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류세란이 관심을 보이며 최강에게 말했다.
“그 원이란 건 어떻게 늘리는 건데요? 그냥 늘어나는 건 아닐 거 아니에요.”
“맞아.”
“…….”
최강의 말을 기다리던 류세란이 못 들은 것처럼 목소리 냈다.
“네?”
“맞다고. 그냥 늘리면 늘어나.”
최강이 자신이 처음 원을 1개에서 2개로 늘렸던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애초에 의형기란 게 자신의 의지대로 내공이 형상을 띠었을 뿐이잖냐. 그래서 이건 딱히 학습법이란 게 없어. 다 제각기 수련법도 다르고 감상도 다르거든.”
주소희가 끼어들며 말했다.
“그럼 최강 씨는 어떻게 늘렸는데요?”
“물방울이 2개로 분리되는 느낌? 뭐 그렇다고나 할까?”
사무실이 ‘원’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할 때였다. 새삼스레 웃는 얼굴로 한쪽 손을 들고 있는 나미사를 발견한 최강이 그녀를 지목했다.
“말해 봐.”
“선생님, 저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최강의 표정이 깜박하고 있던 것을 떠올리듯 바뀌었다.
“음…… 그러고 보니까 너는 모르던가?”
나미사는 다른 녀석들과 달리 근래에 사무실에 합류했으니 당연했다.
최강이 말했다.
“그건 말이다.”
***
류세란이 최지우를 끌고 옥상으로 올라왔다. 류세란이 말했다.
“정말이에요?”
“뭐가 말씀이십니까?”
“아까 최강 씨가 말씀하신 거요.”
최지우가 류세란의 말귀를 알아먹은 듯이 말했다.
“원에 대한 거 말씀이십니까?”
“네.”
“음…….”
최지우가 잠시간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보이더니 답했다.
“일단 큰 의미에서 본다면 거짓말은 아닙니다.”
“그럼요? 작은 의미에서 본다면 다를 수도 있다는 건가요?”
최지우가 픽 웃으며 말했다.
“뭐 그런 셈입니다.”
류세란이 말했다.
“뭔데요?”
“잘 들어 보십시오.”
최지우가 의형기의 원을 만들기 위한 팁을 류세란에게 하나씩 알려 줄 때였다. 설명을 듣는 류세란으로부터 대답이 없자 최지우가 그녀를 바라봤다. 생각에 깊게 잠긴 듯한 류세란의 모습에 최지우가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생각에서 깨어난 류세란이 사과했다.
“아, 미안해요.”
“아닙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신 겁니까?”
“궁금해서요.”
“궁금하시다면……?”
류세란이 말했다.
“최강 씨 말이에요.”
“도련님이요? 도련님이 뭐가요?”
“어째서 그럼 이런 걸 안 알려 주신 거죠? 혹시 저희가 이 이상 배우면 곤란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요? 그런 거라면…….”
최지우가 마음 깊이 감동받은 듯한 얼굴을 해 보였다. 자신 말고 최강을 이렇게 지극히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거라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니란 거죠?”
“네. 결론만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류세란이 다시금 궁금한 얼굴을 그리며 말했다.
“그럼 어째설까요?”
최지우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모르시니까요.”
“네?”
“도련님은 이 중간 단계를 모르세요.”
류세란이 더욱더 모르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예? 그치만…….”
류세란도 방금 전 최강이 만들어 보였던 13개의 원을 생생하게 자신의 눈으로 봤고 기억하고 있다.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최지우가 이해가 안 됐다. 최지우가 그런 류세란의 생각을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알고 있어요. 도련님은 방금 보란 듯이 13개의 원을 사용하셨죠. 근데 그렇다고 해서 그게 도련님이 원과 관련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째서요?”
“저만 해도 처음에 구상한 느낌은 도련님과 달랐습니다.”
“아…… 네.”
최지우는 최강과 달리 물방울의 특성이 아닌 다른 예시를 들어 줬었다.
“그렇듯이 의형기는 각자 익히는 방법이 다릅니다. 이 부분은 도련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지요. 한마디로, 같은 곳에서 서울로 출발한다고 해서 꼭 같은 길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음…… 그러니까.”
최지우가 간략하게 설명하듯 말했다.
“즉, 도련님은 자신의 기준에서는 정답을 말해 드린 겁니다. 도련님은 저처럼 이렇게 복잡한 방법으로 익히신 게 아닐 테니까요. 도련님이 모르는 것.”
“…….”
“그건 도련님이, 흔히 말하는 천재라는 것입니다.”
류세란이 그제야 이해한 듯한 얼굴을 그렸다. 최지우가 말했다.
“재능러……라는 건가요?”
“뭐 쉽게 말하면 그렇죠. 그리고 모든 분야의 천재들이 그렇듯 천재들에게 매뉴얼은 필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1단계를 알려 주면 감각적인 부분을 요구하는 2단계 같은 경우는 이미 자연스레 익혀 버리는 것이 그런 자들이니까요.”
최지우도 고려 시대 때 최강에게 지도를 받으며 답답함을 못 이기는 듯한 그의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그때 솔직히 말하면 많은 꾸지람을 들었었다. 그리고 그땐 처음에 최강의 답답한 듯한 반응이 계속되자 정말로 본인이 이상한 줄만 알았다. 잦은 꾸지람에 자신의 재능을 의심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지우가 자신도 일반인의 기준에 놓고 보면 충분히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자신이 어떻게든 사용하는 원을 3개로 만들었을 때, 그때 주변 백령단원들의 반응을 보았던 것이다.
‘적어도 도련님은…….’
의형기의 부분에서만큼은 교사로서 최악이었다. 정해진 매뉴얼이 없는 과목이었으니 말이다. 쉽게 말해 최강은 일반인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최지우가 다시 훈련으로 돌아와서 말했다.
“아마도 원을 2개까지 늘리는 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형수님은 아무래도 기본적인 단계까지는 전부 익혔으니까요.”
류세란은 최지우의 꾸준한 도움으로 실전 단계의 의형기는 모두 익힌 상태다. 이제 더욱 심화적으로 기술을 구현하는 단계였으니 말이다.
“얼마나 걸릴까요?”
“음…… 글쎄요? 하시기 나름이겠지만.”
최지우가 조용히 손가락 2개를 폈다. 류세란이 말했다.
“2개월이요?”
최지우가 ‘엥?’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인 다음 순간 빠르게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요.”
류세란이 설마 하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2년이요?!”
***
주소희는 요 며칠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 집이든 사무실이든 딱 붙어서 놀아나는 두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강 씨, 이거 봐요.”
“오…… 잘했네.”
주소희의 눈에 어항에서 멈춘 세 마리의 물고기가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소희가 눈꼴시다는 표정으로 구시렁댔다.
“그게 뭐라고 호들갑 떨기는.”
불과 몇 개월 전에 자신이 떨었던 호들갑은 기억도 나지 않는지 스스럼없이 불평하던 주소희가 갑자기 만들고 있던 원이 일그러지기 시작하자 깜짝 놀라 소리 냈다.
“어? 어……!”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내공의 배분이 실패한 것이었다.
최강이 주소희의 두 손에 만들어져 있던 구체가 사방팔방 불안정하게 뒤틀리는 것을 확인하고 한 손으로 주소희의 손을 감쌌다. 그리고 동시에.
“야, 똑바로 안 하냐?”
“아! 왜 때려요?!”
꿀밤을 놓았다.
“너 그거 터졌으면 또 사무실 난리 나는 거 알지?”
내공의 적당한 조절이 안 되면 당연히 원은 폭발한다. 가볍게 풍선 터지는 수준이었던 류세란과는 다르게 주소희의 내공은 상당했기에 그 위력도 수배 높았다. 이미 전례로 책상이나 의자 등 주소희가 부숴 먹은 게 한두 개가 아닌 것이다.
“누군 못하고 싶어서 못하나…….”
주소희가 최강의 반대편 옆자리에 앉아 있는 나미사를 보고 투정 부리듯 말했다.
“저도 좀 상냥하게 알려 달라고요! 왜 매일 차별하는데요?!”
울먹이는 주소희를 본 최강이 한숨 쉬었다. 틈만 생기면 나오는 주소희의 필살기 ‘차별 대우’가 나왔기 때문이다.
최강이 주소희를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남은 손도 주소희의 손을 감싸 쥐었다.
“자. 잘 기억해. 이거 보기와는 달리 상당히 귀찮단 말이야.”
준비가 끝난 최강이 말했다.
“자, 간다.”
주소희의 손에 모여 있던 하나의 원의 옆에 또 하나의 원이 희미하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침내 또 하나의 원이 기존의 크기와 똑같이 되자 최강이 다시 서서히 그 원을 없애기 시작했다. 결국 의형기도 내공의 흐름을 느끼는 작업이다. 몸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었기에 아주 도움이 되는 작업인 것이다.
“자, 할 수 있겠어?”
주소희가 울먹이며 생긴 콧물을 삼키고는 말했다.
“한 번만 더 해 줘요.”
“야, 내가 방금 전에 뭐라고 했는지…….”
“아, 빨리요.”
“하…… 진짜.”
최강이 마찬가지로 몇 번 더 반복하고는 귀찮은 말투로 말했다.
“아, 몰라. 이제 너 알아서 해.”
“한 번만 더요.”
“아, 이거 진짜 힘들다니까? 자기 내공도 아니고 타인의 내공의 흐름을 조절하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그래도…….”
최강이 주소희의 정수리에 손가락을 쫙 편 손을 올리고 협박하듯 말했다.
“좀 알아서 하자?”
“…….”
“저기 말숙이 좀 봐라. 얼마나 예뻐.”
과연 남다른 재능을 보이는 최말숙은 벌써 두 번째 원을 만드는 데 성공한 모습이었다. 최말숙이 두 사람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생긋 웃었다. 최강이 언제 그랬냐는 듯 귀여운 딸자식의 재롱을 본 듯한 흐뭇한 표정을 짓다가 헛기침했다.
“알았으면 조금 전 감촉을 좀 기억해서 해 봐. 차별이니 뭐니 그런 질리는 소리 좀 그만하고. 알았냐?”
“네…….”
***
이틀 전 베트남에 발생한 대형 균열에서 있었던 파르키오와 수수께끼의 기운의 대결은 결과만 놓고 보면 파르키오의 패배였다.
두 시간 남짓 사투를 벌이던 파르키오가 기회를 봐 도망가자 수수께끼의 남자는 그러고 싶으면 그러라는 듯 그런 파르키오를 제자리에서 지켜봐 주었기 때문이다.
파르키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잠시 후 쑥대밭이 되다 못해 강과 산의 지형이 이상하게 뒤섞여 버린 그곳으로 한 남자가 걸어왔다.
“쫓아가지는 않으시는 겁니까, 팔콘 경.”
“음…… 혹시 죽여 주길 바랐던 것이었소?”
“…….”
금발의 머리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백인 남성의 어깨가 한차례 들썩여지는 것을 본 팔콘이 말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건 아닌 것 같군.”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팔콘이 말했다.
“그대는 참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야.”
참 이상한 일이었다. 저자는 확실히 강한 상대이긴 했지만 기껏해야 오천인장을 겨우 넘어선 듯한 수준의 실력이었다. 저 정도 수준의 사람이라면 그란디아 대륙에서도 흔한 것은 아니었지만 페르간 왕국만 놓고 봐도 백 명은 존재할 법한 자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눈앞의 이 남자는 저자와의 만남을 회피했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남자가 생각을 떨쳐 내듯 말했다.
“그래서 이 뒤에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처음에 균열에서 나온 직후 기운을 숨기고 상황을 지켜보자고 제안한 것도 이자였고, 마병대를 이용해 일반 병력을 뒤로 빼 놓자고 제안한 것도, 기습이 있을 가능성을 예견한 것도 이자였다. 이후 계획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대기합시다.”
“대기……하자는 말인가?”
남자를 보며 잠시간 생각하던 팔콘이 말했다.
“좋네. 이 역시 무슨 생각이 있어서 제안하는 걸 테지. 그런데 말이네, 자네. 이곳이 어딘지 알고 있는 건가?”
그렇다. 자신은 처음 보는 낯선 풍경. 하지만 반대로 이 남자는 아닌 것 같았다. 처음의 그 침착함도 마치 이곳이 어딘지 알고 있다는 듯한 반응이었으니 말이다.
“알고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팔콘이 말했다.
“좋네. 앞으로 무슨 일이 있다면 말해 주게. 내 자네의 의견이라면 꼭 참고하겠네, 듀크.”