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상납금은 주씨세가와 류씨세가로부터 수천 개의 통장으로 분할하여 받는다. 너무 거대한 금액이 오고 가게 되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강 씨.”
아침 일찍 주소희가 소란을 떨었다. 세가를 운영하면서 사용하는 주소희의 핸드폰에 수십 개의 입금 알람이 연속적으로 찍힌 이유였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양끝을 들어 귀를 막은 최강이 말했다.
“뭔 일인데.”
“입금이 됐어요. 그것도 좀 많이.”
“입금……? 뭐 후원, 그런 거냐?”
최강이 재단을 등록하고 나서부터는 종종 세가의 홈페이지에 게시해 둔 최강의 계좌로 후원이 오곤 한다.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생각한 거보다 좀 많아서…….”
“…….”
주소희도 최강과 함께하고 엄청난 돈을 만지면서 이미 어지간한 금액에는 놀라지 않을 내성이 생겼다. 그런데 주소희가 아침부터 호들갑을 떨 정도면 제법 상당한 돈임을 직감한 최강이 말했다.
“얼만데?”
“나누어서 입금이 돼서 정확히는 잘 모르겠는데…….”
쭉 훑어보던 주소희가 말했다.
“1,000조쯤 되는 거 같은데요…….”
금액을 전해 들은 최강이 휙 고개를 돌렸다.
“얼마?”
“1,000조요…….”
뭔가 이상하게 생각한 최강이 말했다. 크리스에게 받을 돈이 있긴 했지만 최강이 생각해도 금액이 좀 많았기 때문이다.
“전산 오류 같은 거 아니야?”
“아니더라구요.”
1,000조.
바실리스크 때는 그래도 분할 지급이었는데 아무리 같은 금액이라 하더라도 한 번에 수중으로 들어오니 느낌이 전혀 달랐다.
최강이 확인하기 위해 말했다.
“입금자가 누군데?”
“세계 경매장-CRS. 이렇게 되어 있네요.”
“…….”
세계 경매장.
일전에 류세란과 함께 청화수와의 싸움을 준비하며 들렀던 곳이었다.
“뒤에 CRS가 좀 신경 쓰이긴 하는데, 세계 경매장이면 제가 아는 그곳 맞죠? 무슨 아이템이라도 파신 거예요?”
“아니.”
“에? 그럼 다른 곳인가요?”
최강이 잠시간 생각하다가 말했다.
“야, 크리스면 CRS 맞지?”
“그렇긴 한데…… 크리스면 그때 찾아온 프락시온 크리스 맞나요?”
“그래.”
1,000조.
말이 1,000조지 엄청난 금액이다. 일류 선진국의 1년 예산에 버금갔으니까. 그리고 최강이 처음에 당황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보통 금액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고려 시대에도 제아무리 대부호라도 현찰로 돈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드물었다. 대개 고리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산을 늘리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자들이 대부분이었지. 하지만.
세계 경매장이라는 그곳이 프락시온인가 하는 녀석들이 운영하는 곳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기본 거래 금액부터가 남다른 그곳을 운영하며 받는 수수료는 낙찰가의 5%이다. 그 정도의 마진을 남기며 운영한다면 1,000조 정도의 자금 운용력. 꼭 불가능한 금액은 아닌 것 같았다.
주소희가 말했다.
“그럼 이 1,000조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거죠?”
“그래.”
주소희가 잠시간 생각하다가 말했다.
“알았어요.”
1,000조 원. 이 엄청난 금액이 갑자기 한국으로 들어왔다. 자금에 민감한 금융권에서 눈치 못 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세계 경매장. 그곳에서 아이템을 거래했다고 하면 해결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에서 알아주는 인사인 최강이 초고가의 아이템을 하나쯤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주소희가 돈 문제가 대충 해결되자 편안해진 얼굴로 돌아가 출근 준비를 했다. 최강도 조금 이르지만 출근 준비를 하다가 최말숙이 준비한 아침을 먹고 사무실로 출근했을 때였다.
사무실 문 앞에 도착한 최강이 문고리를 잡고 멈칫했다. 알고 있는 목소리, 하지만 들려서는 안 될 목소리가 사무실 안에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에요?”
“아무것도 아니다.”
최강이 주소희의 목소리에 이렇게 답하면서 사무실 문을 열었다.
“최강 씨.”
최성주와 재미있게 이야기를 주고받던 나미사가 최강을 발견하고 살갑게 다가왔다.
‘역시 잘못 들은 게 아니었나?’
최강이 나미사를 향해 말했다.
“네가 여기에 왜 있냐?”
“저, 드디어 이민을 결정했답니다.”
최강이 주민등록증을 보여 주며 말하는 나미사를 보고 생각했다.
‘어쩐지 요즘 들어 조용하더라니.’
최강은 근래에 전화가 걸려 오지 않아서 단순히 자신에 대한 흥미가 식었기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미사는 생각 이상으로 행동력 있는 여자였다.
“이민한 건 그렇다고 치고, 그래서 여기 있는 이유가 뭐냐니까?”
“저도 최씨 특전대에 받아 주세요.”
“…….”
최강이 조용히 주소희를 바라봤다. 주소희가 말했다.
“뭐가요? 최강 씨 좋을 대로 하면 되잖아요?”
최강이 한숨 쉬었다. 근본적으로 즉각적인 전력이 될 수 있는 나미사가 합류하는 건 나쁜 상황은 아니었지만 주소희가 문제였기 때문이다.
한동안 주소희가 틱틱거릴 걸 생각하면 구태여 귀찮은 상황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최강이 최말숙을 보며 말했다.
“말숙이는 어때?”
최말숙이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좋은 것이에요.”
눈치 빠른 최말숙답게 정확한 답변이었다. 최강이 최말숙에게 물어본 이유가 주소희 때문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주소희의 동공이 약하게 떨리는 모습이 보였지만 무시한 최강이 나미사에게 말했다.
“그래.”
***
나미사가 최씨 특전대의 일원이 되고 이틀 뒤였다. 사무실에는 웬일로 최씨 특전대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모여 있었다. 주소희가 말했다.
“싫어요! 왜 하필 제가 가야 하죠?”
“갈 사람이 너뿐이잖아.”
“최강 씨도 같이 가요, 그럼!”
“야, 난 그래도 일단 사장이야! 그리고 마침 할 일이 있단 말이다.”
지금 최씨 특전대의 모든 사람이 사무실 안에 모여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얼마 전 지방에서 발생한 균열 때문이었다.
물론, 최강은 협회 소속이 아니었기 때문에 최씨 특전대가 파견을 나갈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얼마 전 우범하가 최강에게 부탁을 했기 때문에 난처한 상황이었다.
최말숙과 관련해서 이미 한 번 도움을 받은 적이 있던 최강은 이번에 거절하기 애매했으니까 말이다.
최강이 최말숙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말숙아, 저 녀석 좀 잘 부탁한다.”
“걱정 마시와요.”
주소희가 최강이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하자 말했다.
“글쎄, 안 간다니까요!”
최강이 주소희를 노려보며 말했다.
“야, 너 진짜 이럴래?”
주소희가 움찔하더니 곧이어 구시렁대며 말했다.
“알았어요. 가면 될 거 아니에요.”
최강이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자, 그럼 다들 할 일 해.”
최강이 자신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할 일을 찾아 이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원래 이런 일은 지우 녀석에게 시키면 딱인데…….’
그런데 최강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최지우가 아닌 최말숙과 주소희를 파견했다. 이유는 어제 오전에 사라져서 오후에 나타난 최지우가 누군가에게 얻어맞고 왔기 때문이다.
물론 최강도 최지우에게 전후 사정을 물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유를 물어도 답을 안 해 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물론 팔 하나 부러지고 눈이 좀 부은 거 말고는 딱히 외관상 큰 상처는 없었기에 파견을 보내도 문제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정이 있지 다친 사람을 지방까지 보내는 것은 좀 무리가 있었다.
최강이 생각했다.
‘도대체 누구한테 맞은 거지?’
최강도 뒤늦게 알았지만 쭉 지켜본바, 최지우는 확실히 부쩍 늘어 버린 내공을 세심하게 다루는 부분이 서툴긴 했지만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수준은 아니었다. 심지어 근래에는 스스로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 다시 많이 괜찮아진 모습이었는데 그런데도 누군가에게 맞고 온 것이었다.
“이해가 안 되네.”
자존심 문제이니 더 이상 물을 수도 없었다. 여하튼 답답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최강이 사무실 문을 바라봤다.
최말숙이 꾸벅 인사했다.
“그럼 다녀오겠사와요.”
최강이 주소희와 최말숙이 사라지자 청화수를 들고 말했다.
“난 오늘은 이쯤 퇴근할 테니까 각자 시간 되면 알아서들 퇴근해.”
***
“정신이 들어, 파르키오?”
병상에서 일어난 파르키오가 쇼튼의 말에 답했다.
“여긴…….”
방을 둘러보던 파르키오가 영국에 위치한 프락시온의 저택인 것을 확인하고 쇼튼에게 말했다.
“내가 어째서 여기 있지?”
“기억 안 나? 최강의 사무실에 갔었잖아.”
“어디 보자, 분명히 최강의 사무실에서…….”
쇼튼의 말에 기억을 더듬던 파르키오가 한 손으로 욱신거리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제야 기억이 하나씩 나기 시작했다.
“도대체 누구야? 파르키오의 휴대폰으로 연락이 왔을 때는 깜짝 놀랐다고.”
“최강이었다.”
“어? 최강?”
쇼튼은 최강의 목소리를 알고 있다. 물론 통화를 해 본 적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 그 파르키오가 많이 다쳤으니까 데리고 가라는 목소리는 최강과는 거리가 상당히 있었다.
파르키오가 물었다.
“왜 그러지?”
“그, 파르키오.”
“뭐지?”
“확실해?”
“뭐가 말이냐?”
“파르키오와 싸웠다는 그 녀석, 최강인 거 확실하냐고.”
파르키오가 생각에 잠겼다.
‘최강인 게 확실하냐고?’
확실히 이름 같은 건 묻지 않았다. 하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아니, 자신이 패배한 것만 봐도 확신할 수 있었다.
녀석이 최강이 아닐 리가 없었다. 쇼튼이 핸드폰으로 최강의 사진을 검색해 보여 주며 말했다.
“최강은 이렇게 생긴 녀석이야.”
파르키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이 그날 겨루었던 녀석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쇼튼이 조심스레 물었다.
“아니지?”
“이럴 수가! 그럼 그 녀석은 도대체 누구지……?”
쇼튼이 말했다. 파르키오를 패배시킨 게 최강이 아니라면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프락시온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으니 말이다.
“인상착의라거나 단서가 될 만한 게 있을까?”
“파란색 추리닝을 입고 있었고, 상당히 반반한 얼굴이었다. 그나저나 충격이군. 녀석이 최강이 아니라고?”
파르키오는 그날 최강의 사무실 앞에서 녀석을 만났었다. 사무실에서 나오는 녀석을 보고 자연스럽게 최강에 대해 물었고 장소를 이동해 싸움이 일어났는데. 그런데 그게 최강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파란색 추리닝?”
쇼튼이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잠시 후 다른 사진을 검색해 보여 줬다. 최지우의 사진이었다.
“혹시 이 녀석이야?”
“…….”
파르키오의 말은 없었지만 쇼튼은 확신했다. 파르키오의 고개가 조용히 한차례 끄덕여졌기 때문이다.
“그럼 섭외는 안 되겠네…….”
“그 녀석은 누구지?”
쇼튼이 말했다.
“최강의 동생이래. 이름은 최지우고 최강과는 사이가 제법 좋아서 프락시온으로 끌어들이지는 못하겠지.”
쇼튼의 말에 파르키오가 바득 이를 갈며 말했다. 거친 맹수 같은 파르키오의 기운이 방 안 이곳저곳에 닿아 벽에 금이 가는 모습이 보였다.
“끌어들여? 죽이는 거겠지!”
파르키오는 준비를 철저히 해서 다시 한번 최지우든 최강이든, 누구에게든 갈 생각이었다. 그때야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가서 당했지만, 제대로 만전을 기한다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다.
파르키오의 기운에 저항하며 쇼튼이 황급히 말했다.
“진정해, 파르키오. 크리스는 무사하다고!”
파르키오의 기운이 잠잠해졌다. 얼떨떨한 얼굴로 파르키오가 말했다.
“무사……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