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18
118화
주소희는 화가 나서 최강과 전화를 그렇게 끊기는 했지만 정말로 최강이 나미사와 뜨거운 밤을 보내면 상당히 곤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다시 전화를 넣어서 오늘 돌아가겠다고 하는 것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게 사실이었다.
때문에 주소희가 선택한 것은 류세란에게 정보를 흘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소희의 생각대로 소식을 들은 류세란은 밤늦게 잠들기 직전의 차림으로 최강의 집까지 전력 질주했다.
일단 류세란을 방으로 들인 최강이 가벼운 흰색 면 티에 청색 반바지를 입고 있는 류세란을 보고 말했다.
“츠츳…… 너 도대체 무슨 잘못을 한 거냐?”
“네?”
최강의 눈빛이나 말투나 영락없이 집에서 쫓겨난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최강이 멋대로 오해하자 당황한 류세란이 잠시 후 말했다.
“그…… 그런 게 있어요.”
류세란이 촉촉하게 젖어 있는 나미사의 머릿결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그보다 나미사 씨는 어째서 이 시간에 최강 씨와 같이 있는 거죠?”
나미사가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보여 주며 말했다.
“나미숙이랍니다.”
“아…….”
진짜로 나미숙이라고 쓰여 있는 신분증을 보며 류세란이 안타까운 듯한 감탄을 흘릴 때였다. 최강이 말했다.
“지금 그게 중요하냐?”
“한국 이름은 나미숙 맞잖아요, 왜요.”
최강이 나미사를 무시하고는 류세란의 질문에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냥 오늘 하루만 너처럼 재워 달래더라.”
최강이 류세란을 동정의 시선으로 보며 말했다.
“그래서 내일이면 집에는 확실히 들어갈 수 있는 거고?”
“물…….”
당연하다고 말하려던 류세란이 번뜩이는 생각에 말을 정정했다. 지금 이 순간이 엄청난 찬스임을 순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이죠’라고 말하고 싶은데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아버님이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아서…….”
이 상황은 뭐랄까, 잘하면 며칠은 기본이고 어쩌면 이대로 쭉 최강의 집에 머물 수도 있는 흐름이었다. 구태여 걷어찰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오늘이야 나미사를 견제하기 위해 주소희와 연합을 했지만 내일은 주소희가 적이 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음…… 일단 좀 씻을래?”
“네?”
류세란이 최강의 말을 듣고서야 자신의 몸이 땀으로 젖은 것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네. 그럴까요?”
최강이 나미사에게 말했다.
“야, 쟤한테 갈아입을 것 좀 빌려줘라.”
코웃음 치던 나미사가 류세란의 몸을 위아래로 훑더니 흥미롭게 말했다.
“호오…… 꽤나 발칙하네요.”
나미사가 무슨 비기를 전수하는 스승처럼 말했다.
“알았답니다. 저 정도면 제 걸 빌려줘도 상관없겠네요.”
아래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나미사를 보던 최강이 나미사가 사라지자 류세란에게 말했다.
“근데 진짜 괜찮겠냐? 많이 좁을 텐데……. 아니면 돈 줄 테니까 호텔에서 잘래?”
“아…… 아니요!”
얼떨결에 들어오긴 했지만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놓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 그럼 오늘은 급한 대로 주소희 그 녀석 이불 덮고 자자.”
“네.”
최강이 주소희의 이불을 들고 와서 자리를 준비할 때였다. 나미사가 들어와 류세란에게 속옷과 옷가지를 내밀자 잠시 후 류세란이 씻고 나왔다. 나미사와 나란히 앉아서 드라마를 보는 최강을 본 류세란이 TV 화면을 바라보며 천천히 최강의 옆자리에 앉았다.
“너도 보게?”
“네?”
솔직히 조금 사심을 위해 다가갔던 류세란이 기다리고 있자 최강이 말했다.
“너는 이쪽보다 책을 더 좋아하지 않…….”
최강이 백서화의 기억과 착각했음을 깨닫고 얼버무렸다.
“을까 해서.”
류세란이 멀뚱멀뚱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굳이 고르라면 소설 쪽을 더 좋아하긴 하죠. 드라마는 상상하는 재미가 부족하달까요……?”
“그렇지? 그럴 거 같더라고.”
“그래도 드라마도 좋아해요. 아무 생각 하지 않고 볼 수 있는 게 역으로 장점이기도 하잖아요.”
드라마에 집중하느라고 실수할 뻔한 최강이 마침 위기를 넘겼을 때였다. 현관문을 열고 최정숙이 들어왔다. 낮에 나미사의 손에 기절했다가 지금 정신을 차린 것 같은 기색이었다.
컨디션이 안 좋은 듯한 기색으로도 최정숙이 최강을 거침없이 매도했다.
“최 사장, 당신도 발정이라도 난 것입니까? 안사람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암컷을 둘이나 안방에 들이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또 돌침대에서 한숨 자고 싶지 않으면 할 말만 하고 빨리 가라.”
최정숙이 말했다.
“부탁이 한 가지 있습니다, 최 사장.”
***
최강과의 결투 이후 크리스는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있었다. 크리스가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유심히 지켜본 것은 과연 인간과 몬스터의 공존이 가능할까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1주일 남짓 크리스가 돌아다니며 얻은 결과는 불가능이었다.
“인간과 몬스터의 공존은 불가능하다.”
크리스가 다시금 살펴본 바로는 몬스터는 어디에서나 항상 인간에게 해악과 같은 존재였다. 이성이 없는 일반 몬스터는 물론이었고 지성이 있어 본능을 억제할 수 있는 엘리트 몬스터들조차도 오히려 그 지능을 이용해 더 악랄하게 인간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크리스의 머릿속에 때마침 한 사람이 떠올랐다. 최강이었다.
‘하지만 최강은 그것을 해냈다.’
신기한 일이었다.
크리스가 최강의 사무실에 가면서 겪었던 일을 떠올렸다. 최정숙이라고 이름까지 따로 있던 그 엘리트 몬스터는 인간의 입장에서 본다면 지극히 득이 되는 몬스터였다.
자신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경험을 크리스는 주목하고 있었다.
때문에 해답을 얻으려면 결국 싫어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뛰어난 크리스의 시력을 감안하더라도 한눈에 거대함을 짐작할 수 있는 균열이 발생하는 모습이 보였다. 크기는…….
‘60미터보다 더 클 수도 있겠군.’
거리가 있어서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평양에서 일어났던 50미터의 균열보다 10미터는 더 커 보였다. 물론 크리스의 수준이라면 저 정도 크기야 거뜬하겠지만 이곳 주민들에게는 아닐 것이었다.
점핑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을 고려한다면 마나의 공명으로 인한 균열일 확률에 초점을 맞춘 크리스가 얼마 전 최강과 겨루었던 사건을 떠올렸다. 그것이 진짜라면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시 후 크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시기상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크리스가 균열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한번 가 볼까?”
***
다음 날 아침, 최강은 최정숙과 두 명의 엘리트 아라크네가 사용하고 있는 층의 복도에 서 있었다.
열린 현관문을 통해 방 안을 살펴본 최강이 말했다.
“그래서 저건 뭐냐?”
“보면 모릅니까? 인간인 것입니다.”
방 내부에 사방으로 뻗어 있는 거미줄과 그 거미줄의 중심에 결박되어 있는 남자의 모습을 본 최강이 조용히 주먹을 들어 보였다.
“내가 사람은 건들지 말랬지!”
“지…… 진정하십시오, 최 사장.”
최정숙이 기겁하며 물러나 최강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물론 나도 그러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라크네에게 수컷의 정기는 번식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멀쩡한 사람을…….”
최강의 주먹이 다시 들리자 최정숙이 황급히 말했다.
“멀쩡한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멈칫.
최강의 손이 멈췄다. 적어도 변명 정도는 들어 줄 심산이었다.
“말해 봐.”
“저놈은 발정 난 인간인 것입니다.”
최강이 딱히 겉으로 봐서는 구분이 안 가는 남자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확실해?”
“물론인 것입니다. 정기가 강한 수컷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을뿐더러 어제 암컷 행인을 덮치려는 것을 포획했으니 확실한 것입니다.”
방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서 남자를 지켜보자니 최강의 눈에 보이는 물건이 있었다.
“근데 이건 뭐냐? 패션인가?”
류세란이 남자의 발목에 채워진 물건을 만져 보더니 표정이 조금 굳었다.
“전자 발찌네요.”
최강도 전자 발찌가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있다. 즉, 성범죄 쪽에 전과가 있는 녀석이란 말이었다. 최강은 최정숙의 말에 대한 신뢰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이 녀석은 딱히 죽여도 상관없을지도?”
최강이 문을 통해 걸어가다가 혹시나 해서 말했다.
“아, 물론 진짜로 죽이지는 말아라. 귀찮으니까.”
“물론인 것입니다. 다시는 텐트 칠 수 없는 몸이 될 것입니다.”
최강이 최정숙을 향해 따봉을 날려 주고 빠져나와 현관문을 닫았다. 남자의 앓는 듯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본능을 억제하지 못하고 죄를 범하는 사람을 최강은 짐승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강이 방으로 올라가기 위해 계단으로 올랐을 때였다. 때마침 계단을 급히 올라오는 두 사람이 보였다.
“다녀왔냐?”
주소희와 최말숙이었다. 최강이 최말숙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우리 말숙이는 저런 거 하지 말자.”
아무리 개체의 번식을 위해 한다지만 그다지 보기 좋은 꼴은 아니었다. 귀엽고 착한 최말숙에게는 시키고 싶은 일이 아닌 것이다. 복도를 타고 계단까지 새어 나오는 앓는 소리를 들었는지 최말숙이 말했다.
“알겠사와요.”
***
주씨 형제 주민석과 주연석은 최강에게 얻어맞은 이후로 성장해 지금은 2세대 무림인들 중에는 당해 낼 사람이 없는 수준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그들은 요즘 기분이 안 좋았다. 이런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딜 가나 쫓아오는 기자들이 기껏 한다는 소리가 ‘최강’, ‘최강’. 최강에 대한 질문만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누가 보면 자신들이 꼭 최강의 매니저라도 되는 줄 착각할 법한 상황을 연출하곤 하는 것이었다.
주민석이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
“이게 다 녀석이 분소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지난번 기자의 질문에 최강이 했던 말 때문인지 기자들은 최강의 정보에 더욱 목말라하고 있었다. 괜히 주민석과 주연석을 비롯한 그나마 최씨 특전대와 연줄이 있을 법한 사람들을 귀찮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여하튼 결국 최강이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상황이 흘러가자 자연스럽게 오늘 대리인으로 출석하게 된 주민석이 벌써부터 기자들 때문에 귀찮아질 것이 골치 아팠는지 인상을 구기며 차에서 내렸을 때였다.
역시나 주민석과 주연석을 발견한 기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주민석이 기자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틀에 박힌 답을 할 때였다.
“주소희다!”
어느 기자의 목소리에 주민석의 고개가 우르르 기자들이 몰려가는 곳으로 돌아갔다.
‘저 녀석…….’
주민석이 가뜩이나 구겨졌던 인상을 사정없이 구겼다. 그렇게 귀찮던 기자들이었지만 그들의 반응으로 주소희와 자신의 극명한 온도 차이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저 최씨 특전대의 일원이라는 것만으로 마치 영부인이라도 된 것처럼 세간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주소희가 주민석은 여전히 탐탁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가주의 자리를 놓고 싸우는 주소희가 차라리 최씨 특전대의 소속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이 자신에게는 좋은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불편했다.
세가의 가주 자리에 만족하기에는 그때와 비교하면 이미 한국의 상황이 많이 변한 상태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미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한국이 이미 사실상 최강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