 양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하늘에 먹구름이 조금씩 생겨나는 모습이 보였다.
‘유감이지만 나에게 다섯 마리의 정령을 동시에 제어할 능력은 없다. 하지만.’
시전자가 정령을 소환한다는 것은 다른 의미도 존재한다. 바로 정령의 능력을 시전자가 공유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크리스가 이번에 시전하는 스킬의 위력이 정령의 도움을 받아 수배 강력해지는 것을 의미했다.
‘중급 정령은 총 다섯.’
중급 정령의 개체당 크리스가 펼치는 스킬의 위력이 오르는 범위는 약 5배.
즉, 이번 공격은 평상시 크리스의 공격에 25배의 위력이 더해지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당연히 이번 공격에 모든 것을 바칠 생각인 크리스가 하늘 가득 먹구름을 채운 것을 확인하고 말했다.
“마지막이다. 최강.”
먹구름이 둥근 원을 형성하며 갈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번쩍.
한 줄기의 푸른빛이 하늘에서부터 땅으로 내리꽂혔고, 최강과 크리스를 집어삼켰다.
크리스가 중급 정령 다섯의 힘을 빌렸음에도 뼛속까지 시리게 만드는 냉기에 저항하며 황급히 스킬을 사용했다. 텔레포트였다.
10킬로미터 밖에서 모습을 드러낸 크리스가 꽁꽁 얼어붙은 자신의 팔을 움켜쥐며 털썩 무릎 꿇었다.
“허억…… 허억…….”
그나마 마나라도 남아 있었다면 이런 부상은 입지 않았겠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크리스가 생각하는 최강은 그만큼 강자였다.
멀리서 푸른 냉기를 머금은 안개가 피어나며 온통 얼음판으로 변해 버린 장면을 지켜보던 크리스가 승리를 직감했을 때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던 얼음 기둥이 일순간에 녹아내려 버리더니 곧이어 증발하는 모습이 보였다.
‘움찔.’
크리스가 최강과 10여 킬로미터의 거리를 두고 눈을 마주친 순간이었다.
“크윽…….”
방금 전까지 감각이 없던 팔 끝이 아파 왔다.
“하얀 불꽃……?”
설마하니 10킬로미터 떨어진 이곳까지 영향을 미칠 줄은 상상도 못 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손끝에서 피어난 백염이 곧이어 자신의 온몸을 집어삼킨 것이 문제였지.
“끄아아아악.”
크리스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터트렸다. 정말이지 엄청난 고통이 온몸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크리스가 지닌 화 속성의 내성은 아이템 모두를 합쳤을 때 90%를 육박한다. 한마디로 거의 모든 화염을 차단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음에도 이 지경이었다.
백염.
그래, 분명히 쇼튼에게서 전해 들은 적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크리스는 물론이고 당사자인 쇼튼도 그 백염이 불순물이 섞여서 하얗게 빛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 설마하니 순수하게 하얀빛을 내며 타오르는 불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었다. 하얀 불꽃이 의미하는 것은 이미 1만 도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걸 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타오르던 불꽃에 휘청거리던 크리스가 천천히 뒤로 넘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승패가 결정 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