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14
114화
하늘에서 크리스가 만들어 낸 냉기는 확실히 최강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강은 구태여 피하지 않았다. 하늘에 모이는 냉기는 강력했지만 청화수를 뛰어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냉기가 내리치는 찰나에 최강이 마찬가지로 절반쯤 청화수를 뽑았을 때였다. 청화수에 주입한 내공을 먹고 사방으로 팽창하는 불꽃이 보였다. 처음에 소량의 내공을 소모했을 때와는 달리, 그래도 상당한 양의 내공을 주입했기 때문인지 불꽃의 색은 하얀색이었다.
‘확실히…….’
그리고 결과는 최강의 예상대로였다. 냉기는 닿는 순간에 신체를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한 수준이었음에도 청화수의 불꽃은 사방이 냉기로 둘러싸인 그곳에서도 안에서부터 냉기를 몰아내고 있었다.
쩌저적.
그리고 마침내 냉기에 의해 생성된 거대한 얼음 기둥이 청화수의 불꽃에 무너져 내릴 때였다.
얼음 기둥에서 나온 최강이 가장 먼저 한 것은 크리스를 찾는 일이었고, 마침내 크리스를 찾아낸 최강이 다시 한번 검을 뽑았다가 넣었다. 저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녀석이 불꽃에 잡아먹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앞서서 이어졌던 홍염보다 한 단계 강한 백염이었지만 최강은 녀석이 방금 전 일격으로 죽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녀석이 불타며 쓰러진 것이 아니라 불꽃이 사라진 후에야 뒤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나?’
최강이 빠르게 이동했다. 이 이상 귀찮아지는 것은 사양이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녀석이 쓰러진 곳에 도착한 최강이 말했다. 크리스는 비교적 멀쩡한 상태였는데 가만히 드러누워서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야, 뭐 하냐?”
선명한 숨소리를 고려할 때 죽은 것은 아니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염치없지만 부탁 한 가지만 해도 되나?”
두 눈을 감은 크리스의 말에 최강이 말했다.
“일단 들어 보고 판단하자.”
“악연은 내 목숨 선에서 끊었으면 한다.”
“…….”
최강이 크리스의 말에 잠시간 생각에 잠겼다. 사실 최강이 이번 싸움에 귀찮더라도 하는 수 없이 응한 것은 반강제나 다름없었다. 녀석의 싸움을 거절하면 다른 방법으로 싸움을 걸어올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한마디로 지금 크리스의 제안은 최강에게 나름 괜찮은 제안이었다.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겠다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싫은데?”
“…….”
하지만 최강의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강은 궁금했다. 이 녀석이라고 목숨이 하나 더 있는 것은 아닐 텐데 자신과의 승부를 고집한 이유가 말이다.
최강의 말을 들은 크리스가 잠시간 침묵을 유지하다가 몸을 일으켰다. 눈을 뜬 크리스가 최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유가 궁금하군. 나보다 강한 녀석이라면 아직 두 명이 더 있다. 모르고 있나?”
사무실을 나오기 전 주소희도 최강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알고 있다.”
“그럼 어째서지? 자신 있는 건가?”
“아니.”
“…….”
최강이 하품을 하며 말했다.
“뭐 솔직히 그것도 있긴 한데, 다른 이유가 더 커.”
“다른 이유?”
최강이 크리스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아까 말했지? 내가 너희에게 잘못한 게 있냐고.”
최강의 말을 들은 크리스는 바로 그의 말뜻을 알아먹을 수 있었다.
‘정보를 원한다는 건가?’
하긴 마나의 공명에 대해서 모르는 최강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들의 행동이 너무 급변한 것으로 느꼈을 테니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었다.
크리스가 고민했다. 마나의 공명에 대한 사실은 프락시온 내부에서도 아홉 명밖에 모르는 비밀이다. 그런데 최강에게 누설을 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최강과의 악연을 끊어 낸다면 좋은 것일까?’
냉정하게 생각하던 크리스가 말했다.
“이야기를 하자면 이전에 했던 그란디아 대륙에 대한 부분부터 말해야 한다.”
***
어째서 프락시온이 초기의 대응과는 다르게 최강을 적대시하게 됐는지. 그란디아 대륙은 무엇인지. 그리고 처음 들어 보는 마나의 공명이라는 것까지 다양한 것을 듣게 된 최강이 크게 웃었다.
잠시 후 최강이 크리스를 보며 말했다.
“근데 미안하지만, 역시 나는 그란디아 대륙인가 하는 곳의 사람이 아니다.”
“그럼 그 무형기는 뭐고, 어째서 1년 전쯤에 갑자기 활동을 시작한 거지? 너의 모든 것은 상당히 수상하다.”
최강이 말했다.
“다 말 못 할 사정이란 게 있는 거 아니겠냐? 다만…….”
“다만?”
말을 하던 최강이 자신이 들고 있는 청화수를 슬쩍 보고는 픽 웃었다. 마나의 공명이 사실이라면 어째서 공교롭게 딱딱 맞춰서 균열이 일어났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출처와 제작자가 불분명한 최강의 명검 청화수.
그럼 이해가 됐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쪽 물건이 아니었던 건가?’
청화수는 애초에 검이라기엔 조금 문제가 있다. 아무리 유니크 아이템이라지만 자의식이 어지간한 지성체에 달하는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검의 모양을 한 생명체라고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렇다면 마나의 공명이란 것도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해진다.
최강이 크리스의 물음에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크리스를 향해 비장한 눈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최강이 한 발 두 발 다가오자 크리스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최강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자신을 죽이기 위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
단칼에 자신을 죽이리라 생각했던 최강이 돌연 말을 건네 오자 크리스가 조용히 눈을 떴다.
“생각해 보니까 내가 너를 죽여도 별로 득이 되는 일이 없는 거 같거든?”
“……?”
“그러니까 이건 어떠냐?”
최강이 검지와 엄지로 그린 둥근 원을 확인한 크리스가 말했다.
“돈을 말하는 건가?”
“그래. 이상하게 돈이 있을 땐 나갈 데도 안 생기더니 없으니까 쓸 곳이 생기더라고.”
액땜이라도 좋다. 최강은 이참에 필요 없는 뚝배기 하나 수집하느니 그냥 한 푼이라도 챙기는 편을 택한 것이었다.
크리스가 말했다.
“얼마를 원하나?”
최강이 고민도 없이 말했다.
“양심껏 알아서 넣어 줘.”
상대의 주머니 사정을 모르는데 섣불리 가격을 불러서 손해 볼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제이스 녀석보다야 많겠지.’
최강이 더 이상 말이 들려오지 않는 크리스를 향해 마지막 말을 남기며 사라졌다.
“그럼 다시는 보지 말자.”
최강이 디멘션 게이트를 사용해 모습을 감추자 크리스가 다시 뒤로 드러누웠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제멋대로인 녀석이군.”
***
1주일이 지났다.
크리스는 그날 이후 프락시온의 저택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았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온 김에 생각을 좀 정리할 계획이었다. 물론 약속대로 최강과 가급적이면 연관되지 않을 생각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자신에게 마나의 공명에 대한 정보를 들은 직후 최강의 반응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마지막 그 순간 최강은 얼버무렸지만 크리스가 보기에 녀석은 눈치챈 것이 확실했다. 어째서 마나의 공명이 일어난 것인지 말이다.
최강이 마나의 공명을 강제로 일으켜서 세계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는 이상, 오히려 크리스 쪽에서 최강을 보고 싶지 않았다.
크리스가 중얼거렸다.
“녀석이 알아서 신중하게 행동해 주길 바랄 수밖에 없겠지.”
최강은 강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완벽한 차이가 있었다고 보는 게 맞았다. 자신은 끝까지 최강으로 하여금 검을 한 번도 휘두르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만족하겠지.”
약속한 대로 크리스가 돈을 입금하고는 은행을 빠져나왔다.
눈부신 태양을 손 그늘을 만들어 바라보던 크리스가 터벅터벅 한가하게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도 못 한 채.
***
1주일 전 프락시온이 거처로 사용하는 저택의 문을 급히 여는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20대 중반 정도의 외견과 까무잡잡한 피부와 어울리는 옅은 적발을 하고 있었다.
성큼성큼 2층 끝 방으로 올라간 청년이 방문을 열자 여섯 명의 사람이 보였다. 테리와 쇼튼을 포함한 네 명의 프락시온들이었다.
“파르키오?”
청년을 봤는지 테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3년 만에 본 파르키오는 못 본 사이 더 젊어져 있었다.
크리스가 없는 것을 확인한 파르키오가 인상을 팍 쓰고는 말했다.
“크리스는?”
“다녀올 곳이 있다면서 3일 전에 나갔는데……?”
“젠장!”
테리의 말을 들은 파르키오가 거칠게 문을 닫았다. 파르키오가 지나왔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하자 쇼튼이 따라 나와 말했다.
“뭐야, 파르키오. 무슨 일인데?”
“크리스 녀석이 최강이라는 녀석에게 갔다.”
쇼튼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 타이밍에 크리스가 최강에게 홀로 향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대략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그게 진짜야?”
“그래. 나에게 그렇게 말하더군. 최강을 만나 직접 확인하고, 확신이 서지 않으면 맞대결을 하겠다고.”
쇼튼이 말했다.
“파르키오도 최강에게 가는 거야? 그럼 나도 갈게.”
파르키오가 자리에서 멈춰 서더니 쇼튼에게 말했다.
“어째서 크리스가 혼자서 갔다고 생각하지?”
서운한 듯 원하는 듯 하면서도 동시에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고 있던 자신을 탓하는 듯한 파르키오의 눈을 마주한 쇼튼이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이유야 뻔했기 때문이다.
쇼튼이 말이 없자 파르키오가 다시 돌아서며 말했다.
“나도 혼자 가겠다.”
“자…… 잠깐!”
파르키오가 쇼튼의 말에 멈춰 서 짜증 섞인 얼굴로 말했다.
“뭐냐?”
“정 가겠다면 듀크와 함께 가. 연락망으로 크리스의 소식을 전하면…….”
듀크. 세계에서 파르키오가 유일하게 인정한 남자의 이름이었다. 프락시온의 정점 듀크. 하지만.
“그 녀석이 연락이 되는 놈이었다면 애초에 내가 3년이나 녀석을 찾아다니지도 않았다!”
파르키오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듀크 그 녀석이 누군가에게 당했을 리 없다. 그런데 어째서 연락이 안 되는 건지, 왜 아무리 찾아도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크리스의 일이잖아? 연락이 될 수도…….”
파르키오가 조용히 돌아서며 말했다.
“쇼튼.”
“어?”
“네 말마따나 듀크 녀석이 크리스의 일이라면 연락이 될 수도 있다. 한 한 달쯤 기다리면 말이야.”
쇼튼은 그렇게 말하고 혼자서 저택을 빠져나가는 파르키오를 말려 세우지 못했다. 파르키오가 이곳까지 오면서 크리스에게 연락을 안 해 봤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파르키오가 오늘 도착해 3일 전에 떠난 크리스를 찾은 것은 적어도 3일간은 연락이 안 됐다는 것을 의미했다.
크리스가 연락이 안 되는데 어떤 상황에 처했을지도 모르면서 하염없이 듀크의 연락을 기다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크리스가 연락이 안 되는 이유를 몇 가지 생각하던 쇼튼이 최악의 상황을 떠올렸는지 불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크리스, 혹시 죽은 건 아니지……?”
쇼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크리스가 살아 있기를 기원하는 것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